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7
◈ 027화. 건드리면 빠꾸 없다 (2)
유럽 쪽의 대형 가문답게 벤트릭 가문의 공식 해명은 빠르게 이뤄져 수많은 기자가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 세 가지의 해명만을 하고 돌아갔다.
첫 번째는 이번 일은 벤트릭 가문에서 파문된 디세라 벤트릭이 벌인 일이라는 것.
두 번째는 이번 일과 현재 발할라에서 재학 중인 록딜 벤트릭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이라는 것.
세 번째는 가문에서 파문되었으나 한때는 벤트릭이라는 가문 명을 쓰고 있었던 이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으니 그 가주가 직접 피해자와 만나 따로 사죄를 드리겠다는 것.
그렇게 세 가지의 해명만을 한 벤트릭 가문은 그 어떤 기자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단상에서 내려갔다.
물론 그 이외에도 벤트릭 가문은 해명식 뒤 공식 언론을 통해 이번 일이 어째서 ‘록딜 벤트릭’과 엮이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 내용은 즉슨 이랬다.
디세라 벤트릭은 자신을 파문한 벤트릭 가문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특정 학생을 암살하는 임무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역으로 정보를 뱉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학생암살을 의뢰했던 의뢰자 대신 록딜 벤트릭의 이름을 내뱉은 것이라고.
물론 정말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으나 얼마 뒤 협회에 인계된 디세라 벤트릭의 말 때문에 상황은 반전됐다.
‘벤트릭 가문에서 말한 것이 맞다.’
그 짧은 한마디.
허나 그 짧은 한마디 덕분에 벤트릭 가문은 모든 언론들이 열심히 구타를 이어나가던 그 구타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고, 디세라 벤트릭은 그 말을 끝으로 국제협회에서 관리하는 프리즌타워에 수감되었다.
허나 공식적으로 언론의 구타 지옥에서 빠져나갔다고 해도 벤트릭 가문의 구설수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
-벤트릭 가문, 국제협회에 갑작스러운 기부, 도대체 왜?-
-갑작스럽게 국제사회 기부 행렬에 참가한 가문, 눈에 보이는 이유가 거슬려……
-발할라 아카데미에 익명의 기부금, 도대체 누가?
-풀리지 않는 벤트릭 가문의 의혹, 마찬가지로 침묵하는 가문들.
—-
이렇듯, 큰 논란을 사그라뜨리기는 했으나 벤트릭 가문에 관련된 기사는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벤트릭 가문만큼 조회수가 많이 나오고 뜯어 먹을 것이 많이 나오는 재료는 얼마 없었으니까.
거기에 더해 아직 자체적인 인터넷 여론 또한 벤트릭 가문에게는 그리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
계약마렵다: ㅋㅋ 벤트릭 가문 공식성명 믿는 흑우새끼들 없제? 딱 봐도 돈 존나 먹여서 잠재운 건데 진짜 돈이 좋기는 좋나 보다. 학생 한 명 암살하려던 걸 돈으로 덮네 ㅆ새끼들.
ㄴ 피곤한계약자: ㄹㅇ ㅋㅋ 딱 봐도 돈맥여서 조용히 시키는 거 눈으로 딱 보이는데 벤트릭 이 새끼들 존나 가증스럽네.
ㄴ 졸라피곤한데담배값좀: ㅋㅋ 이 새끼들 어차피 벤트릭 가문에서 계약시켜 준다고 하면 헐레벌떡 달려갈 새끼들이 말이 많네 ㅋㅋ
ㄴ 한국의조랑말: -벤- 어서 오고~ 이 새끼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많냐? 근데 그건 그거고 계약시켜 주면 당연히 가야지 ㅋㅋ S급 성좌 가호 달달하고~
조진바진마진: 벤트릭 이새끼들 ㄹㅇ 역겹네, 그럴 거면 그냥 너희들이 왕 해 이 ㄱㅅㄲ들아 ㅋㅋㅋ 거의 300년 전 멸망의 시대급이네 이 새끼들.
