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80
제180화
펑! 퍼벙!
돌진을 시작한 기사단을 향해 날아오던 마법 일부가 허공에서 터져 나갔다.
“강력한 마법은 필요 없다! 마나탄과 매직 미사일로 요격해!”
페리도 마탑주가 큰소리로 외치며 메모라이즈 해두었던 마법들을 쏟아 부었다.
슝, 슈슝!
그의 머리 위에 형성된 수십 개의 각종 마법 화살들이 아군 기사들의 머리 위를 지나쳐 적들의 마법과 충돌한다.
노련한 6서클 마스터답게 그의 지휘는 효율적이었고, 서른 정도의 마법사들은 적들의 마법을 최대한 요격해냈다.
인원은 부족하다 해도 고지에 자리 잡고 있었고, 아직까지는 이쪽에서 가까운 거리였기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4서클 이상 광역 마법이다. 아군이 전장 중간에 도달할 때까지 대기한다.”
열심히 마법을 쏘아대는 마법사들과 달리, 성벽 위에 남은 피어스와 기사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각자 대형 방패를 간이 요새에 박아 방패벽을 세운 뒤, 커다란 장궁에 화살을 메기고 기다렸다.
이들은 피어스와 마찬가지로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기사들.
[롱샷], [스나이핑 샷], [파워 애로우] 등 각종 궁수 스킬을 연마한 그들은 눈을 붉히고 사격할 타이밍을 노렸다.한편, 기사단과 함께 질주를 시작한 라울.
마치 빛의 파도가 몰려오듯 날아오는 각종 마법을 보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눈앞의 마법은 신경 쓰지 말고 속도 올려!”
아군의 지원 사격으로 마법이 차례차례 요격되어 간다.
하지만 그것도 일정 범위까지.
조금만 지나면 요격망을 뚫고 적의 마법이 도달할 것이다.
그전에 충분한 속도와 기세를 확보해야 했다.
휙, 휘리릭.
라울이 전방을 향해 검을 서너 번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 날아간 채찍 같은 검기가 요격망을 뚫고 들어온 마법을 절단해 버렸다.
쾅! 퍼벙.
그리고 그건 필립과 제이크가 있는 곳도 마찬가지.
전방에 위치한 상급 기사들이 검기를 날려 새어 들어오는 마법을 차단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사단이 최고 속도에 도달했다.
“전원 발검! 기막(氣幕)을 펼친다!”
라울의 외침에 뒤따르던 기사들이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검에서 눈부신 마나 블레이드(검기)가 치솟아 올랐다.
우우웅.
수십 개의 검기가 공간을 뒤흔들더니 기사단을 둘러싸고 이리저리 섞여들기 시작했다.
“발동!”
라울이 검을 앞으로 내지르자, 기사들 또한 전방을 향해 검을 내 뻗었다.
그리고 그 순간.
기사단 전방에 황금빛 장막이 형성되어 불타올랐다.
숙련된 기사단만이 발동 가능한 [기사단 돌격 장막].
마나 블레이드를 다룰 줄 아는 수십 명의 기사.
그리고 그들의 마나 속성이 비슷해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 거대한 힘을 통제할 수 있는 실력자.
이 모든 조건들이 갖춰져야만 펼칠 수 있는 기사단의 절기가 바로 이곳에 등장했다.
픽. 파삭!
어느새 절반의 거리가 줄어든 지금.
이제는 요격되는 마법보다 기사단에 날아드는 마법의 수가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황금빛 돌격 장막에 부딪친 마법들은 힘없이 소멸하거나, 위력이 턱없이 줄어들었다.
적어도 3서클 이하의 마법은 기사단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 * *
꾸드득.
스태프를 쥐고 있는 타데우스의 손에 힘줄이 솟았다.
‘어째서 저게 지금!’
기사단 돌격 장막.
실제로 보게 될 줄은 그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최고의 기사단을 상징하는 저 기예는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낡은 기술이었다.
이유는 바로 파워아머의 상용화.
수십 명의 엑스퍼트급 기사들이 모여 저런 기술을 연마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많은 공이 들어간다.
하지만 파워아머를 입으면 바로 방어 역장이 생겨 최소 4서클 마법까지 막아주니, 누가 굳이 단체기를 연마하려 하겠는가?
현재 레슬리 왕국에서 돌격 장막을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건 왕실 근위 기사단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고작 자작가의 기사단 따위가!’
그리고 중요한 건 그런 말도 안 되는 돌격 부대가 셋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엑스퍼트 상급의 기사가 셋 이상이고, 저 기사단의 대다수가 엑스퍼트급이라는 것.
