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30
제230화
커넥트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어느새 1년 3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커넥트 접속 캡슐의 생산량도 빠르게 증가하여 어느덧 20만 접속자를 돌파했다.
㈜커넥트는 올해 안으로 캡슐 100만대의 보급을 마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걸로도 사람들의 허기짐을 채울 수는 없었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접속, 커넥트.
그 광고 문구가 말하듯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에 열광했다.
게다가 접속하는 동안은 잠을 자는 것과 다름없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즉,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동안 커넥트에 접속한다 하더라도 생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으니.
-커넥트에 접속한다는 건, 남들보다 두 배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하루빨리 캡슐을 구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서울.
수도권을 포함하면 인구 3천만이 넘는 거대한 인구 밀집 도시.
커다란 빌딩이 즐비한 번화가의 전광판은 이제 커넥트의 영상과 광고가 점령하고 있었다.
“…커넥트가 실제론 어딘가에 실존하는 장소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박사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전광판에는 소위 전문가들을 불러놓고 커넥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하하하, 루머는 루머일 뿐이지요. 정말 그런 곳이 실재하고 있고, 캡슐을 통해 우리의 정신만 보낸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학계에서 연구되고 있는 인간의 뇌에 대한 분석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진행자가 길어지려는 설명을 칼같이 끊어버렸다.
“네.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NPC, 게임 속의 인물이 현실에 회사를 세웠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에는 법률전문가 ***박사님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얼마 전 설립된 ㈜퍼스트 컴퍼니의 경우가 그에 해당하겠죠. 기존에도 ‘법인’제도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법으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 가상의 인격체를 인정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게임 속 인물을 인격체로 인정할 것인가의 여부를 두고…”
김일우는 멍하니 스마트 워치로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기사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했다지만, 사람도 아니고 콤퓨타 프로그램이 회사 대표가 되다니…. 아주 웃기는 세상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손님?”
택시 기사가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한마디 꺼냈다.
“아, 네. 뭐 그렇죠.”
머쓱해진 일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그 콤퓨타 프로그램이랑 아는 사이라는 걸 기사님이 알면 뭐라고 할지 궁금해졌다.
“그나저나 정말 더워졌습니다. 이제는 일 년 내내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숨도 못 쉴 것 같다니까요? 아주 기름 값이 두 배는 더 나가는 것 같아서….”
한번 입이 열린 택시 기사님의 수다는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일우는 귀찮아하지 않고 기사님과 말을 주고받았다.
커넥트에 접속한 이후 외출할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일이 잘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하네.’
이제 3월인데 체감 기온은 30도를 훌쩍 웃돌고 있었다.
웃기게도 기상청의 측정 기온은 10도 언저리에 불과한데 말이다.
이러다가 진짜 여름이 다가오면 이제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하는 사이,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계산을 마치고 일우가 내리자 택시 기사가 차를 출발하려다 잠시 빌딩의 간판을 보고 눈을 비볐다.
“퍼스트 컴퍼니? 방송에 나왔던 거기 아닌겨? 이게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지?”
택시 기사와 마찬가지로 일우 또한 건물 앞에 서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벌써 몇 번을 오갔지만, 여전히 실감이 나질 않았다.
웅성웅성.
건물 앞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과 짐을 옮기는 이삿짐센터, 물건을 들이는 배달 차량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번잡한 정문이 아닌 옆길로 돌아 입주민 전용의 후문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일우의 얼굴을 기억했는지 경비원과 안내원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네, 고생 많으십니다.”
겉으로 보기엔 약간 고급 아파트 정도의 평범한 경비 시스템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도대체 이런 게 왜 필요하나 싶을 정도의 최첨단 보안 시스템으로 거의 도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영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아.’
일우는 이미 며칠 전에 이곳으로 입주를 마쳤다.
오늘은 기존에 살던 방 두 칸짜리 투 룸 건물을 처분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든든하기보단 부담스럽단 느낌이 강했다.
