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아렌의 위상은 그 끝이 없을 정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여론전을 중시하는 리헐트는 호재를 놓치지 않았고 통신 마법사를 항시 대기시켜놓았으니, 아렌과 귀족군의 활약은 실시간으로 대륙 전체에 중계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음험하기 짝이 없는 리헐트답게 지역적인 패배나 불리한 내용 같은 것은 적당히 검열해서 내보내고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귀족군이 황제군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으니, 대륙 전체의 여론은 귀족군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 덕에 관망하던 귀족들도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고, 혹여나 늦어서 자신의 자리가 없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은 야간행군도 감행하면서 전장으로 향했다.
황제의 등장과 천사로 칭하는 괴물의 등장으로 인해 위기도 있었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니 다시금 탄력을 받은 것이다.
거기에 교황마저 참전을 선언하고 황제를 이단으로 선언했으니 귀족군의 위세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렌이 있었다.
빛의 거인으로 화한 황제와 폭풍과 번개를 부리는 아렌의 싸움은 마법 영상으로 저장되어 대륙 각지로 흘러들었고,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탄과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드마스터만 하더라도 일평생 볼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초인의 싸움이라는 것은 그들이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는데 영상으로 그 모습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헐트의 교묘한 편집으로 인해서 아렌이 황제를 밀어붙이는 모습으로 제작된 영상은 다시금 아렌의 명성을 드높여 주었고, 그렇지 않아도 높았던 이름은 구름 위로 뚫고 올라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영상으로 그 대단함을 보고 경탄한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본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수십만의 병사들이 그 광경을 보았다.
빛의 거인으로 나타나 이적과도 같은 위엄을 행사한 황제에게 절망한 것도 잠시, 폭풍과 번개를 부리며 드래곤과도 같은 신수를 대동한 아렌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본 것이 수십만이다.
거기에 신과도 같은 황제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결국은 물러나게 만들었으니, 그 순간의 감정은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사실은 황제가 압도적인 출력으로 버티면서 아렌의 힘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던 것이었지만 어쨌든.
병사들의 눈에는 아렌이 세상에 강림한 신으로 보였으며, 황제를 패퇴시킨 그 순간이 심혼에 강렬하게 새겨진 것이다.
흡사 종교적인 체험처럼.
신이 존재함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신의 이적을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런데 수십만의 인원들이 그런 체험을 해버렸으니, 아렌을 신으로 여기고 신앙을 바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지성체의 신앙은 신들의 근원이죠.”
심각한 얼굴을 한 교황이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만신전의 신들은 외차원의 신들과 마계의 악마들을 막아 세우며 끊임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모두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학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야겠지만, 생명이 범람하고 지성체가 융성하는 세계는 의외로 찾기 힘들다.
그러한 세계에 자리를 잡은 신들은 지성체로부터 섬김을 받으며 얻는 신앙을 바탕으로 삼아 자신의 힘을 늘리고, 영향력을 확대한다.
때문에 이러한 세계는 신들에게 잘 차려진 잔칫상이나 다름없고,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은 신이나 인간이나 다르지 않았으니 각자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신들답게 단순한 결론을 내놓았다.
힘으로 빼앗은 것.
결국 신들의 세계도 힘이 모든 것이고, 빼앗기 위한 신들과 지키기 위한 신들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세계는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만신전은 그러한 체계에 따라 신앙을 수급하고 중간계를 방어하고 있죠.”
가볍게 한숨을 내쉰 교황이 말을 이었다.
“황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부분입니다. 자연스럽게 신이 되어서 승천한다면 만신전으로서도 나쁠 것은 없죠. 이쪽의 전력이 늘어나는 셈이니까요.”
교황이 허리를 펴고 자세를 고쳤다.
“하지만 황제의 방법은 체계를 따르지 않는 것이고 만신전의 밖에 있으니 어떠한 불안요소가 될지도 모르죠. 거기에 황제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악마를 소환하는 것도 꺼리지 않으니 최악에는 중간계를 내부로부터 붕괴시켜버릴 위험까지 있습니다.”
