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32
제232화
“…해서, 현재 루벤 왕국의 왕자는 다섯입니다.”
라울의 퍼스트 자작령 수도 칼립스 성.
대회의실에는 현재 영지의 간부라 할 수 있는 모든 인원과 퍼플 길드 운영부까지 모여 있었다.
총관 버나드와 정보총책 케인이 단상 위에서 마법 스크린을 통해 브리핑을 이어가고 있었다.
내용은 현재 루벤 왕국 왕가의 상황 및 예상되는 세력 재편 구도였다.
“나이와 정통성, 지지 세력으로 따지면 단연 3왕자 헤르디안이 유력합니다. 왕세자와 함께 1왕비님의 소생으로 현재 국정의 운영 중심에 서 있기도 하지요. 가장 큰 후원자는 맥닐 후작가. 1왕비님이 맥닐 후작가 출신이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긴 했습니다.”
케인의 설명과 함께 현재 왕실 주요 관리들 중 3왕자 일파라 할 만한 이들의 명단이 쭈욱 나열되었다.
“…끙. 상당하네요.”
“아무래도 근 1년간 왕을 대신해 국정을 잡고 있었으니까. 측근들로 대신들을 갈아 치웠겠지.”
각 귀족들이 영지를 건사하느라 중앙 정부에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 맥닐 후작과 3왕자는 관리들 상당수를 교체하거나 포섭하는 식으로 권력을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물론 굵직굵직한 자리는 손대지 못했다.
명문가가 맥닐 후작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수도 근처에는 바로 왕국 최강자인 템플턴 공작령이 붙어 있었다.
“…하여 현재 수도 투리엄의 권력 구도는 맥닐 후작가와 템플턴 공작가 양 강에 랜달 백작가와 기타 명문가들이 나머지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애쉬튼 백작가와 우리 자작가의 영향력은…?”
필립 경의 물음에 케인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 측 세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마스터께서 왕실 관리와 수도 소재 명문가들과 교분을 가져오고 있지만, 친목 도모 수준입니다. 만약의 경우에 우리와 의리를 지킬 가문은 글쎄요….”
웅성웅성.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기에 간부들이 술렁였다.
이대로라면 퍼스트 자작가에선 수도에서 벌어지는 일을 손 놓고 구경만 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고 발언권을 청했다.
“베이츠 성 영주 대리 휴즈 브라이슨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저희도 명확한 노선을 잡는 게 어떻겠습니까? 기존의 세력들에 손을 보태던지, 그게 아니라면 아직 관망 중인 중도 세력을 끌어들여 제3세력을 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정론과 같은 발언.
회의장의 인원들은 어느 세력에 가담해야 한다느니 누구와 연합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다시 시끄러워졌다.
탕탕탕.
“주목!”
잠시 회의장이 혼란스러워지자 버나드가 나서서 주의를 집중시켰다.
“다들 너무 앞서가는 것 같은데, 일단 정보를 좀 더 확인하고 얘기를 나눕시다. 중요한 건 어느 세력에 붙느냐가 아니라 누가 차기 왕이 되느냐 아니겠습니까? 케인 경.”
“네. 앞서 언급했다시피 가장 유력한 차기 왕 후보는 3왕자 헤르디안입니다. 하지만 유일한 후보라 할 수는 없죠.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다른 왕자들은 둘이 있습니다.”
마법 스크린에 인물 영상과 이력 등이 떠올랐다.
“먼저 4왕자 조나스입니다. 27살이고 3왕비님 소생입니다. 3왕자에 비해 성품이 단정하고, 결단력이 있어서 왕실 내부의 평판이 좋습니다. 지난 왕궁 침략 사태 때 마스터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 나름 우리 영지에 대해 호의적인 인물입니다. 다만 그는 얼마 전 랜달 백작가의 후원을 받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이런. 하필이면 랜달가란 말인가?”
“우리가 한발 늦은 모양이군.”
몇몇 인원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음은 5왕자 에드라드입니다. 24세. 4왕비님 소생입니다. 딱히 대외활동도 없었고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진 명확한 후원 세력이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후보로 올린 겁니까?”
평판도 알려지지 않았고, 후원 세력도 없는데 차기 왕으로 거론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현재 왕실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왕비님이 4왕비님입니다. 그리고 4왕비님은 칩거하고 있는 현 왕 타데우스 2세의 침실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유일한 인물이지요.”
