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8
◈ 008화. 너는 또 뭐냐? (3)
김주혁은 물론 비고가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이 혹시나 해서 넣어놓은 특수한 감지법에만 반응하는 마력구슬이 반응했으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더 잘 보존되어 있는데?”
비고는 김주혁의 생각보다도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물론 마법 처리를 해놓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 김주혁은 300년이라는 긴 세월에 의해 비고가 어느 정도는 훼손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으나 솔직히 이렇게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아무튼, 결론은 비고가 제 생각보다도 더 잘 보존되어 있어서 김주혁의 기분이 매우 좋다는 것이었다.
“자 한번 볼까.”
퉁! 퉁!
김주혁은 열심히 삽으로 문 여기저기를 툭툭 건드려 흙을 털어내곤 이내 열쇠를 집어넣을 구멍을 찾고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마력을 손으로 모았다.
우우웅-
며칠 전만 해도 극소량의 마력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느껴졌던 때랑은 다르게 김주혁은 어느 정도 마력을 유형화시킬 수는 있게 되었다.
“쯧.”
물론 유형화를 시킬 수 있을 정도기에 김주혁은 고작 몇 초 정도 마력을 사용했다고 곧바로 피로함을 호소하는 육체에 혀를 차며 유형화된 마력을 실로 만들어 이리저리 꼬기 시작했고.
‘좋아.’
이내 그가 이리저리 꼬아 완벽한 열쇠의 형태를 취하게 된 김주혁의 마력은 순식간에 문의 열쇠 구멍 안으로 들어가.
드르르르륵 찰칵!
300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비고의 문을 열었다.
“너무 좋고~!”
그에 절로 미소를 지은 김주혁은 마력을 사용한 피로감 따위는 잊어버렸다는 듯 힘차게 문을 열었다.
끼기기긱-!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그리고 곧 김주혁은 자신이 300년 전 비고에 채워놓았던 물건들이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짓고는 서둘러 비고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오우 쉣~!”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탄성.
그도 그럴 것이 당장 김현오의 앞에 보이는 것은 상당한 양의 골드바와 여러 가지 반지와 보석들이었다.
그 이외에도 조금은 쓸모 있어 보이는 무기들도 있었으나 사실 그런 현물과 무기보다도 김주혁이 진짜로 찾고 있던 것은 바로 쌓여 있는 골드바 옆에 놓여 있는 검은 돌이었다.
“찾았다……!”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검은 돌 다섯 개.
그것은 바로 저장석(貯藏石)이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조금 이르지만 바로 비고를 찾은 거지.’
솔직히, 그가 처음 비고를 찾으려는 이유는 돈을 수급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환생한 몸인 김주혁은 고아였으니까.
그러나 발할라의 입학시험을 치르며 김주혁의 몸 상태를 확인한 그는 당장 돈이 필요하기보다는 비고에 있는 저장석이 필요하단 것을 깨달았다.
‘솔직히 다섯 개밖에 없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한데.’
분산 투자랍시고 비고 이곳저곳에 자신의 마력을 넣어놓은 저장석을 흩뿌려 놓은 것에 김주혁은 아쉬움을 느꼈으나 어차피 지난 일이었기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애초에 저장석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나.’
그가 비고에 자신의 마력을 담아 놓은 저장석을 넣어놓은 것은 어디까지나 저장석의 마력을 이용해 비고에 걸려 있는 마법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하려는 목적이었다.
‘뭐, 이제 보니까 다섯 개중 하나는 이미 비고의 마법을 유지하는 데 사용된 것 같고…… 남은 건 네 개인가?’
솔직히 네 개만 있어도 당장 지금은 충분했고, 조금 웃기지만 지금의 김주혁으로서는 사실 이 저장석을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었다.
‘억지로 사용하려면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사용해 봤자 저장석의 마력 대부분을 몸으로 흡수하지도 못하고 흘려 버릴 정도로 김주혁의 육체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우선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들어 놓고 나서 저장석을 흡수하면…….’
김주혁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피식 웃고는 시험 삼아 저장석 하나를 쥐고 그 안에 있는 마력을 살짝 끌어내 보았다.
