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78
◈ 78화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3)
이면의 지배자는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오늘 안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승님과의 재회가 생각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면의 지배자는 초조했고, 동시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설마 내가 착각한 걸까?’
단 한 문장의 스쳐 지나가는 생각.
혹시 자신이 착각을 하고 있었다면?
사실 스승님이 아직 환생하신 게 아니라면?
자신이 스승님이 나온 것으로 착각을 해 설레발을 치고 헛짓을 했던 거라면?
그 생각을 스쳐 지나가듯 한 것만으로도 온몸에 가득 들어차기 시작하는 절망감과 무력감.
그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는 되뇌었다.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면의 지배자는 자신의 보물을 모아두는 창고 한가운데에 매우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는 하나의 반지를 떠올렸다.
그 반지는 틀림없는 스승님의 것이었고.
스승님이 다시 세상에 나오지 않는 한 그 반지가 자신의 손에 흘러들어오는 일은 있을 수 없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스승님이 환생하지 않았다는 절망적인 상황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 스스로 쌓아온 것을 전부 무너뜨려 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최대한 자신의 몸 안에 들이차는 절망감을 억누르며 계약자가 좋은 소식을 가져오기를 기다렸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
그녀는 저도 모르게 환희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바로 블랙 캣이 받아 든 한 장의 편지 때문.
그 편지는 그녀가 블랙 캣을 시켜 그를 포함한 총 다섯 명의 후보들에게 전한 편지였고.
블랙 캣이 넘겨받은 그 편지에는 ‘답변’이 적혀 있었다.
그래. 답변이었다.
스승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모를 수밖에 없는 그 문자로 적혀진 편지에, 답변이 적혀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쓴 문자와 같은 문자로 적혀 있는 답변이.
그렇기에 그녀는 환희하며 곧 블랙 캣의 눈을 빌려 편지지에 적혀 있는 답변을 읽었고.
‘‘아니’……라고?’
곧 그 편지에 써져 있는 답변에 저도 모르게 의문을 가졌으나.
이내 얼마 있지 않아, 그녀는 그 문자가 스승님만이 알고 있는 문자로 쓰여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드디어 만났어…….”
이내 환희에 찬 미소를 지으며 환희에 찬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XXXX
그 직후.
“이 지팡이를 잡으시면, 성좌님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제자를 만난 뒤로 이전보다도 더더욱 공손해진 블랙 캣의 모습에 김주혁은 망설임 없이 그가 어디선가 가지고 나온 지팡이를 쥐었고.
“!”
그와 함께 김주혁은 굉장히 익숙한 감각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이 조금 전 만진 성유물의 안쪽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스승님……맞죠?”
김주혁은 자신의 맞은편에 서 있는, 굉장히 낯이 익은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허리를 넘어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환희와 불안감을 동시에 머금고 있는 눈동자와 그 아래로 드리워 있는 다크서클.
그런 그녀의 모습이 굉장히 낯이 익어서,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으나 이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
허나 그럼에도 김주혁은 곧 얼굴을 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뿐, 김주혁은 그녀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현재 김주혁의 앞에 서 있는 녀석은.
“우리 발광이 오랜만이네?”
자신의 제자가 확실했으니까.
“아…….”
김주혁의 인사에 이면의 지배자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 나왔다.
놀란 의미의 탄성도.
반대로 아쉽다는 의미의 탄성도 아닌, 그저 나지막한 탄성.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벌렸던 입을 몇 번이고 열었다 닫았고, 또 한번 물었다.
“스, 승님?”
“그래.”
“스승님……맞죠?”
“맞다니까.”
“스승님……정말로 맞죠?”
“몇 번이나 말하게 해? 맞다니까?”
도대체 몇 번이냐 말하게 하냐며 슬쩍 인상을 찌푸리는 김주혁.
누군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재회한 제자에게 너무한 게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아…….”
그녀는, 오히려 그런 김주혁의 모습에 이전보다도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주혁이 그녀를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 또한 그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김주혁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도 자신의 스승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스승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고.
자신의 스승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스승이 부끄러울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자신의 스승이 화가 났을 때 어떤 말을 하는지.
자신의 스승이 피곤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 지 같은, 매우 사소한 것들도, 그녀는 모조리 알고 있었다.
