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50
제50화
#50. 독식의 자격
원기옥! 아니, SR얼라이언스의 자본이 형성되었다!
다 합쳐서 약 2,100억 달러. 지금 환율이 1달러당 약 1,050원이니 원화로 약 220조 원.
현재 코스피 1위 신성전자 시가총액이 200조 원이 살짝 넘는다.
하루아침에 신성전자가 떡하니 생겨난 것이다.
금액을 본 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파악한 세계 각국의 동원 가능한 기금과 대기업의 유보금 그리고 조세 피난처의 비자금을 생각하면 적은 편이다.
‘일단 간 좀 보겠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그리고요?]
‘저 양반들은 우리와 다르게 스마트하게 세탁을 못 해요. 또 처음부터 모든 패를 보이진 않을 거야. 서로 눈치를 보면서 투자를 늘려 가겠지.’
얼라이언스는 도박장이 아니다. 처음부터 올인은 하지 않을 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금은 더 빠르게 모일 것이다.
얼라이언스가 세계 자본의 블랙홀이 될 것이다.
“제가 여기에 추가로 숟가락을 얹을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눈앞의 금액을 본 나는 실실 웃었고, 이 자리에 선 모두가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를 조용히 기다렸다.
“SR은 기술 지분만 가지겠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저 앞에 있던 누군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모두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주 양심적으로 상생에 맞춰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내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는다. 뭐지? 내가 이렇게 신용이 없는 사람이었나?
“SR은 기술 지분으로 얼라이언스의 지분 30%를 가지겠습니다. 단, 경영권은 보장해 주셔야 합니다. 또 지나친 기술 이전 요구는 들어줄 수 없습니다. 특히 AI와 관련된 기술 이전은 절대 불가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양심적이고 오히려 양보를 많이한 것 같은 조건이 내 입에서 나왔다.
실제로 내 입에서 나온 30%에 모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예상보다 적어서 놀란 눈치다.
SR처럼 압도적이면서 성공이 입증된 기술을 지닌 회사라면 최대 51%는 요구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또 기술 이전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도 그러려니 했다. 아마 지분을 30%만 요구한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겠지.
애초에 기술은 이전받는 게 아니라 현지 생산이나 협업 과정에서 슬쩍하는 게 국룰이니까.
“그리고 이 30% 지분은 고정입니다. 앞으로 얼라이언스가 투자를 계속 받아도 이 30%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물론 투자금에 대한 보증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
“?!”
하지만 이어지는 내 말에 다들 표정이 굳어졌다.
“이게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겁니다. 애초에 여기에 2,100억 달러가 모인 것은 전부 SR 때문일 테니까요.”
고정 지분으로 분위기가 살짝 싸해지자, 나는 말을 추가했다.
“하지만! SR이 해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면 언젠간 투자를 받아야 합니다! SR의 기술이 대단한 것은 알지만, 각국 정부의 협조가 없다면 그 나라에서의 사업은 결코 순탄치 않을 텐데요?”
이런 나를 향해 누군가가 항의한다. 보아하니 우리한테 노광기 독점을 빼앗긴 ASML의 네덜란드다.
“특정 국가 또는 특정 기업과 폐쇄적으로 합작회사를 차리는 방안도 있는데…… 그걸로 할까요?”
우리가 돈이 없어서 투자 받는 게 아님을 명심하라.
돈도 기술도 SR은 전부 가지고 있다.
이 얼라이언스는 서로 쉽게 쉽게 가기 위한 SR의 양보임을 명심하라.
“……!”
내 반격에 항의하던 자들이 바로 입을 다문다.
“투자는 각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금을 1순위로 받겠다.”
이 한마디 덕분에 SR얼라이언스는 정부의 권한을 올려 주는 기업이 되었다.
온갖 기업이 정치인들을 통해 얼라이언스에 투자하게 해 달라고 굽신거렸으니까.
그런데 이걸 이제 와서 바꾼다? 줬다 뺏는 것만큼 사람 기분 잡치는 것도 없다.
‘거, 가만히 좀 있어!’
