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81
제181화
“저, 저게 뭐냐!?”
타데우스의 눈에 믿기 어려운 광경이 들어왔다.
기가 썬더 라이트닝이 내리꽂힌 자리에는 기괴한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무기로 만들어진 탑.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비수부터 긴 쇠창까지.
수십 개의 무기가 이어져 만들어진 높이 100m가량의 탑들이 기사단 진영 곳곳에 우뚝 솟아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탑의 가장 끝부분은 네다섯 갈래로 갈라져 마치 천 없는 우산처럼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푸지지직.
기사단을 초토화할 것 같았던 번개 다발은 무기의 탑에 이끌려 푸른빛과 함께 땅속으로 흘러 들어가 버렸다.
피뢰침의 원리를 이용한 라울의 멋진 대응이었다.
물론 마력을 머금은 일부 번개는 피뢰침의 유혹에서 벗어났지만.
“흐앗!”
그러나 번개는 필립, 제이크, 라울 3인의 최상급 엑스퍼트가 발현한 임시 오러와 부딪쳐 맥없이 흩어져 버렸다.
“마, 말도 안 돼!”
수준으로 따지면 7서클.
파괴력과 범위로 따지면 8서클에 준한다는 마탑의 비기.
그것이 단 한 명의 적도 처리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저지당했다.
타데우스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부들거렸다.
그 충격 때문인지 그는 적절하게 다음 지시를 내리지 못했고,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전열 제외하고 일제 사격!”
적의 마법은 애초에 걱정하지 않았다는 듯, 이미 석궁을 뽑아 들고 있던 퍼스트 기사단이 일제히 볼트를 날렸다.
이미 적진과 50m 안에 들어선 이상, 마나를 주입한 석궁 볼트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푸슉! 쿠과곽!
이 열로 방패진을 형성했던 스카일러 마탑 방패병들이 수수깡처럼 쓰러져 내렸다.
그리고 그들을 지나친 일부 볼트는 무방비 상태의 마법사들을 꿰뚫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거창! 전열 교체!”
인벤토리를 활용해 순식간에 돌격용 장창으로 무기를 바꾼 기사들.
그리고 후열로 물러나 있던 라울과 후위의 기사들이 더욱 가속하며 전열 기사들 사이를 지나쳐 적진을 향해 장창 돌격을 시작했다.
“모조리 쓸어버려!”
라울의 외침과 함께 황금빛 마나로 둘러싸인 장창의 물결이 마탑 방패병을 향해 부딪쳐 들어갔다.
쾅! 퍼버벅!
“끄악!”
“끄르륵.”
석궁으로 헤집어진 방패 대형은 어느새 개입한 초능력자들의 능력으로 균형을 잃고 있었다.
그 위를 기사단이 덮치고 들어갔으니, 결과는 볼 것도 없었다.
마탑이 공들여 보급한 마법 방패들은 그 소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발굽에 짓이겨지고 말았다.
“으, 으히익!”
“살려줘!”
방패병이 쓸려나가자 기사단의 눈앞에 맨몸으로 노출된 마법사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미 수많은 모의전을 치른 베테랑 마법사도 있었지만, 이렇게 기사단이 눈앞까지 들이닥친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퍽. 푸확!
말에 치이거나 무기에 찔린 것도 아니었다.
기사단 돌격 장막에 부딪친 마법사들은 말 그대로 온몸이 분쇄되며 피떡이 되어 사라졌다.
물론 개중에 일부 대응이 빨랐던 마법사는 쉴드 마법이나 방어 마법을 펼쳐 생존을 도모했지만….
“어림없다.”
마나 스피어가 생성된 장창은 4서클 이하의 방어 마법 정도는 종잇장 찢어발기듯 간단히 꿰뚫었고, 마법사라 해서 다를 것은 없었다.
푸확! 퍽. 꾸드득.
굳이 무기를 휘두르거나 방향을 바꿀 것도 없었다.
라울을 비롯한 기사들은 돌진하던 기세 그대로 마법사 진형을 갈아버렸다.
“허억, 살아, 켁!”
개중에 6서클 이상 고위 마법사들은 블링크(단거리 순간이동) 마법을 통해 기사단 돌격을 피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숲의 나무 위로 몸을 피했던 마법사 하나의 발목을 뱀처럼 변한 나뭇가지가 붙든 사이, 어느새 날아든 볼트가 목을 꿰뚫었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들처럼 눈을 부릅뜬 초능력자들이 마법사들의 발을 묶었고, 기사들이 마무리 지어버렸다.
‘낙승이군. 뭐 당연한 결과지만.’
