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307
◈ 307화 1년 후 (외전 1화)
결혼.
그것은 한 남녀가 사랑의 결실 끝에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일평생을 같이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계약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결혼하는 이들을 축복해 주고.
김주혁도 마찬가지로 여섯 명의 제자와 결혼할 때 모두의 축복을 받았다.
아무튼, 그렇게 아는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김주혁이 여섯 제자들과 결혼에 골인한 지 이제 1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전원주택을 만들어 살기 시작한 김주혁의 일상은 지극히-
“……피곤한데.”
-피곤했다.
사실, 피곤함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업무에 의한 과로로 인한 피로를 많이 생각한다.
그러나 김주혁의 피로는 그런 업무 같은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피로는 생긴 이래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업무 같은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닌, 매일 밤 잠자리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끄응…….”
사실 애초에 김주혁의 잠자리는 피로가 없을 수가 없는 구조였다.
기본적으로 6일은 항상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데다가 제자들의 체력은 김주혁의 생각보다도 강했고 최근 들어는 더더욱 강해지고(?) 있다.
‘게다가’
애초에 6대 1의 싸움을 어떻게 이긴다는 말인가.
물론 그가 몬스터들을 상대로 할 때는 수천 대 일도 아무렇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건 전혀 다른 문제였기에 김주혁은 현재 만성적인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뭐, 그렇게 피로함을 느끼고 있는 김주혁만큼 아내들의 만족도는 하늘을 모르고 높이 치솟고 있었지만.
김주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에게 붙은 채 느긋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한 소녀를 바라봤다.
금발의 머리칼을 가진 소녀.
그녀는 바로 김주혁과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리가면’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던 소녀였다.
보기만 해도 찬란한 금발이 이제 막 들어오는 아침햇살을 받아 조금 더 환하게 빛나는 것을 바라보며 김주혁은 멍하니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부리가면이라고 부르지 않은 지도 딱 1년이 지났네.’
사실 생각해보면 애초에 결혼을 한 시점부터 그녀를 부리가면으로 부른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게다가 애초에 김주혁은 맨 초반에만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 뿐 어느 정도 지난 시점에서 김주혁은 제자들의 기억을 전부 가지고 있었다.
다만 김주혁이 그녀들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않았던 것은 제자들의 이름을 부를 일이 딱히 없었고, 무엇보다 이미 그 시점에서 제자들이 이명을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때고 지금 김주혁은 그녀들과 전부 결혼을 한 상태.
애초에 결혼을 했으면서도 이명으로 부르는 것은 이상했기에 김주혁은 결혼을 하고 나서는 이명 대신 다시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뭐, 그나마 옛 이름을 부르지 않고 있는 건 최아린이랑 옌랑 정도지.’
느긋하게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지도 얼마나 지났을까.
“스승님……?”
조금 전까지 잠에 빠져 있던 부리가면…… 아니, 이나래가 잠에서 깨어나 김주혁을 바라보았다.
아직 잠이 전부 깨지 않았는지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입을 여는 그녀.
그런 그녀를 보며 김주혁은 피식 웃고는 이야기했다.
“일어났어?”
“헤헤…….”
김주혁의 한마디 그 어느 부분에 기분 좋아질 포인트가 있었을까 싶지만, 이나래는 그의 한마디에 베시시 웃으며 괜스레 김주혁의 가슴에 머리를 콩 박으며 머리를 부벼댔다.
그 모습이 마치 주인에게 애정을 요구하는 리트리버같아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고.
그렇게 한동안 김주혁의 가슴에 머리를 부벼대던 부리가면…… 아니, 이나래는 썩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곤 이야기했다.
“잘 주무셨어요, 스승님?”
결혼을 하고 나서도 딱히 바뀌지 않은 스승님이라는 호칭.
저번에 결혼을 하고 나서도 왜 호칭을 바꾸지 않느냐고 물어봤을 때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조금 아직은 부끄러워서요…….’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 김주혁은 괜스레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으흐-♥”
그런 김주혁의 손길에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짓는 이나래.
김주혁은 그런 그녀와 한동안 침대에서 장난을 치다 슬슬 일어나려고 했지만.
“스승님.”
“응?”
“오늘은 7일째잖아요?”
7일째.
이것은 바로 김주혁과 아내들이 정해놓은 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은 혼자지만 김주혁의 아내는 총 여섯 명이다.
한마디로 김주혁의 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소리.
그렇기에 김주혁은 한 달에 2주, 로테이션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김주혁은 각각 한 명의 아내와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그것은 아내들에게 좋은 만족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물론 나한테도 마찬가지고.’
사실 결혼하고 나서 맨 처음부터 로테이션제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맨 처음 결혼하고 나서 6개월, 그는 로테이션제라는 개념이 없이 아내들과 지냈고 그 덕분에 죽을 뻔했다.
매일 밤 여섯 명을 상대하는 건 미친 짓이였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생존하기 위해 로테이션제를 내놓은 것이었다.
……로테이션제를 하지 않으면 진지하게 말라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승님?”
역시 그때 그 선택은 정말 틀린 선택이 아니었다며 새삼 스스로의 지혜에 감탄하고 있을 때쯤 들려온 목소리에 김주혁은 시선을 내려 이나래를 바라보곤 말했다.
“그렇지. 7일째지.”
아내는 여섯 명이다.
한마디로 일주일을 기준으로 로테이션이 돌았을 때 하루가 남는다는 소리.
