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15
제215화
쾅! 투캉!
간이 요새 성벽 너머로 폭음이 들려왔다.
또다시 덤벼든 마스터 에제키엘과 케인, 제이크가 만들어낸 전투 소음이었다.
그 시간 라울은.
“많이 드세요. 그간 식사도 제대로 못하셨다면서요?”
“그, 그래. 고맙다.”
둘째 형 로렌스와 함께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마나가 넘쳐나는 금역.
그리고 결계석의 에너지와 암흑 게이트를 통해 흘러나오는 마기까지.
각종 에너지가 범람하고 있어서인지 평소보다 고기의 맛이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물론 그건 라울 혼자만의 생각이었고, 로렌스는 불안한지 영 먹는 속도가 더뎠다.
“밖에서 전투가 한창인데 이러고 있어도 될까? 지금이라도 나가 보는 게….”
“형님! 아무 걱정 말고 드세요. 그렇게 불편하게 드시니까 다른 분들도 눈치를 보시잖아요.”
라울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특별 탐사대원들이 황급히 그의 눈을 피했다.
“쿨럭, 쿨럭.”
몇몇은 사레가 들렸는지 기침을 내뱉었다.
짝짝짝.
“자자, 다들 눈치 보지 마시고 많이들 드세요.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당분간은 푹 쉬시면서 체력도 보충하시구요.”
라울이 대원들을 향해 외치자 그제서야 대원들도 조금은 편하게 음식을 입에 댔다.
물론 마음이 편하지는 않은 듯했다.
‘정말 전투에 참가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쉬는 동안 방어선이 뚫리면 어쩌지?’
‘둘, 아니 셋이서 정말 이 넓은 결계를 지킬 수 있을까?’
성벽이 만들어지고 식당 건물이 생겨 밖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전투 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니 더 불안한 것이다.
“정 불안하시면 나가서 잠시 둘러보고 오셔도 됩니다. 음식은 충분하니까요. 단!”
“……?”
쿵.
라울이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꺼내 식당 한쪽에 내려놓았다.
“이건 리필이 안 되니 늦으면 못 드십니다?”
“오오!”
“와!”
여태까지 굳어 있던 대원들의 안색이 확 폈다.
라울이 꺼낸 것.
그건 바로 각종 술과 와인이 종류별로 진열된 진열장과 맥주가 한가득 담긴 오크 통들이었다.
하지만 격렬한 반응과 달리 섣불리 술에 손을 대는 이는 없었다.
‘호오. 이거 생각보다….’
로렌스 형의 부대 장악력이 뛰어났던 모양이다.
5개의 탐사 팀이 모였음에도 자신들의 팀장보다 로렌스의 지시를 먼저 기다렸으니 말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곳에 모인 이들이 탐사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라울이 최상급 포션까지 아낌없이 사용하며 부상자들을 치료했지만, 죽은 사람까지 되살릴 재주는 없었으니까.
뚜벅, 뚜벅.
대원들의 불타는 눈길을 받으며 로렌스가 진열장에서 값비싼 와인 한 병을 꺼내 들었다.
“다들 고생 많았다. 이 와인은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동료들을 위해 바치겠다.”
쪼르륵.
검붉은 와인이 핏물이 살짝 맺힌 찌그러진 투구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누구보다 용감했던 형제들을 위하여.”
“위하여.”
퉁퉁.
대원들을 대표하여 로렌스가 투구에 가득 찬 술을 비웠고, 대원들이 가슴을 두드리며 형제나 다름없는 동료들을 기렸다.
“오늘 하루는 실컷 마시고 푹 쉬자. 그리고 일어나서 저 악마의 주구들을 쓸어버리는 거다! 믿어도 되겠지, 라울?”
로렌스의 불타오르는 눈빛을 바라본 라울이 주먹으로 갑옷을 두드리며 힘차게 외쳤다.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그게 누가 되었든 제 허락 없이는 저 성벽을 넘어올 수 없습니다!”
“들었지? 마시자!”
“와!”
그제야 식당 안에 활기가 돌았다.
불안해하던 그들의 얼굴도 조금은 안도한 표정이었다.
이미 전투가 재개된 지 30분이 지났다.
그럼에도 계속 전투 소리가 이어지고, 특히 그 소리가 마수의 비명 소리와 언데드가 소멸하며 내뱉는 귀곡성이라면.
‘정말 로렌스 팀장님의 동생이란 말이야?’
‘신의 사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하지?’
대원들이 힐끔 창밖을 통해 성벽 위의 하늘을 바라봤다.