‘더치 놈들이 눈치 없이 나대고 ×랄이야?!’
이곳에 있는 모두가 네덜란드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30% 지분 고정이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그런데 SR의 지분이 계속해서 줄어들면, 과연 우리가 얼라이언스에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요?”
SR의 기술은 세계 최강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참고로 이 혁신의 원천은 내가 개발한 AI라는 썰이 이미 오피셜로 굳어져 있었다.
이번에 공개한 SR의 무인 건설 현장을 보라. 더 나아가 완전 무인에 가까운 생산 공장을 보라.
뇌가 달려 있다면 SR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모를 수가 없다.
즉, 여기 모인 막대한 자본으로 얼라이언스를 만들어도 SR의 기술 제공이 없으면 이 220조 원+알파 기업은 목적을 잃은 기금에 불과했다.
“대신, 사업 추진 의결권은 이사회에 넘기겠습니다.”
떨떠름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나는 당근을 하나 던졌다.
“사업 추진?”
“예를 들면 어느 나라에 얼라이언스의 공장을 짓는다거나 하는 의결권은 이사회에 넘기겠습니다. 그리고 이 의결에 SR은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
“!!”
내 말에 중국과 러시아 쪽 사람들은 얼굴을 구겼고, 반대로 미국과 서방 진영은 처음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조국, 킹한민국은 그저 해맑다. 너무 해맑다. 아주 기업 하나 잘 둬서 좋겠수?
아! 그런데 경영권의 절반이라고 볼 수 있는 사업 추진 의결권을 왜 넘기냐고?
이건 괜히 나중에 중국 같은 곤란한 나라에서 자기네 나라에 공장이나 연구소를 지으라고 떼쓰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특히 지금처럼 자유 진영 쪽 지분이 압도적으로 많을 때는 이거만 한 게 없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과실만 쭉쭉 빨아먹는 것이지.
다음 날, 한국은 물론 세계사에 길이 남을 사진 한 장이 기사와 함께 퍼졌다.
미국 부통령과 한국 대통령, 그 외 세계 주요 강대국의 외교관들 앞에서, 앉은 채로 지분 갑질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말이다.
* * *
첫날의 살벌하고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은 지분 회의를 마치고 두 번째 날.
공개 행사나 SR데이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군부대처럼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SR 캠퍼스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높으신 분들이 모처럼 왔으니, 1캠퍼스는 또다시 테마파크가 되었다.
원래 해외에 방문했으면 ‘현장답사’라는 명분하에 ‘투어’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인류애다.
“오! 원더풀!”
“그레이트!”
완전 무인 공정으로 제작되고 있는 로봇 공장을 시작으로, 그 유명한 SR의 명소 3D 무인 공사장을 거치고, SR의 데이터 센터와 EUV 노광기를 제작하는 연구소 별관까지, 1캠퍼스의 풀코스 관광을 대통령과 부통령 각국 외교관들과 함께 둘러보아야 했다.
“아! 혹시 치매 예방과 집중력 향상에 좋은 뇌파 치료를 받아 보시겠습니까?”
“호오, 분명 흥미는 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멋진 제품이 있다면 FDA에 신청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미합중국 정부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조만간 얼라이언스의 이름으로 추진해 보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세미 세뇌를 시도해 보려 했지만, 정치인들 아니랄까 봐 기가 막히게 피해 간다, 쩝.
“계란빵? 이 음식, 아주 맛이 좋군요!”
“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누구……?”
“아! 저는 SJ푸드의 대표 성세준입니다. 성세류 대표의 친형 되는 사람입니다.”
“오오오오! SJ푸드는 상장했습니까? 투자, 투자를 받으세요!”
그 와중에 내 형 성세준의 SJ푸드가 상장한 것은 소소한 에피소드였다.
[사장님 형님분, 사업에 진짜 재능 있어요. 요즘 영어 공부를 밤잠 줄이면서 하더니만, 저렇게 써먹네요?] ‘그러게…….’형이 나와의 혈연관계를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존심 부린다고 나와의 관계를 숨기면서 사업을 했다면 답답했을 것이다.
