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11
제111화
첫날 시험이 끝났다.
비전투 직군의 실기 시험이 진행되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모두의 시선은 예상대로 쟁투에 집중되었다.
예선 A조, B조의 경기가 끝나고 커뮤니티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실사 수준 그래픽 진짜냐? 이게 정말 게임이라고?
└아직도 그래픽 타령하는 흑우가 있었다니….
└게이머 아니고 일반인들은 중계 보고 나서야 믿는 게 당연하지.
└TV 채널 돌리다가 이게 뭔가 싶어서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이 게임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일반인 코스프레 ㄴㄴ. 커넥트 전용 게시판에 일반인이 글을 쓴다? 딱 걸렸음ㅋ
└아주 대단한 형사 나셨네. 오늘 방송 보고 유입된 신규 가입자들 터져 나간다. 게시판들 아주 터져 나가는 중이라고!
-예선전 서바이벌로 진행한다고 해서 별로 기대 안 했는데 예상외로 꿀잼이었음. 시험 설계자가 머리 좀 쓴 듯.
└인정. 솔직히 다들 뭉쳐서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뻔한 장면 생각했다가 통수 맞았다. 보는 나도 놀랐는데, 직접 플레이하던 애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정의 구현각 오졌구요. 꼼수충들은 박멸해야 하구요. 게임 좀 정정당당하게 하자! 핵쟁이, 비매너 놈들 OUT!
└아니, 솔직히 룰도 제대로 안 알려주고 페널티 먹이는 주최 측이 더 문제 아닌가? 그리고 팀 짜서 플레이하는 게 어째서 비매너야? 전략이지. 솔직히 이건 특정 세력을 엿 먹이려는 음모가 분명해.
└중궈는 너희 나라 게시판으로 돌아가라!
└팀전도 아니고 서바이벌이라고 명시해놨는데, 이 정도 룰이야 당연히 있어야지. 솔직히 중국 애들 강제 포탈 당하는데 졸잼이었음.ㅋㅋ
└솔직해지자. 중국만 욕할 게 아니라 한국 애들도 포탈 많이 탔잖아? 시작부터 정치질하다가 정의 구현 당한 놈도 있었고.
└찐따 같은 거 하나 있었지. 솔직히 말빨이 X나 좋길래 기대했는데, 병신짓 하고 뒤질 줄은 몰랐음.
-얘들아. 지금 이렇게 맘 편하게 떠들 때가 아니지 않을까? 한국 애들 둘밖에 통과를 못 했다고. 솔직히 좀 기대 이하지 않아?
└그러게. 적어도 3명 이상은 기대했는데. 상위 랭커들도 많았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뻔하지. 쓸데없는 정치질, 편 가르기 이런 거 하다가 깨진 거 아냐?
└글쎄. 그냥 이 정도가 원래 수준 아니었을까? 컴퓨터 앞에서 클릭질 하는 게임이 아니고 진짜 가상현실 게임이니까. 솔직히 피지컬로 따지면 서양 애들을 어떻게 이겨?
└패배주의자는 꺼져. 한국 사람이라면 못해도 한국 응원해야 하는 거 아냐?
└이유 없는 국뽕도 짜증 난다.
└너무 조바심 내지 않아도 올라갈 사람은 다 올라갈 듯. 실제로 합격자들 랭킹 보면 대부분 상위권이고, 플레이 장면만 봐도 잘 싸우더만. 한국 애들 중에도 랭커 많으니까 그냥 믿고 기다려.
실시간 중계의 여파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게시판도 달아올랐지만,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TV 뉴스 메인을 장식할 정도로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쟁투’ 인터넷 실시간 중계, 동시 접속자 수천만 명 넘어.] [‘쟁투’ 예선전 하이라이트 영상, 하루도 지나지 않아 1억 뷰 돌파!] [쟁투 예선 첫날, 한국 선수 2명 본선 진출 확정.] [커넥트 통합 게시판 접속자 수 과다로 한때 마비 사태 벌어져.] [커넥트로 쏠리는 광고주들의 관심.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쟁투’ 결승전까지 전 시간대 광고 완판!] [일부 시민 단체. ‘쟁투’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 접수. 이유는 지나친 폭력성과 잔혹성.]그렇게 바깥세상이 시끄럽게 흘러가고 있을 무렵, 커넥트 내부의 플레이어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본인의 차례가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레벨을 올리고자 사냥에 열중하는 이들도 있었고, 같은 조에 속한 이들과 사전 접촉하여 작전을 짜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가장 많은 플레이어들이 활동 중인 중국인들은 B조 최후의 1인으로 합격한 리진청을 중심으로 시험을 분석하고 있었다.