그 탐욕은 사그라질 줄 모르고 대의로 치장했지만 결국 본심은 강렬한 소유욕이다.
그러한 자가 신이 되었을 때, 과연 인간 개개인의 신앙이라고 한들 나누려 할까?
종극에 그 탐욕은 만신전으로 향할 것이 분명했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악마나 외신과도 손을 잡을 것이 분명했으니, 황제가 신이 되는 순간 중간계는 파멸이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황제는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적자로 나타난 것이 당신입니다. 아렌 공자.”
교황과 아렌의 시선이 마주쳤다.
인과율이라는 것은 오묘하기 그지없어서 황제가 신이 되고자 하는 위업을 달성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시련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시련이 아렌.
가련한 꼬마 아렌의 몸에 덧씌워진 지고의 경지에 이른 무인의 기억이다.
“이번에 신탁을 받으며 안 사실이지만 만신전에서는 그대에게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썼더군요.”
황제의 횡보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나타난 대적자를 신들이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문제는 시간.
착실히 준비를 하면서 힘을 쌓아가는 황제에 비해서 갓 세계에 나타난 대적자는 상대적으로 너무 약해 보였으니 신들은 이런저런 꼼수를 쓰기 시작했다.
운명을 살짝 비틀어서 유피테르에 깊이 관여하게 했고, 영기를 집중시켜서 깨달음을 얻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단지 그것뿐이지만 아렌은 자기 자신도 놀랄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고, 세계의 핵을 구해서 여의주로 삼는 기연을 얻을 수 있었다.
거듭되는 격전으로 깨달음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고, 결국에는 마지막 반발자국만 남겨놓고 있지 않은가.
정말 어떠한 계기만 있다면 아렌은 인간의 태를 완전히 벗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라면 아렌 공자를 너무 가볍게 봤다는 겁니다. 설마하니 오롯이 신성을 획득할 줄은 만신전의 신들도 예상하지 못했지요.”
외부의 신앙에 기대지 않고 순전히 자신이 쌓은 업만을 가지고 신성을 획득했다.
개인의 역량으로 신성을 발아시킨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이렇듯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낸 것은 만신전의 예측을 아득히 벗어난 것이었고, 아렌은 황제에 이은 새로운 문젯거리가 된 것이다.
“…… 솔직히 말하면 신들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저라도 만신전에 붙들고 싶겠지요.”
교황의 눈이 아렌이 꺼내놓은 상자로 향했다.
여전히 신성문자로 봉인되어 있는 상자는 고고하게 그 존재감을 비치고 있었다.
“홀로 신성을 획득한 것도 놀라운데, 기적적인 신위로 이제는 타인의 신앙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공자는 저 10대신에 못지않은 대신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특한 방법을 쓴 것도 아니고, 세계의 규칙에 어긋나지도 않았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신이 될 것은 확실해 보였고, 그 무위를 생각한다면 강력하기 짝이 없는 전력이 될 것은 분명했다.
때문에 어떻게든 아렌을 만신전에 붙들려고 수를 쓴 것인데 아렌이 가볍게 간파해버렸으니 혹여나 악감정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 교황을 파견한 것이다.
이야기를 끝낸 교황의 얼굴에는 후련함이 서려 있었고, 이단심문관은 아연한 표정을 지었으며, 디어뮈드는 강한 믿음이 담긴 눈으로 아렌을 바라보았다.
아렌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심상의 중심에서 신앙을 끌어모아 크기를 불리고 있는 신성의 씨앗이 보였고, 신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일반인이었다면 그 열기에 불타올랐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심상을 관조하며 아렌이 침묵하니 모두가 긴장된 눈초리로 아렌의 입을 주시하고 있는 것도 잠시.
아렌이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대단히 큰 착각을 하고 있구나.”
