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11
제211화
“어서 오게.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군.”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줄리어스 총사령관님. 애쉬튼 가의 셋째, 라울 드 애쉬튼입니다.”
사령실에 도착하자 총사령관인 줄리어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라울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인상 자체가 달랐다.
‘그냥 살찐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데?’
철벽의 기사라는 아명에 걸맞게 카리스마 넘치고 건장한 체구의 인물을 기대했는데….
게다가 보자마자 그를 긴장시켰던 핸슬리 공과는 달리 줄리어스에게선 그 어떤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다.
‘완벽하게 자신의 힘을 통제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마치 대현자 그레이를 처음 독대했을 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래, 실종된 로렌스를 찾으러 왔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렇군. 자네 형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콥스 로드의 현재 상태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군.”
“경청하겠습니다.”
대략적인 설명은 듣고 왔다지만, 현장에 머물고 있는 총사령관의 말만큼 정확한 정보는 없을 터였다.
“콥스 로드의 유래는 알고 있겠지?”
제국과의 전쟁에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매장된 곳.
이후 제국이 손을 쓴 것인지 끊임없이 언데드가 출몰하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그렇다 한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사체들이 남아 있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 언데드가 된 후 우리가 치워버린 것만 해도 어마어마할 테니 말이지.”
언데드는 완전히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시체가 있어야 만들어질 텐데,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콥스 로드와 맞닿아 있는 절망의 대협곡 너머. 금역이라 불리는 저 산맥 안쪽에는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지. 그리고 그놈들이 지하의 던전을 통해 계속해서 콥스로드로 흘러들고 있단 말이야.”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은 꽤 오래된 일이었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진입 루트를 막아버리지 않은 것은 바로 ‘필요악’이기 때문이었다.
당장 언데드를 모두 치워버리면 제국과의 국경이 비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장벽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조달에도 문제가 생겼으니….
“그런데 문제가 생겼단 말이지. 게이트 말일세.”
여태까지는 산맥에서 유입되는 몬스터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언데드의 수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게이트가 등장하고 던전화가 진행되면서 그 균형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급격하게 늘어난 몬스터.
방치할 수 없어 놈들을 정리하고 나면, 그 다음은 언데드 무리가 되어 다시 장벽을 노려온다.
그 언데드를 정리하다보면 몬스터의 수는 더 늘어나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거의 1주일에 한 번은 작든 크든 웨이브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니. 보급 문제도 그렇고 병력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 곤란한 상황이야. 그래서….”
기존에 산맥에서 몬스터들이 진입하던 통로를 막아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실행하려니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완벽하게 맵핑을 끝내놓았던 지하 던전들의 구조가 변해버린 것이다.
“마법사들 얘기론 게이트의 던전화가 진행되면서 기존 던전들의 공간 관련 마법진을 간섭했다고 하더군. 수십 년간 쌓아온 자료들이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린 것이지.”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간 몬스터의 물량 공세에 밀려 장벽까지 밀려날 수도 있는 상황.
결국, 특별 탐사대를 조직하게 되었는데, 라울의 둘째 형인 로렌스도 그 일원이 된 것이다.
“벌써 1년 가까이 된 탐사 작업을 통해 대략적인 구조는 파악을 마친 상태라네. 이제 통로를 닫는 작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일이 터진 걸세.”
예상 후보지로 선정된 5곳의 던전에 파견되었던 탐사대가 전원 실종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로렌스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고.
탐사대의 귀환이 늦어지자 조사대와 병력을 파견했지만, 전투의 흔적과 몬스터의 사체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끝까지 수색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다시 웨이브가 터지는 바람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지.”
“그럼 현재 수색 작업은 완전히 멈춘 상태입니까?”
“그렇진 않네. 정규 병력이 아닌 의용병 위주로 해당 던전들을 수색하고 있지. 하지만 특별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네.”
그런 상황에서 라울과 일행이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가문의 수색대도 속속 도착할 예정이었고.
* * *
잠시 후.
라울은 총사령관 줄리어스 공과의 대화를 마치고 숙영지로 돌아왔다.
그런데 라울의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안 좋은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케인이 묻자 라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할 것 같아.”
