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97
제197화
쾅! 채재쟁!
“죽여!”
“제국 놈들이 감히 어딜!”
경기장 내부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을 정도로 난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미 제국, 후작가 할 것 없이 아머 유저들이 파워아머를 발동한 채 부딪치고 있었고.
“이런 질긴 놈!”
“이래서야 끝이 안 나겠어.”
마수병과 후작을 비롯한 정예들의 대결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전투에 휘말리지 않은 곳은 세 곳.
관중들이 보호받고 있는 관중석의 한 섹터.
5호와 습격자들의 간부가 자리 잡은 스탠드.
그리고 라울이 책임지고 있는 결계구역이었다.
관중들을 그대로 놓아둔 것은 어차피 전황에 관계가 없어서였을 것이고, 라울이 있는 곳이 조용한 이유는 쉽게 손을 대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촤악. 푸슝!
결계 근처로 다가오던 마병 하나가 날아든 플라잉 오러 스피어에 머리가 날아갔다.
쉬리릭! 서컹.
또 다른 방향에서 뛰어든 마병은 반월형 검기에 목이 베여 쓰러졌다.
“아무도 접근시키지 마라! 특히 마병이 아닌 제국병이라면 더더욱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호위대를 이끌고 있는 조쉬가 눈에 불을 켜고 소리쳤다.
현재 결계 근처에는 라울, 켄, 조쉬 등을 포함한 퍼스트 기사단원 25명이 철저한 방어진을 펼치고 있었다.
또한, 그사이에 좀 어울리지 않는 이들도 서 있었으니….
“제국 놈들을 쓰러뜨리고 가문의 명예를 높일 기회다! 모두 애쉬튼 놈들에게 밀리지 않도록!”
랜달 백작가의 4남 하파엘이 십여 명의 호위 기사를 대동하고 방어 대열에 합류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후작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했던 각 가문의 사절단 중, 엑스퍼트급 이상의 기사들도 검을 뽑아 들었다.
그 결과, 임시 결계 앞에는 거의 50명에 달하는 엑스퍼트급 이상 기사들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제길, 우리도 후작에게 합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라울 자작.”
하파엘이 조금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랜달 백작가의 인물이긴 하지만, 경우가 없는 이는 아니었다.
나이가 어린 라울에게 존대를 할 만큼 예의도 차리고 있었고, 임페리얼 하운드가 나타난 이후 전혀 거리낌 없이 라울과 합류했을 정도로 상황 파악도 빨랐다.
‘정말 의욕만 넘치는 바보들만 모여 있었다면, 랜달 백작가가 5대 명문가가 되지도 못했겠지.’
애쉬튼 백작가에 경쟁심을 품고 시비를 거는 건 맘에 들지 않지만, 그들이 가진 힘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직은 자리를 지켜야 할 겁니다. 어찌 보면 이곳이 가장 중요한 장소이니까요.”
라울도 적당히 말을 받아 주었다.
그의 말처럼 현재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어쩌면 이곳일지도 몰랐다.
결계 내부에는 인간 마나 폭탄이 될 수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싸울 줄 모르거나 실력이 떨어지는 각 가문의 귀빈들도 피해있었다.
만약 제국 측 술사가 다가와 마나 폭탄을 발동시키기라도 한다면 대형 참사가 벌어지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아직 후작 각하의 승인도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미련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명문가의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었다.
피델 후작은 후작가에서 일어난 습격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했다.
만약 전투에 끼어든 손님들에게 사상자라도 생겨난다면, 후작가의 체면뿐만 아니라 외교적 문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후작가의 힘으로도 충분히 습격자를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겠지만.
“하지만 만약 전장에서 밀려버린다면, 이곳을 지킨다 한들 무슨 소용입니까? 균형이 무너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제국 놈들의 수를 줄여놓는 것이….”
하파엘은 현재 상황이 불만인 모양이었다.
사실 마수병을 제외한 마병과 제국 기사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모두 엑스퍼트 초급에서 중급 초입 수준.
당연히 엑스퍼트 중급인 하파엘이 활약할 여지가 있었다.
