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14
제214화
‘흠. 딴에 마스터란 말이지?’
라울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방심한 사이에 약간이라도 손해를 입혔으면 했는데, 역시 경지가 경지다 보니 요행을 바라긴 어려워보였다.
“너, 너 설마 라울이냐…?”
그때 등 뒤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라울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며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네, 로렌스 형님. 오랜만이네요.”
눈이 마주친 순간 라울의 머릿속으로 그와의 추억들이 스치듯 흘러나갔다.
그가 환생하기 전에 쌓인 것들이었지만, 가슴이 울컥했다.
“너, 너 이 자식. 여기가 어디라고!”
로렌스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덥석 라울을 껴안았다.
키 170도 되지 않았던 추억 속의 꼬맹이 라울은 어느덧 190이 넘는 청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로렌스는 나가 대전사의 힘을 받아들인 탓에 ‘임시 팔’ 두 개가 생겨났고, 키도 10cm가량 커지며 체형이 변했다.
하지만 겉모습이 어떻게 바뀌었든 형제의 피는 속일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로렌스를 마주 껴안은 라울은 그가 조금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키가 이렇게 컸는데도 우리 집안에선 여전히 꼬맹이구나.’
뜬금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라울은 안도감에 젖어 들었다.
만약 로렌스가 큰일을 당하고 난 뒤에 도착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니 가슴이 서늘해졌다.
“이런 애새끼들이! 다 죽여주마!”
물론 그런 형제의 해후 따윈 상관없이 열이 뻗쳐 있던 에제키엘이 오러를 줄줄 흘리며 결계를 향해 달려들었다.
“라울아, 위험해!”
로렌스가 황급히 라울을 감싸며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움직인 이들이 있었다.
“어딜 감히!”
“너는 우리랑 놀자!”
챙! 콰광!
케인과 제이크가 달려드는 에제키엘의 검을 막아냈다.
케인의 양손에 들린 헌팅 나이프에선 녹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그리고 제이크의 대검에선 노란 빛의 커다란 ‘오러 블레이드’가 타오르고 있었다.
“X발. 이것들은 또 뭐야?”
하나로도 모자라 그의 검을 막아내는 이가 둘이나 늘어나자, 에제키엘이 신경질적으로 욕을 내뱉었다.
어디서 갑자기 마스터급의 실력자들이 쏟아져 나왔단 말인가?
에제키엘의 검붉은 오러블레이드와 녹색, 노란색의 오러블레이드가 어우러져 한동안 결계 내부를 어지럽혔다.
케인과 제이크 둘이 함께 상대했지만, 확실히 에제키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검에 실린 힘, 속도, 오러의 질까지 에제키엘이 우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둘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으니, 근접전 스페셜리스트 케인과 강한 파괴력을 지닌 제이크의 조합이 생각보다 잘 어우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들은…? 어떻게 마스터가 둘이나!”
로렌스는 케인과 제이크의 모습에 많이 놀란 듯했다.
왕국에도 몇 없는 마스터가 한 번에 둘이나, 그것도 라울과 함께 나타났으니 말이다.
‘…뭐 착각할 만하긴 하지.’
어느새 포옹을 풀고 전투 장면을 바라보던 라울이 접어두었던 시스템 메시지를 열었다.
아무래도 중요한 장소와 시나리오에 개입했기 때문인지 어마어마한 양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주의] 본 지역은 강제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강제 시나리오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있었고.
[메인 퀘스트 : 3단계 고대의 봉인지 수호]등급 : EX
목표 : 봉인을 수호하라
상세 목표 : 1) 제시된 시간 동안 최후의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보호 (남은 시간 – 36시간 27분)
2) 침입자들의 격퇴
3) 소환된 암흑 게이트의 재봉인
설명 : 차원 게이트를 억제하는 3단계의 고대 봉인이 침략당하고 있습니다.
이미 3개의 결계석이 파괴되어 결계가 깨지고 억제력이 약해졌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결계석이 남아 있습니다.
결계석을 지켜 고위 마족의 강림을 막아내야 합니다.
특이사항 : 퀘스트를 받아들이면 결계석의 ‘임시 수호자’ 자격을 얻게 됩니다.
수호자가 되면 결계석의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주의 사항 : 결계석의 축복은 결계 내부에서만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결계석이 파괴된다면, 치명적인 내상을 입어 영구적인 마나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보상 : 목표 성취도에 따라 차등 지급.
