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황궁에 위치한 전쟁본부는 여전히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병력 상황 체크해!”
“식량 보급은?!”
“결계 해제 진척도는 어떻게 되고 있지? 외부와 연결이 돼야 한다!”
비록 위성도시를 모두 잃고 제도 앞까지 밀렸지만, 전쟁본부는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천만이 상주하는 제도의 인구는 그 자체로도 강력한 무기다.
황제군도 그것을 알았고 귀족군도 그것을 알았다.
때문에 귀족군은 위성도시를 점령하는 것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후방으로 소개했고, 황제군은 조금 밀린다 싶으면 주민들을 제도 안쪽으로 몰아넣었다.
그렇게 밀고 당긴 끝에 현재 제도에 몰려있는 시민의 숫자는 500만 명.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젊은 남성 중심으로 인구를 채웠으니, 제도의 병력은 전혀 소모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제도에 가까워질수록 강해지는 황제의 사념은 대부분의 백성들을 황제의 신도로 만들었고, 거기서 나오는 감정의 조각들은 다시금 황제에게 집중되는 선순환이 완성되었다.
제아무리 황제라도 천사를 쉽게 만들 수는 없다.
소드마스터 급의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변이를 버텨내지 못하고, 소드마스터의 단단한 육체를 변이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힘이 들어간다.
일단 완성되면 소드마스터를 가직고 놀 정도로 막강한 전력이 되지만 양산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헌데 제도에 가까워질수록 천사의 출몰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제도의 성벽을 눈앞에 뒀을 때는 무려 다섯 개체의 천사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디어뮈드와 데미안이 앞장선 덕에 일반 병사들의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아찔했던 순간이었고, 리헐트를 비롯한 수뇌부들의 정신줄을 다시 한번 잡아주게 만들어 주었다.
원래 뭐든 마무리가 중요한 법.
거기에 상대는 대륙의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굴지의 정복군주인 황제였으니 절대 쉽게 볼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황제군은 눈에 불을 켜고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좋구나.”
“모두가 황제 폐하의 은덕입니다.”
드라고의 말에 황제가 미소 지었다.
비록 제도까지 밀리기는 했지만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이제 조만간 아렌을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 확실했으니 황제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양은 떨어졌지만 그만큼 농밀한 감정이 실시간으로 쌓이는 것을 느끼며 황제는 시선을 돌렸다.
“준비는?”
“완벽합니다.”
자신감 넘치는 비욘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인 황제가 몸을 돌려 전쟁본부를 나섰다.
황제를 수행하는 비욘과 드라고, 루드비히 및 근위기사들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기대가 들어찼고, 그들이 내뿜는 긍정적인 감정이 황궁의 모두에게 전염되니 사기가 절로 샘솟았다.
그렇게 걸음을 옮긴 그들이 당도한 곳은 연구실.
거대한 규모의 마법진이 있었고, 그 자리에 구속되었던 쿨리크의 모습은 없었지만 대신 세 개의 봉인이 신묘한 기운을 뿜어내며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오오!”
어지간한 일에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황제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꺼림칙하게 흘러나오던 마기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오직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강대한 힘과 고고한 격.
저것을 취할 수 있다면 황제는 반드시 신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취하시면 됩니다.”
자신감 가득한 비욘의 목소리에 드라고가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신이 되시어 우리를 영원히 이끌어주시옵소서!”
“황제 폐하 만세!”
“신이 되어 주소서!”
그 말과 함께 연구실의 모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대었다.
강렬하게 끓어오르는 감정에 정신이 고양되는 것을 느낀 황제가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오직 황제의 발자국 소리만이 이 공간에 존재하는 것 같았고, 그렇게 걸음을 옮긴 황제의 몸이 마법진안으로 들어섰다.
외부로부터의 완벽한 격리가 가능한 공간을 아무런 저항 없이 통과하는 황제의 모습에 마법사들이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고, 천천히 뻗어진 황제의 손이 봉인에 닿았다.
우우우웅.
황제의 손길에 강렬하게 맥동하는 봉인의 모습을 보며 황제가 웃었다.