‘아니지. 플라잉 마나 블레이드를 보면 적어도 열 명은 상급 기사. 이런 미친놈들이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이냐!’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면 레슬리 왕국의 근위 기사단보다도 전력이 우위가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들이 정말 라울 자작이라는 놈의 기사들이 맞는가 하는 의심까지 솟아났다.
‘설마, 루벤 왕국에서 우리를 엿 먹이려고 뭔가 음모를 꾸민 건가? 아니면 레오파드나 코넬리우스가?’
별별 생각이 다 떠올랐지만, 어쨌든 지금은 저 미친 기사단 돌격을 막아내야 할 때였다.
“X발, 통하지도 않는 3서클 이하 마법 쓰지 말고 마법 포격 준비해! 간부들은 큰 거 한 방씩 날리란 말이다!”
신경질적으로 명령하는 타데우스의 말에 스카일러 마법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적을 견제할 일부 마법사들을 제외한 이들이 준비해 둔 자리로 이동했다.
지이이잉.
우웅.
여섯 명씩 뭉친 마법사들의 가운데로 육망성의 마법진이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법진 위로 떠오른 전격의 구체가 지지직 소리를 내며 점차 그 크기를 키워 나가고 있었다.
그런 마법진이 열 개가 넘었고, 6서클 이상의 간부 마법사들은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강렬한 마나의 파동이 진영을 휩쓰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타데우스가 다시 여유를 찾았다.
“흥. 구시대의 유물 같은 걸 꺼내온 건 놀랍지만, 거기까지다. 사장된 기술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위대한 마법의 심판 아래 찌그러져라!”
그리고 그의 손짓에 따라 적어도 5서클 이상의 대량 살상 마법의 포격이 퍼스트 기사단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전방 대규모 마나 유동 감지! 저격조 전투 준비.」
「네, 마스터!」
길드 통신을 통해 라울의 지시가 전해지자, 피어스를 비롯한 기사들이 비로소 활시위를 당겼다.
지지징.
특수 제작된 대형 활과 화살이 기사들의 마나를 머금고 노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스카일러 마탑 진형에서 사람 몸통보다 커다란 마법구들이 솟구치며 포격이 시작되었다.
“조준!”
길드 통신을 통해 타깃을 지정한 피어스가 눈을 빛내며 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리고 마법구가 정점에 떠오른 순간.
“쏴!”
텅! 쉬이익!
사십 명의 기사들이 날린 마나 화살이 레이저처럼 노란 꼬리를 남기며 허공을 관통했다.
쾅! 쿠과광!
구르르릉.
대규모 마법들이 허공에서 터져 나가며 전장을 뒤흔들었다.
대여섯 명씩 조를 이룬 기사들의 저격이 성공적으로 적의 마법을 무력화 시킨 것이다.
“다시 준비해! 계속 온다!”
하지만 적측의 마법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전장의 절반을 넘어서 적진에 가까워지고 있는 기사단의 머리 위에서 폭죽이라도 터지듯 각종 마법의 잔재가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몇 초간의 저격이 이어지고 기사들은 활을 내렸다.
사거리가 300m를 넘어서자 적의 마법을 요격할 위력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오로지 피어스만이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마스터, 이제 마스터에게 달렸습니다.’
적진과 남은 거리는 이제 200m.
기사단은 원거리 지원 없이 자력으로 그곳을 돌파해야 했다.
* * *
“포지션 체인지.”
라울이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그 자리를 케인이 메꿨다.
양옆 진형의 케인과 제이크도 상급기사인 재키, 데이비슨과 위치를 바꾼 상태.
“온다!”
200m.
여태까지는 위력보다 사정거리에 중점을 둔 마법이 날아왔다면, 지금부터는 파괴력이 강한 마법들이 그들을 노릴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후방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
본 게임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라울은 오히려 검을 내리고 긴장을 풀었다.
아직 까지는 그가 손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 방패 들어!”
라울의 지시에 기사들이 왼손에 특이한 모양의 방패를 꺼내 들었다.
금속이 아닌 상아빛 광석의 재질로 만들어진 이 방패는 대 마법전을 대비해 만들어둔 특별한 물건이었다.
[엘레멘탈 스피어의 대마법 방패]희귀도 : 레어
등급 : A
효과 : 마법 공격의 위력을 대폭 감소시킨다. 3서클 이하 마법 무효화.
설명: C등급 게이트 몬스터 ‘엘레멘탈 스피어’의 껍질로 제작된 방패. 강력한 대마법 방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물리적 공격에는 취약한 편이니 취급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기사들이 타고 있는 말의 마갑에도 상아빛이 맴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엘레멘탈 스피어의 껍질을 코팅한 특별한 마갑이었기 때문이다.