스아아아아- 쿵-!
분명 저장석에 담겨있는 마력을 살짝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밀도 높은 마력에 김주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저장석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뭐, 사실 저장석 안에 있는 것은 자신의 마력이었으나 이 육체를 삽시간에 고칠 방법을 찾을 김주혁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었기에 그는 돌을 주머니에 집어넣곤 생각했다.
‘자 그럼 저장석은 챙겼는데…… 나머지는 어쩔까?’
김주혁은 시선을 돌려 비고에 가득 쌓여 있는 반지들과 금괴들을 바라보며 고민을 했다.
그에게 있어서 이 비고에 있는 것들을 전부 들고 가기에는 좀 힘들었으니까.
그렇다고 놔두자니 이곳은 아무리 사람들이 안 돌아다닌다고 해도 발할라의 부지 내라 안심이 안 되고, 다시 묻어두기에는 다시 파기가 더럽게 힘들었다.
“스읍…….”
그렇게 한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김주혁은 곧 결심했다는 듯 자그마한 보석이나 들고 가기 쉬운 반지를 주머니에 쓸어 담고 비고를 묻어버렸다.
어차피 들키는 것보다는 몇 배 나으니까.
그렇기에 거의 새벽에 가까운 시간까지 열심히 삽질을 해 비고를 완전히 묻어버린 김주혁은.
“아잇 싯팔~ 그냥 다시는 안 판다……!”
그렇게 쌍욕을 하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XXXX
교실 안.
“알려줘.”
“알려줘 무새 어서 오고~”
“알려줘.”
“이제 알려주세요는 안 하냐?”
“알려주세요.”
“응 싫어~”
이제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최아린의 목소리를 받아치고며 그는 피로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죽겠네…….’
김주혁은 어제 달밤에 노가다를 뛴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온몸이 욱씬거리는 근육통.
‘어처구니가 없구만.’
애초에 삽질 조금 과하게 했다고 근육통이 생기는 육체에 김주혁은 새삼스레 감탄하며 육체 단련의 시간표를 새롭게 짜는 중이었다.
어차피 비고를 턴 다음부턴 육체 단련을 계획하고 있었으니까.
“알려주세요.”
허나 최아린은 김주혁이 머릿속으로 시간표를 짤 시간도 주지 않고 입을 열고 있었다.
“알려주세요.”
“…….”
“알려주세요.”
“…….”
“알려주세요.”
“왜?”
“알려-?”
김주혁이 대답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무는 최아린.
그런 그녀를 보며 김주혁은 다시 한번 물었다.
“왜 나한테 알려달라고 하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지만 거진 일주일 동안 김주혁의 옆에서 떠들어댄 결과 그는 이제 그녀의 속내가 궁금해졌다.
“솔직히, 좀 이해가 안 되거든?”
김주혁은 발할라에 입학하고 나서의 일주일을 아주 알차게 보냈다고 자신했다.
당장 첫째 날은 이 몸의 상태 덕분에 한 게 없었으나 둘째 날부터는 비고를 털기 위해 매일 밤마다 삽을 들고 정문이 아닌 창문으로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며 아주 쌩쑈를 했다.
그렇다면 밤이 오기 전에는 무엇을 했나?
바로 300년이나 지나버린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조사했다.
정말 고맙게도 김주혁의 몸에 남아 있는 기본적인 생활지식은 그가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게 해주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며칠간 검색을 반복한 결과 김주혁은 꽤 많은 지식을 습득했고, 5대 가문이 생각보다 더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냥 네 가문에서 알려달라고 하면 되잖아?”
김주혁의 물음.
그에 최아린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아니, 너한테 배워야 해.”
“그러니까 왜?”
“너보다 도를 ‘잘’ 휘두르는 사람을, 나는 지금까지 못 봤으니까.”
최아린의 말에 김주혁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 이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해?”
끄덕.
마치 떠보는듯한 김주혁의 물음에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최아린.
“그럼 네 아버지는?”
“……아버지?”
