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7
제247화
#247. 침식의 밤 (3)
유리형의 투명한 돔으로 보호된 해저 도시는 별도의 호흡기가 없어도 자유롭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참고로 공중 도시와 해저 도시 모두 새나 물고기만 들을 수 있는 초음파를 수시로 틀었다.
그래서 동물들은 주변만 배회할 뿐 돔에 박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덕분에 해저 도시 신라의 하늘은 늘 경이로운 수족관을 보여 줬다.
성유리와 루이는 매분 매초가 장관인 해저 도시를 구경하며 다음 관광 코스를 향해 걸었다.
“유리, 저기 SJ푸드의 성세준 회장이다.”
“어디? 어디?”
그렇게 걷고 있는데, 문득 루이가 성유리의 친척이 근처에 있다고 알려 왔다.
“저기.”
루이는 성유리에게 성세준이 어디에 있는지 가리켰다.
성세준은 유모차를 끌고 있는 어떤 여성과 함께 수중 도시를 관광 중이었다.
[세준아!]성세준을 본 성유리는 뉴럴 칩을 이용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어! 유리야!]이에, 성세준이 성유리를 발견하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성세류네는 성유리에게 분명 친척이지만, 거리가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사이였다.
성세류는 말할 것도 없고, 성세류네 부모님인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도 전부터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세류네가 전부 어렵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도 놀러 온 거야?”
“응! 그간 잘 지냈어?”
“당연히 잘 지냈지.”
그래도 동갑인 성세준과는 전부터 부담 없이 종종 연락하는 사이였다.
“아! 안녕하세요.”
성세준과 인사를 나눈 성유리는 이어서 성세준 옆에 선 여성에게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이에 성세준의 아내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
“…….”
동시에 어색한 분위기가 갑자기 퍼졌다.
“하하하하하! 우리애 돌잔치 이후로 처음인가?”
그런 성유리와 아내를 성세준이 웃으면서 바라본다.
[세류 님의 형님분은 잘 모시고 있나, 루세?] [박소영이라고 불러 주세요, 루이.]옆에선 루이가 바이오 안드로이드만의 방식으로 성세준의 아내와 통신했다.
그렇다. 성세준의 아내는 애인 로봇이었다.
유모차 안의 아이는 애인 로봇 소영이 인공 자궁으로 낳은 아이였다.
“유성이도 많이 컸다?”
성유리는 급히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할 겸, 유모차 안에서 자는 조카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린 조카를 보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부부 생활은 괜찮고?”
그리고 이어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이야.”
“어색하진 않아? 그, 애인 로봇이잖아?”
“그러는 루이도 애인 로봇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나는 아주 만족해. 애초에 소영이는 전부터 나를 보좌하던 AI 루세이기도 하고.”
“다행이네.”
성유리는 세준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이 사실을 모르고 텔로미어 시술을 받으신 게 천만다행이야.’
한편으로는 마음속의 안도감도 느꼈다.
‘우리 엄마와 아빠도 루이의 정체를 모르고 텔로미어를 받아서 다행이고.’
당연하지만 이 사실을 성유리와 성세준은 부모님께 밝히지 않았다.
성유리부터가 루이라는 애인 로봇과 사실상 부부 생활을 했지만, 제3의 시점에서 이렇게 애인 로봇 가정을 보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당장 나부터도 이렇게 어색한데…….’
자신도 이런데, 부모님 세대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터.
그저 이 사실을 모르고 텔로미어와 기억 전환을 받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었다.
“둘은 어디로 가?”
“우린 잠수정 타러 갈 거야.”
“아하! 우린 방금 타고 왔어.”
“어때?”
“응, 아주 끝내줘!”
성유리의 물음에 성세준은 잠시 깊은 눈을 하다가 이내 평소의 밝은 미소로 답했다.
“오케이! 믿고 간다, 그럼!”
“유리야, 이따가 부부끼리 저녁이나 같이 할래?”
“응! 좋아. 해저 호텔 이름이랑 호실 공유해 줘.”
성유리는 성세준과 약속을 잡은 후 마저 관광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유리, 저기 있는 남자도 바이오 안드로이드다.”
루이가 문득 앞에서 걸어가는 한 가족을 홀로그램 표식으로 가리켰다.
루이가 가리킨 가족은 화목한 가족으로 보였다.
두 아이와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걸어가고 있었고, 바로 옆에 매우 잘생긴 40대 남성이 걷고 있었다.
루이가 바이오 안드로이드라고 말한 남성이었다.
“SR 직원인가?”
아직 바이오 안드로이드와 텔로미어는 세상에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그저 SR 임직원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사용할 뿐이다.
그래서 성유리는 저 앞의 가족이 SR 임직원, 그것도 임원 가족이 아닌가 싶었다.
“유가족이야.”