마치 질서정연한 군대처럼, 무기의 군단이 성벽 위 하늘을 순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무리의 무기가 성벽 너머 지상을 향해 내리꽂혔고, 다시 올라올 때는 검은 피가 뚝뚝 흘러내렸으니.
라울은 요새 내부에서 형과 대원들을 챙기는 동시에 전투를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상급 염동술사의 새로운 힘.
[오토 컨트롤]이 라울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염동력의 기본 요소는 파워, 컨트롤, 범위(감지)다.
그 가운데 컨트롤과 범위를 통합해 만들어낸 라울만의 기술이 바로 [오토 컨트롤].
경지를 넘어서며 늘어난 감지 범위는 단순히 넓이뿐만 아니라 감지의 깊이, 정밀도를 높여주었다.
즉 레이더의 성능이 훨씬 개선되었다는 뜻이다.
컨트롤 또한 벽을 넘어서며 염동력으로 대상 개체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니.
‘아주 복잡한 명령이 아니라면 반복 수행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단 말이지.’
그게 바로 라울이 전장에서 떨어진 이곳에서 전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였다.
‘물론 결계석의 버프와 에너지가 넘치는 금역의 특수성이 아니었다면 저렇게 많은 개체를 다룰 수는 없었겠지만.’
만약 일반적인 마수나 언데드가 아니라 정예가 나타난다 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들은 오토 컨트롤이 아니라 라울이 직접 ‘오러’를 불어넣은 무기로 상대하면 되니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라울이 충분히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형과 함께 고기를 뒤집고 있는 이 순간에도 식당 밖에선 그의 명령을 받는 무기들이 열심히 적들을 도륙하고 있었으니까.
‘정말 먹지 않아도 배부르단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실시간으로 꿈틀거리며 올라가는 경험치 바를 보니 세상 부러운 게 없었다.
“형님, 많이 드세요.”
라울이 치이익 소리와 함께 맛있는 향기를 풍기는 고기를 로렌스의 접시에 담아주며 웃었다.
“그래, 고맙다. 그런데 이제 슬슬 얘기해주는 게 어떻겠니?”
하긴 로렌스도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다.
라울이 어떻게 이곳을 찾아왔는지.
그가 보여준 신기한 힘은 무엇인지.
그리고 가문에는 별일이 없는지 등등.
“그럼 하나씩 천천히 설명해 드릴게요.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요.”
서른여섯 시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니까.
* * *
“이런 제기랄!”
콰앙!
막사로 돌아온 마스터 에제키엘이 신경질적으로 투구를 집어 던졌다.
붉은 문신이 스르륵 사라지며 드러난 그의 얼굴은 자글자글 주름이 가 평소보다 10년은 늙어 보였다.
‘이게 무슨 개망신이냐!’
처음엔 몰랐지만, 싸우며 깨달았다.
그를 막아선 두 기사 놈들은 진짜 마스터가 아니라 임시로 경지를 밟은 가짜들이란 사실을.
마스터라면 당연히 다룰 줄 알아야 하는 오러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나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뚫어낼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최상급 엑스퍼트라 해도 겨우 둘이서 나를 막는다고?’
세간에 알려지기로 마스터를 상대하려면 적어도 최상급 엑스퍼트 다섯이 필요했다.
그 정도는 있어야 교대로 임시 오러를 발현하며 마스터의 검을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물며 문장을 발동한 마스터 에제키엘은 초급이 아닌 중급의 마스터.
아무리 오러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해도 엑스퍼트 둘이 막을 수준이 아니었다.
아니, 그래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스터를 많이 상대해본 느낌이란 말이지.’
이름난 기사도 아니고 심지어 나이도 젊은 놈들이 보여줄 실력이 아니었다.
“왜? 일이 잘 안 풀리나?”
그때 막사로 들어선 맥클라나한이 슬쩍 비웃듯 말했다.
“닥쳐! 상황이 달라진 걸 나보고 어쩌라고?”
과정이야 어쨌든 당장 저 결계 안에는 마스터급 실력자가 셋, 아니 넷으로 늘어나 있었다.
무리해서 본 실력을 발휘한다면 둘 정도는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자신의 목숨도 위험할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할 뿐이었다.
맥클라나한도 그 점은 알고 있었기에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화제를 돌렸다.
“본부에서 전갈이 왔다. 이쪽 상황과 관계없이 디데이가 정해졌다고 하는군. 아무래도 서두르지 않으면 골치 아파지겠어.”
“아니, 전력 파악을 잘못한 건 본부 책임 아닌가? 작전도 노들이 세운 거고. 이제 와서 변수가 생기니 다 우리가 덮어쓰라고?”
