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59
제159화
#159. 또 다른 SR데이 (2)
생각해 보니 사업을 본격적으로 일으킨 후로는 그녀와 단둘이 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캠퍼스 내에서 돌아다닌 정도?
군복무 때 했던 여행이 있지만, 그건 증강현실 속 세라와 했던 여행이다. 지금의 육신을 가진 세라와는 단둘이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한 적이 없었다.
“단둘이 월드SR을 거닐면서 데이트하는 그날! 그날을 위해서 지금은 참고 있는 것이에요.”
“뭐, 올해나 내년쯤일 거야. 네오제 중국 회원들이 코로나 터트리는 거. 원역사보다 1년 이르군.”
그리고 우리는 월드SR을 합법적으로 텅 비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개장이나 정비를 핑계로 며칠 휴무로 돌리면 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성공적으로 시작을 알린 평창올림픽이지만 북한의 불참이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북한이 올림픽 기간을 이용해 도발을 감행할 것을 대비해 군에서는 만반의 경계 태세를 유지 중입니다.
한편, 휴전선에는 오늘도 국군 용사들이 경비 태세를 유지 중이며, SR의 군용 AI와 군용 드론을 배치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총 61명의 월북자와 탈북자를 적발했습니다.”
세라와 곧 다가올 코시국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문득 TV에서 북한과 관련된 뉴스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원역사와 다르지요?”
“원래는 이때 남북이 화해 모드였지. 김여정이 직접 개회식에 참석도 했었고.”
북한은 나와 SR 그리고 세류교의 나비효과로 원역사와 완전히 다른 행보를 걷고 있었다.
원역사에서는 친북 성향의 정부가 집권하자, 조금이라도 쌀을 뜯기 위해 대화와 개방의 스탠스를 취하는 ‘척’했지만, 지금은 철저한 침묵 중이다.
개회식에 김여정이 참석하고 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을 만드는 등의 일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상태로는 원역사에 있었던 하노이 회담도, 판문점 정상 회담도 없겠어.”
“어차피 그 회담들 다 실패하잖아요?”
“분해제 때문에 이번엔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
원역사에서 김정은은 핵을 절반 정도 숨겨 두고서 경제 지원을 받으려 했고, 하노이에서 트럼프와 회담을 벌인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 또한 이런 북한의 수작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를 묵인하고 경제 지원을 하려 했었다.
일본에서 끼어들기 전까진 말이다.
북한의 개혁 개방은 곧 한반도의 성장임을 잘 아는 일본은 이를 무조건 막고 싶었고, 중국 또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원치 않았기에 모처럼 일본과 중국이 손을 잡았다.
그렇게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은 일본 사사카와 재단이 트럼프에게 로비를 오지게 퍼부었고, 결국 일본의 로비에 넘어간 트럼프가 판을 엎어 버리면서 북한의 마지막 기회는 그렇게 끝이 난다.
“뭐, 우리야 좋지만.”
원역사에서의 북미 하노이 회담을 떠올린 나는 피식 웃었다.
“북한의 개혁 개방을 원하지 않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잖아?”
“와아! 지금 회장님 표정 딱 네오제의 그랜드마스터들이 짓는 표정이에요!”
“욕한 거니?”
“칭찬이거든요! ……제 기준으로는요?”
“하여간 울트론의 딸 아니랄까…….”
“어? 지금 그 말 칭찬인가요?”
“욕이야!”
“우우우우우!”
나와 세라는 올림픽 개회식을 보면서 투닥거렸다.
“아! 맞다!”
그러다가 세라가 눈을 크게 뜨면서 뭔가 떠올랐다는 듯한 반응을 취한다.
“뭐? 왜?”
늘 그렇지만, 쟤가 저럴 때마다 은근히 불안해진다.
“그거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거?”
“최근 발의된 로봇세요. 대통령부터 국회까지 되게 진심인 거 같던데요?”
“확실히……. 이번에 발의된 로봇세는 통과까지 시간문제지.”
“무슨 의도일까요? 특히 의료계랑 사법계 반발이 장난 아닐 텐데요?”
“과연 그럴까?”
“음?”
“어차피 다가올 흐름이야. 그럴 바엔 차라리 최대한 유리한 관계에서 적응하는 게 낫겠지.”
“AI를 철저한 보조자 수단으로 쓰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 밥그릇도 지키면서 일도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오히려 이득일 거야.”
“문제는 블루칼라들이네요?”
“어차피 지금 대한민국 블루칼라 중 절반이 외노자야. 의외로 표심은 크게 지장 없어.”
“괜히 로봇세를 결심한 것이 아니군요.”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표면적인 이유일 거야.”
“진짜가 따로 있나요?”
“지금 국민이 SR에게 가지고 있는 인식과 감정을 바꾸려는 거겠지.”
“……?”
내 말에 세라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이야 절대다수의 국민이 우리 울타리를 희망과 동경으로 보고 있지만, 로봇세가 통과되고 점차 이 울타리가 끊어진 사다리처럼 느껴지면 어떻게 될까?”
