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53
◈ 253화 성격이 좀……(1)
김주혁이 칼파 안으로 들어가고.
바르체가 불길이 치솟고 있는 서금태산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자신의 이름을 찾는 게 맞는 것인지 고뇌하고 있을 때.
김주혁의 제자인 부리가면은 꽤 오랜 시간을 이동해 자신이 도착해야 하는 곳에 도달해 있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조금은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지하 공동.
원래라면 단 하나의 빛도 없어야 할 그곳에는 조금 어둡긴 해도 분명히 빛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부리가면은 안쪽을 볼 수 있었다.
“…….”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어둠 속 사이사이에 보이는 거미줄.
거미줄.
거미줄.
또 거미줄.
그 어디를 둘러봐도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거미줄뿐이고, 심지어 그 거미줄은 그녀가 익히 알고 있던 거미줄과는 상당히 달랐다.
“크네.”
현재 부리가면이 보고 있는 거미줄은, 그녀가 그동안 보아왔던 거미들의 거미줄보다도 훨씬 컸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부리가면은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이 공동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듣고 왔기 때문이었다.
터벅, 터벅.
길잡이에게 들었던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린 부리가면이 공동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이는 것은 거미줄.
크기도, 혹은 작기도 한 거미줄이 공동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더더욱 공동 깊숙한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
그녀는 공동의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공동의 가장 깊은 곳에서, 부리가면은 볼 수 있었다.
‘저건가.’
공동에 가장 거대한 거미줄 한가운데에 걸려 있는 한 개의 비녀를.
별다른 특색이라곤 보이지 않는, 그저 검은색의 비녀.
그 비녀를 보며 부리가면은 또 한번 길잡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지금부터 네가 갈 곳은 아주 오래 전 홀로 죽음을 맞이했던 대요괴 중 한 명이 있는 곳이야.’
사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는 사실 길잡이에게 반감을 느꼈다.
길잡이의 말이 물론 잘못된 것은 아니기는 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스승님을 돕기 위해 자신들을 키우려는 것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실제로 그녀가 하는 행동은 거기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부리가면은 그녀에게 반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스승님의 말을 제외한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부리가면이 길잡이의 말을 듣고 곧바로 움직인 이유는 바로 그녀에게 들었던 한 가지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 사실이겠지.’
부리가면은 그렇게 생각하며 길잡이와 나누었던 대화를 회상했다.
‘딱 봐도 뭔가가 못마땅한 표정이네, 하지만 굳이 네가 왜 못마땅한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좋아, 나도 왜 네가 못마땅한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거든.’
‘…….’
‘하지만 그렇게 못마땅한 표정으로 거기에 가봤자 딱히 동기도 없고 그렇게 되면 이름을 얻는 데에도 애로사항이 필 테니까 조금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줄게.’
‘……?’
‘너, 스승 좋아하지?’
사실 길잡이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부리가면은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길잡이가 했던 말은 사실이었으나 뭔가 다 안다는 듯 이야기하는 게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나 조금 뒤, 부리가면의 그런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인상 찌푸리지 마. 어차피 너희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은 전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
‘아무튼, 지금부터 네가 갈 곳은 아주 유명한 거미가 사는 곳인데 말이야, 그 거미는 지금 네 능력처럼 독을 마음대로 제조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났어. 그리고 그 거미는 쉽게 만들지 못하는, 조금은 복잡한 독도 만들어 낼 수 있거든.’
‘……?’
‘이를테면, 사랑에 빠지는 독이라던가?’
‘……그 말, 사실이야?’
‘물론이지, 게다가 여러 가지로 희석해서 사용할 수도 있고, 이외에도 여러 가지 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신기한 것도 만들어낼 수 있거든. 이를테면 지금 네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독 같은 거라던가.’
은근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길잡이.
‘아무튼, 그 거미의 이름을 얻을 수 있다면 아마 현 상황에서 꽤 진도가 나갈지도 모르니, 한번 노력해 봐.’
길잡이의 그 말을 끝으로 부리가면은 회상을 끝내곤 다시 한번 거미줄에 걸려 있는 비녀를 바라보곤.
“흠, 흠흠.”
괜스레 얼굴을 붉힌 채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가다듬 듯 큼큼거리더니.
‘이건 어디까지나 스승님을 돕기 위해서 이름을 얻는 거지, 절대로 그 신기한 독의 제조 방법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내 그렇게 생각하곤 굳은 표정을 지었다.
물론 뭔가 새로운 독 같은 것을 실험하는 도중 아주 가끔, 아주 가아아아아끔 스승님에게 독에 대해 조금 조언을 구하거나 하는 일은 있겠지만……!
“후!”
길잡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상기된 자신의 얼굴을 가라앉힌 뒤.
곧 거미줄에 있는 검은 비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XXXX
새하얀 빛.
그다음에 보이는 것은 김주혁이 저번에 봤었던 그 풍경이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붉은 바닥.
그다음에 보이는 것은 그 붉은 바닥에 세워져 있는 굉장히 높은 벽.
그 벽에는 마치 고대에서나 있을 법한 신전들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조금 모순되는 장면이라면 신전들에 그려져 있는 벽화가 건축물의 형상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정도일까.