그 덕분에 김주혁은 종종 7일째를 혼자 놀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아무리 아내들이 좋다고 해도 김주혁은 혼자만의 시간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니까.
다만 여기에서 사소한 문제점이 있다면──────
“그럼 이다음 일정은 아무것도 없는 거네요?”
“그렇지……?”
츄읍.
김주혁이 대답하자마자 거침없이 치고 올라와 그의 입술을 탐하는 이나래.
그에 김주혁은 그녀를 바라봤고.
그렇게 김주혁과의 키스를 끝낸 이나래는 괜스레 몸을 꽉 밀착하고는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지난 1년간의 경험으로 부리가면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간파한 김주혁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침부터?”
“7일째니까요.”
“그래도 조금 시간이 애매하지 않나?”
“7일째니까요.”
“…….”
────────김주혁의 계획은, 언제나 계획으로만 끝난다는 것이었다.
XXXX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이나래에게 기를 빨린 김주혁은 홀로 방 밖으로 나왔다.
왜 홀로 나왔느냐면 이나래는 굉장히 만족스럽게 수면을 취하고 있었으니까.
“…….”
김주혁은 슬쩍 시간을 바라보았다.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11시.
“……장장 세 시간이었나.”
김주혁은 인식하지 못했으나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이나래와 있었다는 것을 자각한 그는 쩝, 하고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으나.
‘……괜찮아, 아직 아침이 사라졌을 뿐이니까.’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머릿속에 짜놨던 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원래 오늘 그의 일정은 이러했다.
오랜만에 아침에 홀로 나와 멸망의 탑으로 움직여 성좌들이랑 놀다가. 점심쯤에 가볍게 성좌들과 약주 한잔을 하고 점심 이후에는 미궁 위로 올라가 간만에 길잡이와 종리권을 만날 생각이었다.
그 뒤에는 저녁이 될 때쯤에는 이제 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백호와 함께 술을 마시며 그를 놀려야겠다. 라는 계획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김주혁은 점심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멸망의 탑으로 움직일 생각을 했고.
“여보? 어디 가세요?”
그렇게 준비를 하기 시작한 시점, 곧바로 튀어나오는 목소리에 김주혁은 시선을 돌려 그 목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아.”
김주혁의 눈에 보이는 것은 조금 전까지 요리를 하고 있었는지 앞치마를 두른 채 요리를 하고 있던 흑발의 여성, 이면의 지배자…… 아니. 한유리였다.
“나 잠깐 나갈 데가 있어서.”
“나갈 데요?”
조심스러운 표정을 고개를 끄덕이는 김주혁.
그에 한유리는 국자를 입가 근처에 대곤 음, 하고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어디 가시나요?”
“멸망의 탑에 좀…… 성좌 녀석들 얼굴 좀 보려고.”
“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한유리.
그러나 김주혁은 묘하게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유리가 지금 요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점심을 준비하는 것이었고, 자신이 나간다는 것은 그 점심을 먹지 않는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렇기에 슬쩍 눈치를 보던 김주혁이었으나.
“그럼 제가 데려다드릴까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한유리의 물음에 김주혁은 입을 열었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아뇨 뭐, 어차피 저도 잠시 밖에 볼일이 있어서요. 그 김에 같이 나가요. 저는 데려다드리고 볼일 보러 가면 되니까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는 한유리.
그에 김주혁은 슬쩍 눈치를 바라보다 정말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듯한 모습에 그제야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부탁할게.”
“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여보.”
김주혁의 말에 활기차게 대답하며 안으로 들어가는 한유리.
최근에는 다크서클이 가득했던 눈가가 완전히 바뀌어 굉장히 서글서글한 인상의 미녀가 된 그녀를 기다린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제 가볼까요?”
“그래.”
곧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한유리를 바라본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그녀는 자신의 앞에 검은 공간을 열었다.
그에 한유리와 함께 의심없이 검은 공간으로 들어가는 김주혁.
그리고 그 다음 김주혁이 본 것은 멸망의 탑 내부에 만들어져있는 인조 도시가 아닌,
“……응?”
자목련이 가득 피어있는 어느 한 푸른 초원이었다.
운치 좋게 피어 있는 수많은 자목련을 순간 멍하니 바라보던 김주혁은 곧바로 시선을 돌려 한유리를 바라보았고.
“아, 죄송해요. 좌표를 잘못 연결해서 멸망의 탑이 아니라 제가 저번에 여보랑 같이 오려고 했던 곳에 와버렸네요.”
“아, 그래?”
그 말을 들은 순간 김주혁은 상황이 무엇인가 잘못돌아가고 있음을 강하게 깨달았다.
“그렇구나…….”
“예쁘죠?”
“예쁘네.”
김주혁의 한마디.
그에 한유리는 김주혁의 곁으로 다가와 김주혁의 왼손에 깍지를 끼고 손을 잡은채 한동안 아름답게 피어있는 자목련을 바라봤고.
“우리 이왕에 여기에 왔는데 꽃놀이라도 조금 할까요?”
“꽃놀이……? 근데 여기에는 아무것도-”
“짠-”
김주혁의 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도시락통으 보여주는 한유리.
그 도시락 통을 보는 순간 김주혁은 순식간에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를 깨달아 버렸고.
“게다가 도시락을 드시고 난 뒤에는 아름다운 꽃도…… 한송이 정도는 따야 하지 않을까요?”
곧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하는 한유리의 말에.
‘당했다.’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