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354)
제354화
두두두두두두두두!
-워우우우우우우!
다이어 울프가 달리며 하울링을 뿜어낸다.
말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그 특유의 주법으로 인해 평범한 오크들은 균형을 잡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다이어 울프.
하지만 하탄은 마치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거구를 일으켜 세웠다.
“크라아아아아아아아!”
거센 피어와 함께 하늘을 향해 뛰어오른 하탄이 무게를 실어 그대로 도끼를 내려친다.
3m에 달하는 거대한 체격.
키클롭스들이 제작하여 선사한 특제 도끼.
위이이이이이이이잉!
거기에, 진동(振動)의 힘을 더한다.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킨 하탄의 일격은 카이저의 중검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파괴력을 담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흡사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주변의 대지가 조각조각 박살 난다.
후둑, 후두둑!
한껏 피어오른 먼지와 충격파가 가라앉자, 하탄은 자신의 도끼를 가로막은 상대를 바라보았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취이익!”
타오르는 살기를 줄기줄기 흘려내며 하탄이 짓씹듯이 내뱉었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것이더냐.”
부들, 부들!
하탄의 도끼를 막아낸 이는, 하탄의 체구에 밀리지 않는 체격을 가진 짙은 녹색 빛의 오크.
일귀(一鬼)였다.
하지만, 하탄은 일귀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촤아아앙!
하탄의 도끼와 일귀의 블레이드가 불똥을 튀기며 서로의 무구를 쳐낸다.
“대답해라, 네르다아아아안!!!!”
쾌애액!
하탄의 분노 섞인 외침에도 일귀, 네르단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블레이드를 마주 내밀 뿐이었다.
선조들의 목소리에 신성한 하얀 꽃을 취하여 하이 오크로 진화하는 데 성공한 하탄.
산맥으로 돌아가 무너진 은빛 늑대 부족을 재건하고, 흩어진 오크 부족들을 통합하여 야른비드르를 건설해냈다.
그럼에도 하탄은, 줄곧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왜’ 자신의 부족이 무너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
분명 자신은, 족장의 계략에 속아 오크 라이더 부대와 함께 와이번들에게 전멸당했다.
그렇기에, 하이 오크로 성장한 후 산맥으로 돌아가며 결심했었다.
자신의 친우들을 발할라로 떠나 보내게 만든 원흉, 족장 네르단을 향해 피의 복수를 하고야 말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족장과 은빛 늑대 부족은 산맥 내부에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말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몰락하고 사라져버린 부족의 족장에게 복수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자신의 다짐이 무색하게, 은빛 늑대 부족은 산맥에서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원수라 여겼던 족장 역시도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산맥의 수많은 오크들을 병합하며 끝없이 그들의 행방을 찾았지만, 다른 부족의 오크들이라 하여 은빛 늑대 부족이 갑자기 사라진 원인을 알 리가 만무했다.
단지, 오크 라이더 부대가 멸망했으니, 급감한 전력 탓에 생존 경쟁을 이기지 못하여 다른 종족의 손에 스러졌으리라고 여겼을 뿐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자, 하탄 역시 결국에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족장과 부족은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모습을 감추었었으니까.
한데 지금.
하탄의 눈앞에 부족의 원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도, 인간들의 군대에 소속된 채.
이 황당한 상황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지금은 알 수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가증스러운 네르단이 여기 있는 이유를 알아내는 게 아니라.
부족의 젊은 전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가증스러운 원수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꾸구구구국!
단련된 허리의 근육을 있는 대로 뒤틀어 원심력을 채운다.
부아아아악!
활과 같이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을 일시에 풀어내며 휘두른 대부가, 일귀의 블레이드를 튕겨낸 채 일귀의 어깨를 무섭게 파고든다.
위이이이이이잉!
위대한 선조들에게만 허락되었던 힘, 진동.
이 명예로운 힘이라면. 부족장으로서 군림하며 부족의 젊은이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던 가증스러운 배신자, 네르단을 일격에 찢어버릴 수 있을 터.
쿠우우우웅!
“……?!”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살과 피가 튀는 감각이 아닌, 둔탁하기 이를 데 없는 파열음이 들려온다.
-크르르르르르르….
짐승과 같은 소리를 흘리며 블레이드를 들어 올린 일귀.
비록 하탄에게 위협을 느껴 계략을 써서 그를 쳐냈다고는 하나, 네르단 역시 오크들 가운데 최강의 부족이었던 은빛 늑대 부족을 다스리던 족장이었던 자다.
그가 이룩한 경지는 결코 낮지 않았다.
그런 그가 제노스에게 마법적인 강화 술식까지 이식받았으니.