줄리어스의 말에 따르면, 특별 탐사대의 실종과는 별개로, 몬스터 진입 통로를 닫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의용병들이 실종자 수색과 더불어 던전 구조 파악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기도 했고, 마법사들이 봉쇄 마법진을 설치할 준비를 끝낸 상태라고 했기 때문이다.
“줄리어스 공이 제시한 시간은 정확하게 보름. 그 안에 수색을 마치지 못한다면….”
금역과 연결된 통로가 닫히게 된다.
즉, 로렌스와 특별 탐사대가 모종의 이유로 산맥으로 넘어갔다면, 이쪽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된다는 뜻이었다.
“골치 아프게 되었네요. 보름 만에 던전을 지나 금역 안까지 수색한다는 건….”
케인이 말을 줄였지만,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 넓은 산맥의 어디로 갔을 줄 알고 보름 만에 그들을 찾아낸단 말인가?
‘기존 수색대의 눈길이 미치지 못한 던전 어느 곳에 머무르고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는….’
“다행히 시간 내에 그들을 찾아내거나 유력한 단서를 찾을 수만 있다면 시간은 벌 수 있을 거야. 특별히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송신기를 받아 왔으니 말이지. 그리고 수색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셨으니 다른 건 신경쓰지 않아도 될 거야.”
“그건 다행이군요. 그럼 수색팀은 어떻게 꾸리실 생각이십니까?”
케인의 물음에 회의실에 자리한 퍼스트 기사단 간부들과 카를로 남작이 눈을 빛냈다.
다들 라울의 수색팀에 함께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 데려갈 수는 없지.’
콥스로드에서 수십 명이 뭉쳐 다니는 건 언데드를 불러들일 위험이 컸다.
언데드는 ‘생기’에 목마른 이들.
소수로 움직이는 건 몰라도 말까지 탄 기사 수십이면 놈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진 기지까지 올 때는 잘 정리된 관도를 탔기 때문에 교전을 별로 겪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지.’
아머유저 수십이면 언데드의 수가 군단급이 되지 않는 이상 전투에서 패배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자칫 발목이 붙들리면 시간 낭비는 물론이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할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던전에서 빠르게 움직이려면 소수인 편이 더 유리하기도 했고.
“팀을 크게 세 팀으로 나누겠어. 나와 케인, 제이크, 조쉬가 A팀. 카를로 남작을 중심으로 한 베어 나이츠 5인이 B팀. 그리고 나머지 40명의 기사들이 C팀.”
촤라락.
라울이 총사령관에게서 받아 온 지도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목적지는 로렌스 형님이 마지막으로 향했다는 ‘포르미카 던전’. A팀과 B팀은 각자 다른 루트로 던전을 향해 진입, 즉시 수색을 개시한다. 그리고 C팀은 포르미카 던전 근처에 설치된 임시 기지로 향할 것.”
“그러면 C팀의 정확한 역할은 무엇입니까?”
“만약의 경우 A팀과 B팀의 퇴로를 확보하고, 우리가 진입한 이후 특이한 정황이 발견된다면 보고할 것. 그리고 전투가 커졌을 경우엔 백업 역할을 해줘야겠지.”
이후 세밀한 작전을 수립한 결과, C팀의 리더는 퍼스트 기사단의 상급 엑스퍼트 라샤드가 맡기로 했다.
라샤드는 애쉬튼 백작가 기사 수련생 출신으로 처음부터 라울을 따랐던 50인 중 1인이었다.
그리고 수련생 중에 최초로 엑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오른 재능 있는 기사였다.
“그럼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지만, 마음 편하게 기지에서 쉴 시간은 없었다.
혹시라도 한두 시간 차이로 로렌스 형의 생사가 갈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A팀과 B팀이 먼저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기지에서 출발했고, C팀은 충분한 보급물자를 확보하여 다음날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기지를 떠나갔다.
* * *
“이쪽입니다.”
나흘 뒤.
라울이 속한 A팀은 목적지인 ‘포르미카 던전’에 진입해 있었다.
포르미카는 고대어로 ‘개미’를 뜻했고, 그 이름처럼 던전은 개미굴의 형태를 닮아 있었다.
크고 작은 동굴들과 갈림길이 계속해서 나타났고, 개성 없이 반복되는 동굴 길은 미로를 연상케 했다.