“그래. 내가 너의 주인이다.”
우우웅!
영성이 가득한 봉인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듯 거칠게 울어대었지만 황제는 개의치 않고 봉인을 들어 자신의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꿀꺽.
단숨에 봉인을 삼켜버린 황제가 마법진 한가운데서 눈을 감았고, 그 순간 세상이 울렸다.
두근!
마치 심장 소리와 같은 울림이 번져나갔다.
두근! 두근!
꽤나 긴 텀을 두고 울리던 박동소리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강렬한 심장소리가 더욱 더 빨라지더니 이제는 쉴 새 없이 공간을 울렸다.
쿵쿵쿵쿵쿵!
황제의 몸에서 휘황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박동소리에 맞춰서 점멸을 반복하니 마치 지상에 강림한 태양과도 같았다.
쿵!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고, 시들지 않는 꽃은 없는 법.
영원할 것만 같은 박동이 멈추고 사방을 밝히던 빛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폐하?”
지그시 눈을 감고 서 있는 황제의 모습의 드라고의 입에서 염려스런 한 마디가 나온 그 순간.
훙!
황제의 두 눈이 부릅떠지고 전신에서 휘황한 서기가 흘러넘치며 천천히 몸이 떠올랐다.
“오오오오!”
“황제 폐하 만세!”
“신이시여!”
강렬한 존재감과 고양감에 연구실의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황제를 찬양했고, 그것은 이성의 현현이라는 마법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아아아아!”
정신적인 고양감에 휩싸인 것인지 비욘의 얼굴은 환희에 가득했고, 눈물과 침을 줄줄 흘리며 멍하니 황제를 바라보는 그의 하체가 흥건히 젖어 들었다.
“신이라는 것은 이런 기분이군.”
그렇게 허공에 떠 있던 황제의 입이 열리자 그 말을 들은 모두의 몸이 움찔거렸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겨있는 신성에 저도 모르게 자극 받는 것이다.
황제의 시선이 연구실의 모두를 훑었고, 감히 그 시선을 마주하는 자는 없었다.
물건을 바라보는 것 같은 차가운 시선이었지만, 그 시선의 의미를 눈치 챈 자는 아무도 없었고, 강렬한 환희에 그저 몸을 부르르 떨어댈 뿐.
“짐의 신도들아.”
“황제 폐하 만세!”
목이 터져라 외치는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황제의 존재감만이 가득했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운명이겠지.”
황제의 온 몸이 빛에 휩싸였고, 인간의 육신이 허물어지는 것 같이 보였다.
“너희 충직한 자들에게 은총을 내려주마.”
“아아아아아!”
“위대한 황제시여!”
빛으로 화한 황제의 몸이 연구실을 덮을 기세로 퍼져나갔고, 환희에 찬 모두의 몸을 감쌌다.
* * *
“흠.”
“…… 도련님.”
자신의 거처에서 명상을 하던 아렌의 시선이 제도방향으로 향했고, 동시에 디어뮈드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아렌의 중얼거림에 디어뮈드가 검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 순간 공간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허공 속에서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느꼈는가.”
“그래.”
세상이 두 쪽 나도 무표정일 것 같은 데미안이 잔뜩 굳은 얼굴로 공간을 넘어왔고, 아렌은 데미안의 물음에 확인을 해 주었다.
“신이라는 게 이런 거군.”
감출 생각도 없는지 사방으로 강렬하게 풍기는 존재감에 아렌이 중얼거렸다.
한없이 신격에 가까운 것이 용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신으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신은 아니다.
하나의 지역을 수호하며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은 가치를 지켜나가는 신은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지역 외의 곳을 벗어나지 못하니 자유롭지 못하고, 신에 비해서 힘에 손색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용은 자유롭기 그지없다.
신이 된다는 것은 하나의 지역에 얽매인다는 뜻이나 다름없었고, 그것을 직감한 아렌은 미련 없이 신이라는 선택지를 버려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나의 개념과 지역에 묶여 있어야 할 신이 별다른 제약 없이 세상에 발을 디딘 모양이 되었으니, 황제의 도박은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으음!”