“음? 무슨 말이요. 공자.”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선 아렌이 양팔을 벌렸다.
“나는 딱히 신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 뭐라고?”
교황의 입에서 믿기 힘들다는 중얼거림이 흘러나왔고, 동시에 양팔을 벌린 아렌의 몸에서 기이한 일렁임이 일어났다.
“신이라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에서 벗어날 수 없고 자유를 속박당하지. 내가 그런 것을 바랄 것 같은가?”
교황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고, 그것은 이단심문관과 디어뮈드도 다르지 않았다.
인간은 신이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지금 지상의 그 어느 누구보다 신에 가까운 남자가 자신은 신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부정을 하고 있으니, 그들의 경악은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홀로 고고한 자.”
쩍.
모두의 귀에 무엇인가가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화들짝 놀란 교황이 자리에서 일어서 소리쳤고, 이단심문관과 디어뒤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신성의 씨앗.
아렌은 자신의 심상 깊은 곳에 있는 신성의 씨앗에 균열을 낸 것이다.
신성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황과 이단심문관은 대번에 그 사실을 알아채 버렸고, 초인의 문턱에 발을 디디고 있는 디어뮈드 역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오직 나의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서서 내가 원하는 대로 걸으니 그것이야말로 내 존재 의의다.”
강렬한 영기가 아렌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아렌에게로 향하던 신앙이 역류하더니 이내 하늘로 솟아올랐다.
갑작스런 신성력의 폭풍에 민감한 자들은 대번에 그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고, 모두가 경악한 눈으로 아렌이 머무르고 있는 건물을 응시했다.
“타의에 의지하지 않는다!”
굳은 의지가 담긴 말이 세상에 새겨졌고, 그 순간 신성의 씨앗이 완전히 깨져서 뿌옇게 변해버렸다.
이것은 하나의 선언.
아렌 드 그라인드라는 객체가 세상에 자신을 확고하게 아로새기는 것이었고, 철저하게 홀로 서겠다는 남자의 선언에 모두는 아연한 눈빛으로 아렌을 쳐다보았다.
신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타의에 의한 것이라면 하지 않겠다.
황제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위치한 그 의지에서 그가 왜 황제의 대적자로 선정되었는지를 교황은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후.”
영혼의 한구석이 비어가는 것 같은 허탈감에 아렌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경지까지 올라왔다.
세상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할 때도 있었고, 비굴하게 생명을 구걸한 적도 수 없이 많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아렌이 선택한 길.
타인에 우러름을 받아서 신이 된다고 한들 그것이 아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후회마저 아렌 드 그라인드라는 객체를 구성하는 부품이니 아렌은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둥!
여의주가 격렬하게 진동하고 도도하게 전신을 흐르던 부룡기공이 호응했다.
“흠.”
세상에 흩어져 있던 영기가 아렌의 몸으로 모여들었고, 신성의 씨앗이 있던 자리를 빠르게 채워나갔다.
“헛!”
“…… 이럴 수가.”
그 힘의 흐름에 디어뮈드와 교황이 경이에 찬 표정을 지었고, 그 순간 아렌은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콰릉!
청명하기 그지없는 하늘이건만 낙뢰가 내리쳤고, 투명하기 그지없는 빗줄기가 떨어지며 신비로운 안개를 만들었다.
그 경이로운 광경을 본 모두가 영성에 큰 충격을 받았으니, 이후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손쉽게 경지를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아렌의 몸에서 뻗어 나온 기가 하늘을 넘어 천상, 외계에까지 이어졌으니 세상 모든 것을 아렌은 느낄 수 있었다.
“…… 비워야 채워지고 자리가 모자란다면 버려야지. 진리는 평범함 속에 있는가.”
현기가 느껴지는 한 마디에 디어뮈드의 정신이 아득해졌고, 교황과 이단심문관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아렌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아렌과 지금의 아렌은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해도 무방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용.
아렌은 마침내 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