‘내가 정말 이런데 살아도 될까?’
회사의 사옥.
그것도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버금가는 오피스텔이었다.
그런 곳에 돈 한 푼 내지 않고 거주하게 된다는 게 지금도 꿈만 같았다.
일우는 고급스런 대리석으로 마감된 로비를 지나 거주동이 아닌 사무동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옆에 붙은 층수 안내도엔 네 개의 기업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퍼스트 컴퍼니(31F~35F)
㈜퍼스트 인베스트먼트(26~30F)
㈜퍼스트 매니지먼트(16~25F)
㈜퍼스트 시큐리티(5F~15F)
60층 건물 전체를 퍼스트 그룹이 사용하고 있었다.
35층까지가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고, 36층부터는 주거형 오피스텔이었다.
‘그러니까 내 사무실이….’
일우는 스마트 워치로 다시 메일을 확인하고는 25층 버튼을 눌렀다.
“25층입니다.”
안내 방송이 나오고 문이 열리자 일우가 사원증을 목에 걸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얼핏 사원증을 확인한 다른 탑승객이 헉 하고는 놀라며 입을 가렸다.
“어서 오십시오, 김일우 부사장님.”
“고생하십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회사 로비로 들어가려면 또다시 몇 가지 보안 검색을 거쳐야만 했다.
‘매니지먼트사에 왜 이런 보안 시스템이 필요한 건지….’
어쨌든 절차는 절차.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검색을 마치고 나서야 회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부사장님 오셨습니까? 앞으로 30분 후에 그룹 전체 임원 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화상 회의로 진행되는데, 어디서 참석하시겠습니까?”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비서가 달려 나와 일우에게 스케줄을 알려주었다.
익숙하지 않은 대접에 당황한 것도 잠시, 일우가 비서에게 물었다.
“혹시 다른 친구들도 도착했습니까?”
“친구분이시라면, 이사님들 말씀이십니까?”
“아, 네.”
“다섯 분이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럼 그쪽으로 안내해 주세요.”
비서의 안내에 따라 회의실에 들어가자.
“오셨어요, 일우 부사장님! 수트빨 잘 받는데요?”
“반갑다. 일우.”
“미스터 김, 실물도 역시 멋집니다!”
한서현과 왕천명을 비롯해 미국의 루이스 블레이크, 독일의 매닝거, 영국의 린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맞이했다.
바로 퍼플 길드의 최고 간부들이었다.
㈜퍼스트 매니지먼트의 이사들이기도 했다.
잠시 서로 간에 안부 인사를 나눈 그들이 자리에 앉았다.
“이거 참 신기하네. 조금 불편하긴 해도 이렇게 바로 동시통역이 되다니!”
“그러게. 현실에서 만나면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이야.”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이어폰에서 번역된 언어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스마트 워치에는 통역 자막까지 나오고 있으니 대화가 불편하지 않았다.
㈜커넥트가 캡슐에 적용된 기술 중 하나를 분리해 만들어낸 실시간 통역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서로 다른 4개의 언어가 교차하는데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물론 커넥트 내부처럼 자연스럽진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 않아. 지금도 아침에 눈을 뜨면 이게 현실인가 싶다니까?”
일우가 고개를 흔들며 탄식하듯 말하자 다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이 우리를 칼립스 성에 모아놓고 얘기할 때는 이게 무슨 농담인가 싶었다고. 커넥트 안이라면 몰라도 현실에 기업이라니? 거기에 갑자기 이사직을 맡아달라고? 나는 ㈜커넥트에서 몰카라도 찍는 줄 알았다니까.”
미국 사나이 블레이크가 특유의 과장스런 제스쳐를 취하며 웃었다.
참고로 그가 말하는 회장님은 라울을 뜻했다.
“나도 그랬다. 기업이라고 해도 고만고만한 사무실 하나 빌려놓고 간판만 달아놓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놀라울 따름이군.”