“아아……!”
그러다 이어지는 루이의 말에 성유리는 탄식과 함께 말을 잇지 못했다.
‘가디언즈, 그것도 SRPD 소속이었겠지?’
아무리 SR이 특이점의 최선두에 섰다고 해도, 모든 임직원을 완벽히 보호할 수는 없었다.
숱한 분쟁과 경쟁 과정에서 사망하는 임직원은 분명히 있었다.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한 SR의 대우는 파격적이었다.
일단 중상을 입은 직원인 경우 SR에서 100퍼센트 치료해 준다. 치료비도 당연히 무료다. 설령 완치됐어도 향후 50년간 무료로 호프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 말은 훗날 텔로미어 시술과 신체 강화 시술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만약 사망한 직원이라면 유가족에게 보상이 돌아간다.
2등급 기본소득과 맞먹는 임직원 유족 연금이 아내에겐 10년, 부모나 자식에겐 30년 동안 지급된다.
뿐만 아니라 가족의 빈자리를 대신할 바이오 안드로이드가 무료로 지급된다.
그렇게 투입된 바이오 안드로이드는 죽은 배우자나 부모, 자식의 역할을 하며 집안일과 간병, 육아를 돕는다.
만약 미혼인 자식을 잃은 부모라면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바로 유지제가 필요 없는 텔로미어 시술을 받고 기억 전환을 하는 것.
‘엄마랑 아빠는 잘 지내고 계시겠지?’
방금 눈앞에 지나간 바이오 안드로이드와 유가족을 봐서 그런가?
성유리는 작년에 텔로미어 시술을 받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을 부모님이 떠올랐다.
성유리의 부모는 유가족은 아니지만, 성세류의 친척이다. 그래서 최근 공짜로 텔로미어 시술을 받았다.
‘각자 잘 살고 계시겠지.’
전생의 인연과 연락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성유리는 그저 새 인생을 살고 있을 부모님을 가슴에 묻었다.
“유리, 도착했어.”
“아! 응!”
잠시 상념에 빠졌던 성유리는 루이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느덧 둘은 매표소 앞에 섰다.
확실히 다른 해저 도시의 시설보단 줄이 짧았다.
“와! 여긴 인간 직원이 직접 티켓을 끊어 주네? 심지어 전자 티켓이 아닌 종이 티켓이야.”
그런데 이곳 잠수정 매표소는 해저 도시의 다른 매표소와 좀 달랐다.
테라봇이 아닌 인간 직원이 티켓팅을 도왔기 때문이다.
“그러게? 테라봇이 아닌 인간 직원이 저렇게 있으니깐 진짜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네?”
이 또한 특이점 시대에서만 볼 수 있는 무드였다. 맞춤 수제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근래엔 고급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서 테라봇이 아닌 철저히 훈련된 인간 직원을 썼다.
“보니깐 5분 정도 줄을 서야 할 거야.”
“이렇게 멍하니 기다리는 거 정말 오랜만인 거 같아.”
성유리와 루이는 순순히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거의 모든 것을 뉴럴 칩을 이용해 전산으로 처리하다가, 이렇게 직접 줄을 서고 종이 티켓을 끊으려니까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마침내 성유리와 루이의 차례가 왔다.
“신라 익스프레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매표소에서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인간 직원이 밝은 미소로 둘을 맞이했다.
“아, 네! 성인 둘이요.”
성유리는 요즘 인간 점원을 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살짝 뜸을 들여 티켓팅을 했다.
“그런데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시네요.”
매표소 직원은 그런 성유리를 웃으면서 대했고, 빠르게 티켓 두 장을 건넸다.
“가, 감사합니다?”
‘뭔가, 어디서 본 적 있는 느낌……?’
티켓을 받은 성유리는 문득 눈앞의 어린 매표소 여직원이 낯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즐거운 데이트 되세요~.”
“예? 예!”
성유리는 티켓을 끊고는 떠밀리듯 루이와 함께 잠수정으로 향했다.
‘어디서 봤지?’
그렇게 잠수정에 앉은 성유리는 아까의 매표소 직원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설마…… 큰어머니?!”
얼마 안 가, 그 직원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 * *
같은 시각.
달, 증기의 바다.
SR의 두 번째 월면 도시 가야.
“2030년 동계 올림픽을 우리가 개최하자고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심지어 그 개최지를 여기 월면 도시 가야로 하고요?”
“맞습니다, 회장님.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올림픽을 여는 겁니다!”
“으음…….”
뭔가 살짝 기분이 가라앉아 보이는 전략공보실장 구민주의 제안에 나는 턱을 긁으며 고민했다.
“결재만 내려 주시면 전략공보실의 명예를 걸고 완벽히 완수해 보이겠습니다! 다신 우리를 나댄다고…….”
