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31
제231화
“고생했어, 아니 하셨어요.”
“사석이니까 존대하지 않아도 돼.”
“그럴까? 헤헷.”
칼립스 성의 집무실.
라울과 라벨이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조금 전, 홀로그램을 통한 영상 회의를 마쳤다.
퍼스트 아카데미를 설립하며 입학시험 ‘쟁투’를 기획했었다.
그 과정에서 최초로 설립한 법인이 바로 ㈜퍼스트 컴퍼니.
단순히 이벤트성 법인으로 방치한 것이 아니라, 그걸 기반으로 현실 세계에서 실제 기업 활동을 시작했다.
골드 판매, ㈜커넥트와 방송 협의를 통한 출연료, 광고료 등을 주 활동으로 삼아오다가 두 번째로 설립한 것이 바로 ㈜퍼스트 인베스트먼트. 투자회사였다.
자금을 불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라울에겐 적어도 향후 15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이 있었으니까.
특히 ㈜커넥트가 캡슐 생산을 맡길 외주 기업 명단을 알고 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
미리 확보한 주식이 몇십 배가 뛰는 기적을 볼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라울에게는 라벨이 있었다.
통신망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해킹의 고수이자 정보 탐색가.
정보의 바다에서 그녀가 찾아내는 기업의 기밀들과 정부 정책들은 투자 회사에게는 말 그대로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덩치를 불려 나간 자본금을 바탕으로 설립한 것이 ㈜퍼스트 시큐리티.
전문 경호업체와 인터넷 보안업체 몇 곳을 인수 합병하여 세운 종합 보안업체였다.
당장은 큰 수입을 내기 어려운 회사였지만, 라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곳이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유럽 각국 등 세계 20여 곳에 지사를 설립했다.
규모가 작은 곳도 많다지만, 유지, 관리를 위해 상당한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보안업체를 설립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빼앗으려는 자들은 많아지니까.’
차라리 법과 공권력을 이용한 도발은 상관없었다.
가장 큰 무기인 ‘금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일이 모두 합법적이고 상식적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현대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일차적이고 단순한 폭력에 취약해지게 마련이지.’
라울이 직접 지구에 거주한다면 모를까, 커넥트 내부에서 협력자들을 보호하려면 단순히 돈만 가지고는 부족했다.
법이 허락하는 한도 내, 아니 법망을 피하는 한이 있더라도 실질적인 힘을 기르는 것은 필수였다.
덕분에 그가 세운 ㈜퍼스트 시큐리티에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경호원들 외에도 퇴역군인, 특수부대 출신, 무술가, 경찰, 용병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영입되었다.
그것도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규모로.
실제 한국 이외의 지사에는 총기류와 화기류로 무장한 전투부대까지 준비하고 있었으니.
라울의 진짜 목적은 종합 보안업체가 아닌 민간 군사기업, 즉 PMC(Private Military Company)였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했고, 인원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준비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과, 생각보다 인재 영입이 어렵지 않다는 점이었다.
“라벨, 신규 플레이어 명단은 확인했어?”
“물론이야. 영입 가능한 인물들은 따로 분류해서 전담팀에 정보를 전달했어.”
“혹시라도 스파이가 섞여 들어올 수 있으니 꼼꼼하게 확인해줘.”
“걱정 놓으세요, 회장님. 시큐리티 인원들은 몇 번이고 체크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나를 속이고 입사한다면, 그건 정말 누구도 알아챌 수 없다고 생각하라구.”
하긴, 라벨을 믿지 않으면 일 자체가 진행될 수 없었다.
라벨의 실력이라면 웬만한 기밀자료가 아닌 이상 공개된 모든 전자 정보를 손에 놓을 수 있으니까.
그녀 말로는 필요하다면 국가 최고 기밀들까지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할 상황은 아니지.’
아무리 라벨이 천재적인 해커라 해도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세상에는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진짜 천재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아직 무슨 상황이 생긴 것도 아닌데 그런 위험한 일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인재 영입은 라울이 지구에 직접 가지 않아도 충분히 진행되고 있었다.
일반적인 인력은 지구에서 담당자들이 직접 고용하지만, 핵심 인력은 바로 커넥트 내부에서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캡슐 당첨이 완전 무작위로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약간 달랐다.
