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89
제189화
어느새 플레이어들에게 다가오던 적 보병 진영은 완전히 전멸했다.
거리가 50m로 줄어든 순간, 플레이어들은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석궁을 꺼내 들었고, 마법사들은 중거리 파괴 마법을 퍼부었기 때문.
압도적인 승리라 할 수 있었지만, 이쪽도 아예 피해가 없지는 않았다.
천명의 장궁병이 쏘는 화살 세례를 완벽하게 막아낸다는 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수 없게 단번에 급소를 맞거나 치료가 늦어진 플레이어 수십 명이 게임오버당했고, 그 수가 조금씩이지만 늘어나고 있었다.
「3단계 진형으로!」
조별로 나뉘었던 플레이어들의 진형이 다시 하나로 뭉쳤다.
이제는 이쪽이 적진을 향해 진격해야 할 차례.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방패를 들고 전진하는 사이, 선두에 있던 500명의 플레이어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럼, 본대를 부탁합니다.」
「네, 자작 쪽은 저희가 정리하겠습니다.」
배도현을 비롯한 퍼플 길드와 최상위권 플레이어들은 적진으로 향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대기했다.
이들은 적 기사와 기병대를 상대하기 위한 별동대였으니까.
자작 측에 남아 있는 보병과 궁병 정도는 협력 길드장의 지휘를 받는 1500의 플레이어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사이 보병을 우회한 적 기사단과 남작가의 기병대가 맞부딪쳤다.
* * *
챙! 서컹!
“다 쓸어버려!”
“밀리면 안 된다! 길을 막아!”
양측의 기마대가 충돌하며 난전이 시작되었다.
최전방에서 검을 맞댄 것은 다름 아닌 양측의 기사들.
마나 블레이드와 마나 소드가 빛을 내뿜으며 서로를 향해 부딪쳤다.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40명의 기사를 10명이 모두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
마크하지 못한 기사들이 기병들 사이로 뛰어들며 사정없이 무기를 휘둘러댔다.
서컹
“아악!”
마나 블레이드가 기병의 창을 잘라내고도 모자라 가슴을 헤집고 지나갔다.
“크읏!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방어에 치중해!”
“대 기사전 진형을 지켜!”
중간중간 섞인 기병 지휘관들이 명령을 내리며 어떻게든 기사들의 돌파를 막아내고자 했다.
텅! 꽝!
“끅. 윽!”
공격은 하지 않겠다는 듯 커다란 양손 방패를 꺼내 든 기병들이 기사들의 진로를 막아섰다.
통짜 쇠 위에 몬스터 가죽을 덧대어 만든 방패는 기사들의 마나 블레이드에도 단번에 부서지지 않았다.
“이 거북이 같은 놈들! 고작 그 정도로 우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모두 아머 발동해!”
잠시 진로가 막히자 야닉이 지시를 내렸다.
슈우웅.
40명의 기사들 가운데 열 명의 기사가 파워아머를 발동하자 전황은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큭, 아머 발동!”
뒤늦게 남작 측 아머 유저 다섯이 대응에 나섰지만, 절대적인 숫자 차이는 뒤집는 게 쉽지 않았다.
“으라차!”
아머 유저 하나가 강화된 마나 블레이드가 맺힌 배틀액스를 내려찍었다.
쾅! 쩌적.
“끄헉!”
힘겹게 버텨냈던 방패가 단박에 갈라져 버렸고, 충격을 버티지 못한 말의 다리가 부러지며 기병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누가 또 내 앞을 가로막겠느냐!”
서슬 퍼런 외침과 함께 기사가 위협적으로 도끼를 허공에 휘둘렀다.
하지만.
“이 앞은 지나갈 수 없다!”
남작가의 정예 기마병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기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이 거머리 같은 놈들! 그렇다면 모조리 죽여주마!”
쾅! 콰광!
일방적인 공격에 기마병들이 뒤로 밀려나거나 낙마했다.
방패 덕분에 단번에 죽어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기병이 부딪치는 전장에서 낙마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뒈져랏!”
자작가의 기사가 도끼 창으로 낙마한 기마병의 머리를 내리쳤다.
“으, 으악!”
탱!
“……?”
“빨리 후방으로 빠져!”
“네, 넵!”
기사의 도끼 창은 그 앞을 가로막은 창에 튕겨나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창의 주인은.
“너 뭐냐?”