[경고] 플레이어들이 상대하기에는 지나치게 강한 적들이 존재합니다. 무모한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후퇴할 것을 권고합니다.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등장했다.
친절하게 퀘스트를 포기하라는 문구까지 나와 있었지만, 라울은 로렌스 형을 발견하는 순간 바로 퀘스트를 수락해버렸다.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시나리오 강제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전생의 기록에 의하면, 이 봉인지는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아마 퀘스트를 수락한 플레이어는 봉인지와 함께 장렬히 산화할 운명이겠지만.
‘나는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아니거든.’
이미 몇 번 실험해 봤지만, 강제 시나리오든 메인 퀘스트든 라울에게는 아무런 상관없었다.
라울은 시나리오를 다시 쓸 수 있는 커넥트의 주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퀘스트를 받아들이자 추가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결계석의 ‘임시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결계석의 축복이 플레이어 라울의 몸에 깃듭니다.
-플레이어 라울의 경지가 일시적으로 조정되었습니다.
-엑스퍼트 최상급 → 마스터 초급.
-중급 9LV 염동술사 → 상급 1LV 염동술사
-[알 수 없는 조력자(?)]가 도착할 때까지 결계석을 지키세요. (남은 시간 : 36시간 20분)
케인과 제이크가 마스터 에제키엘을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이유.
바로 결계석의 축복 때문이었다.
라울과 마찬가지로 엑스퍼트 최상급에 도달해있던 두 사람 또한 임시지만 마스터의 문턱을 밟게 된 것이다.
쾅! 퍼버벙!
“푸하하. 좀 더 힘써보는 게 어때? 마스터도 별것 아니구만!”
“닥쳐!”
“하기는. 뒤에서 비열한 짓거리나 해대는 제국 놈이 제대로 싸우는 법이나 알겠어? 그 정도 실력으론 우리 마스터의 발가락 때만도 못할 거다, 애늙은이 마스터!”
신경을 긁어대는 제이크의 도발에 휘말린 에제키엘은 케인과 제이크의 연대를 깨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뒤쪽에 서 있는 로렌스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 그러면.’
챠라락.
라울이 파워아머와 레그나토르를 발동했다.
‘시작해 볼까?’
푸화악!
라울의 등 뒤에서 황금빛 날개가 펼쳐지며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크악! 이게 뭐야?”
“끼이익!”
“구오오오.”
광휘의 아우라가 발동되며 신성력의 파도가 신전을 뒤덮었다.
갑작스레 신성력에 노출된 마스터 에제키엘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고, 결계 근처에 있던 마수와 언데드들이 비명을 질렀다.
퍼석.
일부 등급이 낮은 언데드는 아우라를 버티지 못하고 재가 되어 사라졌고, 마수들은 개 거품을 물고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일단 숫자부터 좀 줄이자. [무기의 장] 발동.”
촤라라라락!
라울의 등 뒤에서 찬란한 은빛의 무기들이 힘차게 솟구쳐 올랐다.
그 수가 천을 훌쩍 넘었고, 결계 위쪽으로 무기의 군단이 철의 장막을 이루었다.
‘하아.’
라울은 온몸을 관통하는 쾌감에 탄성을 흘렸다.
언제나 부족하게만 느껴지던 영력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펑펑 솟아나면서 그의 온몸을 순환했고, 한층 더 순도 높아진 영력은 그의 정신을 한결 또렷하게 만들고 있었다.
비록 임시라고 하지만, 전생에 이뤘던 최후의 경지를 드디어 되찾게 된 것이다.
라울이 미소를 지으며 힘을 집중했다.
구르르르릉.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허공을 뛰어넘어 무기 하나하나에 주입되자, 그 힘의 크기를 버티지 못하고 대기가 울부짖었다.
파아앗.
황금빛 서기가 맺힌 ‘오러’가 무기들을 감싸자, 어두웠던 신전 상공이 대낮처럼 환하게 빛났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에제키엘이 질린 듯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금 결계를 향해, 아니 라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누가 저 어마어마한 장면을 연출했는지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라울을 멈춰 세우기엔 이미 늦었다.
애초에 라울에게 닿으려면 케인과 제이크를 넘어서야 하기도 했고.
‘왜 전생의 내가 「전장의 지배자」라 불렸는지 보여주지.’
휘릭.
작은 손짓 하나면 충분했다.
쒜애애애액!