㈜커넥트에 캡슐을 신청할 때는 본인의 머리카락 같은 DNA를 제공해야 한다.
커넥트 측은 캡슐을 제작할 때 개인의 생체정보 입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요구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아마도 싱크로율이나 마나 적합성 같은 걸 확인하는 거겠지.’
캡슐 생산량이 제한되어 있는데 적성도 없는 이들에게 우선 배분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낭비였다.
실제로 커넥트 초기 플레이어들이 오랜 시간 랭커 자리를 유지하는 건, 단순히 더 빨리 접속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쨌든 초반 3년 이내에 캡슐에 당첨되는 이들은 재능이 잠재되어 있거나, 발현된 이들이 많았다.
라울은 그렇게 선별된 이들 중에서 또다시 인재를 선별해내고 있는 것이고.
그렇게 라울과 계약한 이들이 투자팀, 법률팀, 경호팀, 보안팀 등으로 나뉘어 지금의 퍼스트 그룹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 작업이 지난 1년간 이뤄져 왔고, 마지막으로 설립된 것이 바로 ㈜퍼스트 매니지먼트였다.
어찌 보면 앞의 회사들은 이를 위한 바탕이라 생각해도 될 정도로 라울에게는 핵심적인 곳이었다.
앞서 회사들이 지구에서 활동한다면, 매니지먼트사의 주요 활동 장소는 커넥트 내부였다.
목적은 주요 랭커와 길드들을 퍼스트 영지 친화적으로 만드는 것.
즉 플레이어를 라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위해 만든 것이다.
주요 고객층은 당연히 랭커와 유력 길드의 간부들.
그들을 대상으로 개인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것이 기본적인 업무였다.
예를 들면 방송 촬영분을 대신 편집하고 업로드한다거나, 스폰서를 구해 광고 계약을 얻어내는 것.
그리고 보수가 좋은 각종 퀘스트를 알선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다르지.’
커넥트가 전생처럼 성장을 거듭한다면, 각종 이권 다툼이 생기게 마련.
랭커들의 경우엔 현실적인 위협이나 협박, 회유 등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겪게 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전생의 거대 길드들은 게임에서 당해내지 못하는 랭커들을 현실 세계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괴롭혔으니까.
‘전생의 나처럼 말이지.’
최악의 경우 배도현처럼 현피를 당하는 일도 생기게 되니, 라울은 그걸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퍼스트 시큐리티의 존재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지구에 있는 라울의 협력자와 직원들을 보호하는 것.
단순히 법률적 경제적 보호 수준을 떠나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신체 보호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사람들은 내가 지킨다. 그것이 커넥트 내부이던 지구이던 간에.’
전생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커넥트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의 즐거움과 여흥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임이었다면, 어째서 기업, 정치세력, 심지어 국가까지 달려들어 이곳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단 말인가?
‘이번엔 알 수 있겠지.’
전생에 게시판에서 자주 등장하던 각종 루머들.
그 진실이 무엇인지, 커넥트의 주민인 라울은 알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 * *
서울 모처.
화려한 조명과 멋드러진 와인바가 벽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펜트 하우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대리석 탁자 위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안주들과 값비싼 양주가 한가득 놓여 있었다.
“그래서 어쩔 생각이지?”
쪼르륵, 황금빛 양주를 술잔에 채우며 누군가가 말했다.
“당연한 것 아니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쩌면 영영 끌려다닐 수도 있어. 지금이 바로 판을 뒤집을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연 이는 바로 한길주.
대성 그룹의 차남이자 대성 길드의 길드장인 그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래? 나는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소파에 기대 여유롭게 와인을 한모금 들이키는 이.
곱상한 얼굴에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어 모범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바로 대한민국 10대 그룹 중 하나인 ㈜크라운 강은상 회장의 셋째 아들 강청우였다.
마찬가지로 커넥트에서는 크라운 길드의 길드장을 맡고 있었다.
“청우야. 너무 놀리지 마. 아무리 길드를 거하게 말아먹을 뻔했다고 하지만, 동생이잖냐?”
점잖은 척 돌려 까기를 시전하는 이는 바로 새별 그룹의 장남 김이성.
