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12
제212화
휘이잉. 탁.
라울 일행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넝쿨로 덮인 작은 동굴 입구였다.
신성 결계를 펼쳐 놓았기 때문인지, 근처 숲에선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후아. 금역 내로 들어오는 건 처음이라 긴장되는데요?”
조쉬가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금역에 처음 들어오면 당연한 반응이지. 아무래도 금역 내의 몬스터는 종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하니까. 게다가 외부에서는 볼 수 없는 각종 식인 식물과 지형도 많으니 더더욱 조심해야지.”
제이크가 조쉬를 위해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일반적인 애쉬튼 백작가의 기사들이라면, 교대로 금역 근처의 요새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에 금역에 익숙하다.
하지만 외부 영입이 많았던 퍼스트 기사단은 금역이 낯선 이들도 많았다.
“케인도 이곳은 처음 아닌가?”
“그렇습니다. 확실히 지식과 실제는 조금 다르군요.”
케인이 헌팅나이프에 마나를 슬쩍 넣었다 빼면서 바뀐 환경을 확인해 보았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든다 했더니, 대기 중의 마나 농도가 외부와는 현격히 다른 모양이었다.
‘30% 정도는 출력이 더 나오는 것 같은데. 그렇다는 건….’
이곳이 금역 중에서도 초입은 벗어난 깊숙한 곳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그때 조쉬가 제이크에게 다가가 슬쩍 귓속말로 물어봤다.
“그런데 마스터도 금역에 자주 드나드셨습니까?”
“응? 내가 알기론 처음인 걸로…. 엇, 그렇게 함부로 걸어가시면!”
라울은 마치 뒷산에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편안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쉬익, 피슛!
그런 라울을 향해 머리 위의 나무줄기가 채찍처럼 날아들었지만, 어느새 나타난 비수들이 잘근잘근 잘라버렸다.
그러고도 모자라 전기톱이라도 되는 양 나무 둥치를 갈아 버렸으니….
“구오오!”
식인 나무 몬스터 ‘트렌트리’가 비명을 지르며 하얀 척수액을 뿜어냈다.
어느새 라울의 품속에서 나온 마법 보존 주머니에 트렌트리의 척수액이 저절로 빨려 들어갔고, 이내 마른 고목처럼 쪼그라든 트렌트리의 몸체가 쿵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뭐 해? 시간 없으니 빨리 따라와.”
라울이 멍하니 서 있는 조쉬와 제이크를 향해 외쳤다.
제이크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뭐, 마스터니까.”
“그렇죠…?”
둘은 서둘러 라울의 뒤로 따라붙었다.
“방향은 어디로 잡으시겠습니까?”
“일단은 신성 결계를 벗어나서 결정하도록 하지.”
케인이 묻자 라울이 성큼성큼 걸어가며 대답했다.
‘몬스터 산맥에 들어오는 것도 오랜만이군.’
라울은 짙은 마나 향을 깊게 들이마시며 배도현 시절을 떠올렸다.
지금은 ‘금역’이라 불리며 인간의 출입을 막고 있지만, 조만간 플레이어들의 주 활동 무대가 될 장소였다.
배도현 또한 수년간을 이곳에서 보냈고, 훗날 길드 연합에게 쫓기게 되면서 주요 거점으로 삼은 곳도 바로 이 몬스터 산맥이었다.
‘이곳이라고 지칭하기엔 지나치게 넓긴 하지만 말이지.’
다행히 콥스로드와 연결되어 있는 이 장소는 라울에게도 익숙한 곳이었다.
던전이 많이 분포되어 있기에 훗날 플레이어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했고, 특히 이곳에 위치한 ‘유적’은 인기가 많은 고대 던전이었다.
그리고 그 유적이 라울의 목적지이기도 했다.
‘이번 대규모 실종이 아무 이유도 없이 생겨났을 리가 없지. 내 짐작이 맞다면, 분명 형을 비롯한 실종자들은 그곳에 있을 거야.’
남은 건 어떻게 하면 티 나지 않게 일행들을 그 장소까지 이끌고 갈 것인가 하는 점이었는데….
「정지!」
라울이 주먹을 쥐며 재빨리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일행들도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순식간에 기척을 죽이며 주변에 엄폐했다.
휘릭, 탁.
“샤아. 이상하군. 분명히. 냄새가. 났는데. 킁킁. 샤아.”
탁. 타다닥.
“샤아. 전사장. 무슨. 일인가?”
장내에 나타난 것은 뱀의 하체와 인간의 상체를 지닌 몬스터, ‘나가족’이었다.
