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84)
084화
애초에 최연승의 영역에 이런 신전이 설치되었다는 건 알 방법이 없었다.
나중에 최연승의 권속이나 하수인이 을 쓰는 걸 보고 눈치 챌 수도 있었지만…
최연승은 잡아떼거나 할 생각이었다.
[가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왜? 괜찮다니까.’
[화신의 하수인들 중에서는 저 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랬다.
은 4서클의 마법. 성좌가 직접 만들어서 권속에게 준 것이라서 랭크는 무려 A-였다.
보통 랭크가 높은 스킬은 희귀하고 강력한 대신 익히기 어렵고 난이도가 높은 법.
지금 최연승의 하수인들 중에서 저걸 익힐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오다이곤 정도밖에 없었다.
오크들?
마법을 쓸 줄 아는지부터가 의문이었다.
화산파?
얘네들도 마법에 별로 능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뭐… 나중에 쓸 일이 좀 생기겠지.’
최연승은 그렇게 넘겼다.
일단 설치해서 손해 볼 건 없잖아!
* * *
그래도 는 훨씬 더 나아지긴 했다.
살벌하고 흉흉한 피 흐르는 강도 없어졌고,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던 광기 넘치는 요새도 사라진 것이다.
땅은 척박하고 주변은 텅텅 비어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희망이 보였다.
거기에 신전 건물도 들어오고, 최연승이 이것저것 땅을 갈아엎으며 새로 구역을 짜자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가 나왔다.
“오크들. 이 드넓은 땅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글… 글쎄요?”
“잘 모르겟슴다?”
오크들은 어리둥절했다.
드넓은 땅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냐고 성좌가 직접 물어보다니.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뭐라도 대답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게.’
오크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과연 새 주인이 원하는 대답은 무엇일까?
녹룡부법을 가장 먼저 익힌 가라곤차가 무릎을 치며 입을 열었다.
“알았습니다! 주인님! 저 드넓은 땅에 노예들을 가득 채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야. 너 머리 좋다!”
“쟤가 예전부터 머리가 좋긴 했다!”
오크들은 동료를 칭찬했다.
어쩜 저렇게 좋은 의견을!
성좌도 대만족했을 것이다.
“…아니. 뭐 그런 흉측하고 살벌한 생각을 하고 있었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농사지으라는 소리였는데.”
“농… 농사를 말입니까?”
오크들은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오크는 원래 농사를 짓는 종족이 아니었다.
남의 걸 뺏어먹거나 돌아다니는 짐승을 잡아먹는 종족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한테 농사를 지으라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인님께서 무슨 의미로 말씀하신 걸까?”
“글… 글쎄. 무슨 뜻이 있지 않을까? 이걸로 인해 우리들 중 누가 더 강하고 끈기 있는 전사인지 구분하려는 걸수도…”
“야. 너 머리 진짜 좋다!”
다른 오크들은 가라곤차의 소름 끼치는 지능에 감탄했다.
어떻게 저렇게 영리할 수가?
“농사가 그런데 어떻게 전사들을 골라낼 수 있는 방법이지?”
오크들이 아는, 전사들을 골라낼 수 있는 방법은 서로 베고 찌르고 때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농사라니!
“저 넓은 땅을 전부 다 베고 갈아엎는 거니까 땅이랑 싸우는 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오…”
“가라곤차…!”
최연승은 그들의 대화를 신기하다는 듯이 듣고 있었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하수인들!
‘그냥 아무것도 없는 게 허해서 농사라도 지으라고 한 건데.’
오크들 내버려두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으니, 최연승도 여기에 뭐라도 좀 지어서 팔아볼 생각이었다.
매번 다른 성좌들에게서 영혼석 뜯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괜찮은 거 나오면 최연승도 요리에 쓰고…
[가 화신의 발상은 정말 따라갈 수가 없다고 감탄합니다.]팔 거 없다고 직접 농사를 짓게 하다니. 정말 기가 막히는 발상이었다.
서민 성좌 그 자체!
[정치해도 잘 할 것 같다고…]‘넌 지구 좀 그만 봐야 할 거 같다.’
최연승은 공간 주머니 목걸이를 열고 안을 뒤적거렸다.
대부분이 귀중한 몬스터 고기였다.
고기 냄새가 흘러나오자 오크들은 움찔했다.
“맛있는 냄새가…?”
‘으음. 식물은 있는데 정작 기를만한 게 없군.’
어비스에는 조미료가 없다 보니, 조미료 역할을 할 법한 식물들을 이것저것 챙겨놓게 됐다.
오죽하면 독버섯을 썼을까!
하지만 농사를 지으려면 이런 버섯들이 아닌 씨앗이 필요했다.
“일단 이걸로 해보자.”