그렇게 간단히 전투에 대한 감상을 떠올린 라울.
이미 적진을 관통하고 말과 함께 숲으로 들어선 그의 기감이 무언가를 포착했다.
‘하긴, 의리 있게 전장을 지킬 타입은 아닌 것 같았지.’
100미터 정도 떨어진 숲속에서 황급히 도주하고 있는 서너 명의 마법사가 느껴졌다.
피식.
라울은 굳이 쫓아갈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슈우웅! 찌지직.
번개를 받아내고 전기를 머금은 수백 개의 무기들이 숲 상공으로 날아들었다.
“가랏.”
라울이 손을 살짝 내젓자, 수백의 무기들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콰앙!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숲의 일부분이 뭉개지고 불타올랐다.
“쳇, 한발 늦었네요.”
말은 어디 버려뒀는지, 나뭇가지를 밟으며 날아온 제이크가 아쉽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가 나타났단 말은 우익에 배치되어 있던 적 아머 유저들도 모두 정리되었다는 뜻.
어차피 중급 이하의 기사들로 구성된 이들로 제이크와 퍼스트 기사단에 대항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좌익도 정리가 끝났습니다.”
필립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라울의 눈앞에 마법 스크린이 떠올랐다.
-적이 전멸했습니다. 모의전을 종료합니다.
-귀환까지 남은 시간 : 30초
그렇게 퍼스트 길드와 스카일러 마탑의 모의전이 마무리되었다.
생존자 수 300 vs 0.
두말할 여지 없는 압도적이고 완벽한 승리였다.
* * *
쾅.
“이것으로 페리도 마탑은 완전히 퍼스트 길드와 라울 자작님에게 귀속되었음을 보증합니다.”
힘차게 도장을 내리찍은 마법사 협회의 다리오 실장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채무관계도 완전히 정리된 거겠죠?”
라울이 편안하게 묻자 다리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그렇지요? 타데우스 장로님.”
“크흠. 그렇소. 다 끝났으면 난 이만.”
소태라도 씹은 양 얼굴을 찌푸린 타데우스 스카일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결국, 스카일러 마탑주는 얼굴도 보지 못하고 끝났네요.”
버나드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라울도 미소를 지었다.
“이런 패전 처리장에 나타날 만큼 심기가 편하지는 않겠지. 괜히 나와서 자존심 구기고 싶지는 않을 거 아냐?”
라울 입장에서도 나쁘진 않았다.
7서클 유저라면, 소드 마스터나 마찬가지인 초인.
굳이 서로 직접 만나서 얼굴 붉혀봤자 좋을 것은 없었으니.
그렇게 페리도 마탑의 인수가 마무리되었고, 라울은 레슬리 왕국에 방문한 목적을 모두 달성했다.
비어버릴 마탑들을 정리하고 퍼스트 길드 지부를 세우는 일은 버나드나 행정관들이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세워지는 길드 지부에선 계속해서 쓸 만한 마법사들을 영입해 라울의 영지로 보내올 것이다.
‘슬슬 돌아갈 시기군.’
어느덧 레슬리 왕국에 온 지도 한 달이 지나고 있었다.
중간중간 화상회의나 길드 통신으로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이제 그만 영지로 돌아가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똑똑.
그때 누군가가 라울의 집무실을 찾았다.
“어서 오세요, 부탑주님.”
방문객은 전 페리도 마탑주, 현 퍼스트 마탑의 부탑주를 맡게 된 페리도 마법사였다.
“이주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네, 경비와 인력을 넉넉하게 챙겨주신 덕분에 순조롭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페리도는 다시 예전의 활력을 되찾은 듯했다.
인상이 밝아지고 의욕이 생기자 70대 노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정한 모습이었다.
잠시 잡다한 얘기를 나누던 그가 조심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혹시 이번 마탑의 일이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의 물음에 라울은 별것 아니라는 듯 편하게 대답했다.
“지나간 일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그리고 부탑주님께서 불편한 얘기라면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는지 역시나 하고 살짝 고개를 끄덕인 페리도가 자세를 바로잡고는 말했다.
“실은 반드시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전에 누굴 소개해 드릴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라울이 허락하자 페리도가 누군가를 불렀다.
끼릭.
‘응…?’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선 것은 딱 봐도 엄청 허약해 보이는 창백한 인상의 남자아이였다.
이제 열 두셋 정도 되었을까.
우물쭈물하며 다가온 아이가 눈을 질끈 감고는 허리를 팍 숙이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코리라고 합니다, 마스터.”
“그래, 반갑다.”