“보다시피 기마병입니다만.”
어깨를 으쓱하는 그는 바로 셀피어드 남작가의 병사 복장을 하고 있는 퍼스트 기사단의 기사였다.
가능하면 전장에 개입하려 하지 않았지만, 자칫 기병 대열이 무너져 남작이 사로잡혀서는 안 되었기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웃기는군. 고작 기마병 따위가 내 창을 막아냈다고?”
“그렇습니다만.”
휘잉!
마나 블레이드가 솟구친 도끼 창이 반원을 그리며 그를 베어갔다.
“어이쿠.”
그가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 위에서 몸을 뒤로 눕혀 창의 궤적을 피했다.
“이놈! 이것도 피해봐라!”
열이 뻗친 기사가 도끼 창으로 연속 찌르기를 펼치자.
탱, 터덩!
기병이 능숙한 솜씨로 도끼 창을 창대로 비껴내거나 흘려냈다.
“아이고, 무서워라.”
창대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 고수다.’
겉보기엔 평범한 창이었지만, 부딪치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저 창 안에는 마나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그리고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무기에 마나를 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은….
‘최소 엑스퍼트 중급의 실력자!’
“누구냐! 어느 가문의 기사인데 이런 치졸한 변장을 하고 전장에 개입하는가!”
“그냥 기병입니다만?”
“헛소리 집어쳐, 이 더러운 자식아!”
기사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발휘해 도끼 창을 휘둘렀다.
비록 엑스퍼트 초급이지만, 맥닐 후작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유망주인 자신이 이런 전장에서 발이 묶일 수는 없었다.
‘제, 제기랄!’
하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상대방은 힘들게 받아내는 척 비틀비틀 연기하고 있지만, 조금의 충격도 주지 못한 게 분명했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상대방이 전혀 반격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공격할 뿐.’
자작가의 기사가 다시 도끼 창을 거칠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건 비단 도끼 창의 기사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남작가의 기사들이 마크하지 못한 자작가의 기사들은 정체불명의 기마병들에게 가로막혀 완전히 발이 묶이고 말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와아아!”
“드디어 본격적인 전투구나!”
“공적치 보상은 내 차지다!”
“웃기네, 내가 다 잡을 거거든?”
플레이어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500명의 별동대가 자작가의 기병대의 뒤에서 들이닥쳤다.
“뭐, 뭐야?”
“제길, 반전해서 일단 보병부터 처리해!”
“선봉은 아직도 멀었나?”
자작가의 기병대는 어정쩡한 상태로 플레이어들을 맞이했다.
쾅! 서컹!
“끄아악!”
“마, 마나 블레이드다!”
“살려줘!”
그리고 순식간에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근접 계열 플레이어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공격기를 쏟아부었다.
푸슝! 피빅!
“컥!”
“저격이다!”
그리고 궁수와 도적 계열 플레이어들은 아군 사이사이에서 화살과 비수를 날려 적 기병들을 저격했고.
구르르릉.
퍼걱!
마법사와 초능력자들이 땅을 흔들고 돌 가시를 쏘아내는 등 각종 공격을 통해 적들을 무력화시켰다.
자작가의 기사들은 순식간에 이변을 눈치챘다.
“게일 경, 코반 경. 후방을 살피도록!”
“네, 단장님.”
야닉 경의 지시에 아머 유저 둘이 전선을 이탈해 후방으로 향했다.
“이놈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날뛰는가!”
“다 죽여주마!”
아머 유저 둘이 등장하자 플레이어 진영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물론 겁을 집어먹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머 유저! 레이드 몹이다!”
“한 놈 공적치가 천이 넘어!”
“저건 내가 잡는다!”
“내 거야, 아무도 손대지 마!”
마치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 다투는 맹수들처럼, 플레이어들이 만사 제쳐두고 두 아머 유저를 향해 밀물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 어엇?”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에 아머 유저 게일과 코반이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당황은 분노로 변했다.
“감히 이것들이!”
“분수를 깨닫게 해주마!”
엑스퍼트 중급의 아머 유저 둘이 각각 배틀액스와 도끼 창에 마나 블레이드를 2m가량 뽑아내어 강하게 휘둘렀다.
쉬이잉, 쿠과광!!
“아악!”
“젠장!”
진갈색 마나 블레이드는 접근하던 근접 플레이어 다섯의 몸뚱어리를 단박에 두 쪽으로 갈라버렸다.