“전열은 파괴력이 강한 대형 마법 위주로 요격한다! 자잘한 마법들은 알아서 막아! 낙오는 용서하지 않겠다!”
“네, 마스터!”
라울 또한 방패를 들고 날아오는 마법에 대비했다.
쾅! 콰과광!
케인과 선두 열의 상급기사들이 검기를 날려 대규모 마법과 강력한 마법을 요격했다.
기사단 돌격 장막에서 쏘아져 나간 검기는 홀로 날리는 것과는 위력 자체가 달랐다.
황금빛 채찍이 휘둘러지는 것처럼, 검기들이 허공을 날아가며 마법과 충돌했고,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라 한들 기사단의 정수를 버텨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만큼 장막의 두께는 얇아졌고, 새어 들어오는 마법의 수도 늘어나고 있었다.
펑.
라울이 왼팔을 살짝 휘둘러 방패로 머리통만 한 화염구를 터뜨렸다.
화끈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기사들 또한 자신의 곁으로 날아오는 마법을 방패로 처리했고, 말에게 향하는 것은 검으로 베어냈다.
화르륵.
이제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요격한 마법의 여파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100m.
이제 적이 코앞에 다가온 것 같이 느껴지는 그곳에 도달하자, 또 다른 장애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형이 변합니다!”
이제는 원거리 공격 마법이 아닌 유틸성 마법들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거리였다.
대지 마법으로 갑자기 돌벽이 솟구치는가 하면, 땅이 움푹 파이는 [디그(dig)]마법이 펼쳐졌다.
땅이 얼어붙어 미끄러지는 것을 유도하기도 하고, 화염의 벽이 깔려 기사단을 위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라울이 준비했던 새로운 카드가 등장했다.
기사단의 중심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호만 받아오던 로브를 뒤집어쓴 이들.
그들은 성벽에 남은 기사들 대신 말을 타고 전장 한복판에 뛰어든 마법사, 아니 [초능력자]들이었다.
“어딜 감히!”
후드를 벗고 손을 내민 것은 바로 퍼스트 길드 미라 지부장인 팔머.
바위술사인 그가 기사단의 정면을 가로막은 돌벽을 말 그대로 뭉개 버렸다.
또한, 바닥에 생긴 구멍은 어느새 돌멩이들이 가득 메워진 상태.
마찬가지로 말 위에 타고 있던 수십 명의 초능력자들이 적진에서 펼치는 유틸성 상태 마법들에 맞섰다.
“녹아랏!”
화염술사의 시선이 향한 얼음 바닥은 순식간이 물이 되어 녹아내렸고, 바람술사가 진창이 된 땅을 말려 단단하게 만들었다.
라울처럼 염동력을 쓰는 이들이 말의 발을 받쳐 구덩이를 지나가게 하고, 파동술사가 기사단의 눈을 가린 먼지와 연기들을 쓸어버렸다.
주문도 필요 없는 즉발성 능력의 발현은 쏟아지는 각종 마법들에 순식간에 대응하며 기사단의 진로를 확보해 나갔다.
아직 중급 초입에 겨우 발을 들인 이들인지라 능력의 발현 거리가 짧았지만, 이렇게 기사단의 중심에서 버티고 있으니 움직이는 지원 부대나 다름없었다.
* * *
‘큿, 또 이상한 놈들이 등장하다니! 하지만 소용없다. 이제 끝이야!’
타데우스는 어느새 50m 거리까지 근접한 기사단을 노려보며 외쳤다.
“마지막이다! 발동해!”
그와 동시에 그를 비롯한 6서클 마법사 셋이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두웅.
그들을 중심으로 파동이 퍼져나가면서 바닥을 타고 짙은 마나의 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쿵, 쿵, 쿵.
자신의 발밑으로 지나가는 마나의 선을 향해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내리찍으며 마나를 보탰다.
그리고 그 마나선은 스카일러 마법사들 진형 전체를 감싸며 거대한 마법진을 완성시켰다.
지지지지직.
푸화학!
그리고 마치 푸른 용이 승천하듯 커다란 번개 기둥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구르르릉.
시계라도 돌린 것처럼 순식간에 까만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다 뒈져라! 기가 썬더 라이트닝!!”
번개 마법에 특화된 스카일러 마탑의 절기인 7서클 광역 파괴 마법이 마침내 그 흉악한 발톱을 드러냈다.
타데우스가 들어 올린 지팡이를 아래로 내리긋자, 솟아올랐던 번개 기둥이 라울을 비롯한 기사단을 덮쳤다.
꽈르르릉!!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