나는 그런 세라에게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희망과 동경이 절망과 분노, 박탈감으로 변하는 것이에요. SR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인 민심이 사라지는 것이죠. 그리고 정치인들은 표로 움직이는 생명체죠.”
세라는 눈을 크게 뜨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막아야 하지 않나요? 당장 마민수 전무에게 봄바람을 좀 세게 틀라고 할게요.”
“아니, 내버려 둬.”
“에?”
“슬슬 할 때가 됐지.”
뭐랄까, 지금 내 목소리에서 어째 혈향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건국 과정에서 피가 안 흐르면 그게 이상한 법이지.”
“독립전쟁!!”
“전쟁이라……. 전쟁이라 부르기도 불가능한 일방적인 싸움이 되겠지만.”
대화를 나누는 세라와 내 표정이 무겁고 비열한 흑막으로 물들었다.
“슬슬 가디언즈의 숫자를 더 늘리도록 해. 군에 틀고 있는 봄바람도 지금의 고위 간부 위주에서 중하급 간부까지 확대하고, 공보실에 얘기해서 예비역 챙겨 주는 건 SR밖에 없다고 다시 한번 프레임 구축해.”
“정부의 남녀 갈라치기와 군인 홀대 템포에 맞춰서 진행하도록 할게요!”
“그래.”
원래 사람 중 말로 해서 알아듣는 사람은 몇 없다.
예로부터 압도적인 폭력이야말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해 줬다.
* * *
현재 북한은 원역사처럼 궁핍하지 않았다. 세류교와 이를 지원하는 블랙드래곤 때문에 민간 시장에 식량과 같은 생필품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생필품은 세류교도일수록 더 많이, 더 빨리 접할 수 있었다.
“남조선 이 간나 ×끼들이! 감히 자본가와 짜고 우리 공화국을 무너뜨리려 해?!”
“그러면서 뭐?! 대화를 하자고?! 절대 남조선 문경인에게 응하지 마라!”
당연하지만 북한 내 세류교는 보위부를 비롯한 북한 수뇌부에게 어느 순간 적발되었다.
“당장 그 세류교인가를 전부 박멸하라우! 세류교를 지원하는 중국 측 배후도 알아보고.”
“흑룡? 그거 중국 회사 아니야? 그게 왜 세류교로 퍼지는 거야?! 중국 아×끼들이 정신 놓았어?!”
“되놈들! 우리 공화국 뒤에서 못살게 굴고 먹어 치우려는 속셈 본 거 어디 하루 이틀이디? 이제야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군.”
“막아!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자를 전부 막아!”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최고위층은 노발대발했지만.
“세류교를 박멸하라고? 그…… 윗분들이 현실을 잘 모르시나 보오?”
“당장 세류교에서 주는 의약품 없으면 내 아들이랑 어바이부터 골골 앓게 생겼는데!”
현장의 중하급 간부들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세류교 박멸을 하게 되면 둘 중 하나야. 평양을 제외한 공화국 전체가 사라지거나, 아니면 당이 전복되거나.”
“세류교에서 말하길, 백두산이 폭발할 때 성세류 회장이 직접 우리 북조선에 온다지 않았메? 지금부터라도 처신 잘해야지.”
“중국 쪽 국경이 막혔다고? 뭐, 우리가 언제 그쪽으로만 거래했니? 세류교 보따리상들에게 전하라우. 도덕(뇌물)만 잘 보이면 봐준다고.”
이미 절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세류교가 아니면 살 수 없는 몸이 돼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북한 세류교는 지방을 넘어서 북한의 본체이기도 한 ‘평양’에까지 미치게 되었으니.
“듣기론 남조선의 SR과 성세류는 미국이랑 중국도 함부로 못 한다고 하지?”
“세류교는 남조선의 성세류가 우리 북조선을 탐내는 가장 큰 증거야!”
“미국이랑 중국도 함부로 못 하는 기업을 우리가 어떻게 이겨?!”
“이럴 바엔 미리미리 보험을 들어 놓자!”
차이점이 있다면 평양의 고위층들은 세류교를 생존이 아닌 보험과 국뽕처럼 대한다는 점이었다.
북한 평양은 북한 내에서 최고 엘리트들만이 살 수 있는 곳이다.
출신 성분부터 충성심, 능력까지 모든 것이 철저해야만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한 그들이라도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참지 못하는 법.
특히 남한 드라마나 영화, 뉴스는 엄청난 문화적, 지적 갈증을 유발했다.
“그럼! 지금부터 2017년 SR데이의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베타 철이라고 합니다. 실제 뼈와 강도와 무게가 흡사하고 면역 거부 반응도 일지 않습니다.
여기에 IPS 세포 치료법으로 소실된 신경과 근육, 피부들을 붙이면 진짜 같은 팔과 다리가 완성됩니다.
SSR! SSR! SSR! SSR! SSR!
