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355)
제355화
마이소르 영지의 영주성.
한때 세포이 후작가의 직계들이 거주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황도 바티칸에서 파견된 관료들이 업무를 보는 장소로 탈바꿈한 장소였다.
하지만 용도가 바뀌었다고 하여 그 형태가 바뀌는 것은 아닌 법.
당연히, 죄를 지은 이들을 가두는 감옥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제국의 직할지로 바뀌었기에 감옥은 더욱 활발히 돌아가고 있었다.
세포이 후작가가 다스리던 시절에는 조금쯤 눈감아주던 일들이, 지금은 어림도 없게 바뀌었으니 말이다.
지금만 해도 보라.
“불법 조업이요? 감히 폐하의 바다에서 그런 불경한 짓을 저지르다니. 빛 한 점 없는 감옥에서 한두 달 썩다 보면 정신을 차리겠지요!”
땅, 땅!
과거였다면 해적들만 가두는 것으로 끝났을 일이지만, 지금 영주성에서 업무를 보는 관료들은 불법 조업을 한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감옥형을 내렸으니까.
철컹!
두꺼운 철문이 올라가고, 어둡고 습한 공기가 밀려왔다.
“히, 히익!”
그 음습한 모습에 판결을 받은 해적들과 어민들이 망설이며 들어가기를 거부했지만, 당연히 통용될 리가 없었다.
“어서 들어가, 이 쓰레기들아!”
뻥!
“아아아악!”
병사들이 해적 중 하나를 걷어차자 계단 밑으로 그대로 굴러떨어진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 천천히 감옥 아래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거, 더럽게 많군. 레오드 준남작님, 이런 버러지들을 잡아오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말도 말게. 진짜 이놈들 하나하나 묶는 것도 일이었으니 말이야.”
레오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병사들의 눈빛에 안쓰러움의 감정이 깃들었다.
그들에게 있어 레오드 준남작은 역적을 추살한 충신 중의 충신.
그런 이가 피곤에 찌들어 있으니 당연히 안타까운 감정이 들 수밖에.
“저, 준남작님. 많이 힘드시면 저희가 뒤를 맡아도 상관없습니다.”
병사 하나가 호의를 드러내자, 어째서인지 레오드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다행히 그 모습을 본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감옥을 담당한 병사들 대부분이 레오드에게 권유한 병사를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안쓰러운 것은 안쓰러운 것이지만, 수당도 없는 잔업을 자진해서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하하하! 그 따뜻한 배려는 정말 고맙지만, 내가 피곤하다 하여 그대들에게 일을 떠넘겨서야 되겠는가? 그래서야 모범이 되지 않지.”
레오드가 거절하자, 그제야 병사들의 눈빛에 안도가 깃든다.
“정말 도와주고 싶다면, 문이나 좀 잘 닫아주게. 내 일은 이들의 정신교육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야. 문이 열려 있어서야, 비명 소리가 새어 나갈 텐데. 그럼 나도 눈치가 보일 테니 일이 길어질 것 아닌가. 그 정도는 배려해줄 수 있겠지?”
레오드가 살짝 눈짓을 보내자, 병사들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잔업을 떠넘기는 것에 비하면, 그 정도 부탁은 부탁도 아니었으니까.
“물론입니다, 준남작님!”
“문은 확실히 닫아드릴 테니, 후다닥 끝내고 나오시지요!”
“하하하! 고맙군. 그럼, 부탁 좀 하겠네!”
그 말을 끝으로 레오드와 부관들이 감옥으로 들어갔다.
끼이이익! 쿵!
문이 닫히자, 병사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아까 전, 레오드에게 권유했던 병사에게로 말이다.
“…너 이 새끼, 일로 와봐.”
존경은 존경이고, 일은 일이다.
머리가 나빠 공사 구별을 못 했으니, 그 몸에 교육을 단단히 심어줄 수밖에.
* * *
철컹!