“원하신다면 전장에 합류하시지요. 제가 하파엘 남작의 상관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만 아직은 후작가 쪽도 여유가 있어 보이니, 우리 힘은 아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라울이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자 하파엘은 그저 툴툴댈 뿐 진짜로 튀어 나가지는 않았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선 먼저 튀는 이가 다 뒤집어쓰게 마련이었으니까.
라울은 쓴웃음을 지으며 전장을 바라봤다. 그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뭐, 어차피 이 균형이 오래 이어지진 않을 테지만.’
이쪽이 결계 앞에 여유 전력이 모여 있듯이, 제국 측도 전장에 전력을 투입한 건 아니었다.
실제로 5호 주변엔 지위가 높아 보이는 제국 기사 여럿과 이십여 명의 평기사들, 그리고 로브를 뒤집어쓴 삼십여 명의 마법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정말로 후작가를 쓰러뜨리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군.’
지금까지 파악한 전력만 해도, 일개 지부가 보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전생에 그리어 후작가는 이런 습격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짐작 가는 바라면, 애쉬튼 백작가에 대한 공작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후작가를 노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후작가의 창술을 복원한 켄 때문일지도….’
어쨌든 중요한 건, 저들이 전면전을 선택할 만큼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는 점이었다.
그때 라울에게 길드 통신이 들어왔다.
「마스터, 큰일 났습니다! 후작가 내성에서 폭발이 일어났는데, 아무래도 그 장소가 마법진 관리실인 모양입니다! 현재 후작성을 뒤덮고 있던 방어 마법의 일부가 해제되었고, 여기저기서 포털 마법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케인이 약간은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해왔다.
하지만 라울은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침착하게 명령했다.
「그런가. 정확한 포털의 개수와 침투한 적들의 상황을 파악하도록. 그리고 후작가의 외부 병력과 연계해 가능하면 피해를 줄이도록 하고. 이곳 상황이 끝나는 대로 합류하도록 하지.」
「네, 마스터!」
케인의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전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엇! 저게 뭐지?”
“어, 어떻게! 순간이동은 막아놨을 텐데….”
후작 측 기사들과 손님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5호가 자리 잡은 경기장의 스탠드 뒤쪽에 검은 마나로 소용돌이치는 세 개의 이동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흐흐흐, 크하하하! 이렇게 일이 시원하게 풀릴 줄이야. 안됐습니다, 후작 각하. 그리어 후작가는 오늘 여기서 문을 닫아야 할 것 같군요.”
5호의 가벼운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후웅.
검은 액체 같은 마나덩어리가 일렁이면서 무언가를 쏟아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척척척.
세 개의 게이트에서 마병, 마법사, 제국 기사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두 명의 황동 가면이 추가로 등장했으니.
“제로는 오지 않는 건가?”
“굳이 자신이 모습을 드러낼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더군.”
5호의 물음에 맥닐 후작가 담당인 3호가 대답했다.
“어차피 마스터도 없는데 상관없잖아? 오랜만에 피 맛 좀 볼 수 있겠군, 크크.”
9호가 자신의 사이드(낫이 달린 창)를 빙글빙글 돌리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세 개의 게이트에서 총 1,500에 가까운 병력이 충원되었다.
제1식 마병 1,000, 제2식 마병 300, 제국 기사 150에 마법사와 요원이 50여 명이었다.
중요한 건 아직도 게이트가 작동 중이었다는 사실.
상황에 따라선 추가병력이 파견될 수도 있단 뜻이었다.
“자, 이제 2라운드다! 저 멍청한 왕국의 귀족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5호의 외침에 새로 등장한 병력들이 함성과 함께 전장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두말할 필요 없는 위기 상황이었다.
* * *
‘뭐, 예상했던 대로네.’
라울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놈들의 수법이야 전생에 하도 많이 겪어봐서 이골이 날 지경이었으니까.
다만 대응책을 펼치는 데는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었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나?’
스르릉.
들고 있던 창을 수납한 라울이 허리춤에 매어 있던 전용 검을 뽑아 들었다.
진형을 짜고 있을 때는 창이 편했지만, 라울이 전력을 발휘하려면 단연 검이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켄, 뒤는 맡기겠다. 그 누구도 결계에 접근시키지 말도록!”
“네, 마스터!”
탓.
표홀하게 바닥을 박찬 라울의 신형이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날아가 후작을 향해 무기를 내려치던 토드라이언의 전투 도끼를 정면에서 받아쳤다.