“진정해. 아직 그렇게 정해진 건 아니니까.”
하지만 에제키엘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개소리! 이대로 본대 쪽에 문제가 생기면 폐하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 것 같아? 내 이 X같은 XX끼들을 당장!”
검을 들고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그를 맥클라나한이 만류했다.
“말 좀 끝까지 들으라니까. 이쪽 상황을 잘 전달했더니 본부에서 지원군을 보내 주겠다더군.”
“지원군? 누구?”
“누군지야 모르지. 마장급이 오진 않을 거고, 우리 같은 최상급 마인이 오지 않겠나?”
“제길. 본부 놈들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어쨌든 내일이면 도착한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계속 몰아쳐야 해. 놈들의 힘을 빼놓지 않으면 자칫 전투가 장기전이 될 수도 있으니까.”
“알았어, 알았다고! 뒤에서 시체나 만지작거리는 놈이 말은 편하게 하네 진짜!”
쾅!
에제키엘이 막사의 문을 박차고 나갔다.
평소에 실실 잘 웃고 다니는 에제키엘이 저러는 걸 보니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뭐, 나도 그렇게 맘이 편하지는 않다고.’
막사 밖 저 멀리.
결계에 들어선 간이 요새 근처에서는 지금도 그가 보낸 언데드와 마수들이 이름 모를 술사의 무기 군단에 썰려 나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술법이기도 했지만,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당장은 그저 병사들의 머릿수를 대체하는 정도의 느낌이지만, 처음 보여줬던 그 파괴력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그래 봤자 일회용 기술. 결국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
게다가 저 많은 무기들을 컨트롤하려면 심력 낭비가 보통이 아닐 것이다.
아마 지금쯤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를 싸매고 있지 않겠는가?
‘열심히 발버둥 쳐라. 그 힘이 고갈되는 순간이 바로 네 최후가 될 테니까.’
맥클라나한이 본진 뒤쪽에 따로 준비해둔 자신의 정예 언데드 군단을 바라보며 오연한 미소를 지었다.
* * *
“하암~.”
라울이 결계석 근처, 요새 한가운데에 세운 감시탑 꼭대기에 벌러덩 드러누워 하품을 내뱉었다.
구조상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감시탑 내부에는 각종 집기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간이 식탁 위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탐스러운 과일들이.
라울이 누워 있는 선베드 옆 협탁에는 시원한 주스와 간식거리가 놓여 있었다.
탁.
“체크메이트.”
“앗! 그런 수가? 다시 해!”
그리고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선 라벨과 카르데나스가 체스를 두고 있었다.
얼핏 생각하기엔 라벨의 압승이 예상되었으나, 실제로 이기고 있는 건 카르데나스였다.
이론만 알고 있던 라벨과 달리, 카르데나스는 봉인에 묶여 있던 와중에도 방문하는 왕족이나 기사들과 종종 체스를 즐겨왔던 모양이었다.
‘평화롭네.’
챙! 서컥!
구오오오.
밖에서 전투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하루종일 계속 듣다 보니 이제는 자장가로 들릴 지경이었다.
실제로 탐사대원들 또한 간이 숙소에서 아주 숙면을 취하고 있기도 했고.
종종 찾아와서 난리를 치는 마스터 에제키엘이 아니었다면, 이곳이 전장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릴 뻔했다.
에제키엘은 질리지도 않는지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결계에 찾아와 케인, 제이크에게 화를 풀고 갔다.
처음에는 약간 밀리는 듯도 했던 케인과 제이크.
하지만 열 번이 넘는 긴 대결을 벌인 탓인지, 이제는 어렵지 않게 그를 상대하는 듯했다.
‘물론 저쪽도 진심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라울도 호승심에 검을 섞어볼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마스터를 상대하는 방법이라면, 스승인 카르데나스와 아버지 멜빈 백작과의 대련을 통해 충분히 경험한 바였다.
그리고 카르데나스의 평가도 그런 결정에 한몫했다.
“어린아이에게 보검을 쥐여준 격이구나.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검에게 휘둘리고 있으니, 저놈은 마스터라 불릴 자격이 없다.”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마스터에 오른 게 아닌 모종의 방법을 사용한 듯했다.
‘그렇다고 마스터가 아닌 건 아니지만….’
어쨌든 덕분에 케인과 제이크가 아주 순조롭게 숙련도를 쌓고 있으니 그걸 가로챌 생각은 없었다.
이제 퀘스트 제한 시간은 한나절도 남지 않았다.
‘좀 심심하긴 하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라울의 두 눈이 기대감에 반짝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