두꺼운 철문이 내려가고, 외부와 완벽히 격리가 되자 레오드와 일행은 그대로 감옥 아래로 향했다.
…꾸에에에에엑….
어째서인지 철문 밖에서 돼지 멱을 따는 것 같은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지만,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감옥의 끝에 도달하자, 먼저 도착한 해적과 어민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쓰읍. 그 자식, 나중에 걸리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테다.”
온몸에 타박상이 생긴 살라딘이 자신의 엉덩이를 걷어찼던 병사에게 이를 갈고 있었지만, 제롬이나 레오드나 거기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우선 1단계는 무사히 성공했군.”
“이봐요, 레오드 공자. 여기가 진짜 맞긴 한… 겁니까?”
살라딘이 엉덩이를 문지르며 영 껄끄럽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 의심 가득한 모습에 레오드가 피식하고 웃었다.
“이제는 좀 믿지 그러나? 어차피 감옥의 철문이 두꺼워봐야, 우리 같은 평범한 일반인들의 기준일 뿐. 남부의 철권인 제롬 남작에게 이 정도 철문은 종잇장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내가 수작질을 부려봐야 뭐 하겠나? 어차피 이 영지에, 제롬 남작이 날뛰면 막을 수 있는 사람도 없네.”
“뭐, 그야 그렇긴 한데… 암만 봐도 이런 감옥에 비밀 통로가 연결되어 있는 경우는 내 살다 살다 들어본 적이 없으니 말이죠.”
살라딘이 계속해서 미심쩍은 눈길로 레오드를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닌 말로 수로를 이용하게 해준다고 해놓고, 다짜고짜 감옥에 들어가라 하면 의심이 생기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뭐, 살라딘 공자의 말도 이해는 가네. 통상적으로 감옥에 비밀 통로를 만드는 경우는 없지. 자칫 범죄자들에게 발각되기라도 하면 대규모 탈옥 같은 사고가 발생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뚜벅, 뚜벅!
“하지만 말일세… 음. 아, 여기 있군.”
어느새 감옥의 복도 끝으로 나선 레오드가 벽을 만지며 틈새를 찾더니, 자신의 팔찌를 그 사이에 냅다 끼워 넣었다.
벽의 틈새는 겉으로 보기에 불특정한 모양으로 생겨, 무언가를 끼우는 용도가 아니라 그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한 틈처럼 보였지만.
레오드가 팔찌를 틈새에 밀어 넣자, 놀랄 만큼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카드득!
손가락 끝을 깨물어 피가 나오도록 만든 레오드가 그 피를 끼워 넣은 팔찌에 문질렀다.
“가문의 징표와 더불어, 세포이 가문 혈족의 피까지 머금어야만 비로소 통로가 열린다면. 이런 방식도 썩 괜찮지 않겠나?”
그르르르르릉!
레오드가 피를 바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친 소리와 함께 벽이 옆으로 벌어지며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공간 뒤로 보이는 통로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어딘가로 길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 통로는 유피테르 강의 상류까지 이어져 있다네. 그곳에서 배를 갈아타고 영지를 빠져나갈 걸세. 상류에서 무사히 배를 탄다면 아마… 열흘 안에 바티칸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야.”
열흘.
레오드의 말이 진실이라고 했을 때, 기존에 도달할 것이라 예상했던 시간보다 거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었다.
하물며 로렌트 항구에서부터 바티칸까지 잠입하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그 단축되는 시간은 더더욱 많아지리라.
“배를 탄 후 몇 군데 영지를 거쳐야 한다고 하셨죠?”
“총 세 군데일세. 모두 우리 가문의 봉신가였던 가문들이야. 그들이 배신만 하지 않는다면… 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걸세.”
흠칫!
“…어라. 왠지, 들으면 안 될 말을 들어버린 것 같은데.”
레오드의 담담한 말에 살라딘이 뭔가 불안감이 엄습한 듯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건, 제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배신만 하지 않는다면.’
