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21
제121화
#121. 정상회담 (1)
한한령과 한중령으로 긴장이 고조된 동아시아.
시국이 시국인 만큼 미국 부통령의 방한은 세간의 시선을 어느 때보다 끌었다.
“속보! 미국 바이든 부통령, 청와대보다 SR 먼저 찾아.”
“성세류와 5시간 대화한 바이든, 박 대통령과는 5분 대화하고 말아.”
“미국마저 외면한 청와대, 기업보다 못한 취급.”
“대한민국은 왕정국가인가? 성세류 임금의 SR 왕국이라 부르자…… 누리꾼들 냉소.”
방한한 바이든은 제일 먼저 SR을 찾았고 나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후, 형식적으로 청와대에 웨이포인트만 찍고서 바로 중국으로 향했다.
“한한령에 대한 중재라?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한한령, 한중령 중재에 성세류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만 알아 두세요.”
“물, 물론입니다.”
“그런 성세류 회장과 SR을 최근 한국 정부가 적대한 것을 미국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변명할 시간에 한미일 동맹에 서둘러 협조하세요.”
“……알겠습니다.”
바이든을 배웅하고 그가 청와대에서 나눴던 대화를 감청하는데.
“그나저나 아무리 미래시 이용이 좋다고 해도요~.”
옆에 있던 세라가 입을 열었다.
“지금 대통령과 그 비선 실세를 포섭해서 이용하는 게 더 낫지 않나요? 꼭두각시로 부려 먹는 건 차기 대통령보다 지금이 더 쉬워 보이는데?”
“아아, 그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지.”
그녀의 물음에 나는 왜 지금 정부를 손절했는지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정권은 지나친 친중 정책으로 미국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태야. 이런 답 없는 정권을 키워 봤자 이득이 없어. 미국과 사이가 어색해질 위험도 있고.”
“그래서 초반엔 그냥 방관만 하셨군요!”
“맞아, 적당히 협조해 주고 적당히 거리를 뒀지. 하지만 계속 그렇게 스탠스를 취하니까 점점 선을 넘더군?”
“원래 인간, 특히 정치인들은 욕심이 과하죠. 자기 객관화도 덜 되어 있고.”
만약 지금 정부가 우리를 소 닭 보듯 했으면 중간은 갔을 것이다. 어쩌면 원역사와 같은 몰락은 걷지 않았을 터.
그런데 이것들은 선을 넘었다. 자꾸 중국 전승절에 날 동행하려 했고 이걸 거절하니까 주제도 모르고 도발을 건 것이다.
“사람 중에 말로 해서 알아듣는 사람은 드물어. 대부분 대가리가 깨져 봐야 정신을 차리지.”
“우릴 대적하면 정부 또한 대명과 미래차 꼴이 난다는 것을 보여 준 셈이에요!”
“맞아, 우릴 건드리면 정권마저도 위태롭다는 교훈을 널리 알린 것이지. 그리고 이유가 하나 더 있어.”
“이유가 더 있어요?”
“어쩌면 이게 더 중요하지.”
“헤에에?”
“기업 국가의 전제조건은 시민국가의 몰락이야.”
“?!”
“그리고 이 시민 국가 몰락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혐오와 갈등’이지.”
세라에게 설명하는 내 표정은 아마도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는 흑막 그 자체일 터.
“한국에서 이 ‘혐오와 갈등’을 제일 잘 다루는 게 어디의 누구들이지?”
“!!”
남녀 갈등, MZ 같은 세대 갈라치기 등등등, 이 분야 프로페셔널들이 바로 차기 정권 인사들이다.
“우린 그들의 집권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에요!”
“절로 시민 국가를 회 떠서 오마카세 해 주겠다는데 오히려 감사해야지.”
“만약 차기 정부에서도 자기 객관화를 못 해서 우릴 물려 하면 어쩌죠?”
“내가 왜 이번에 무리까지 해 가면서 한중령을 했을까? 내가 왜 본사 이전과 미국 망명 공갈 카드를 안 쓰고 묵혀 뒀겠냐?”
“호에에에엣!”
이번 한중령으로 나와 SR의 이미지는 한국에서 신성불가침이 되었다.
이런 기업을 또 적대한다?
머리가 달려 있다면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겠지.
“대표적으로 지금 미래차의 꼬라지를 봐라. 얘네 완전히 재기 불능이 됐잖아?”
