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22
제222화
고오오.
라울 일행의 앞에는 마법진 세 개가 일렁이고 있었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음에도 마나가 흘러나올 정도로 강력하고 복잡하게 생성된 마법진이었다.
“어떻게 하지?”
“글쎄. 고민이네.”
라벨과 라울이 마법진을 두고 고민에 빠진 이유.
그것은 바로 이 마법진이 제국 마법사들이 만들어 놓은 전송 마법진이었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확실히 ‘장벽’ 근처입니다. 조금 전부터 계속해서 신호가 들어오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용사 파티의 마법사 레건이 아주 공손한 자세로 물어왔다.
나름 뻣뻣한 태도를 보이던 그는 라벨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도무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저자세로 돌아섰다.
‘하긴 5서클 마법사에게 8서클 마법사는 하늘 같은 존재겠지.’
라울이 경지를 넘어서며 스킬 도감에도 변화가 있었다.
등급 자체가 올라가진 않았지만, 보유한 마나량과 출력이 올라간 것이다.
덕분에 라벨은 이제 8서클 마법까지 구사할 수 있는 상황.
그녀의 본래 경지를 되찾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혹시 장벽 쪽의 상황에 대해 전해 들은 게 있습니까?”
라울이 물었지만, 성녀 키에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희가 전진 기지를 떠날 때까지는 특별한 소식이 없었어요.”
알고 보니 성녀 일행이 전진 기지 감마를 떠난 것은 라울 일행보다 일주일은 빨랐던 모양이다.
‘우리도 서두른다고 했는데….’
놀랍게도 성녀 일행은 사고를 쳤던 데니스 자작령에서 전진기지 감마 근처까지 단번에 순간이동을 해왔다고 한다.
각종 좌표 교란 마법과 마력의 뒤틀림 등으로 콥스로드로 직접 순간 이동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해 들었는데….
‘뭐, 괜히 용사 파티가 아니지. 레건이란 마법사도 보통내기가 아니군.’
어쨌든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기엔 힘들어 보였다.
“뭘 고민하십니까? 딱 봐도 재수없는데 그냥 갈아 버리시지요!”
제이크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지만, 라울은 고개를 저었다.
“마법진을 지우는 거야 일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뭔가 걸린단 말이지.”
‘잘만 하면 뭔가 그림이 그려질 것도 같은데….’
재봉인을 마쳤음에도 라울은 아직 봉인지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형을 구한다는 최초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고, 이런저런 상황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핑곗거리는 바로 지원군을 데리러간 조쉬.
자칫 길이 엇갈릴 위험이 있기에 그가 오기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겸사겸사 부상자들의 치료와 체력 회복도 필요했고.
챙! 채재쟁!
근처에 마련된 캠프 옆 공터에선 대련이 한창이었다.
형 로렌스와 케인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검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형 로렌스는 네 개의 팔에 각각 대검을 들고 케인을 몰아붙였다.
세 번째, 네 번째 검에 맺혀 있는 건 놀랍게도 오러였다.
“하앗!”
그리고 그에 맞서는 케인의 헌팅 나이프에도 옅긴 해도 녹색 오러가 삐져나와 있었다.
‘이거 참.’
라울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둘째 형 로렌스, 케인, 제이크 세 명은 현재 마스터의 경지에 살짝 발을 들여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경지는 엑스퍼트 최상급이었지만, 진짜 오러를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특별한 경험을 통해 오러의 사용법이 몸에 각인된 것이지. 조만간 자연스럽게 그 본질에 대해 깨달으면서 완벽하게 경지에 올라서게 될 거다.”
스승인 카르데나스의 분석은 그러했다.
‘이러다 필립 경보다 제이크가 먼저 마스터에 오르는 거 아냐?’
그건 그거대로 재밌는 상황이 되겠지만, 기사단의 기율을 생각하면 좀 곤란했다.
어쨌든 라울에겐 행복한 고민이었다.
만약 최상급의 경지에 있는 이들이 모두 마스터의 경지를 밟는다고 치면.
‘아버지, 둘째 형, 나, 필립 경, 제이크, 케인, 피어스까지. 아, 큰형도 그리 멀지 않았으니까….’