비록 신성한 하얀 꽃을 취하지 못했을지언정, 자신의 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즉.
그의 블레이드가, 하탄의 도끼처럼 벌 떼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였다.
키리리리리링!
두 무기에서 일어난 진동이 맞부딪치며 불똥을 튀기자, 하탄의 눈에 불길이 일었다.
“취이이익! 네놈이, 감히 선조들의 경지를 능욕하는 것이냐!”
한때 최강의 부족을 이끌던 우두머리였던 자와, 지금 종족 전체의 우두머리가 된 자가 떨리는 자신들의 무기를 거세게 맞부딪치며 그 충격파의 범위를 점차 넓혀갔다.
이런 상황은, 이귀와 삼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콰아아앙!
거대한 장검과 마주한 흉흉한 모양의 철퇴를 양 끝에 달아둔 봉.
검과 철퇴는 서로의 사용자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 대치했지만, 그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철컹!
삼귀가 봉의 중앙을 분리하자 양측에 철퇴가 달려 있던 긴 봉이, 짧은 철퇴 2개로 변환한다.
-우워어어어어어어!
콰아아앙!
“흥!”
삼귀의 기상천외한 기습이었지만, 외눈의 거인, 브론테스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물러났다.
그가 아는 이 키클롭스는 정석적이고 바른 무기가 아닌, 온갖 얄팍한 수단을 숨겨두어 상대를 농락하는 병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었으니까.
브론테스가 철퇴를 든 거인, 삼귀를 노려보며 말했다.
“…스테로페스. 그대가 어째서…!”
로드, 아르게스와 수장의 자리를 놓고 다투었지만 그 마음의 수양이 얕아 로드 자리의 경쟁에서 패배한 이후, 부족을 떠나갔던 경쟁자, 스테로페스.
종족의 이단아였던 그가 이지를 잃은 채 브론테스와 마주하고 있던 것이다.
오크, 라이칸스로프, 키클롭스.
제노스가 만들어낸 괴물, 육귀. 그중에서도 상위 서열에 있던 셋은 왕에 근접한 엄청난 재능을 지녔던 몬스터들이었다.
즉.
지금 산맥의 종족들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닿아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세 귀신들이 측면에서 달려든 종족의 지도자들을 맡아주었기 때문일까.
기습의 묘리에 당한 것치고는, 제국 측이 입은 피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반텐에서 준비한 패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카이저와 카밀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애초에, 세 귀신이 이 전장에 투입된 것은 대처할 틈도 없이 바쿠스를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산맥의 괴물들이 나타나 세 귀신들을 틀어막아 버리며, 바쿠스를 처치할 절호의 기회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상황은 다시 세 귀신을 투입하기 전과 동일한 상황으로 돌아갔다.
전황을 잠시 둘러본 카밀과 카이저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입을 열지 않았지만, 둘은 서로의 뜻을 읽을 수 있었다.
‘후퇴한다.’
단순히 처음 상황으로 돌아갔다고 하기에는, 현재 제국군의 진형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측면에서 급작스럽게 파고든 산맥의 몬스터들.
아직까지 피해가 크지 않다고는 하나, 저들로 인하여 제국군의 대열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던 것이다.
‘…바쿠스를 단숨에 처리하는 건 이미 늦었다. 이미 이렇게 된 것, 전열을 가다듬고 리비아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아. 조금 번거롭겠지만, 장기전으로 가는 수밖에.’
계획대로 바쿠스를 처리하고 시작했다면 전쟁이 훨씬 더 수월하게 흘러갔겠지만, 실패했다 하여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아니다.
엘레나가 준비한 마법과 달리 리비아의 신성력은 대해(大海)와도 같다.
그 마르지 않는 신성력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정공법으로 밀어붙인다면, 결국 승리는 제국의 것이었다.
“후퇴한다.”
“후퇴한다!!”
“전군, 대열을 갖춘 채 천천히 물러서라!!”
공작의 말에 방진을 꾸린 제국군이 몬스터와 연맹군의 공격을 피해 천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냥 물러가는 것인가?”
바쿠스가 방패를 들며 도발적인 얼굴로 되묻는다.
“아깝지 않은가? 나를 죽일 절호의 기회였을 텐데.”
바쿠스 또한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둘의 협공만 견뎌낼 수 있다면.
대열이 무너진 제국군을 상대로 승기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도발을 하며 두 공작을 끌어들이려 했지만, 두 공작이 그런 도발에 걸려들 리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 바쿠스. 네놈은… 반드시 내가 죽여줄 테니까.”
살벌한 말을 남긴 카밀과 함께, 카이저가 천천히 진형을 뒤로 물리며 빠져나갔다.
