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40
040화
현명하고 위대한 왕이 미래를 위해 조성한 교육 도시 유피테르는 왕국이 제국으로 발전하면서 그 규모를 더욱 키워나갔다.
규모가 늘어나고 아카데미를 거친 인재들이 많아지면서 제국의 힘을 점점 늘어만 갔고, 어느덧 제국의 보물이 된 유피테르.
현명하고 위대한 왕은 발전해나가는 왕국의 모습에 만족하며 눈을 감았지만, 후대의 자손들은 유피테르를 단순한 교육 도시 이상으로 쓸 수 있는 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정복 군주인 현 황제는 몇 가지 답을 찾아내었다.
제국은 왕국에서 시작해서 주변을 합병, 제국으로 거듭난 나라이고, 그 대부분은 현 황제의 치적이다.
1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이기에 옛 왕국 시절을 잊지 못하는 자들은 수두룩했고, 백성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고개를 숙인 귀족들은 제국의 잠재적인 위협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동맹과 항복의 표현으로 인질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황제는 여기에 착안해서, 제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모든 곳의 유력자의 자식들을 아카데미에 입교시키는 칙령을 발표했고, 그것이 백작 이상의 고위 귀족들이 아카데미에 시험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이유다.
인질을 잡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제국에 충성하는 사람으로 교육까지 시키는 것이니 황제는 위대한 왕을 칭송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더욱더 황제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세력을 길러내는 곳이 된 아카데미.
그렇지만 세상 사 계획대로만 돌아가지는 않는다.
제국에 대한 충성심을 심어주고자 모아놓은 인질들의 자존심을 너무 낮게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단순히 인질의 개념으로 끌려온 자들도 있었지만, 아카데미의 격에 맞는 인재들도 상당수가 있었고, 시간이 지나니 어느덧 그 인재들의 대부분이 아카데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황제의 절대 권력에 맞서는 또 다른 권력의 탄생이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한 인재들이 제국 각지로 흩어져 황제의 권력에 대항하다보니 어느덧 제국은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법치에서 벗어나 숨통이 트이게 되었고, 궁정과 귀족 중심에서 벗어난 문화를 꽃피울 수 있게 되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럼으로써 제국의 발전이 가속화되었다는 것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 황제는 기분이 나빴다.
부랴부랴 아카데미의 총장 자리만큼은 황족만이 취임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았지만, 이미 대세는 넘어가버렸다.
제 아무리 제국의 기조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황제를 중심으로 한 귀족들의 권력은 공고했으니, 황제의 조언집단은 이참에 제국의 판도를 바꾸기로 결심하고 황제에게 조언했다.
그렇게 자유 무역 체재가 성립되었고, 유피테르를 비롯한 중계 무역도시가 발전하기 시작했으면 부와 권력이 귀족들에게서 조금씩 벗어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수한 이합집산과 드러나지 않는 싸움이 있었고, 결국 제국은 황제와 여덟 귀족이 지배하는 국가가 되었다.
황제를 중심으로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덟의 귀족 가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그 중의 하나가 그라인드 백작가다.
이렇게 제국이 안정되고 현 황제가 한숨을 돌린 그때, 아카데미의 사고가 들려왔다.
제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는 하지만 알게 모르게 황제의 힘을 누르고 있던 아카데미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황제에게 이것은 기회였다.
아카데미를 완전히 장악하고 황제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집단으로 개혁할 수 있는 기회.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공안 6과의 빠른 투입은 황제 중심의 절대 권력을 부활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 * *
“실수하시는 겁니다.”
베네프트의 날선 목소리가 울렸고, 평소라면 총장한테 무슨 무례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몰렸겠지만, 교수들은 침묵했다.
“제가 무능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감찰대의 능력은 아직 다 발휘되지 않았습니다. 마법단과 특별단의 공조가 생각보다 더뎌져서 그런 것이지, 두 기관이 힘을 합친다면 빠르게 결과가 나올 겁니다!”
확신을 담아 외치는 베네프트의 시선이 구석에 있는 두 명의 교수를 노려보았고, 두 교수가 헛기침을 하며 베네프트의 시선을 피했다.
아카데미 감찰대는 두 개의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원 마법사로 구성된 마법수사감찰단과, 기사들과 학자들로 구성된 특별수사감찰단이 그것이다.
마법을 사용해서 정황 증거를 파악하는 마법단과 몸으로 움직이며 과학적인 증거를 근거로 움직이는 특별단이 처음부터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 조직이 가지는 너무나 뚜렷한 방향성이 문제가 되었다.
마법을 맹신하는 마법단과 마법외적인 부분으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특별단.
사소한 반목으로 시작된 두 기관은 이제 서로 쳐다보지도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고, 애초에 서로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조직된 두 조직은 어느덧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감찰과 수사권이라는 것은 강력한 권한이다.
그런 만큼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하는 두 조직이 반목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정치세력화 해서 아카데미의 주도권을 놓고 싸우기 시작했다.
제국의 날고 긴다하는 석학들을 모아놓은 아카데미에서는 알게 모르게 막대한 이권이 움직인다.
교육기관이지만 최고의 연구기관이기도 한 아카데미의 특성덕분인데, 마법단과 감찰단이 이제는 이 연구에 손을 대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었으니, 몇몇 교수들을 제외하고는 감찰단을 좋아하는 교수는 아무도 없었다.