쉬이익, 틱.
화르륵, 푸쉬식.
그사이 빈틈을 노린 화살과 화염 마법이 날아들었지만, 파워아머의 역장에 가로막혀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했다.
“계속 쏴!”
“협공해!”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기죽지 않고 다시 달려들었다.
어차피 죽어봤자 부활하면 그만이었고, 레이드 사냥감의 경우 기여도에 따라 전리품이 자동 분배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한 방이라도 먹이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쾅! 퍼벅!
서컹. 푸슉!
물론 의지가 앞선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원거리 공격은 역장에 막혀 큰 타격을 주지 못했고, 근접 플레이어들의 스킬은 무지막지한 마나 블레이드 앞에서 가로막힐 뿐이었다.
“지켜만 보고 있을 거야?”
김일우가 살짝 후방에 빠져 있는 배도현에게 물었다.
“일단은. 굳이 지금 끼어들어서 욕 얻어먹을 필요는 없잖아.”
“그래도 이대로라면 피해가 너무 클 텐데.”
“저들도 위기라는 걸 좀 겪어봐야 성장하지. 솔직히 여태까지 너무 편한 전투만 겪어왔잖아?”
“그렇지만….”
협회장 자리를 맡겨놨더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배도현은 일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말했다.
“흠. 일우야, 너무 저들을 보듬을 필요는 없어. 저들도 나름 플레이어 중에서 날고 긴다는 랭커들이니까. 그게 아니면 우리 퍼플 길드원 말고는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거야?”
“그야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굳이 입지 않아도 될 피해를 강요할 필요는 없잖아?”
“네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 보지? 내 생각엔 지금 끼어들어 봤자 나중에 좋은 말은 안 나올 것 같은데 말이지. 그리고 두고 봐. 처음이라 그렇지 금세 파훼법을 찾아낼 테니까.”
이미 십오 년 넘게 커넥트 세상을 굴러본 배도현은 플레이어들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낄 때 빠질 때를 잘 구분하지 못하면, 싸움밖에 안 생기지.’
아직 일우는 그런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싫어도 조만간 플레이어들의 양면성을 알게 되는 날이 오게 되리라.
그리고 배도현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무턱대고 달려들던 플레이어들이 드디어 실책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론 답이 없어! 제대로 진형 잡고 공략해야 해!”
“임시 파티 구한다! 탱커 둘, 원딜 하나!”
“체이스 길드원들은 이쪽으로 모여! 각 잡고 들어가자!”
개인 플레이로 일관하던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으로 파티를 구성했다.
방어에 특화된 탱커 플레이어들이 전방, 근딜러들이 그 뒤를 받치고 궁수들은 아예 멀찍이 떨어졌다.
마법사들은 자신들끼리 모여 궁합이 좋은 마법 조합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의료팀은 팔다리가 떨어져나간 플레이어들을 응급처치하고 있었다.
“이 쥐새끼 같은 놈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으냐!”
기사들이 역으로 플레이어들을 노리고 무기를 휘둘러왔다.
하지만 좀 전과는 결과가 완전 달랐다.
드드드드득! 텅!
“마, 막았다!”
“빈틈을 노려!”
“역장부터 천천히 까내리자!”
탱커 플레이어들이 마나를 잔뜩 불어넣은 방패로 공격을 튕겨냈고, 틈을 노려 근딜러들이 창칼을 찔렀다.
히히힝.
빈틈을 파고든 공격에 기사들의 말이 먼저 쓰러졌다.
기동력을 잃은 기사들은 플레이어들의 방패 벽 사이에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비켜라, 이놈들!”
“어딜!”
까강! 챙!
확실하게 사방을 포위하고 나자, 플레이어들의 진형이 훨씬 힘을 발휘했다.
기사 게일이 거칠게 배틀액스를 휘둘러 방패병 둘을 날려 보냈지만, 바로 뒤에 있던 다른 탱커들이 바로 그 자리를 메꿨다.
“이런 엿 같은!”
그가 바닥을 박차고 플레이어들을 뛰어넘으려 하자.
“그래비티!”
“포스오브 윈드!”
“얌전히 거기 있어라!”
중력 마법, 바람 마법, 염동력 등 각종 능력들이 날아와 그의 진로를 막아섰다.
“봐, 내 말이 맞지?”
일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