ㄴ 선운: ㄹㅇㅋㅋ
ㄴ 빡베리온: ㄹㅇㅋㅋ
ㄴ 빡글하는조롱이: ㄹㅇㅋㅋ
—-
그러나 아무리 좋지 않은 여론에도 벤트릭 가문은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고, 그렇게 밖이 벤트릭 가문에 의해 밖이 난리가 난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 성적 발표일이 다가왔다.
—-
1등 김 주 혁
2등 최 아 린
3등 유 소 연
4등 오 세 혁
5등 ───
6등 ──
7등 ─
8등 ……
……
..
.
—-
방과 후.
발할라 1학년 학생동에 공개적으로 붙은 중간고사 성적표.
거의 한쪽 벽면을 다 채울 정도로 빽빽하게 채워진 성적표 주위에는 순식간에 표를 보기 위한 학생으로 넘치기 시작했고 곧 성적표를 본 학생들 사이에서는 갖가지 반응이 터져 나왔다.
“아…… 망했다.”
“아, 이러다가 진짜 퇴교각 나오는데…….”
제일 먼저 터져 나온 반응은 한탄.
“와, 나름 나쁘지 않은데? 이 정도면 오히려 괜찮아.”
“나도 그러네? 이 정도면 진짜 괜찮은데? 나는 생각보다 점수가 낮을 줄 알았는데.”
그다음에 터져 나온 반응은 안도.
그리고 마지막은.
“아니 시발 이거 좀 이상한 거 아니야?”
“뭐가?”
“아니 시발, 나 던전 들어가서 팀 내에서 몬스터 가장 많이 잡은 것 같은데? 그런데 내가 이 순위라고? 존나 이상한데?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바로 부정이었다.
허나.
모두가 다른 의견을 내는 학생들은 단 한 곳에서만큼은 모두가 같은 반응을 내비치고 있었다.
“1등은 김주혁이네.”
“뭐, 그럴 만하지.”
“김주혁은 인정이지.”
“혼자서 일류종 악인도 때려 패는 판국에 1등 안 하면 이상하긴 하지.”
“그치? 일류종에다가 덤으로 벤트릭 가문까지 혼자 뒤지게 패는데”
“인정~”
그것은 바로 김주혁의 순위.
기본적으로 보통 학생들에게 있어 1위에게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들러붙는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대부분 동경 같은 좋은 감정보다는 시기 질투 같은 나쁜 감정이 들기 마련이고, 그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애초에 등수로 줄을 세우는 이유 자체가 학생들에게 경쟁심리를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러나 현재 순위를 바라보고 있는 발할라의 학생들은 그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김주혁의 순위를 보고는 시기와 질투를 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은 김주혁이 한 1등이라는 순위를 굉장히 당연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학생들 사이에서 김주혁은 이미 1학년을 초월해 버린 그 무언가처럼 되어버렸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김주혁은 맨 처음 입학식 때부터 5대 가문의 자제들을 모조리 쓰러뜨린 것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홀로 악인을 상대했다.
물론 악인(惡人)에도 다들 등급이 있고 약한 이들도 있기는 했으나 학생들은 그런 것은 상관없이 그저 ‘일개 학생이 자신을 암살하러 온 악인을 역으로 털어버렸다.’는 그 사실에 경외감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중간고사 1위를 김주혁이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들은 그에게 질투를 내보이지 않고 그저 감탄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감탄하고 있는 학생들 속에서.
“…….”
“…….”
유소연과 오세혁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자신들의 위에 올라 있는 김주혁의 이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학생동 복도가 발표된 중간고사 성적으로 시끄러울 때.
“다음 주에 외출?”
“안 되나?”
“안 될 리가!”
“오, 진짜?”
“내 조수가 되면 매일 외출 가능!”
그렇게 말하며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미는 릴리야를 보며 김주혁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했다.
“당연히 조수는 안 되고.”
“아 왜에에에~ 솔직히 이쯤 부탁했으면 해줄 때 되지 않았어?”
“흐음.”
릴리야의 말에 슬쩍 고개를 숙이고 고민하는 김주혁.
그에 릴리야는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
“왜 그런 표정이야?”
“응? 고민하는 거 아니야?”
“맞아, 오늘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하고 있어.”
“…….”