그것만 해도 무려 8명이었다.
한 가문의 전력이라기엔 어마어마한 숫자.
대륙 전체를 논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루벤 왕국만 놓고 본다면 이제 아무도 그들을 경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본격적으로 시나리오의 진행 방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
‘일단은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지.’
벌써 반나절 전부터 검은 빛으로 점멸하고 있는 세 개의 마법진을 라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바로 그때,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마스터, 무사하십니까?」
조쉬가 지원군과 함께 금역에 발을 디뎠다.
* * *
“야 이 자식아, 상황 다 끝났다!”
“아야, 아! 아! 억울합니다! 저는 최대한 서둘렀다고요!”
제이크가 조쉬의 머리에 헤드록을 걸고 장난치듯 말했다.
조쉬의 말이 아니라도 그가 얼마나 서둘렀는지는 다들 알고 있었다.
금역을 되돌아 나가서 던전을 지나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캠프까지 다녀오려면, 그 거리가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라울은 적어도 하루 이틀 정도는 더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데려온 건 처음 동행했던 퍼스트 기사단원 스물이 전부였다.
“음? 지원군은 그게 다인가? 만약을 대비해 총사령관 줄리어스 공의 신호기도 가져갔잖아.”
라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조쉬가 안색을 굳히며 대답했다.
“마스터, 큰일 났습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무슨 소리야?”
“제국이! 제국군이 전진 기지 감마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지휘 막사 안에 있던 모두의 안색이 굳어졌다.
대전쟁이 끝나고 수십 년.
그간 제국군이 콥스로드를 지나온 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장벽이 완성된 이후론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자세히 말해봐! 제국군이 얼마나 쳐들어왔다는 거야? 기지는? 장벽은?”
“일단 저도 전해 듣기만 했지만, 제국군의 규모는 적어도 삼만 이상! 총사령관님께서 급히 전령을 보내 주변의 각 캠프와 던전에 있는 전 병력을 기지로 소집하셨습니다. 저희는 장벽 소속이 아니었기에 따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른 지원군은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삼만 이상이라고…!”
로렌스와 특별 탐사대원들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 정도 규모로 제국군이 움직인 것은 장벽 건축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설마 전면전을 벌일 생각인가…?”
커넥트 대륙에서 국가 간의 전쟁이 모습을 감춘 지 어느덧 삼십 년이 넘었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장내 인원들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
“다들 진정해. 장벽이 건재한 이상 제국군이 정면으로 쳐들어올 리가 없다. 조쉬, 장벽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나?”
“제가 캠프를 떠날 때까지는 별다른 얘기가 없었습니다. 다만 제국군의 공세가 심해지면 전진 기지를 모두 포기하고 장벽 너머로 후퇴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긴 했습니다.”
“전진 기지를 포기한다고?”
말이 전진 기지지, 커다란 성이나 다름없었다.
몬스터와 언데드의 끊임없는 공세 속에서 그곳을 확보하느라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포기한단 말인가?
“소문은 아마 사실일 거다.”
로렌스가 딱딱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제국군뿐만 아니라, 만약 몬스터의 수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면, 전진 기지를 포기한다는 계획이 이미 수립되어 있었지.”
특별 탐사대가 금역과 연결된 통로를 찾아내 봉쇄하지 못한다면, 일시적으로 장벽으로 물러날 계획도 준비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잠깐만! 그러면 지금 우리 퇴로가 막혔을 수도 있단 얘깁니까?”
용사 파티의 길잡이 시마르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전진 기지에서 아군이 저항하고 있다 해도, 몬스터가 문제일 겁니다. 요소를 지키고 있던 병력들이 모두 전진 기지로 철수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자칫 제국군이 전진 기지로 향하는 길목을 차지하고 있을 위험도 있었다.
현재 이 캠프에 남아 있는 인원은 대략 백여 명.
라울과 퍼스트 기사단원 20여 명.
로렌스와 특별 탐사대 60여 명.
용사파티와 그에 딸려온 플레이어들 20여 명이었다.
‘강행 돌파는 아마 무리겠지.’
라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자신이 마스터에 올랐고, 준마스터급 기사가 셋이 있다고 해도 제국군을 돌파하는 건 무리였다.
