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28
제228화
#228. 특이점의 3S (4)
가상현실 캡슐의 모델명은 SR01A다.
외형은 관처럼 생긴 캡슐이었고, 내부에는 어지간한 매트리스보다 아늑한 쿠션이 가득하다.
왜 관처럼 생긴 캡슐로 디자인했는지 묻는다면, 앞으로 인류의 대부분은 일생의 절반 이상을 이 가상현실에서 보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으로 최소한의 소비만 하고 모든 것을 가상현실에서 보내는 세상.
현실은 그저 잠시 영양분을 섭취하고 샤워와 최소한의 운동을 하는 연옥 같은 곳이 될 것이다.
실제로 저 캡슐 내부는 어지간한 침대보다 더 아늑하다.
환기 시스템은 물론 자동 세탁 기능도 가지고 있어서, 물과 세제만 충전하면 별도의 세탁도 필요 없다.
하지만 가격은 굉장히 저렴할 것이다. 뉴럴 칩 시술 비용도 마찬가지.
거의 원가에 가깝게, 어쩌면 원가 이하로 판매될 것이다.
가상현실 같은 플랫폼 사업은 하드웨어로 돈을 버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에서 사용하는 사이버 머니가 어지간한 기업 국가나 시민 국가의 통화보다 가치 있는 세상이 곧 다가온다.
그곳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에서 SR은 세금과 같은 수수료를 받을 것이다.
하드웨어로 나는 적자는 금세 회수하고도 남는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가상현실을 가급적 많이 해야 통제하기가 쉬워진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스크린 속에서 저커버그와 똑같이 생긴 캐릭터가 해변을 걷는다.
19금 버전인 하렘 체험도 있지만 이 프레젠테이션은 전체 이용가다.
그래서 지금 저커버그가 시연 중인 것은 SR게임즈에서 만든 가상현실 MMORPG다.
카앙.
퍼어엉!
진짜로 판타지 세계로 온 것처럼, 저커버그는 검을 휘두르며 몬스터와 싸웠고, 중간중간 마법도 사용했다.
우와아아아아!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멍하니 입을 쩍 벌리곤 감탄만 연발했다.
현실과 똑같은 그래픽도 그래픽이지만, 이 모든 게 가상현실로 이뤄진다는 것이 제일 컸다.
“그나저나 뭔가 살짝 둔해 보여.”
“성세류가 말한 싱크로율 때문인가?”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뭔가 둔한 움직임이 보는 사람들의 신경을 자극한 것이다.
“루나아이즈와 캡슐, 센세이션 전신 슈트를 사용하면 비침습형으로도 가상현실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그 세상에 들어왔다는 기분까지는 줄 수 없습니다.”
나는 이러한 반응들을 체크하면서 발표를 진행했다.
“SR에서 만든 가상현실 플랫폼의 이름은 세라입니다. 세라는 가상현실을 가능케 하는 또 다른 우주이자, 운영체제이자, 플랫폼입니다.”
사람들은 시선은 스크린으로 고정하고 귀는 내 목소리에 고정했다. 이쯤 되니 마치 발표가 아닌 내레이션을 넣는 기분이다.
“세라라는 우주 안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SR게임즈에서 만든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을 할 수도 있지만…….”
내 발표에 맞춰 저커버그가 시연 중인 세계가 변했다.
미리 합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가상현실 속의 저커버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 공간에서 퍼스널 월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커버그 주위로 유토피아 같은 세상이 펼쳐졌다.
지구는 아니다. 주변에 하늘을 나는 섬들이 있는 게 영화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 같은 느낌이었다.
“나만의 세계! 이 퍼스널 월드에서 여러분은 현실에서 감히 누리지 못했던, 그저 상상만 해 왔던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으리으리한 대저택이 땅 위에 순식간에 지어졌다.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스무 명의 미녀들이 저커버그를 웃으면서 반긴다.
미녀들은 하나같이 찰싹 달라붙는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이 프레젠테이션은 전체 이용가이기 때문에 딱 여기까지만 보여 줬지만.
!!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방금 저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라에서는 퍼스널 월드 외에도 여러 사람과 함께 가상현실을 즐기는 별도의 멀티 룸도 만들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는 곳에서는 매너 있는 행동이 권고됩니다.”
중간에 이 가상현실에서 주의해야 할 룰도 안내했다.
“세라 안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심각한 비매너 행위를 할 경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의 처벌을 받을 겁니다.”
발표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오직 나만의 작은 세계, 이 퍼스널 월드에서는 무슨 짓이든 해도 됩니다. 단! 여기서 했던 일들을 절대 외부로 가져가선 안 됩니다.”