전쟁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 * *
제국의 동부 영지, 마이소르.
과거 세포이 후작가가 수백 년간 다스려온 영지이기도 한 이 땅은, 현재 제국 황가의 직할지로 편성되어 있는 땅이기도 했다.
동부의 명문가인 세포이 가문이 오랫동안 다스려온 마이소르 영지는 관료 가문인 세포이 가문이 다스린 영지답게, 주변 환경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성과가 바로 유피테르 운하였다.
유피테르 강은 제국의 동해와 연결되어 파티마, 나아가 바티칸 근교까지 이어진 강으로, 드넓은 땅덩이를 자랑하는 제국의 수송을 담당하는 거대한 젖줄이었다.
유피테르 강과 동해가 이어지는 영지인 마이소르는 해수와 담수가 만나며 다양한 어종이 섞인 어장을 형성하였다.
이런 황금 어장을, 관료 가문인 세포이 가문이 가만둘 리 만무했으니.
그 결과, 거대한 항구와 운하를 구축해낸 것이다.
강의 이름을 딴 유피테르 항구와 운하.
그 항구 주변으로, 일단의 배들이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정지, 정지! 어디에서 오는 배인지 소속을 밝히시오!”
항구를 향해 다가오는 배들을 향해 운하의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이 홰를 들며 경계심을 피워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불빛에 비친 배의 모습에, 병사들의 경계심이 천천히 누그러들었다.
대륙 전도의 위에 군림하는 왕관의 문양.
신성제국을 상징하는 표식이 당당히 돛에 그려져 있었으니 말이다.
“수고들이 많군. 동부 해역 책임자, 레오드 준남작이다.”
“아, 레오드 준남작님이셨군요! 늦은 시간까지 고생이 많으십니다.”
적게나마 남아 있던 병사들의 경계심이 완전히 사그라졌다.
레오드 준남작은 반역자, 세포이 후작가의 생존자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주살한 황가의 충신.
불온 분자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어라? 한데… 배가 조금 많은… 것 같습니다만?”
“아아, 티가 났나? 오늘 내가 공을 좀 많이 세워서 말일세.”
레오드가 의기양양하게 병사들에게 말했다.
“글쎄, 어부들의 배가 해적에게 공격당하고 있었지 뭔가. 해적들 소탕에 더해서 어부들까지 함께 보호해 왔지.”
병사가 흘긋 바라보자, 레오드의 말처럼 해골 문양이 그려진 배들이 나포되어 있었다.
“저런, 요즘 세상에 아직도 남은 해적이 있다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러게나 말일세. 아무래도 남부에서 더 이상 재미를 못 보니 여기까지 기어올라 온 모양이야.”
“어? 잠깐, 그런데 오늘은 조업 허가를 요청한 배들은 따로 없었습니다만….”
병사 중 하나가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짓자, 레오드가 더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내 말하지 않았던가. 공을 많이 세웠다고.”
“…설마?”
“자네들 추측이 맞을 걸세. 불법 조업 선박들이더군.”
레오드의 말에 병사들의 눈길이 차가워졌다.
“감히 황제 폐하와 주신의 소유인 바다에서 몰래 조업을 하다니… 그대로 해적들에게 죽게 내버려둬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쯧쯧, 그래도 그러면 되겠나.”
레오드가 짐짓 병사들을 꾸짖었다.
“불경한 자들이긴 하나, 저들 또한 황제 폐하와 주신의 것일세. 내 군법으로 엄히 다스려 정신교육을 시킨 후 폐하의 품에 안겨드릴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나.”
“하하하! 준남작님께서는 정말이지 저희의 모범이십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레오드가 병사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무튼, 일이 많았던 참이라 꽤나 피곤한 하루였다네. 얼른 관청에 이들을 인도하고 좀 쉬어야 할 것 같은데… 혹시 더 궁금한 사항이 있나?”
“이런! 저희가 너무 오랜 시간 준남작님을 붙잡고 있었군요. 고생하십시오!”
쿠르르르르르르릉!
항구의 입구 사이로 들어오는 배들. 레오드의 말처럼 해적선과 어선으로 보이는 배들 위에 해적과 어민으로 보이는 자들이 갑판 위에 옹기종기 무릎 꿇고 있었다.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었기에, 병사들은 레오드에 관한 사항을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붙잡힌 해적들과, 어민들은 옹기종기 잡혀 있었을지언정.
그들의 형형한 눈빛은, 군도에서 쫓겨난 해적 잔당이나 불법으로 고기나 잡는 이들의 눈빛치고는 지나치게 살벌했다는 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