“그래, 네 아버지는 도(刀)를 주로 사용하는 최진(崔眞) 가문의 머리 아니야? 그럼 나보다 네 아버지가 나보다 도를 잘 쓰지 않아?”
김주혁의 말에 최아린은 입을 열려 했으나-
“김주혁, 교무실로 와라.”
유감스럽게도 최아린의 입은 갑작스레 교실에 들어와 김주혁을 부르는 반의 담임 김이군의 말에 의해 다물어지고 말았다.
“교무실이요?”
귀찮다는 듯 대답하는 김주혁.
그에 김이군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를 바라봤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했다.
“그래, 저번에 부탁했던 건에 대해서다. 듣기 싫나?”
“오, 그건 반가운 소식이니까 들으러 가야죠.”
곧바로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김이군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김주혁.
“아…….”
그에 최아린은 저도 모르게 김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내일 오전 6시 단련장 앞으로.”
“……?”
“싫음 말고.”
곧 그녀는 돌아선 김주혁의 말에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떴고.
끄덕!
-이내 고개를 힘차게 끄덕거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XXXX
교무실 한쪽에 있는 휴게실.
“다음 수업에 들어가야 하니 빠르게 말하도록 하겠다. 우선 네가 말한 ‘성좌의 방’의 출입 권한은 최종적으로 말하면 승인이 되었다.”
“그거 참 좋은 소식이네요.”
김이군의 말에 씨익 웃으며 답하는 김주혁.
그러나 김이군은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 채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지하 1층까지다.”
“지하 1층까지요?”
“그래, 유감이지만 지하 2층은 들어갈 수 없으니 그렇게 알아두도록 해라.”
마치 이 이상은 안 된다는 듯 선을 긋는 김이군.
그에 김주혁은 가볍게 대답했다.
“뭐, 알았어요.”
“?”
“왜 그런 표정으로 봐요?”
김주혁의 물음에 그는 괜스레 무안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답했다.
“아니,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김이군은 그가 왜 지하 1층밖에 내려가지 못하냐고 따질 줄 알았기에 나름대로 대비까지 하고 왔었는데.
‘……뭐지?’
오히려 너무나도 쉽게 수긍하는 김주혁의 모습에 오히려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튼, 이제 방에 들어가는 날을 정해야 하는데, 언제 들어가고 싶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저는 당장 오늘도 좋은데요.”
“유감이지만 오늘은 불가능하다. 내일이라면 가능하겠지만.”
“그럼 내일로 하죠. 뭐.”
가볍게 답하는 김주혁.
그의 모습에 김이군은 새삼스레 어째서 김주혁이 성좌의 방에 들어가려는 지에 대해 궁금해졌으나 이내 그 생각을 떨쳤다.
이미 지하 1층 정도이기는 하지만 성좌의 방에 들어가도 된다고 승인이 된 시점에서 김이군이 굳이 그 사항에 대해 더 신경 쓸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귀찮은 것을 싫어했다.
“그럼 할 말은 끝났으니 돌아가도록 해라. 성좌의 방에 출입하는 것은 내일 수업이 끝난 뒤로 해두도록 할 테니.”
“돌아가기 전에 궁금한 게 하나 생겼는데 질문해도 됩니까?”
“해 봐라.”
“제가 아주 만약에라도 지하 2층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제가 범죄자가 되진 않죠?”
“그건 당연한 이야기다. 물론 그 책임을 물어 발할라에서 퇴학은 당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퇴학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네 몸을 걱정하는 것이 좋을 거다.”
“왜요?”
“만약 네가 지하 2층에 다가가면 퇴학당하는 것보다 성좌들의 마력접촉에 버티지 못해 광인이 되는 게 더 빠를 테니까.”
김이군의 말에 김주혁은 굉장히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짓더니.
“아하, 그럼 듣고 싶은 것도 들었으니 저는 가볼게요.”
굉장히 마음에 든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휴게실에서 나가 버렸다.
“……뭐지?”
그 모습을 보며 김이군은 왠지 느껴지는 불안감에 그가 나간 자리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리고.
“네가 김주혁이냐?”
교무실을 떠나 교실로 돌아가고 있던 김주혁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양아치들은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