바로 지금! 바로 지금! 바로 지금!”
세류교도들은 이런 엘리트층들의 갈증을 정확히 캐치하고는 어떤 편집된 영상물들을 평양에 반입했다.
바로 세류교 내에서 성경과 더불어 알뜰하게 쓰이는 SR과 성세류 관련 영상물들이었다.
“눈부시게 발전한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압도적으로 높아진 국격에 국민의 자부심은 충만해졌고, 대한민국은 이제 명실상부 전 세계가 인정한 선진국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이라 하면 세계에서 가장 과학 기술이 발전한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특히, 작년 SR데이와 올해 올림픽은 평양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우린 손전화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남조선은 언제 저렇게 발전한 거지?”
“남조선이 잘산다는 소린 들었지만, 저 정도였을 줄이야.”
“그, 남조선 연속극 〈SR〉이라는 거, 그것만 봐도 바깥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 중이지.”
“남조선은 세계 속 일류가 되어 가는데 우리는…….”
막연한 박탈감과 답답함이 평양 고위층 전체를 강타했다.
“아니! 아직 희망은 있어!”
“세류교! 세류교야말로 우리 공화국의 희망이야!”
그러나 인간은 본래 정신 승리의 종족.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어떻게든 희망 회로를 그리는 게 인간인 법.
“위에서는 세류교를 박멸하라고 하지만…….”
“생각해 보라우! 지금 세류교를 박해하면 나중에 성세류 회장이 우리 공화국에 왔을 때 과연 어떻게 되겠어?”
“위에는 다른 범죄자 놈들로 보고하자!”
“이럴 게 아니라 이참에 우리 사람들도 세류교를 믿자!”
“세류교를 믿으면 우리도 앞서 나가고 있는 거야!”
북한의 상류층들은 세계에서 완전히 도태되었다는 상실감을 세류교로 채우기 시작했다.
‘세류교만 믿으면 우리는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믿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편, 세계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중국에서는…….
“으음, 블랙드래곤 본사와 주요 공장들을 다롄을 비롯한 동북삼성에 넣은 게 이 때문인가?”
“조선에서 연일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사회주의의 수치 따위가 항의해 봤자지.”
세류교로 난리 난 북한 내 사정을 당연히 파악하고 있었다.
“흑룡, 아니, 성세류의 의도가 뭔지 알아봤나?”
“SR에서는 공식적으로 이 모든 일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에서 SR의 오라클 요원들이 활동 중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성세류가 북한에 나라를 세우려는 걸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SR이 점점 선을 넘는군. 아니, 이미 선은 넘은 지 오래였지.”
북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블랙드래곤과 세류교.
중국 입장에선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세류가 세운 기업 국가가 우리와 국경을 맞닿는다, 라. 이걸 방해하면 어떻게 되겠나?”
“아마 SR이 만든 새로운 제품들이 흑룡에 굉장히 늦게 납품될 겁니다. 또 일부는 제공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공되지 않아? 어떤 것들이?!”
“예를 들면 작년 SR데이에서 선보인 의료 기술들과 또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회춘 기술 같은 것들이 말입니다.”
시진핑에게 보고를 올리는 늙은 시좌진의 표정이 오늘따라 유독 간절해 보였다.
“으음…….”
저울의 추를 잴 필요도 없었다.
“조선의 요청은 형식적으로만 받아 주고, 단속이나 관리는 하는 척만 해. 서로 체면만 지키는 수준으로.”
“알겠습니다.”
북한에서 설치는 SR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겠는가?
중국에서 완전히 기술 독립을 하기 전까진 인내할 수밖에.
“그리고! 압록강 인근에 인력을 추가로 배치해! 최소한 세류교 놈들의 이동 경로는 파악하고 있어야 하니깐.”
“예!”
지시를 내리던 시진핑은 어떤 불길함이 들었다.
‘설마, 성세류가 북한에 이어서 동북 삼성까지 노리는 건 아니겠지? 어찌 되었든 성세류 또한 빵즈 아닌가?’
한국인들의 만주에 대한 집념을 그 또한 알고 있었다.
‘아무리 성세류라 해도 동북 삼성을 먹는 것은 불가능해. 그곳의 주민들은 이미 중국인으로 동화된 지 오래거든. 동북 삼성을 성세류가 먹으려면 그곳에 있는 모든 중국인을 죽여야 할 거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시간은 우리 중국 편이야!’
불길함을 떨쳐 버린 시진핑은 이내 결의를 다졌다.
성세류와 한국의 승천? 어림도 없다.
중국의 승천은 더 빠르고 웅장할 터.
지금도 흑룡에 잠입한 중국 요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와 기술을 빼 오고 있다고 시진핑과 공산당 수뇌부는 믿었다.
‘놈들의 기술을 따라잡을 20년! 아니, 10년만 참자! 그때가 되면 SR은 물론, 조선 반도 전체를 없애 버리겠어!’
아직도 한중령만 떠올리면 손발이 벌벌 떨리는 시진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