“영상 분석은 어떻게 됐지?”
“네, 방금 끝마쳤습니다. 리진청 님 말씀대로 룰에 규칙성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가장 문제가 되었던 ‘강제포탈’을 분석 중이었다. 그건 가장 많은 머릿수를 가진 중국 입장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규정이었기 때문이다.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페널티 적용 범위를 알아야 했고, 그 답이 이제야 나온 것이다.
“분석 표본이 적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인원수는 5명 이상일 경우. 그리고 3분이 경과하면 강제 포털이 열리게 됩니다.”
“좋아, 그럼 그걸 바탕으로 형제들을 위한 작전을 만들어보자고. 내일이야말로 중화의 기상을 세계에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다.”
어차피 오래 써먹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중국 플레이어들은 최대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철저하게 시합을 준비했다.
그리고 둘째 날 첫 번째 시험.
오전에 벌어진 C조의 결과는 예상대로 압도적인 중국인들의 승리로 끝났다.
합격자 8명 중 다섯이 중국인들이었고, 한국은 단 한 명의 합격자도 배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중국 플레이어들은 10개의 구역을 두 개씩 짝지어 대략적인 합류 지역까지 미리 결정해두고 시합에 참석했다.
예를 들어 1, 2구역이라고 치면 1구역의 가장 높은 건물, 혹은 인위적 구조물 앞으로 집합한다는 식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합류한 팀들은 철저하게 4인 1조로 활동을 했으며, 팀 간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전투가 벌어질 경우 근처의 팀이 합류하는 유기적인 움직임까지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선택은 옳았고, 타국의 하이랭커 3명에게 킬 순위를 내준 것 이외에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예선전을 마무리 지었다.
“와, 중국 놈들 진짜 야비하네.”
“치사하긴 한데, 엄청 준비했다는 게 눈에 보인다. 어떻게 하루 만에 숨겨진 룰을 정확하게 파악한 걸까?”
“이러다가 중국 놈들이 남은 합격 자리를 모두 가져가는 것 아냐?”
경기를 지켜본 플레이어들은 놀람과 우려를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오전 예선은 C조 하나가 끝이었고, 다음 경기까지 점심시간이 있었기에, 다른 국가 플레이어들도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우리도 중국 놈들처럼 팀을 짜서 움직이면 되겠지.’
‘우리는 쪽수가 부족하니까 다른 국가 애들이랑 연대해야 할 것 같은데?’
합격에 대한 열망은 짧은 시간 안에 타국 플레이어들이 단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어진 오후 예선에서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4인 1조로 움직였고, 결국 서바이벌의 취지가 무색하게 개인전이 아닌 4인 스쿼드 대결로 변질되고 말았다.
하지만 라울은 딱히 개입하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지. 생각보다 중국이 빠르게 움직이긴 했지만.’
애초에 강제포탈 규정을 5인 이상으로 잡은 것 자체가, 4인 스쿼드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라울이 이번 ‘쟁투’를 통해 노리는 것은 플레이어들을 스타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재능있는 플레이어들이 돋보일 필요가 있었다.
1대1 대결은 임팩트가 부족했고, 그렇다고 너무 다수가 한자리에 모이면 집단의 전투에 개인이 매몰되게 된다.
그래서 라울이 적정선으로 잡은 것이 네 명.
4인 스쿼드가 상대라면 충분히 돋보이는 활약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예선전은 라울의 예측대로 흘러갔다.