콰과과과광!
반경 150m 내의 거의 모든 언데드, 마수, 마병이 소멸했다.
신전을 가득 채우고 있던 수천의 적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워져 버린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날아드는 무기 세례에 150m 넘게 밀려 날아간 에제키엘이 눈앞의 광경을 보며 경악했다.
그와 몇몇 제국 아머유저를 제외하곤 정말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했던 것이다.
놀란 것은 비단 제국 측뿐만이 아니었다.
‘맙소사. 그간 라울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로렌스는 병약했던 그의 동생이 보여준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입을 쩍 벌렸고.
“시, 신의 사자다! 신께서 정말 구원자를 보내주셨어!”
살아남은 특별 탐사대원들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신을 찾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세력.
나가족을 이끌고 있던 대족장 라크네샤가 눈을 빛냈다.
‘인간족의 새로운 수호자가 등장한 것인가?’
“샤아. 지금이다! 진형을 정비하고. 성소의. 진입로를. 확보해라.”
“샤아!”
촤라라라락.
할 일을 마친 무기의 군단이 다시 결계의 상공에 모여 진형을 갖췄다.
다만 주입되었던 에너지는 소비되었는지 다시 은빛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와우, 묵은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데? 살짝 무리한 감은 있지만, 역시 크게 부담이 가진 않아.’
넓어진 그릇에 가득 차 있던 모든 에너지(마력, 영력, 신성력 등)를 한 번에 쏟아 부었다.
급격한 소모로 인한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결계석의 보조와 경지에 도달한 힘으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었다.
‘결계석의 축복이 결계 내부에서만 작동한다고? 그 정도면 페널티도 아니지.’
라울이 단순히 검만 다루는 기사였다면, 로렌스가 그랬던 것처럼 결계 내부에서 계속 두들겨 맞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급 염동술사로서는 전혀 아쉬울 것이 없었다.
본체가 결계 내부에 있는 이상, 염동술사로서 라울의 힘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 시간은 벌었으니까 이제 제대로 싸울 준비를 해보자고. 케인, 제이크. 진지를 구축하도록.”
“네, 마스터!”
라울의 한방에 신전의 전투는 완전히 멈춰버렸다.
급변한 사태에 제국의 초인들은 잠시 상황 파악에 들어갔고, 드디어 신전에 발을 디딘 나가족들도 진형을 갖춘 채 다음 전투를 준비했다.
그리고 라울 일행은 그 틈을 이용해 결계 내부에 자그마한 간이 요새를 구축했다.
결계석을 중심으로 석재 블록을 쌓아 만들어진 간이 요새 내부에는 숙소, 치료소, 식당 등의 건물이 들어섰다.
라울의 아공간, 인벤토리, 그리고 마탑에서 조달한 공간 확장 주머니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그렇게 잠시 전투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
‘결계를 지키는 건 이제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제국 놈들을 퇴치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지.’
한번 쓸어버렸지만, 지금도 암흑의 게이트에선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사령술사 맥클라나한은 저급한 언데드가 아닌 고급 언데드를 소환하기 시작했고, 마스터 에제키엘도 아직 건재했다.
나가족은 무슨 생각인지 성소 내부에 발을 들인 이후론 방관하는 모습이었다.
‘급한 불은 껐다 이건가? 아니면 신전 밖으로 나오는 것들만 처리하겠다는 것일지도.’
어설프게 개입하느니 빠져 있는 쪽이 라울도 편했다.
괜히 시체가 늘어나면 사령술사에게 좋은 일만 시켜주는 셈이었으니.
어쨌든 라울은 이제 급할 이유가 없었다.
퀘스트의 1차 목표는 정해진 시간 동안 결계석을 보호하는 것.
무리하게 결계 밖으로 나가 제국 놈들을 처리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당장은 말이지.’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은 라울에게 최고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곳은 강제 시나리오 지역이자, 메인 퀘스트가 펼쳐지는 곳.
적들이 강제 시나리오 버프를 받아 강력해진 만큼, 경험치와 보상 또한 폭증한 상태.
그리고 퀘스트 정황상 제국 놈들은 결코 결계석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 계속해서 공격해 올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결계석 버프로 인해 경지를 뛰어넘어버렸고, 각종 에너지의 회복 속도가 빨라졌네?
거기서 도출되는 결론은.
‘아~주 즐거운 경험치 이벤트 타임이란 거지!’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붙들며 라울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