삼만 이상의 군단이라면 그곳에는 ‘그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제국 마장.
제국의 수많은 기사들의 정점이자, 황제의 진정한 검.
황제가 직접 인장을 새겨준 그들은 웬만한 마스터도 감당할 수 없는 진짜 괴물들이었다.
전생에 몇 번 마주쳤지만, 정말 비굴하게 아군 NPC 마스터들을 방패 삼아 겨우겨우 도망치는 게 전부였다.
‘지금이라면…!’
어쩌면 놈들과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는 혼자의 몸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장의 곁에는 언제나 그를 보필하는 초인(마스터나 7서클 이상 마법사) 몇이 딸려 있었다.
비록 최하급 초인이라 해도 위협적이긴 매한가지였으니.
‘그렇다면….’
라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 * *
콰아앙!
와아아!
사방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고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끝까지 자리를 사수해라! 이곳은 절대로 뚫려선 안 된다!”
장벽의 부사령관 핸슬리 공이 쉬어버린 목소리로 연신 외쳤다.
다행히 병사들의 사기는 높았고, 아직까진 방어선이 뚫리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어찌 이런 일이…!’
전투가 한창인 이곳.
이곳은 바로 장벽의 뒤편, 도시 포르타와 마주하고 있는 요새였다.
장벽의 보급 창고이자 외부와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도시 포르타.
그 거대 도시 포르타가 지금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도시 내부에선 아직도 간헐적으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고, 커다란 대로 위에는….
“부사령관님! 대로 남쪽 방면에서 추가로 마수 무리 천여 개체가 관측되었습니다. 포르타 입구에 자리잡은 제국군 본진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장벽 전면에 배치된 궁수 천을 도시 방향으로 재배치하도록. 그리고 지휘관들에게 다시 전달하라. 현 위치를 사수하고, 도시로 진입하는 건 절대로 금한다!”
“네!”
검을 움켜쥔 핸슬리 공의 손등에 힘줄이 불거졌다.
‘제길. 이렇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니.’
포르타에는 장벽 병장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머물고 있었다.
당연히 구하러 가는 게 도리겠지만, 그래선 안 되었다.
‘망할 제국 놈들!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이냐?’
제국군 본진이 위치한 포르타 성문 바로 앞 광장.
그 허공에는 보기만 해도 불길한 ‘암흑의 게이트’가 무려 다섯 개나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앞쪽에 둥둥 떠 있는 ‘건물’.
작은 신전처럼 보이는 그 건물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숨이 막힐 것처럼 거대한 마기의 집약체였다.
핸슬리 공은 직접 보지 않아도 그 정체가 익히 짐작되었다.
마족. 그것도 상당한 고위 마족이 분명했다.
게다가 그보다는 못하지만 만만치 않은 마기를 지닌 개체가 넷.
총 다섯의 마족이 저 부유해 있는 신전 내부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제국군 본진에도 거대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
마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분명 마스터급의 초인으로 보였다.
아무리 핸슬리 공이 마스터 중급의 실력자라 했지만, 혼자서 저들 모두를 감당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장벽의 결계와 방어 마법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마족과 제국의 초인이 나선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확실한 건, 아무리 튼튼한 결계와 방어진이라 해도 영원히 그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
‘적어도 줄리어스 사령관님과 타비온 공이 합류해야 방법이 생길 텐데.’
그것도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장벽이 불의의 침공을 받기 직전, 전진 기지 감마 앞에 제국군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장벽이 무너지면 끝장이야!’
당장 자신들만 문제가 아니라 대륙 전체가 큰 전화에 휩싸이게 될 것이 분명했다.
제국과 마족의 연합이라니.
평화에 익숙해진 왕국들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포르타가 점령되며 통신망이 끊어지기 직전에 각 왕국의 핫라인으로 긴급 사태임을 전파했다.
적절한 대응이 이뤄진다면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지원군이 도착하리라.
‘그때까지는 무슨 수를 쓰던 장벽을 지켜내고야 말겠다!’
핸슬리 공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검은 마수 무리를 향해 뛰어내리며 푸른 오러 블레이드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