베네프트가 노려본 두 명의 교수는 각각 마법단과 특별단을 책임지고 있는 자들이니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베네프트의 입장에서는 절대 이뻐 보이지 않았다.
“······ 어쩔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시선을 돌려버리는 부르바스에게도 나름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자신의 오점 같은 아카데미에 항상 신경을 거두지 않고 있던 황제가 사고를 알아차리고 부르바스에게 압력을 넣은 것이다.
방계 황족이라고는 하지만 마법사에 가까운 부르바스는 현 제국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때문에 아카데미에 개입하려는 황제의 자잘한 시도를 잘 막아오고 있었는데, 워낙에 명분이 확실하다보니 이번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시간을 끌어서 베네프트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최고의 결과였는데, 속절없이 시간은 지나가버렸고 결국 공안 6과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분위기를 가만히 바라보던 루드비히가 입을 열었다.
“말씀들은 끝나신 것 같군요.”
너무나도 평범해 보여서 기억에 남지 않는 얼굴을 가진 루드비히였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을 위협하는 힘이 있었다.
소름이 돋아서 몸을 움찔거리는 교수도 있었지만,루드비히는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곳에 타린 교수님이 있습니까?”
인간미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공안 6과의 요원들을 보면서 교수들은 뭔가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손가락 한 마디만한 작은 크기에 수정을 가공해서 오각형의 형상을 만들고 거기에 마법을 부여, 위조를 방지했다.
그냥 보기만 한다면 귀족가의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신구처럼 생겼지만, 이 녀석의 정체는 바로 증명의 별.
모든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얻기를 원한다는 미래로의 증표다.
다만 지금은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져 있어서 모양은 안 난다지만 일단 별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아카데미 내부에서의 위상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별이 가볍게 떠오르더니 이내 자그마한 손에 떨어졌다.
뽀얀 손가락이 별을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다시금 가볍게 떠오르고 내려앉았다.
“······ 저기. 아무리 그래도 증명의 별인데 조금 조심스럽게 다루는 게 좋지 않을까?”
그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트리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고, 네이던과 레티시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로번과의 대결의 대가로 받은 증명의 별 반 조각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렌의 모습이 불안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렌은 트리안의 말을 무시하며 별을 가지고 놀았다.
“이런 식이라면 금방 졸업하겠구나.”
아렌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에 일행은 아연실색했지만, 한편으로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렌이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상상해본적도 없었던 파격.
앞으로 어떤 파격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아렌이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생겨났다.
그런 믿음에 용기가 생긴 것인지, 주저하던 레티시아가 아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렌 공자.”
아렌의 시선이 레티시아에게로 향했다.
무저갱 같은 눈동자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나름대로 아렌에 익숙해진 레티시아는 잘 참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공들여서 상대편을 해체 ······ 아니, 손을 과하게 쓴 이유가 있나요?”
이 중에서 아렌이 전투하는 모습을 가장 많이 접한 것이 레티시아다.
얼핏 보기에 아렌의 손속은 잔인하기 그지없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결과일 뿐, 레티시아는 아렌이 보기보다는 꽤나 합리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상황에 맞춰서 최대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힘을 쓰는 것이 아렌인데, 로번을 상대할 때에는 꽤나 공을 들여서 상대방을 해체했으니, 레티시아는 그 점이 궁금한 것이다.
말없이 자신을 지켜보는 아렌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번 일로 아카데미 전체가 아렌 공자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죠. 번거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렌 공자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어떤 의도가 있을거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레티시아의 말에 트리안과 네이던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아렌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로번을 망가뜨린 것이라는 확신이 든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당방위인데 손을 과하게 썼다는 이유만으로 최고회의에 불려갔었지. 그런데 며칠이나 지났다고 만인이 보는 앞에서 그런 짓을 벌였다?’
네이던이 묘한 눈초리로 아렌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아렌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풀숲을 지면 뱀이 튀어나오는 법이다.”
뜬금없는 아렌의 말에 트리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을 지었고, 가만히 아렌의 말을 생각하던 네이던이 뭔가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나를 드러냄으로서 숨은 적을 끄집어내겠다는 말이군.”
“······ 일반적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할 과격한 방식이네요. 하지만 당사자가 아렌 공자이니 이해가 되요.”
허탈한 표정의 레티시아를 일변한 아렌이 중얼거렸다.
“하나하나 상대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야.”
아렌의 취향은 확고하다.
자잘한 적들을 계속해서 상대하는 것보다는 다 모아서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때문에 과하게 잔인한 모습을 보였고, 자신을 격이 다른 존재로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
모르긴 몰라도 다음에 접근해올 적은 할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끌어올 것이고, 그것만 물리친다면 아렌은 다시금 평온한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레티시아의 눈이 몽롱하게 변했다.
그녀가 아렌의 지근거리에 있는 이유.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무력에 어떻게든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지만, 이내 그것은 동경으로 바뀌었다.
절대적인 강함에서 나오는 자유.
초인의 이상향을 보는 것 같은 모습에 레티시아의 가슴이 떨렸다.
트리안과 네이던은 이제야 아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항상 느릿하게 움직이고 상황에 수동적으로 대하는 이 작은 괴물은 이미 자신의 주변에서 모종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자신만의 대책이 있었고, 그 계획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아렌의 작은 체구가 한없이 커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