꼬리까지 합하면 몸길이가 4m, 신장은 대략 2.5~3m.
상체에 달린 팔 네 개는 검과 메이스 도끼 등의 무기를 들고 있었고, 찢어진 뱀 눈을 한 머리 옆으로 어깨에서 솟아난 두 마리의 뱀이 혀를 날름거렸다.
“샤아. 분명. 인간의. 냄새였는데.”
“샤아. 인간. 보이지 않는다. 족장이. 기다린다.”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혀를 날름거리며 한동안 주변을 돌아보던 ‘나가 전사장’.
다른 개체보다 머리 하나는 커다란 전사장이 화가 나는지 메이스를 휘두르자.
콰아앙!
붉은빛이 감도는 메이스가 사람 몸통보다 커다란 바위 하나를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샤아. 가자.”
나가 전사장이 꼬리로 바닥을 탁 치며 미끄러지듯 나무 사이로 모습을 감추자, 서른 가까이 되는 나가 전사와 병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와~씨. 들키는 줄 알았네!”
대기가 흐물흐물 일렁이더니, 부서진 바위 조각 옆에서 쭈그리고 있던 제이크와 조쉬의 모습이 나타났다.
“쩝. 손맛이 좋을 것 같은 녀석이었는데.”
제이크는 아쉽다는 듯 대검 손잡이를 고쳐 잡았다.
라벨이 반사적으로 투명화와 감각차단 결계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저들에게 들켰을지도 몰랐다.
“골치 아픈 놈들의 서식집니다. 말로는 들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케인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가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몬스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륙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마커스 왕국 경계에서 간혹 등장하곤 했는데….
“저게 진짜 나가가 맞습니까?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데요?”
조쉬가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일반적인 나가들은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하는 걸로 알려져 있었고, 신장도 2m에 불과했다.
“그게 바로 금역의 무서운 점이지. 대륙에 퍼져 있는 멍청한 몬스터들과 달리 이곳 놈들은 말도 하고 생각도 한단 말이야. 마치 ‘진화’라도 한 것처럼.”
제이크의 말에 조쉬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는 반대지. 진화한 게 아니라 퇴화한 것이니까.’
고대의 커넥트 대륙은 지금보다 훨씬 마나가 풍부하고 윤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전쟁’을 거치며 대륙의 마나가 고갈되었고, 마나 기반 몬스터와 아종족들이 모습을 감추게 되었으니….
금역은 바로 그 고대의 원형을 약간이나마 보존하고 있는 구역이었고, 그 때문인지 이곳의 몬스터들은 외부(대륙)의 같은 종보다 종족의 특성을 잘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놈들을 쫓는다.”
라울이 말하자 제이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사냥입니까?”
“아니. 놈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겠어. 그리고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전투를 피하도록.”
“네, 마스터.”
아무리 금역의 몬스터라 해도, 당장 일행에게 위협이 될 만한 개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사냥과 전투가 아니라 실종된 로렌스를 찾는 것.
굳이 소음을 일으켜 몬스터들의 이목을 끌 필요가 없었다.
“케인은 이동하면서 인간, 특히 실종자들의 흔적이 없는지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라벨, 부탁해.”
“알았어. 투명해져라! 조용해져라!”
라벨이 마법 스틱을 살짝 휘두르며 언령 마법을 시전하자, 라울 일행의 모습이 흐물흐물 일렁이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 * *
후웅.
커다란 대검이 주황빛 마나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서걱, 빠지직!
마나 블레이드는 마병 셋의 몸을 절단하고도 모자라 나가 스켈레톤의 해골을 부수고서야 멈춰 섰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와 함께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짝짝짝.
“멋있어~. 아주 멋지군! 정말 대단한 투지고, 대단한 체력이야!”
슈욱, 챙!
눈앞에서 불꽃이 번뜩였다.
‘크윽.’
“헤에. 아직도 힘이 남아 있다니, 너 정말 사람이 맞아? 아, 이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두 사람.
한 명은 검은색의 화려한 실크 로브를 입고 해골 지팡이를 든 40대의 사령술사.
나머지 한 명은 황금빛 악마의 문장이 새겨진 광택이 번쩍이는 검은 갑옷 차림의 젊은 기사.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인상에서 적의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실상은 완전 달랐다.
“닥쳐라, 악마의 주구들!”
“뭘 그리 열을 내고 그러나.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받아들이는 게 편할 것을.”
사령술사 사내의 해골 지팡이가 움직이자, 다시 수십의 마병과 언데드 무리가 그를 향해 달려든다.