“걔들은 진짜 멍청한 것이에요.”
“살짝 아쉽긴 해. 잊을 만하면 자잘하게 덤벼들어서 심심하지 않았었는데.”
“하지만 이젠 완전히 못 보게 되었죠. 대명처럼요.”
내 입으로 말하기 좀 머쓱하지만, 현재 한중령으로 한국 내에서 내 이미지는 국부(國父)에 가까웠다.
평소 나와 SR에 대한 각종 음모론을 이용해 돈을 벌어먹던 렉카 양반들도 요즘만큼은 최소한 아닥을 했다.
하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했던가?
“SR이 지금 중국이랑 전쟁 중이다!”
“아무리 SR이라도 중국은 무리야. 그 무한한 현금도 바닥을 보일 터!”
“지금 SR을 공격하자!”
SR에게 원한이 많았던 미래차그룹에서는 이때를 이용하려 했다. 어리석게도.
“중국과 손을 잡자!”
“한국 정부가 힘이 없다면 중국의 힘을 빌리자!”
그들은 결국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넜다.
“쯧, 자살 방법도 가지가지군.”
“저건 자살도 아니야 그냥 자연사지.”
이런 움직임을 샅샅이 스캔 중이던 우리 법무팀과 오라클, 전략공보실은 바로 대응에 들어갔다.
-충격! 미래, 지아차그룹, 중국과 손잡고 SR을 공격.
-그들은 21세기 원균인가? 이완용인가?! 도와주지 못할망정 등에 칼을 꽂는 매국노 기업들.
“SBC에서 단독으로 녹취록을 입수했습니다.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SR을 공격하기 위해 미래차그룹 임원 회의에서 중국에…….”
“국회에서는 이번 미래, 지아차그룹의 행태를 용납할 수 없는 매국 행위로 규탄했습니다.”
“전경련에서 만장일치로 미래, 지아차의 제명을 결의했습니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번 미래자동차와 중국의 동맹을 국보법 위반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온 언론이 미래, 지아차를 십자 포화하기 시작했다.
“매국노 새끼들!”
“이완용 같은 놈들! 죽여! 죽여 버려!”
“미래차 개X끼들, 내수 차별할 때부터 알아봤어! 이 을사오적 같은 새끼들!”
-개는 출입 가능. but 미래, 지아차 임직원은 출입 금지.
-거리 곳곳에서 미래, 지아차의 신형 모델들 잇따라 테러.
-얼굴 가리고 출퇴근하는 미래차 임직원들.
결국 그들의 마지막 공격은 시작도 하기 전에 산산조각 났다.
공격도 산산조각, 기업도 산산조각.
우리 법무팀에 종종 소소한 재미를 주었던 굴지의 대기업이 몰락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최근 있었던 안타까운(?) 경쟁 업체의 사망 선고를 떠올리고 있는데.
“회장님, 현재 중국 내에서 진행 중인 세미 V데이 프로젝트요.”
세라가 다음 안건을 물고 왔다.
“효과가 생각보다 약하지? 산발적인 반정부 시위 몇 번이 전부니까.”
“애초에 심도를 약하게 설정했잖아요?”
최근 우리는 중국 내부를 흔들기 위해 과거 용공 시위대에게 사용했던 광역 초저주파를 중국 대도시 곳곳에 발동했다.
하지만 초저주파의 심도를 옅게 설정하다 보니, 딱히 유의미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애초에 워낙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제한된 사회였고, 어릴 적부터 중화사상으로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받은 중국인들이라서 더욱 효과가 없었다.
“어떡할까요? 지금이라도 수성시에서 했던 수준의 심도로 올릴까요?”
미지근한 중국 내 반응에 입맛을 다신 세라는 내게 물었다.
“아니, 그건 진짜 최후의 수단 중 하나야. 아직 중국은 빨아 먹을 게 많아.”
나는 고개를 바로 저었다.
전에 수성시 제2캠퍼스에서 했던 것처럼 폭력성을 극대화해서 중국 전역에 유혈 사태를 일으킬 수는 있다.
하지만 이걸 지금 이 시국에 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이득도 없는 일을 의심까지 받으며 굳이 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전혀 효과 없는 것은 아니잖아?”
나는 세라에게 모니터의 어떤 화면을 가리켰다.