라울이 인사를 받아주자, 낯을 가리는지 쪼로록 잰걸음을 걸어 페리도의 뒤에 가서 숨었다.
페리도가 눈짓으로 아이를 내보내도 되냐고 묻자 라울이 슬쩍 끄덕였다.
“이만 나가보거라.”
그러자 어정쩡하게 목례를 하고는 빨리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맙소사.’
막 방문을 벗어나는 아이의 뒷모습을 황금빛 눈으로 바라본 라울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름 : 코리(13세)
*레벨 : 51
*직업 : 마법사(4서클 비기너)
*소속 : 퍼스트 마탑, 라울 자작령
*스탯 : 잠재능력(SS등급)
[근력 15] [민첩 13] [체력 9] [지력 81] [정신력 21] [마력 77] [감각 78]*고유 특성
마나의 친구(SS), 마법진의 귀재(S+), 무영창(A+), 불안정한 정신(E), 유리몸(F)
니키 이후로 처음 보는 SS등급 잠재능력자.
스탯과 특성만 봐도 범상치 않다는 걸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니키와 마찬가지로 전생에는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고, 비슷한 인물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라울의 머릿속에 어떤 합리적인 의심이 떠올랐다.
그리고 때마침 페리도 부탑주가 입을 열었다.
“후우, 조금 어리숙해 보이긴 해도 제 막내 제자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이제야 소개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어진 얘기는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진부한 이야기였다.
버려진 고아.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제자로 삼은 페리도.
그리고 마탑에 들어오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아이.
그 미친 듯한 성장에 위협을 느낀 수제자.
거기에 그 아이가 말도 안 되는 재능을 발휘해 ‘다중코어 마법진’에 대한 단초를 제공했다면?
‘제자가 스승을 배신하는 막장 같은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는구만.’
그리고 아마 전생에서 코리는 그의 대사형인 드로이젠의 손에 들어갔을 테고.
저 어리숙함을 봐선 아마 배도현이 죽음을 맞이할 그때까지 마탑에 갇혀 노예처럼 살았거나, 혹은 요절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그런 불행한 미래는 펼쳐지지 않을 것이다.
“잘 알았습니다. 여태까지처럼 부탑주님이 잘 케어해 주세요. 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부족한 아이지만, 제가 봐온 그 누구보다 찬란한 재능을 지닌 보석 같은 녀석입니다. 부디 아껴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코리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아이가 떠오르네요.”
라울은 문득 니키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통의 세월을 이겨내고 이제 웃음을 되찾은 그 아이라면, 불안정한 코리도 잘 살펴주지 않을까 싶었다.
신이 내린 재능 때문에 고통받은 두 아이가 이번 생에선 행복하기를 바랐다.
* * *
배도현이 최초로 졸업의 탑을 통과한 지도 이제 두 달이 지났다.
그사이 퍼플 길드 이외에도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졸업의 탑을 통과했고, 자유 도시라는 새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실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번 상단은 어디로 간다고?”
“젤드 남작령이래.”
“거긴 또 어디지. 이번엔 꽝이 아니어야 할 텐데….”
자유 도시는 그 특성상 주변에 세력이 강한 귀족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강한 세력이 없는 곳에 자리 잡았기도 했고, 일정 규모 이상의 영지는 자유 도시 근처로 영역을 늘리는 걸 꺼렸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굉장히 곤혹스런 상황이었다.
“무슨 마을이 쥐꼬리만 해?”
“남작성에 갔는데 그냥 촌구석 마을이더라고. 잘 곳을 찾기도 힘들더라.”
“맙소사, 사냥터까지 걸어서 반나절이라고? 그럼 무조건 야영 확정이잖아?”
그렇다.
자유 도시라는 그나마 플레이어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곳을 벗어나니, 모든 것이 불편했던 것이다.
제대로 된 숙소, 식당이 없는 마을.
사냥터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농촌.
자칫 길을 잘못 들면 아직 토벌되지 않은 게이트 몬스터들의 영역.
그렇다고 던전(고착화된 게이트)을 공략하자니, 인프라가 아예 없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 소모품까지 모두 직접 구해야 하는 초고난도의 서바이벌 라이프가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포털을 타고 큰 도시로 바로 가면 안 되냐고 묻는 이도 있겠지만.
전에 설명했듯, 플레이어가 직접 방문해서 방문 허가를 받지 못하면, 포털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생존 게임도 아니고. 이럴 거면 차라리 자유 도시에 머무는 게 훨씬 낫겠다.’
바로 그 때문에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플레이어들의 대륙 진출은 큰 진전이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