한편으론 이런 가능성을 지녔던 청년이 원 역사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팜 빌딩이나 우주 식품 같은 사업은 SJ푸드에 넘길까?’
[그래도 돼요? 너무 성급한 것 같은데…….]
‘일단 고려만 해 보자고. 형이 초심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
그렇게 1캠퍼스를 둘러보고, 사진을 지겹도록 찍고서, 오늘의 종결어미를 찍어야 하는 대망의 순간이 왔다.
바로 벌 떼처럼 몰려든 기자들 앞에서 짧게나마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마침내 기술의 선도를 이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기에…… 더더욱 정진하여 나가면서……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정부와 구세대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는 것이며…….”
쉼표 없는 대통령의 연설이 첫 번째로 시작되었다. 유감스럽지만 이는 라이브였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방송사 자막 담당들이 창작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했다.
“우리는 대격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참으로 영광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뒤이어 미국 부통령의 영어로 된 연설이 실시간 통역돼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졌다.
한국 대통령과 미국 부통령의 연설을 보면서 나와 세라는 속으로 대화를 나눴다.
우리의 무인 건설은 기존 건설사와 건설 근로자 그리고 건설 노조에 개벽 같은 임팩트를 줬다.
특히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아마겟돈 그 자체겠지. 이에 대한 각종 방해와 시위가 예상되었다.
로봇을 만들어 내는 무인 공장은 또 어떤가?
건설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근로자에게도 ‘다음은 너야!’라는 메시지가 바로 와닿았을 것이다.
실제로 무수한 기업에서 생산직에 대한 채용 계획을 돌연 취소한 것이 그 예다.
그리고 우리는 정부에게 얼라이언스 설립의 대가로 이것에 대한 어그로 분산을 요청했다.
안 그래도 그제부터 계산서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정부와 국회에서 양방향으로 각종 행정 명령과 노동법 개정안으로 열심히 잽을 날리고 있었다.
어차피 시한부 정권이라면 이렇게라도 써먹고 보내 주는 게 낫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SR인더스트리의 대표이자 SR얼라이언스의 경영자인 성세류 사장의 연설이 있겠습니다.”
세라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어느새 내 차례가 왔다.
영광스럽게도 제일 마지막이다.
터벅, 터벅, 터벅.
구두 소리와 함께 연단에 올라서자 사방이 카메라 셔터 소리만 가득하다.
“SR인더스트리의 최고 경영자이자, 얼라이언스의 대표 성세류입니다.”
나는 작게 미소 지으며 카메라와 기자들 앞에서 짧게 인사를 했다.
“훌륭한 말씀은 앞에 두 분께서 전부 하셨기에 딱히 할 말은 없고.”
내가 뱉은 말 한 단어 한 단어가 마치 수능 국어 지문처럼 분석될 것만 같다.
“이 자리는 마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리드하는 주요국 공직자들도 많이 계신 것 같으니…….”
나는 시선을 불쑥 정면의 기자들이 아닌, 연단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돌리면서 말을 이었다.
“법안 청탁 하나만 하겠습니다.”
글로벌 사이즈의 법안 청탁 클래스.
웅성, 웅성, 웅성.
내가 연단에 올라서고서 처음으로 웅성거림이 퍼졌다.
“저 성세류와 SR인더스트리 임직원 일동은!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을 사용하는 전 세계의 모든 사업장에, 각국 정부가 강력한 로봇세를 징수해 주실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이미 원 역사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산업이 흐르고 있었다.
원 역사에서는 3차대전으로 인구가 많이 줄었다. 그래서 노동력 수급을 위해 인공지능 로봇 도입은 필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좀 더 일찍, 로봇세와 기본소득을 법제화해야 한다.
기본소득이 좀 이른 것 같다면 로봇세만큼은 최대한 빨리 법제화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 잃은 사람들의 분노를 최대한 정부로 옮기지.
이제 저들은 선택해야 한다.
로봇세를 바로 도입해서 전 세계가 우리 AI를 사용하게 하거나, 로봇세를 보류하는 대신 우리의 AI 독점을 용인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