-중국계몽단 모임
-자유 중국 시대 혁명
-중국 탈출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곳에는 최근 국내를 비롯한 해외 사이트 곳곳에 생성된 각종 중국인 커뮤니티들이 가득했다.
“하긴, 첫술부터 배부를 필요는 없는 것이에요.”
“AI의 도래로 중국의 사이버 만리장성은 의미를 잃었어.”
“이걸 시작으로 차츰차츰 분열을 계획하시는 거군요?”
“비록 미약한 시작이지만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에는 보통 경종이 아닐 거야. 분명 지금 우리와의 싸움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겠지.”
“이것도 곧 다가올 협상에 이용할 수도 있겠어요.”
“맞아. 우린 한중령과 더불어 VPN 검열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가지게 된 셈이지.”
조만간 영국, 미국에 이어서 ‘중국 담당 일진’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는 나와 세라의 소소한 대화였다.
* * *
중국은 단순히 인구만 많은 인도, 아프리카, 남미와 다르다.
14억의 단일 시장, 안정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정치 체제.
유교 문화의 잔재로 높은 교육열이 있었고, 이로 인해 매년 천만 단위로 양질의 노동력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다 사회주의 체제라서 그런지 국민들이 정부 지침에 순종적이고 근면한 편이다.
무엇보다 적당한 소비 수준을 갖춘 소비자가 기본 억 단위다.
위의 것들은 인도와 아프리카, 남미 같은 나라가 절대 가지지 못하는 메리트들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런 중국의 강점을 아주 잘 알았다.
“그래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시게? 매출의 70퍼센트를 중국에 의존하는 귀사가?”
“우리가 이렇게 많이 사 주는데, 합작회사 하나 안 만들어 주나?”
“그 기술만 이전해 주면 이번 사업건, 당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지.”
당연하지만 이걸 무기로 갑질을 많이 해 왔었다.
“하나의 중국, 적극 지지합니다! 물론 중국몽과도 함께해야죠!”
“합작회사, 당연히 들어가야죠! 공장이랑 연구소도 중국에 짓겠습니다!”
“기술 이전이요? 으음, 이건 좀……. 아니, 아닙니다!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효과는 엄청났다.
어떤 외국 기업도, 또 어떤 국가도 중국을 무시하지 못했다.
심지어 미국조차 14억 단일 시장을 가진 중국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랬는데…….
아무도 중국의 14억 단일 시장을 함부로 여기지 못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 기조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대강당.
“…….”
“…….”
다소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고위층이 자리에 앉았다.
“하하하하…….”
맞은편에는 한국을 찍고 중국으로 막 날아온 바이든이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이렇게 직접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시 주석님.] [그러고 보니 미스터 성은 아직 중국에 방문을 안 했었지요?] [바쁘게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번 회담이 잘 끝나면 한번 방문해 볼 수도 있겠죠.]그런 바이든 옆에는 홀로그램 상태의 성세류와 오바마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홀로그램 성세류 뒤에는 바이든과 함께 중국으로 온 마민수와 김희국이 검은색 SR 유니폼을 입고 서 있었다.
“이 회담에 한국 정부는 없는 거요?”
회담장을 물끄러미 둘러보던 한 중국 공산당 간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무심코 물었다.
“주중 한국 대사라도 불러올까요?”
그 물음에 마민수 전무가 태연히 되물었다.
“됐네. 와 봤자 의미도 없겠군, 지금 한국 꼬라지를 보면.”
그러자 의문을 표했던 공산당 간부가 이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냉소했다.
방금 둘의 대화처럼, 이 회담에 대한민국 정부 소속 관료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상 기업 하나가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를 먹었군.’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흔한 일이지. 하지만 한국 같은 선진국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다니.’
‘진정한 메가코프가 등장한 셈이지.’
‘이건 한국이 못나서가 아니야. SR이 너무 잘나서지.’
‘한편으론 한국인들이 부럽군.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 대신, SR 같은 유능한 기업이 다스리면 오히려 복 받은 거 아닌가?’
어떤 의미에선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회담이 본격 시작되기 전,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너도나도 이 역사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쩌면 방금 마민수와 공산당 간부의 대화도 실렸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이 세계 뉴스 톱에 실시간으로 올라올 때쯤.
“알립니다. 지금부터 회담이 시작됩니다. 비공개 회담이므로 기자분들은 기자실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회담장 문이 닫히고 미국, 중국, SR의 3자 회담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