저런 말이 나왔을 때마다, 높은 확률로 그 반대 상황이 발생했으니까.
과연, 레오드의 예상처럼 봉신가였던 그들 모두가 뜻을 함께해 줄까.
그 부분에 대한 것은 조금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어.’
레오드의 말처럼 로렌트 항구에 제국의 해군들이 집결해 있다면, 오히려 수도에는 집중이 덜 되어 있을 터.
이쪽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여차하면.’
뚜둑, 뚜두둑!
가로막고 방해하는 봉신가들을, 모조리 박살 내고 지나갈 수밖에.
조용히 손가락을 푸는 제롬을 시작으로 올리비아의 병력은 앞장서서 걷는 레오드의 뒤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사락, 사락!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의 흐름에 현장에서 보내오는 문서는 읽고, 또 읽어도 끝이 없었다.
…멈칫!
룩크 후작의 전사 이후, 서류를 훑던 이바렐라의 손이 처음으로 멈추었다.
다만,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서부 전선. 바쿠스 폰 카르비어트 백작, 생(生).
“…바쿠스 백작이, 살아 있다고?”
룩크 후작의 전사 소식은 이바렐라의 예상대로 흘러가서 만족스러웠기에 멈추었지만, 지금은 기다리던 결과가 아니어서 멈추었다는 점이 다르지만 말이다.
“…….”
입을 굳게 다문 채, 이바렐라가 천천히 서류를 읽어간다.
-…귀신들이 난입하여 바쿠스를 잡을 기회를 만들었으나, 갑자기 난입해온 산맥의 몬스터들이 허리를 기습하여…(중략)… 각 종족의 지도자로 보이는 개체들이 세 귀신의 발목을 잡음…(중략)… 이에, 두 공작은 리비아 교황이 몸을 회복할 때까지 전선을 뒤로 물린 상황. 곧 이케니아의 브라움이 전선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바, 전쟁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꾸깃!
이바렐라의 손에 쥐어진 서류가 거칠게 구겨졌다.
쿠구구구구!
분노한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운에 황궁의 어전이 떨리며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후우우.”
잠깐의 시간으로 마음을 다스린 이바렐라가 옥좌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부 전선의 계획이 흐트러졌다.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바쿠스는 전쟁 초기에 브라움이 합류하기 전에 박살을 내야만 했다.
그리고 계산상, 조금의 변수도 허용치 않을 전력을 투입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디르 공작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전쟁의 키는 서부 전선에 있었으니까.
한데, 뜬금없이 드래곤 산맥의 몬스터들이라니.
그 통제 불가능한 마경(魔境)에서, 몬스터들이 왜 연맹을 돕는단 말인가.
그것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설마. 이것도 제롬, 네놈의 짓인가?”
이바렐라는 본능적으로 이 일에 제롬이 관여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드래곤 산맥의 몬스터들은 아주 오랜 세월, 반텐과 발리스타를 막론하고 토벌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대지다.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짐승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일 생각을 하는 건, 평범한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오직 파격에 파격을 거듭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
그렇기에 이바렐라는 알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짓을 벌일 수 있는 이는, 오직 제롬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 네놈도 제법 숨겨둔 카드가 많다는 거겠지.”
자신이 제노스에게 육귀와 몬스터 부대를 얻어낸 것처럼 말이다.
엘프들을 끌어들였을 때까지만 해도 예상 범위 이내였다.
엘프들의 물건이 반텐에 유입되어 알음알음 주변으로 퍼져 나간 것은 그다지 새로운 정보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모종의 관계가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 정보에 따르면, 육귀의 셋을 저지했을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들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두 공작이 후퇴를 결정할 만큼 말이다.
이 정도 강함이라면, 그 영향력이 능히 산맥 전체에 다다르고 있다고 보아야 할 터.
“카밀 공작이 요새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급감하였다더니, 이 때문이었나.”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추어진다.