그렇게 벽에 그려진 벽화를 확인하던 김주혁은 곧 그런 신전의 중앙에,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남자가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고 있고, 손에는 그 무엇도 태워 없앨 것 같은 불길을 머금고 있는 검을 들고 있는 남자.
“흠?”
그 남자는 신전의 중앙에 서서 김주혁을 보며 조금은 미묘한 표정을 짓는 듯하더니 곧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아.”
마침내 알았다는 듯 혼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화끈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남자, 우두천왕(牛頭天王)의 한마디에 김주혁은 순간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 대답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
김주혁의 한마디.
그에 우두천왕은 웃음을 짓고는 이야기했다.
“당연! 이 우두천왕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그렇기에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필멸자의 몸으로 처음 이 칼파에 입성했던 고행자여.”
우두천왕의 말에 김주혁은 잠시 생각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까. 하는 생각을.
그러나 그런 김주혁의 생각이 무색하게도 우두천왕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그대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하구나, 분명 그 영혼은 똑같거늘 예전과는 달라.”
우두천왕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주혁을 바라보며 한동안 생각하더니 이내 김주혁이 말해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과연, 그렇게 된 거였나.”
“아직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고행자. 나는 비록 위대한 그분의 명에 따라 이 칼파를 수호하고 있지만 이곳도 마냥 폐쇄되어 있지만은 않은 곳.”
우두천왕은 말을 이었다.
“물론 네가 오기 전까지는 이야기의 조각이 확실치 않아 판단을 보류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나 네가 그 모습으로 여기에 나타나니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구나.”
우두천왕의 말에 김주혁은 묘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아무튼간에 설명은 필요 없다 이거지?”
“그렇다.”
우두천왕의 말에 김주혁은 썩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했다.
“그럼 지금부터 조금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무엇을 물어볼지는 예상이 가는군, 아마 지금 너는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있는 것 같다만, 맞나?”
“맞아.”
“그럼 이야기가 빠르군, 네가 이름을 찾기 위해서는 이 위로 올라가면 된다.”
“……위?”
김주혁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곧 빙신검을 받았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분명 우두천왕은 예전의 나한테 계단을 만들어 줬었지.’
“그래, 이 위로 올라가면 된다만…… 아무래도 지금의 너는 위로 올라가는 게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는군.”
“그게 무슨 소리야, 불가능하다니?”
김주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우두천왕은 입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고행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네 힘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하는 법, 그러나 지금의 네 힘은 고행자의 길을 걷기에는 너무 약하다.”
“그럼 그냥 위로 안 올라가고 네가 이야기해 주면 안 되나?”
김주혁의 물음.
그에 우두천왕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다. 나는 칼파를 관리하기는 하지만 네가 무슨 고행을 겪었는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
“당연히 그건 아니다. 만약 네가 맨몸으로 왔다면야 그냥 돌아가야겠지만.”
우두천왕은 웃음을 지으며 김주혁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가르켰다.
“지금 너는 그 검을 들고 오지 않았나?”
“……이 검?”
“그래, 우선 그 검과 이야기해 보는 게 어떤가?”
우두천왕의 물음에 김주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검이랑 이야기를 하라고……?”
“그래, 그 검에는 자아가 있다. 분명 너와 대화를 통해 조금의 기억을 더 찾는 것만으로도 계단을 오를 능력은 되겠지. 지금의 네가 필요한 힘은 아주 조금 정도니까.”
우두천왕의 말에 김주혁은 입을 열었다.
“아니 뭐, 그건 알긴 알겠는데, 애초에 이 검은 기본적으로 말을 안 한다고 들었는데?”
김주혁의 물에 우두천왕은 조금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시도를 한번 해보라고 할 수밖에는 없군. 그게 아니면 너는 돌아가야한다.”
“……억지로 올라가면 안 되는 건가?”
“불가능하다.”
일축하는 우두천왕.
그에 김주혁은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듯 백색의 검을 바라봤다.
우선 과거의 잔재가 이야기해 주기를 자아가 있는 것은 확실하긴 하지만 아예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검.
김주혁은 그 검을 보며 가만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야, 빙신.”
침묵.
“빙신아, 이야기 좀 해봐,”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해 김주혁은 검에 말을 걸기 시작했다.
“빙신아?”
차음에는 가볍게.
“말 좀 해라.”
어떨때는 타박하듯이.
“이 개새끼야!”
어떨 때는 욕을 하고.
“제발 한번만 이야기좀 해봐……!”
어떨 때는 협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진 세 시간이 넘도록 김주혁이 입을 열었음에도 빙신검은 꼼짝하지 않았고.
“진짜 돌겠네.”
김주혁은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검에게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욕?’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김주혁은 예전 과거의 자신과 잠깐 이야기할 때 이 검이 굉장히 특이한 성격이라고 이야기 했던 것을 떠올렸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욕을 했을 때 이미 입을 열어야 했던 것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는 김주혁.
그러나 이미 세 시간 동안 자신을 조금 짜게 식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우두천왕 앞에서 지랄을 했던 김주혁이었기에 그는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만약 여기서 대답해 주면 네가 원하는 대로 욕해줄게,”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것은 침묵.
그에 김주혁은 역시 이게 아닌가 싶은 표정을 지을 때.
[……진짜?]“…….”
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