최연승이 꺼낸 건 볍씨였다.
벼의 씨앗!
“예전에 쓰러뜨린 식성식물 살크론의 씨앗입니까?”
별을 삼키려던 식물, 살크론은 최연승과 오다이곤도 쩔쩔맸던 괴물이었다.
그 괴물의 씨앗을 심어서 키우시려는 것일까?
‘과연 훌륭한 파수꾼이 되겠군!’
“아니. 마트에서 사온 볍씨인데.”
“…잘 자랄까요?”
지구의 식물을 어비스에서 길러 본 경험은 아무도 없었다.
과연 잘 자랄까?
“일단 시도는 해보자. 별로 비싼 것도 아니니까. 논을 만들고 심게 해봐야겠군.”
최연승은 오다이곤에게 논을 만들고 모내기하고 벼를 심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오다이곤은 고블린 현자답게 금세 알아들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주인님께서 맡기신 일. 제 명예와 목숨을 걸고 해내보겠습니다!”
오다이곤은 기뻐하며 오크들을 불렀다.
최연승이 맡긴 임무!
반드시 해내서 능력을 보여주고야 말겠다!
“논이 무엇입니까?”
“모내기가 뭡니까?”
“그냥 저 씨앗을 먹으면 안 되는 겁니까??”
“……”
아오 이 오크 새끼들…!
오다이곤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 * *
최연승은 얼추 일을 마무리하고 지구로 돌아왔다. 어비스의 일도 어비스의 일이지만, 지구의 일도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스킬로 본 미래였다.
라스베이거스에 록 드레이크가 풀려나서 날뛰는 미래!
“회장님 안에 계시나?”
“예.”
비서들은 최연승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황경룡의 성질머리는 실로 지랄맞았지만 가끔씩 기분 좋을 때가 있었다.
바로 가족들이나 친한 사람들이 찾아올 때!
그런 면에서 최연승은 비서들 사이의 ‘빛’이었다.
최연승만 오면 황경룡이 기분 좋아지니…
‘앞으로도 자주 찾아와 주십쇼!’
“코리아 권성! 사인 좀 해줘라!”
“???”
황경룡이 신나서 외치는 모습에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코리아 권성이 뭡니까?”
“네 새 별명. 권성(拳星). 멋지지 않냐?”
“한국권성이 맞지 않나? 왜 한국만 코리아로?”
“몰라. 양키 놈들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어쨌든 멋지니까 된 거 아니겠냐.”
황경룡은 자기가 더 기쁜 모양이었다.
UHC 선수들에게는 별명도 중요했던 것이다.
승리도 승리지만 이미지도 중요한 게 이 업계!
“그래도 너무 얕보지는 마라. 그 막시밀리안이란 놈은 딱 봐도 사기 스킬 하나만 믿고 덤비던, 기본도 안 된 놈이지만, 10위 위로 올라가면 제법 강한 놈들도 있으니까.”
“…형. 저 성좌인데…?”
최연승은 황경룡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네가 성좌여도 경기는 힘 제약하고 들어가잖아 임마…! 10위권쯤 되면 상대도 나름 실전 경험도 있고, 제한에 맞춰서 힘 최대치까지 늘린 상태라고.”
확실히 황경룡의 말이 맞았다.
서로 힘을 B급의 한계까지 제약하다보니 수준이 높아질수록 힘의 차이는 없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 자릿수 등수의 랭커들에게는 뭐가 있는줄 아냐?”
“뭐가 있습니까?”
“보통 다 성좌랑 계약한 놈들이라, 싸우기 전에 성좌가 도와준다.”
“…!”
이건 좀 충격적이었다.
“아니 치사하게?”
“성좌인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하긴 그것도 그렇습니다.”
물론 지원해준다고 해서 한계 넘은 힘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각종 사기적인 권능을 준다면…
확실히 꺼림칙하긴 했다.
최연승은 젊은 성좌라서 권능 스킬도 몇 개 없는데!
“뭐, 부딪히게 되면 대처법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형도 예전에 UHC 뛰었다고 하셨죠? 별명이 뭐였습니까?”
“…나, 난 별명이 없었는데.”
“……”
아무리 봐도 구라 같다!
그러나 최연승은 황경룡을 배려해줬다. 말하기 싫어하는데 굳이 캐물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맞다. 창식이한테 연락 왔었다.”
“창식이 형한테요?!”
최연승이 깜짝 놀라자 황경룡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야. 지금 너 먹여주고 도와주고 권속 해주고 지원해주고 하는 사람이 누군데…”
“아니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사람이 왜 그렇게 속이 좁아요?”
“아, 아니. 속이 좁은 게 아니라. 걔 싸가지 없으니까 걔랑 놀지 말라는 거지.”