왕천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천명. 그 옷은 진짜 사복?”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블레이크가 묻자 왕천명이 뭐가 문제냐는 듯 당당하게 되물었다.
“아니, 그냥. 나는 게임 속 복장을 따라한 줄 알았거든.”
블레이크가 어깨를 으쓱하자 보고 있던 일행들이 피식 웃었다.
왕천명, 그는 매화 문양이 수놓아진 도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블레이크, 반대라고. 천명의 복장은 현실의 옷을 게임 속에서 복원한 거라니까.”
“아, 몰랐다. 쏘리.”
일우의 설명에 그가 쿨하게 사과하자 왕천명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 정도 건물을 통째로 쓰려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었을 텐데. 커넥트의 영주님은 현실에서도 부자란 얘길까?”
“글쎄. 골드를 현금으로 환전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도 골드는 없어서 못 구하는 정도니까.”
매닝거의 추측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었다.
실제로 라울이 현실에 기반을 쌓는 데는 골드 판매금이 종잣돈이 된 것도 사실이니까.
“다들 너무 생각이 많은 거 아냐? 좋은 게 좋은 거지. 돈 비 시리어스! 회사가 크고 월급 많이 주면 최고지 뭐.”
20대 후반의 금발머리 아가씨 린다가 자기는 아무런 불만도 없다는 듯 편안하게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기에 다들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솔직히 커넥트에 접속한 이후, 이곳에 있는 모두는 기존에 다니던 직장이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커넥트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다행히 랭커에 들고 좋은 길드를 만나 개인 방송과 골드 판매 수익만으로 충분히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당장은 게이머로서 인지도를 쌓아가며 잘 나가고 있지만, 만약 랭킹이 떨어진다면?
시청자 수가 줄어든다면?
혹시라도 커넥트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찰나에 라울이 건넨 제안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우리는 좋지만, 회사는 괜찮나 모르겠네. 너무 조건이 좋은 거 아냐?”
“그렇긴 해. 진짜 회사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연봉도 빵빵하고 복지도 좋고. 게다가 지분까지 나눠주다니! 회장님은 천사가 분명해!”
린다는 두 손까지 모으며 어딘가를 향해 기도를 올렸다.
“크흠.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고, 좀 더 진지하게 얘기해보자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우리도 대접받는 만큼, 일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이 좋은 직장을 유지할 것 아니야.”
“역쉬 부사장님. 하지만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퍼플 길드에 인생을 걸었다고! 오죽하면 미국에 집도 팔고 아예 본사로 들어왔겠어?”
블레이크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자 왕천명도 동의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비록 고국은 아닐지라도 커넥트와 퍼플 길드를 통해 내 꿈을 이뤄낼 생각이니까. 너희들도 생각 있으면 말하고.”
왕천명은 진짜로 커넥트에서 화산파를 세울 생각이었다.
이미 퍼플 길드에서 활동하며 그곳의 검술 지망생이나 병사들 중 일부를 문하생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니 말이다.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거예요. 어차피 현실 세계에서 매니지먼트는 전문가들이 맡는다고 했으니, 우리는 커넥트 내에서 플레이어들을 담당해야겠죠. 마스터가 원하시는 게 바로 그거 아닐까요?”
한서현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계약 조건은 본사에서 일하는 게 아니었다.
커넥트 내부에서 퍼플 길드를 운용하며 협력 길드와 플레이어들을 관리하는 것.
즉, 하던 대로 열심히 게임을 잘하면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 비서가 들어오며 말했다.
“회의가 시작됩니다. 다들 자리에 착석해 주세요.”
그리고 50석이 넘는 회의실 자리에 홀로그램으로 된 인물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본사 건물이 입주를 마치고 시작된 첫 전체 회의였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퍼스트 컴퍼니의 회장, 라울 드 애쉬튼입니다.”
그리고 라울이 임원들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