중국이 압도했던 C조 예선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는 어느 국가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인다거나, 진짜 실력자들이 머릿수에 밀려 떨어지는 헤프닝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중국 플레이어들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각국의 랭커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실력을 어필하며 합격에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배도현이 속한 마지막 조. H조의 예선이 눈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G조까지 국가별 합격자 현황]중국 14명, 미국 8명, 한국 5명, 일본 4명, 러시아 4명, 영국 2명, …….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단 실망스런 결과네. 쟁투 참가자 1,600명 중에 거의 200명이 한국 플레이언데, 아무리 마지막 조가 남았다지만 5명이면 너무한 거 아냐?
└이게 다 중국 놈들 때문이야. 놈들이 분탕질을 쳐놓는 바람에, 서양 애들이 검은 머리만 보면 일단 뭉쳐서 족치니까. 머릿수 부족한 우리 애들만 덤터기 쓴 거지.
└솔직히 할 말이 없어. 저 200명도 레벨 합으로만 따지면 미국보다도 높을걸? 그만큼 평균 랭킹은 높았잖아. 한마디로 밥값도 못했단 얘기지.
└애초에 레벨 높다고 제대로 팀플레이 안 할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괜히 존심들만 쎄갖고.
-C조 경기 이후로 솔직히 게임 재미없게 변한 듯. 나만 이렇게 느낌?
└동감. 난 좀 더 치열한 대결을 원했는데, 편 가르기 한 이후부터는 그냥 거기서 거기인 거 같아.
└그래도 그 와중에 튀는 애들은 있었잖아. 어차피 실력 뛰어나면 싫어도 눈에 띄는 듯해.
└쭝국 놈들 극혐.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X망겜 즐.
└솔직히 좀 더 화려하고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
└고만고만한 놈들만 있어서 응원할 재미가 없다.
└마지막 조는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을까? 거기에 랭킹 1위 있잖아. 게다가 한국 플레이어고.
└글쎄. 랭킹 1위라고 다를까 싶긴 한데, 뭐 지켜보자고. 한국 사람이니까.
피식.
라울, 아니 배도현이 시스템 창을 닫으며 슬쩍 웃었다.
게시판 분위기는 그가 원하던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한국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죽을 쓸 줄은 그도 예상치 못했지만, 오히려 잘 된 측면도 있었다.
‘영웅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지.’
그가 마지막 조를 선택한 이유.
그건 바로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였다.
라울은 배도현의 모습으로 다시 한번 플레이어들의 정점에 설 생각이었다.
그리고 전생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갈 계획이었다.
고독한 솔로 플레이어가 아닌 ‘인플루언서’의 길.
그러려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각인시켜 줘야만 했다. 배도현은 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그러기에 아주 딱 맞은 판이 깔린 셈이지.’
팀전 양상으로 변해버린 예선전.
그리고 예상 밖으로 졸전을 펼친 한국 플레이어들.
이럴 때 배도현이 등장해서 제대로 여포 모드를 보여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쟁투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배도현에게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배도현’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현실 속의 가공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계획을 밀어붙이는 건 이미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이 잘 풀리려니 그런 식으로 풀리게 될 줄이야. 정말 라벨을 받아들인 게 최고의 한 수였어.’
라벨은 정말 천재였다. 불과 한 달 만에 지구를 거의 완벽하게 이해했다.
특히 인터넷에 대해선 이미 전문가의 수준을 넘어 어떤 경지에 도달한 듯했다.
‘굳이 설명하자면, 인터넷이란 세상이 나한테는 마나로 이뤄진 마법진과 결계의 구조처럼 보여. 인터넷 망을 통한 정보의 흐름이 마법진을 통한 마나의 흐름, 그리고 보안 시스템은 결계의 형성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라벨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태연스럽게 동사무소 컴퓨터를 해킹해 시스템 창에 띄워주는 순간 라울은 직감했다.
‘내가 무시무시한 해커를 키우고 있었구나.’
그리고 라벨은 라울에게 배도현의 신상명세를 요구했다.
자신이 배도현의 현실 신분을 만들어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말이다.
‘뭐, 해보다 안되면 포기하겠지.’
라울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그저 해킹을 할 줄 안다는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며칠 뒤.
그는 한낱 인간의 얕은 지식으로 요정님을 재단했다는 것을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