“이제 몇 번 안 남은 것 같은데 어쩌지? 그에 반해 내 상처는 거의 아물었는데 말이야.”
챙!
또다시 번개같이 달려든 젊은 기사의 검을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내 겨우 막아 냈다.
“흐응. 그 팔. 이제 사라질 것 같은데, 그만 포기하는 게 어때?”
젊은 기사의 말처럼, 대검을 들고 있는 그의 ‘세 번째, 네 번째’ 팔은 금방이라도 없어질 것처럼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고작 네놈들 따위에게 꺾일 ‘애쉬튼가의 검’이 아니다!”
“그래? 그럼 계속 버텨보든가.”
챙! 서걱.
신들린 듯이 네 개의 대검을 휘저으며 적들을 분쇄해 나가는 사내, ‘로렌스 드 애쉬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곳만큼은 절대 내줄 수 없어!’
번뜩이는 그의 눈에 저 멀리 흉흉한 마기를 뿜어내는 암흑의 게이트들이 비치고 있었다.
* * *
「이런… 저 많은 나가들이 다 어디서 온 걸까요?」
조쉬의 말처럼 라울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에는 이미 나가족 수백이 모여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영역 다툼이라도 생긴 게 아닐지.」
나가족은 마을을 이뤄 살기는 하지만, 큰 규모로 모이는 일은 잘 없었다.
그런데 이 정도 숫자가 모여들었다면, 정말 전쟁이라도 일어난 게 분명해 보였다.
‘음…? 이 느낌은!’
순간 라울의 감각에 낯설면서도 익숙한 어떤 느낌이 걸려들었다.
「다들 주의해! 근처에서 마기가 느껴진다.」
「마기요? 제국 놈들이 숨어 있단 말입니까?」
「아마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건 두 종류였다.
‘설마 벌써…?’
라울은 불길한 느낌에 외쳤다.
「좀 더 서두르자!」
「넷!」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숲이 끝나고, 거대한 기암절벽이 일행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절벽 틈새로 보이는 것은….
「저, 저게 뭡니까? 사원? 신전? 콜로세움?」
「글쎄. 정체가 뭐든 우리가 저기로 가야 한다는 건 확실한 것 같군.」
「어쩔 생각이십니까? 그냥 들어가기에는….」
절벽 사이로 보이는 것은 사원뿐만이 아니었다.
“샤아아! 공격!”
“성소를. 되찾아야. 한다! 샤아!”
수천이 넘는 나가족 전사들이 사원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고.
화르르륵.
“무우우!”
소머리를 한 각종 마수들이 불타는 뿔을 내밀며 나가족과 부딪치고 있었다.
마계의 마수 ‘데빌 카우’와 ‘코럽티드 버팔로’였다.
‘놈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저번 게이트 사태 때 왕궁에서 암흑 게이트가 열렸던 것처럼, 이곳에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는 걸 뜻했다.
꾸드득.
주먹을 움켜쥔 라울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조쉬 경은 지금 즉시 길을 되돌아가서 지원군을 불러오도록. 라벨의 마법이 당분간 유지될 테니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거야. 전진 기지에도 지원을 요청하고.」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살짝 고개를 숙인 조쉬가 순식간에 멀어져 갔다.
외부와 길드 통신이 닿았다면, 조쉬를 직접 보낼 필요가 없었겠지만, 아쉽게도 금역 내부와 외부는 길드 통신이 차단되어 있었다.
「우리는 바로 내부로 진입한다. 둘 모두 내 어깨를 잡아.」
라울의 말에 케인과 제이크가 라울을 붙잡자, 라울이 허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통, 통, 통.
허공에 생긴 염동력의 발판을 밟으며 달리듯 하늘 높이 올라간 라울은 절벽 틈새를 넘어 바로 사원 꼭대기로 향했다.
지붕이 없는 콜로세움 구조로 생긴 사원이었기에 위에서 내려다보니 내부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원 제일 깊은 곳 최상층 제단에는 세 개의 암흑의 게이트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그중 두 개의 게이트에서 데빌 카우와 코럽티드 버팔로가 끊임없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한 개는 아직 활성화 전이구나!’
세 개의 암흑 게이트 중 가운데 있는 가장 커다란 게이트는 아직 입구가 열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는 건…!’
라울이 눈을 황금빛으로 물들여 분석안을 발동하자, 암흑 게이트에서 연결된 마력의 실이 붉게 빛났다.
그 실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찾았다.”
라울의 몸에서 황금빛 기운이 터져 나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