거처를 나서 제도를 바라본 데미안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절로 흘러나왔고, 그것은 비단 데미안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제도.
거대하기 짝이 없는 제도 전체가 빛에 휩싸여서 휘황하게 빛나고 있으니 그 기적과도 같은 모습에 귀족군의 모두가 넋을 놓았다.
“오오오오!”
“신이시여!”
“황제 폐하 만세!”
고양감에 휩싸인 황제군의 외침소리가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들릴 정도였고 상대적으로 귀족군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대로라면 싸워보기도 전에 병력이 와해되어버릴 것이 뻔했으니, 어느덧 다가온 귀족군의 수뇌부가 아연한 눈초리로 아렌만을 바라보았다.
“병사들을 뒤로 물려라.”
“…… 무슨 생각인가.”
그렇게 빛에 휩싸인 제도를 바라보던 아렌이 입을 열자 리헐트가 긴장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더 이상 일반 병사들이 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최소한 기사 이상만이 이 전장에 참여할 수 있겠지.”
아렌의 답에 귀족군 모두가 표정을 굳혔다.
별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그들의 머릿속에 천사라는 이름의 짐승이 떠올랐고, 그것은 황제가 무슨 수를 쓴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었으니까.
“이 목숨을 신에 바친다!”
그 순간 성벽위의 병사 하나가 큰 소리로 외치더니만 자신의 몸을 성벽 밖으로 날렸다.
“어엇!”
“저! 저!”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것이 분명한데도 병사의 표정은 환희에 가득 차 있었고, 자신의 몸통만한 검은 상자를 들고 성벽 밖으로 떨어진 병사는 이윽고 차디찬 대지에 몸을 부딪쳤다.
콰직!
머리가 부셔져 뇌수가 줄줄 흘렀고, 이리저리 비틀리고 뭉개진 몸뚱이에서는 선혈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으니 보나마나 즉사.
그 갑작스런 광경에 모두가 헛숨을 들이킨 그 순간 병사의 시체에서 피를 게걸스럽게 빨아먹은 검은 상자가 빛나더니 이내 폭발적인 기운을 쏟아내었다.
“헛!”
“마기다!”
“악마 소환인가!”
교황과 이단 심문관들이 대경실색해 외쳤고, 순식간에 해체되어 크기를 키운 상자가 이내 커다란 문으로 변해버렸다.
끼익!
사람의 심혼을 갉아내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문이 좌우로 열렸고, 산양의 그것과 같은 발이 뻗어 나왔다.
쿵!
단순히 발자국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소리가 전장에 울렸고, 커다란 문으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거대한 육체가 세상으로 빠져나왔다.
…… !
“우왁!”
“커억!”
인간의 가청영역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포효 소리가 세상을 할퀴듯이 울려 퍼졌고, 마나를 각성하지 못한 일반 병사들이 가슴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
“…… 최소 3급! 귀족급 악마입니다!”
이단 심문관의 당황한 목소리가 울렸고, 폭발적으로 치솟아 오른 마기가 대지를 오염시키며 세를 불려나갔다.
“저런 식으로 써 먹는군.”
헌데 놀랍게도 빛으로 둘러싸인 제도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듯, 마기가 귀족군 방향으로 무섭게 뻗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미 오염되어 버린 대지가 부글거리더니 마물들이 솟아올랐고, 지옥과도 같은 광경에 귀족군 모두가 사색이 되어버린 그 순간.
“사라져라 악마야!”
한 소리 외침과 함께 교황의 몸에서 휘황한 신성력이 퍼져나갔고, 뻗어오는 마기와 맞부딪친 신성력의 물결에 병사들의 얼굴에 빛이 돌아왔다.
“이단을 처단하라!”
이단심문관들이 빛살처럼 앞으로 튀어나갔고, 기사들의 몸에서 오러가 솟아올랐다.
마법사들의 손이 복잡하게 움직이며 주문을 짜 올렸고, 장교들이 병사들을 통솔해서 일사불란하게 뒤로 물러섰다.
전장이 급작스레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렌은 우묵한 시선으로 제도의 성벽 너머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