발표장의 모두가 충혈된 눈을 했다.
일부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는 침을 뚝뚝 흘렸다.
“가상현실 속 세계, 세라에서 체험하고 싶은 게 있으면 사이버 머니를 충전하면 됩니다. 사이버 머니의 이름은 세라 포인트이고 이걸로 우리는 게임부터 음식, 연인까지 전부 구입하거나 창조할 수 있습니다.”
들리는가? 돈 굴러오는 소리가.
“참고로 이 가상현실 서비스는 메타를 비롯한 창세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파트너 기업들을 통해 퍼블리싱할 예정입니다.”
어느덧 퍼스널 월드 속의 저커버그는 저택 안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그는 저택 안에서 미녀들이 차려 주는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식탁에 앉은 저커버그 앞에 황홀한 빛깔의 스테이크가 나왔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뉴럴 칩이 아닌 루나아이즈를 이용한 가상현실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내 설명과 함께 저커버그는 탐스럽게 익은 스테이크를 썰어 입안에 넣었다.
[…….]분명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었지만, 이를 씹는 저커버그의 표정은 마치 푸석한 빵을 씹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뉴럴 칩을 심었다면 저커버그는 뇌에 전해지는 세밀한 전기신호로 저 스테이크의 맛을 그대로 음미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설명을 더했다.
“하지만 루나아이즈를 통해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지금 가상현실 속의 저커버그는 저 탐스러운 스테이크를 스펀지 씹는 느낌으로 먹고 있을 겁니다.”
이 말을 끝으로 스크린 속 세계가 천천히 암전되기 시작했다.
1차 가상현실 시연이 끝난 것이다.
이어서 캡슐 뚜껑이 열렸다.
그 안에서 아까보단 긴장이 많이 풀린 저커버그가 웃으면서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우렁찬 함성과 박수 소리, 휘파람 소리가 연이어 터졌다.
-당장! 당장 내 두개골을 깨 줘!
-그냥 뇌에 칩을 심어 버리자! 하렘이 저기 있다!
-그래서 저 캡슐은 가격이 얼마에 형성돼 있죠?
-가상현실만 있으면 다이어트도 쉽겠어!
네트워크도 마찬가지. 당장 분위기만 봐서는 루나아이즈보다 뉴럴 칩을 더 선호할 것 같다.
‘하지만 트래픽은 여전히 루나아이즈가 우세하군.’
그러나 진정한 민심, 트래픽은 여전히 뉴럴 칩에 대한 마음의 벽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를 본 나는 뉴럴 칩에 대해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루나아이즈와 센세이션 슈트를 이용한 가상현실 시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발표는 계속 이어진다.
“뉴럴 칩을 활용한 가상현실 시연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내 말과 함께 카메라 드론이 저커버그의 목 등을 확대한다.
그렇게 확대한 목 등에는 다른 사람에게선 결코 볼 수 없는 소켓 두 개가 가지런히 뚫려 있었다.
“목등에 저게 뭐야?!”
“usb 포트처럼 생긴 구멍이 저커버그 목등에 있어!”
“설마, 저커버그는 뉴럴 칩을 심은 건가?!”
“나, 저거 알아! 사이버펑크! 사이버펑크야!”
이를 본 몇몇 사람들이 입을 틀어막고 경악한다.
목 등에 뚫린 두 개의 포트는 덮개도 있고 해서 딱히 징그럽거나 하진 않다.
당연하게도 완전 방수 기능을 탑재했기 때문에 목욕이나 샤워에도 지장 없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조금 커다란 땀구멍 같은 거다.
“참고로 뉴럴 칩은 저커버그만 한 게 아닙니다.”
이어서 카메라 드론이 내 목 등도 확대했다.
“성세류! 성세류도 뉴럴 칩을 시술했어!”
“SSR, SSR이 뉴럴 칩을 한 거면 안전한 거 아니야?!”
“세류교도로서 참을 수 없군요! 세류 님이 했다면 우리도 해야 합니다!”
아까보다 더 큰 리액션이 현실과 네트워크에서 쏟아졌다.
저커버크 때에는 경악과 충격이었다면, 내 경우엔 흥분과 열광이었다.
“저도 뇌에 칩을 심었고, 나의 반쪽 세라 또한 칩을 심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SR인더스트리의 임원들도 전부 칩을 심었습니다.”
뒤에 있는 스크린 화면에 뉴럴 칩 시술을 받는 우리 직원들 모습이 상영됐다.
“이 뉴럴 칩 시술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며, 현재는 SR의 일반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에게까지 확대 시행 중입니다.”