최연승은 나이 오십 넘게 먹고 저러는 유치함에 감탄했다.
사람 참 정말 한결 같구나!
“창식이는 별로 가진 것도 없어. 돈이야 많지만 걔 한국 쪽 협회에서도 왕따고 헌터 클랜들 사이에서도 영향력 별로 없다고.”
“그러면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아차!
황경룡은 자기가 잘못 접근했다는 걸 깨달았다.
최연승 성격에 저런 말을 들으면 도와주러 갔지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는 것이다.
“…물, 물론 지금은 감독직 맡아서 잘 하고 있으니까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번에 기사 보니까 욕 엄청 먹는 것 같던데…?”
“야! A급 헌터야! A급 헌터 걱정을 왜 해주냐?!”
맞는 말이긴 했다.
A급 헌터는 아무리 망해도 준재벌 정도로 부유한 게 기본이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경기 끝나자마자 오다니. 좀 놀거나 쉬어도 될 텐데. 클랜 훈련이 빡셀 테니… 아. 아니다.”
황경룡은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클랜이 다른 클랜에 비해 훈련이 엄하고 규칙이 강하다 하더라도, 최연승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훈련에 미친 새끼!
…가 30년 전 최연승의 별명 아니었던가.
클랜 훈련은 최연승에게 달달한 음료수 같을 것이다.
“저 바로 온 거 아닙니다. 어비스 가서 영역 좀 가꾸고 왔어요.”
“오. 진짜? 나도 보고 싶은데.”
“나중에 제가 한 번 데려가드리겠습니다.”
“오오… 너 안 지키면 안 된다?”
황경룡은 기뻐했다.
동생 한 번 잘 둔 덕분에 어비스를 구경할 수 있게 되다니.
어비스는 미치거나 목숨 내다버린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호기롭게 어비스 탐험하겠다고 게이트 뛰어들었다가 1층도 돌파하지 못하고 실종된 사람들이 몇이던가.
성좌의 권속이 되어 어비스의 편린을 일부나마 보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기회가 오게 될 줄이야!
“제가 온 건 다른 이유 때문인데…”
최연승은 자기가 본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말에 황경룡은 진지해졌다. 1세대 헌터답게, 몬스터가 뛰어나와 사람을 해치는 일에는 예민했던 것이다.
“…라스베가스에?”
“예. 라스베가스던데요. 지원 좀 해주시죠. 제가 직접 가서 막겠습니다.”
미래에 따르면 던전 클리어가 실패한 건 분명했으니, 최연승이 가서 클리어하면 됐다.
명성, 부, 아이템, 신앙 모두 다 얻을 수 있는 기회였고…
무엇보다 최연승은 1세대 헌터였다. 바로 옆에서 몬스터 나온다는데 가만히 지켜볼 사람이 아니었다.
“…야. 안 돼.”
“?!”
최연승은 놀랐다.
“아니. 뭡니까, 형? 몬스터가 나온다는데 안 된다니. 설마 기다렸다가 이득 더 보겠다는 거 아니죠?”
던전이 깨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난리가 나서 소란이 커진 후에 잡으면 명성이나 주목은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연승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성좌, 아니 자기 자신으로서의 자긍심!
“날 뭘로 보는 거냐?!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거든?!”
“그럼 뭔데요?”
“라스베가스는 내 관할이 아니야…”
“……”
황경룡은 막강한 헌터이자 어마어마한 그룹의 회장으로서 LA의 권한을 정부로부터 위임 받은 사람이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다른 클랜도 비슷한 짓은 하고 있었다.
도시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막고 안전과 치안을 관리하는 대신 도시에서 막대한 권리를 허가받는 것!
그리고 라스베가스는 다른 클랜이 관리하는 곳이었다.
거기에 황경룡의 클랜 소속 헌터가 들어가서 ‘몬스터 좀 잡겠습니다’했다가는 바로 싸움이 일어났다.
“아니… 관할권 싸움이면…”
최연승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렇게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30년 전에도 헌터들끼리 다투고 경쟁하는 일은 꽤 있었다.
이 던전은 우리가 먼저 들어가겠다, 인원 제한 있으니 너희는 나중에 들어와라, 여기 풀린 몬스터는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
좁은 한국 땅에서도 그랬는데 미국에서는 더 심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쪽에 가서 상황 설명하고, 납득을 시켜야 하는데…”
너희 클랜 헌터는 허접해서 몬스터 나와도 못 잡는다는 걸 어떻게 납득시키느냐가 문제였다.
“형 뭐 대통령하고 사우나도 간다면서 설득할 능력도 없습니까?”
“…야. 헌터들이 얼마나 또라인지 알잖아! 한 주먹도 안 되는 놈들도 말 더럽게 안 듣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