그 외에도 이 자리엔 커넥트에서 길드를 이끌고 있는 각 재벌가의 2세 혹은 3세와 유력 길드장 20여 명이 함께하고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발언권을 가진 건 대성의 한길주, 크라운의 강청우, 새별의 김이성뿐이었지만.
“농담 아니야. 정말로 그 새끼를 그냥 놔둘 생각이냐고? 다들 잊었어? 고작 NPC 따위에게 물먹은 걸 다들 잊었냐고!”
“워워, 좀 진정하라고.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 문제로 모인 거잖아?”
김이성이 한길주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공통점. 그건 바로 퍼스트 자작령 입주를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글쎄. 나는 반대라니까? 굳이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갈 필요가 있을까. 애초에 나는 딱히 그곳에 미련도 없었고.”
강청우는 내내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애초에 크라운 길드는 루벤 왕국이 아닌 브레넌 공화국 쪽에 자리를 잡았다.
국경 넘어 타국의 일에 간섭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흥. 여유 부려봤자 소용없어. 형도 회장님께 한 소리 들었다며? 그깟 자유 도시 하나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냐면서 말이지.”
한길주가 비아냥대자 강청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멍청한 자식의 소리에 어울릴 생각은 없지만, 아버지에게 한 소리 들었던 게 사실이긴 하니까.
그게 아니었다면 이런 재미없는 자리엔 참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자, 그러지 말고 다른 애들 의견도 좀 들어보자고. 자, 일단 정리부터 좀 하고. 최비서!”
“네, 이사님!”
김이상의 호출에 옆방에서 대기하던 비서가 들어와 커다란 벽면에 스크린 화면을 띄웠다.
바로 커넥트의 공지 사항이었다.
[시나리오 : 킹 메이커]해설 : 고대의 봉인이 풀리고 제국이 군을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왕국들은 침묵을 고수했습니다.
몇몇 위대한 가문들과 세력들의 분투로 장벽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지만, 불안감은 남아 있습니다.
지난 게이트 사태로 황폐화된 각국의 왕실은 여전히 무기력에 빠져 있고, 대륙은 또 다른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왕국을 주름잡는 각 세력들은 이제 다음 왕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루벤. 레슬리. 브레넌. 마커스.
네 개의 왕국 모두 명확한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지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정당한 왕위의 계승자라 주장하는 왕족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각기 다른 세력들이 충돌을 앞두고 있습니다.
선택하십시오.
왕국의 다음 왕은 누구입니까?
여러분의 선택이 커넥트 대륙의 미래를 바꿔 놓을 것입니다.
-[경고] 잘못된 선택은 새로운 왕의 분노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주의] 새로운 시나리오가 시작되어 플레이어 보호기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부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시나리오 : 킹 메이커]에 참가하는 것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인간끼리의 더러운 전쟁에 참가하고 싶지 않으신 플레이어 분들은 [서브 시나리오 : 〇〇의 구원자]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해가 바뀌며 등장한 새로운 시나리오.
시나리오는 명백히 왕국들의 내전을 암시하고 있었다.
시나리오 공지가 등장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고, 이제 각 왕국 내부에 확실한 파벌들이 결집하고 있었다.
플레이어들도 각자의 선택에 따라 파벌에 속한 귀족가의 문을 두드리거나, 의뢰를 받고 있는 상황.
그럼 각자 원하는 세력을 선택하면 충분할 것을, 이렇게 길드장들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커넥트 플레이어들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퍼스트 길드다. 여기에 이의 있는 사람은 없지?”
김이상의 말에 모두들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방적인 구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는 걸 지난 1년 동안 다들 느꼈을 거다. 하지만 기회가 생겼지. 최비서.”
“네, 이사님. 설명 이어 하겠습니다. 퍼스트 길드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 근원이 되는 세력을 박살 내버리면 되는 거죠. 퍼스트 자작령, 애쉬튼 백작령. 이 두 곳은 현재….”
최비서의 브리핑이 이어지고, 한동안 길드장들의 토론이 펼쳐졌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이 내려졌다.
압도적인 찬성으로 ‘반 퍼스트 길드 연합’이 마침내 활동을 개시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