제롬, 제롬, 제롬.
이바렐라에게 있어 더없이 지긋지긋한 이름이었다.
“밖에 누구 있나?”
이바렐라의 한마디에, 밖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시종장이 천천히 어전 내부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중부 전선에 대기하고 있는 병력들에게 전해. 남아 있는 몬스터 부대를 병력의 5할을 일으켜서 서부 전선의 측면을 치라고 말이야.”
검가의 브라움이 참전하였다고는 하나, 카밀과 카이저 역시 그 무력으로는 어디를 가더라도 결코 밀리는 이들이 아니었다.
즉, 옥좌의 무인들은 모두 백중세란 의미였다.
거기에 리비아가 회복을 마치면 강력한 신성 마법까지 있으니, 전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터.
그러니 두 공작 역시 전선을 뒤로 물린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지금 귀찮은 것들은 바로 산맥의 몬스터들이었다.
효용을 다한 중부 전선에서, 하다못해 그들이라도 저지해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예? 하, 하지만 폐하. 그리되면 중부 전선이 극단적으로 약해지게 됩니다.”
시종장이 불안한 듯 반문했지만, 이바렐라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중부 전선의 연맹군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엘프들, 그중에서도 파울로에게 의지하는 쭉정이들일 뿐이야. 그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우리 영토를 먼저 침범해올 리가 없지.”
강자로서의 여유와 품격이 있기에 내릴 수 있는 과감한 판단이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런 피라미들이 아니라, 중부의 파울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 전에 서부 전선의 전쟁을 결판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전황이 예상을 벗어났다고 하나, 카밀과 카이저가 빠르게 후퇴를 결정할 수 있던 이유는 역시 옥좌에 오른 이들의 숫자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파울로가 자리를 털고 나타나면 귀찮아진다. 그 전에 어떻게든 서부 전선의 흐름을 바꾸어야 해.’
“아 참, 성기사단장들과 주교들은 어디쯤이지?”
전장에 파견되지 않았던 남은 성기사단장들과 주교들.
이들의 임무는 수도에 있는 이바렐라를 보호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모종의 명에 따라 움직인 상황이었다.
“오늘 아침, 폐하의 명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해서 로렌트 항구에 거의 도착했다는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항구에서 병사들과 함께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겠지요.”
“전원 복귀하라 명하도록.”
“예? 하지만… 아, 아니. 죄송합니다, 폐하. 즉시 복귀하라 전하겠나이다.”
시종장은 오늘에서야 북부 항구에 도착한 이들을 다시 부르는 것이 맞나 싶어 자신도 모르게 이바렐라에게 반문했지만, 곧장 머리를 숙였다.
이유를 묻기에는, 이바렐라의 표정이 너무나도 살벌했으니까.
‘제롬, 네놈의 의외성이 상상 이상이라는 걸 인정하겠어.’
그러니, 더 이상 쉬이 판단하지 않으리라.
제국을 침투하기 위한 가장 정석적인 루트는, 누가 뭐라 하더라도 역시 북부의 로렌트 항구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파격에 파격을 더했던 제롬이 정말로 그리로 올까?
상식을 부순 이바렐라의 시선에, 딱 한 곳.
로렌트 항구가 아니어도 침입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테이블 위에 놓인 제국의 전도(全圖).
그녀의 시선이 바닷가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강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유피테르 강.
그녀가 마주했던 제롬이라면, 저 경로를 사용할 것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와라, 제롬. 피차 서로에게 더 이상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 것 같으니.”
동부 전선도, 서부 전선도. 그리고 황도도.
서로의 패가 드러나고, 생각을 읽은 이상.
결론은 간단했다.
힘과 힘.
그 단순할 정도로 간단한 논리 끝에서, 끝장을 볼 수밖에.
“어디 한번 해보자. 네가 준비해온 것들이 강한지, 아니면 내가 준비한 것들이 강한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