“네?”
“아니, 아니! 말이 헛나왔습니다. 흠흠! 아무튼! 3차 대전도 끝났으니 인류는 평화를 언제 어느 때보다 갈망할 겁니다. 평화와 화합의 상징, 2030년 동계 올림픽! 기업 국가 세류의 이름으로 반드시! 유치해 보겠습니다.”
원역사에서는 처음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가 준비 미흡으로 포기했던 2030년 동계 올림픽.
결국 스웨덴이 가져갔지만, 이조차도 원역사의 대전쟁으로 끝내 열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지금 세계선도 마찬가지.
오히려 원역사보다 훨씬 이른 3차 대전으로 인해, 2030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는 선정조차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2030년 2월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괜찮겠습니까? IOC도 2030년은 건너뛰고 2032년부터 올림픽을 진행할 것 같은데?”
이런 원역사의 기억 때문인지 처음에는 살짝 회의적이었던 나였지만.
“SR이 하겠다고 하면 IOC도 반대 못 합니다. 경기장과 숙박 시설 건설이야 요즘 SR건설에 놀고 있는 건설 로봇이 많으니 충분히 가능하고요.”
“으음…….”
“거기다 우주 해적 토벌에 대한 확고한 명분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민주 공보실장의 계속된 설득에 결국 결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진행해 보세요.”
“SR을 위해 헌신합니다!”
“헌신에 보답합니다.”
평소보다 유독 열정적인 구민주 공보실장을 내보냈다.
“…….”
나는 말없이 월면 도시 가야에서 푸른 별 지구를 보았다.
SR의 두 번째 월면 도시는 첫 번째 월면 도시 서라벌과 다르게 지구가 가장 잘 보이는 증기의 바다에 있었다.
“뭘 그리 진지한 표정을 지으세요?”
“아니, 그냥…….”
“모처럼 놀러 온 우주 여행인데 일은 그만하고 즐기시지.”
“나도 그러려고 했어. 공보실장이 급발진해서 오기 전까진.”
“공보실장, 보아하니 직장인 커뮤니티 하다가 긁힌 모양이에요.”
세라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 저었다.
“참! 어머님과 아버님은 잘 지내고 계세요.”
“……그래?”
“네! 어머님은 현재 해저 도시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계시고, 아버님은 SR아카데미의 우주군 사관 과정을 수료 중이세요.”
“다행이군.”
역시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존재는 세라뿐이다.
그녀는 내가 궁금할 때쯤에 맞춰 이런저런 정보를 제공했다.
“형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텔로미어 전에 손주는 보여 드린 셈이니까.”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된 나와 세라에게 거리감을 느꼈는지 손주 독촉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아쉬워하는 모습은 언제나 역력했다.
“대리 효도인 셈이지요.”
그 공백을 채운 것이 바로 내 형, 성세준이었다.
3년 전, 형은 다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의 AI 비서가 들어갈 바이오 안드로이드를 생일 선물로 요청했고, 나는 기꺼이 형에게 애인 로봇을 선물했다.
부모님은 기억 전환 마지막까지 형의 아내를 진짜 인간 며느리로 알고 딸처럼 아끼셨다.
그렇게 부모님은 로봇 며느리의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손주까지 보시고는 마음 편히 텔로미어 시술에 응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 아이를 가질 건가요?”
세라와 함께 형과 조카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세라가 우리의 2세를 언급했다.
“…….”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이제 슬슬 마음의 짐을 놓는 게 어때요?”
회귀 전의 트라우마와 지금도 알게 모르게 나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세라가 내 품에 안기면서 조심스레 말했다.
“난자는 구했고?”
그녀의 말에 나는 깊게 한숨을 뱉으면서 긍정의 뜻을 담은 질문을 했다.
“물론이지요.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구했어요.”
그러자 세라가 기다렸다는 듯 눈을 빛내며 답했다.
“누구……?”
“있어요. 제가 고르고 고른, 아주 적합한 여성들의 것이에요.”
“아이 이름은 뭐로 하고 싶은데?”
“아들이면 세류 2세, 딸이면 루시?”
“……?!”
그 말에 나는 멍한 눈으로 품에 안긴 세라를 보았다.
“루시?”
“응!”
“루시가 누구 이름인지 너도 알잖아?”
“……네. 그래서 더더욱.”
“…….”
세라의 말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참으로 오랜만에 루시의 얼굴이 떠오른다.
“일단, 아이 만드는 것은 모든 게 끝나고 하자.”
혼란스러웠던 나는 결국 회피하기로 했다.
“모든 게요?”
“응…….”
“구체적으로 언제요?”
“……네가 세계수 AI 되면.”
아이에 대한 부분은 좀 더 뒤로 미루기로 했다.
“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라는 행복한 미소로 내 품에 더 깊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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