쩌어어엉!
“구오오오…?”
만세라도 부르는 것처럼 전투 도끼를 든 토드라이언의 두 팔이 높게 튕겨 나갔다.
물론 무기를 올려친 라울도 검자루에서 느껴지는 반탄력에 살짝 눈꼬리를 찌푸렸다.
‘역시 손맛이 좀 있군. 미완성이라도 이 정도 위력은 발휘한단 말이지?’
파워아머를 발동했음에도 느껴지는 묵직함은 확실히 대 마스터 전용 병기다웠다.
하지만 라울의 진짜 목적은 토드라이언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으니.
“각하, 상황은 파악하고 계시겠지요.”
단번에 토드 라이언을 밀쳐낸 라울의 실력에 살짝 놀란 후작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물론이네. 면목 없지만, 힘을 빌려야겠군.”
가문의 위신이나 체면도 살아 있어야 의미 있는 것.
게이트에서 적의 증원이 등장한 이상, 후작가 홀로 적을 처리한다는 고집을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라울은 후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허락만 해주신다면 지원군을 부르고 싶습니다만.”
“지원군이라고? 이 상황에…?”
후작은 결계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지금, 지원군을 부르겠다는 라울의 말이 의아했지만, 고민할 것도 없었다.
“허락하겠네. 아니 오히려 내가 부탁하지.”
자칫 5호의 말처럼 후작가의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었다.
그게 누구든 후작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잠시만 버텨주십시오.”
토드 라이언을 후작에게 넘긴 라울이 경기장 구석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영력을 끌어올렸다.
‘[무기의 장] 발동!’
촤라라락!
순식간에 쏟아져 나온 수백 개의 무기가 라울의 등 뒤에 강철의 성벽을 세웠다.
그리고 라울이 마나를 끌어올리자 강철의 성벽은 이내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쓸어버려.’
라울의 작은 손짓에 황금빛 무기의 물결이 적들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쿠과과광!
푸슉, 퍼버벅!
“헛!”
“이게 무슨…!”
일정 범위 내에서 후작가의 기사들과 전투를 벌이던 제국 측 마병, 기사 수십이 순식간에 ‘삭제’되었다.
그리고 어리둥절해 있는 후작가의 기사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한쪽으로 밀려난 사이.
「공간 확보 완료. 라벨 발동해!」
「알았어. 지금 바로 열게!」
바닥에서 에메랄드빛 마법진이 빛을 발하며 허공을 수놓았다.
휘우웅.
그리고 나타난 건 두 개의 커다란 텔레포트 게이트.
‘눈에는 눈. 이에는 이지.’
게이트 내부에서 지원군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스터, 무사하셨습니까?”
필립이 굳어진 표정으로 대검을 든채 가장 먼저 게이트를 빠져 나왔고.
“와, 아주 난장판이구만!”
“…사냥감이 많군.”
제이크와 피어스도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달튼을 비롯해 호머, 데이비슨, 맥닐런, 앨리아스 등 엑스퍼트 상급 이상의 간부들과 퍼스트 기사단 300명의 기사들, 그리고 수련 기사에 준하는 정예 기마병들이 속속 전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게이트에선.
“라울아! 다치지는 않았느냐?”
대번에 달려와 라울을 살피는 큰형 딜런을 필두로. “허허, 이번에는 제대로 싸워볼 수 있겠구나.”
“건방진 제국놈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골든베어 기사단장 트레버 드 헤세 자작과 실버베어 기사단장 카를로 드 애쉬튼 남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애쉬튼 백작가의 최정예 기사단인 골든베어 기사단은 물론 실버베어, 아이언베어 기사단까지 게이트를 넘어오고 있었다.
너무나도 뜻밖의 상황이었던 것일까.
기세 좋게 후작가를 밀어붙이던 제국 측 병력들이 머뭇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자랑스런 애쉬튼 백작가와 라울 자작가의 전사들이여! 우리의 동맹 그리어 후작가를 도와 가증스런 제국의 개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와아아!”
라울이 소환한 지원군들이 적들을 향해 함성을 외치며 뛰어나갔다.
수백의 아머유저와 천이 넘는 최정예들이 합류한 이상, 승기가 누구에게 기울었는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