만약 탐사대와 수색대가 표식을 남겨놓지 않았다면, 길을 찾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일행은 어둠 속에서 작게 빛나는 손가락 모양의 표식을 따라 던전을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서컥. 챠라락!
일행의 선두를 책임진 케인의 헌팅 나이프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무언가를 베어냈다.
샤아아….
팔뚝만 한 크기의 반투명한 유령개미가 반쪽으로 갈라지며 허공에서 소멸했다.
이윽고 케인의 나이프가 녹색 궤적을 그리며 몇 번 더 움직이자, 마찬가지로 유령 개미들의 목이 잘려나가며 사라진다.
“거참 귀찮은 몬스터네요.”
슈우욱, 퍽!
제이크는 좁은 공간 탓인지 대검이 아닌 주먹을 뻗어 유령 개미의 머리통을 터뜨려버렸다.
“들었던 것처럼, 언데드가 되고 나니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펑!
조쉬가 왼팔에 착용하고 있는 라운드 실드를 휘둘러 개미를 짜부라트렸다.
원래 이 던전에 자주 출몰하는 몬스터는 ‘자이언트 앤트(거대 개미)’.
딱딱한 갑각과 날카로운 이빨이 특징인 곤충형 몬스터였다.
하지만 언데드화가 진행되면서 유령 개미의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완전히 투명한 녀석이 동굴 벽까지 자유자재로 들락날락거렸기에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물론 라울 일행에게는 그저 귀찮은 잡몹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감지력이 뛰어나다면 원판보다 상대하기 편하지. 갑각이 약해진데다가 떼로 몰려다니지도 않으니까.’
물론 그 정도 감지력을 가지려면 최소 엑스퍼트 중급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게 함정이기도 했다.
어쨌든 일행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유령 개미들을 학살하면서 빠르게 표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도착했습니다.”
케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단의 무리가 다가오며 소리쳤다.
“누구냣!”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도착한 곳에는 적어도 50명 정도는 되어 보이는 병력이 커다란 공동에 임시 캠프를 차려두고 있었다.
“무기를 거두시오. 감마 기지에서 새로 파견된 수색대요.”
사령관의 명령서와 귀족 인장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그들이 경계를 풀고 라울 일행을 캠프로 받아들였다.
임시 캠프를 관리하는 기사에게 수색 상황과 몬스터들이 출입하는 통로에 관해 전해들은 라울은 일단 던전 내부부터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도 있으니까.’
수색대가 놓친 기관이나 숨겨진 마법진, 공간 등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성과는 없었다.
반나절 가까이 던전 깊은 곳을 돌아봤지만,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넘어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겠지?”
이미 수색대에서도 몇 차례 몬스터 통로 너머로 진입해봤다고 하지만, 입구 근처만 잠시 둘러보고는 돌아왔다고 했다.
금역의 몬스터들도 문제였고, 너무 조사해야 할 범위가 넓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말 진입하실 겁니까? 저곳은 여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위험한 곳입니다만.”
임시 캠프 관리 기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특별 탐색대가 실종된 이후, 저 안으로 진입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깊숙이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이러다가 괜히 희생자만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인 듯했지만.
“걱정하지 말고 안내해 주시오. 그리고 만약 후속팀이 진입한다면, 그들의 안내도 부탁드리겠소.”
조쉬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기사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인벤토리에서 약간의 보급품을 넘겨주었다.
웨이브 때문에 보급이 늦어졌던 모양인지 기사가 반색하며 입 꼬리를 씰룩였다.
“늦어도 십일 이내에는 돌아오는 게 좋을 겁니다. 통로를 막아버린다는 얘기가 있으니 말이죠.”
이미 알고 있는 얘기였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일행이 마침내 통로 앞에 도착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공터 너머 벽에 사람 상체만 한 크기의 구멍이 은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지금은 임시로 신성 결계를 설치해 놓아서 몬스터들이 넘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너머에 놈들이 몰려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관리 기사의 말을 뒤로 하고 마침내 라울이 은빛 구멍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스르릉.
마치 신기루처럼 입자로 변해버린 라울의 형체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윽고 나머지 일행도 통로 안으로 모습을 감췄고, 관리 기사만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