김주혁의 말에 엑,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릴리야는 곧 그의 표정이 장난스럽게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분한 표정을 짓곤 답했다.
“감히 교관을 놀리다니……! 이제 보니까 존댓말도 안 쓰잖아?”
“새삼스럽게? 저번부터 아무런 말도 안 하더니.”
“……그건 그랬지.”
릴리야는 새하얀 단발이 슬슬 움직일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야기했다.
“그래서, 조수 안 해줄 거야?”
“……오히려 슬슬 이야기 하는 쪽에서 질릴 때 되지 않았나? 그냥 이런 식으로 도와주면 되는 거 아니야?”
실제로 김주혁이 오늘 굳이 릴리야의 개인 사무실에 들린 이유는 그녀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확실히 릴리야가 소개해 준 기자는 거물인 것 같았으니까.’
김주혁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갚는 것은 확실하게 하는 성격이었기에 시간이 나는 대로 바로 릴리야에게 들린 것이었다.
“으음, 그래도 조금 다르잖아.”
“뭐가 달라?”
김주혁의 말에 릴리야는 새하얀 단발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맨날 같이 있을 수 있는 거랑 아닌 거랑?”
만약 평범한 사람이 들었다면 묘하게 달달하고 풋풋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으나 김주혁은 오히려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맨날 같이 몬스터 가지고 토론할 시간 없어. 할 게 얼마나 많은데.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라고.”
“……우선은 이 정도로 만족할게. 당장 네가 오늘 준 정보만 해도 논문을 다시 쓰기에 충분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릴리야를 잠시 바라보고 있던 김주혁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는 듯하더니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
“왜 그렇게 몬스터에 집착해? 담당 교관들도 딱히 담당 교과목에 그렇게 심취하지는 않는 것 같던데.”
“음…… 그건.”
김주혁의 물음에 릴리야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턱을 만질거리더니, 묘한 웃음기가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안 알랴줌.”
“……?”
쿡쿡.
김주혁이 순간 멍한 표정을 짓자 릴리야는 무엇인가 굉장히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쿡쿡 하는 웃음을 짓더니.
“조수가 되면 알랴줌. 조수 하실?”
그렇게 말했고.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김주혁은.
“응 안 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XXXX
디세라.
“…….”
그는 현재 북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프리즌 타워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배에 수감되어 있었다.
프리즌 타워.
계약자들의 전용 감옥이라고도 불리는 그곳은 아무리 계약자라고 해도 그곳에 갇힌 이상 평범한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프리즌 타워는 S급 성좌인 ‘무소유의 영광’이 만든 공간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디세라는 현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곳에서 5년만 썩으면 된다…… 5년만…….’
디세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며칠 전 벤트릭 가문이 제안했던 내용을 상기했다.
자신들이 해달라는 말만 녹음기에 해준다면 5년 안에 감옥에서 빠져나오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디세라는 생각할 것도 없이 그것에 응했고, 벤트릭은 정말 약속대로 20년이나 선고되어 있었던 그의 형을 5년으로 낮춰주었다.
분명 악인(惡人)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벤트릭 가문이 어떻게 힘을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디세라는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나가기만 하면 된다, 나가기만…….’
디세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나가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복수든, 그 무엇이든.
그렇기에 디세라는 끊임없이 배 속의 수감소에서 자기최면을 걸었으나.
“……꼴사나운 모습이군.”
“!”
문득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에 디세라는 생기 없던 눈을 곧바로 공포로 물들이곤 시선을 올렸고.
“-컥!?”
디세라는 그다음 순간, 자신의 목에 단검이 박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푸확-
목에서 터져 나오는 혈흔.
그는 끔찍한 고통과 함께 눈을 까뒤집기 시작했고.
“죽어라, 머저리. 너 같은 놈은 일류종에 필요 없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디세라가 더 이상 정신을 차리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디세라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검은 인영은.
“그 머저리 녀석과는 별개로…… 조직의 격을 손수 떨어뜨려 주었으니, 우리도 나름대로 인사를 해줘야겠군.”
-이내 그렇게 중얼거리며 순식간에 그림자로 부스러지며 사라져 버렸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