스크린 속 뉴럴 칩 시술을 마친 우리 직원들 얼굴에는 굳건한 믿음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이것만으로도 뉴럴 칩이 얼마나 안전하고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지 저는 충분히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뉠 것이다.
1. 나와 SR을 따라서 바로 뉴럴 칩 시술을 받을 유형.
2. 일단 루나아이즈를 통해 찍먹만 하려는 유형.
3. 죽어도 심지 않을 유형.
SR은 악명과 동시에 세상에서 제일 앞서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세류교도 외에도 우리를 동경하는 사람은 아주 많다.
위의 1번 같은 유형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SR 직원이 하는 건 일단 다 따라 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3번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네츄럴이 있다. 그들은 SR이 하는 거면 그 무엇이든 반대했고 싫어했다. 일단 까고 시작해야 직성이 풀린다.
2번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회색지대다. SR에 대해 적당한 호감 또는 무관심을 가진 부류다.
‘여기서 우리가 챙겨야 할 대상은 1번과 2번이지.’
목표는 명확하다.
목표로 한 고객들에게 우리의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파는 것.
그리하여 죽을 때까지 우리가 만든 플랫폼 속에서 수수료를 내게 하는 것.
요람에서 캡슐, 캡슐에서 유골함까지.
인류는 내 회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부터 뉴럴 칩을 활용한 진정한 가상현실을 시연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커버그가 고생해 줄 겁니다.”
잠시 직원들이 올라와 저커버그를 칸막이로 가렸고, 그 안에서 저커버그는 센세이션 전신 슈트와 센세이션 글로브를 벗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칸막이가 사라지고 트레이닝복 차림의 저커버그가 두 눈에 끼고 있던 루나아이즈를 뺐다.
“뉴럴 칩만 있으면 거추장스러운 렌즈도, 슈트도 필요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루나글라스나 스마트폰을 챙길 필요가 없습니다. 텔레파시로 문자와 전화, 검색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저커버그가 다시 캡슐 안에 들어갔다.
카메라 드론이 캡슐 내부, 저커버그의 목 등을 클로즈업한다.
이윽고 캡슐 안에 있던 두 케이블이 목 등의 소켓에 척! 하고 끼워졌다.
용접 헬멧처럼 생긴 것이 안에서 다시 내려온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불이 들어오진 않았다. 안대 기능만 하는 모양이다.
“뉴럴 칩은 가상현실을 진짜처럼 느끼게 해 줍니다. 현실에서의 감각, 느낌을 평균 99퍼센트의 싱크로율로 유지하며, 상황에 따라 120퍼센트까지 확장 가능합니다. 단! 통각과 관련된 싱크로율은 철저히 안전 수치로만 운영됩니다.”
다시 한번 스크린이 밝아졌다.
세라 로고가 지나가고 가상의 세계가 열렸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루나아이즈 때와는 월등히 다른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퍼스널 월드가 펼쳐졌고, 저택과 미녀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음식이 나왔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스테이크 대신 트러플이 가득 올라간 푸아그라가 대령됐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포크로 트러플과 푸아그라를 입에 넣었다.
[으음!]절대 연기라고 볼 수 없는 표정이 바로 나왔다.
이를 보는 사람들이 깊은 찬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뇌에 칩을 심게 만들 수 없지.’
반응은 좋다. 트래픽도 뉴럴 칩에 꽤 많이 쏠렸다.
그러나 아직은 만족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뉴럴 칩에는 한 가지 더 특별한 기능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게 진짜로 최종 결정타다.
딱 이거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루나아이즈에 맡길 예정이다.
나는 다소 진지한 어조로 좌중을 훑으며 입을 열었다.
“뉴럴 칩은 뇌세포와 신경을 자극합니다. 활동하지 않던 뇌세포들이 활성화되고 강해집니다.”
?!
“즉! 뉴럴 칩을 심으면 뇌가 강화됩니다.”
!!
뇌가 강화된다는 말에 다시 한번 사람들이 반응한다. 특히 학부모들이 심상치 않다.
“뉴럴 칩 시술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뭔가를 힘들게 외우면서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뉴럴 칩의 무서운 점은 뉴럴 칩으로 다운받은 정보는 뇌에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어를 비롯한 무수한 정보를 더 이상 외우지 않고 다운받아 뇌에 설치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AI 비서를 통해 매번 통역과 번역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원역사의 미래 인류 90퍼센트가 목 등에 소켓을 뚫고 다니게 된 결정적인 이유,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뉴럴 칩 시술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러분도, 그리고 여러분의 자녀들도 저처럼 똑똑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영어 때문에 혀까지 자르는 게 오늘날 세상이다.
우리 애만 뒤처진다?? 나만 도태된다?!
이걸 어케 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