그래,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그렇기에.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미천한 제자가…… 스승님을 뵙습니다.”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김주혁이, 자신의 스승님이라는 사실을.
XXXX
그 뒤로 김주혁은 오래간만에 재회한 자신의 제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장 김주혁이 죽고 나서부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부터 시작해서
그녀가 이름을 빼앗긴 뒤 성좌가 되고 나서 어떻게 살아왔는지까지.
그런 일련의 대화를 통해 김주혁은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녀 또한 모질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환생할 거라는 것을 알려주는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의 사실은 바로 그녀가 현재 전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마켓을 만든 이유가 자신을 찾기 위해서였다는 것이었다.
그 이외에도 어떻게 김주혁이 지금 이때 환생한 것을 알아챘는지, 또 어떻게 자신을 찾았는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는.
“……그래서, 저게 내 선물이라고?”
“네, 스승님을 위한 제 선물이에요.”
곧 그녀가 만들어낸 화면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선물을 볼 수 있었다.
“…….”
그것은 빌딩이었다.
김주혁이 처음 마켓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중앙에 있는 매우 거대한 빌딩.
이런 펑크해 보이는 세계관 한가운데에 솟아 있는 현대적인 양식의 빌딩은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이질적이었지만, 그보다도 빌딩이 더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저거, 진짜 다 돈이냐?”
“당연하죠! 제가 설마 스승님에게 드릴 선물을 허투루 준비했을까요?”
“…….”
그 빌딩이 겉면이, 모조리 돈으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다 돈이라고?”
“그럼요! 스승님이 예전에 항상 말씀하셨잖아요? 모조리 돈으로 이루어진 빌딩에서 살고 싶으시다고요.”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그녀의 말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 리가 없었다.
그래, 그런 이야기를 했을 리가……
“……어?”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것도 아주 예전의.
더 정확히 말하면 김주혁이 그녀를 제자로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나누었던 대화를.
‘야, 돈으로 만들어진 빌딩에서 살고 싶다.’
‘돈으로 만들어진 빌딩이요?’
‘그래, 모조리 돈으로 만들어져 있는 빌딩에서 개백수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돈 걱정도 하나도 안 하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
‘그게 스승님의 꿈인가요?’
‘어, 꿈이야.’
‘그럼, 제가 이뤄드릴게요.’
‘그래 나한테 열심히 배워서 나 부양 좀 해라.’
‘스승님을 원하시는 거라면 어떻게든 해드릴게요!’
아주 큰 결심을 했다는 듯 얼굴을 굳힌 채 고개를 굳게 끄덕이는 그녀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린 김주혁은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했었네.”
“그렇죠?”
“근데…….”
“근데……?”
그거, 그냥 해본 말인데, 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올랐으나 김주혁은 이내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그 말 대신 다른 말을 입에 담았고.
“아니야, 고마워.”
“……!”
그런 김주혁의 한마디에 너무나도 놀랐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뜬 그녀는 이내 환한 웃음을 짓곤.
“별말씀을요! 스승님이 기거하실 곳인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죠!”
그렇게 말했다.
그에 김주혁은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음?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누가 기거한다고?”
“네? 그야 당연히 스승님이죠. 스승님을 위해 만든 빌딩이니까요!”
활기찬 웃음과 함께 입을 여는 그녀.
그러나 김주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내가?”
“아, 혹시 내구성이 걱정되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스승님! 저건 어디까지나 외벽이고 철저한 마법처리를 해서 빌딩이 무너질 염려는 없거든요!”
“……??”
“……?”
“아니…….”
“……왜 그러세요, 스승님?”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는 그녀.
그에 김주혁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한 번 더 갸웃하더니 대답했다.
“나는 여기에 살 생각이 없는데?”
“……네?”
“살 생각 없다고.”
김주혁의 대답.
그에 그녀는 마치 현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왜요?”
조금 전과는 다른, 공허한 느낌이 드는 그녀의 말.
아니, 정확히는 이 대화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김주혁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물음에 그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려고 했으나.
“왜긴 왜야, 애초에 지금-”
“왜요?”
“?”
그러지 못했다.
“왜요? 왜요?”
“??”
그리고.
“왜요? 왜요? 왜요?”
“아니 그러니까-”
“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
곧 김주혁은, 순식간에 망가진 기계처럼 입을 열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저도 모르게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