“…그렇군.”
모두가 납득했다.
애초에 왕위 계승 문제는 단순했다.
세력 구도가 어떻고 평판이 어떻고 간에 왕이 후계자를 지정하는 순간 추가 기울 수밖에 없었다.
중립을 지키고 있는 귀족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왕이 정한 후계자를 지지할 것이다.
왕실을 지키는 근위 기사단과 왕국 중앙군 또한 후계자에게 힘을 실어줄 테고.
그럼에도 현재 이런 난리가 난 것은 어쩐 이유에서인지 왕이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왕이 후계자를 발표한다 해도 다른 왕자들이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세력이 결집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만약 3왕자가 아닌 다른 이가 후계자로 지정된다면, 3왕자가 결코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왕의 결정에 불복이라도 할 거란 얘깁니까?”
“글쎄요. 후계자에게 상당한 후원세력이 붙지 않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팀의 보고입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달튼 제1전투단장님. 템플턴 공작가의 의중은 어디에 있습니까?”
모두의 시선이 달튼에게 집중되었다.
현재 루벤 왕국 최고의 명문가이자 세력가는 단연 템플턴 공작가.
공작의 선택에 따라 후계구도가 변할 수도 있단 뜻이었다.
“할아버지께선, 아니 템플턴 공작가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분은 그런 데는 전혀 관심이 없으시거든요. 뭐, 아버지나 숙부님들이 조금 개입할 수는 있겠지만, 대놓고 활동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달튼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부터 공작가는 왕위 계승에 개입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전대 왕이 바뀔 때도 검공은 아예 관심을 끊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맥닐 후작가와 랜달 백작가의 세력전이 될 공산이 크군요. 어느 쪽이든….”
“우리에겐 그다지 좋지 않은 결과가 될 겁니다.”
맥닐 후작가.
랜달 백작가.
둘 다 애쉬튼 백작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특히 지난 애쉬튼가 내전에 맥닐 후작가가 개입한 정황을 확인한 이상, 그들과 손을 잡을 일은 더더욱 없었으니.
간부들의 고심이 깊어졌고, 의견이 난무했다.
“이렇게 된 이상 독자 노선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미 맥닐과는 척을 졌습니다. 차라리 랜달 백작가와 손을 잡고 업셋을 노리는 것이….”
“템플턴 공작가를 설득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달튼 님도 있으니….”
의견을 내는 것은 대부분 길드 지부장이나 임시 영주직을 맡은 중간 간부급 인원들이었다.
그들은 현 왕국의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왕이 바뀌고 나면 언제나 숙청이 따르고, 힘의 구도가 재편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애쉬튼 백작령이나 퍼스트 자작령이 현 정권 세력의 눈 밖에 나 있는 이상, 일이 터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다들 생각이 너무 많군.”
조용히 토론을 지켜보던 라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여러분의 우려는 익히 이해하는 바이다. 이대로 손 놓고 왕위 계승을 바라보기만 하기엔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 하지만 이번 계승전. 우리는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
“경들에게 묻지. 템플턴 공작가가 왕위 계승 시기에 항상 중립을 지켰음에도 명문의 힘을 이어온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라울의 물음에 사람들이 생각에 빠져들었다.
“공작가가 가진 힘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검공과 공작가가 지닌 기사단의 힘은 왕실도 함부로 넘볼 수 없으니까요.”
켄의 말에 라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공작가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정쟁의 파도를 피해간 것이지.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과연 우리가 저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가?”
“아닙니다! 눈치는 저들이 봐야지요!”
“우리 기사단은 약하지 않습니다!”
촤라랑.
라울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와 동시에 회의실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 필립 이하 퍼스트 기사단의 간부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검을 빼 들었다.
구오오오.
그리고 라울과 기사들의 검에서 찬란한 오러블레이드가 솟아올랐다.
“……!”
“맙소사, 저게 다 오러 블레이드라고?”
“아아!”
라울. 필립. 제이크. 피어스. 케인. 달튼.
여섯 명의 검에서 명실상부 완연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가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켄, 호머, 데이비슨, 조쉬 등 간부급 기사들의 검에서 솟아오른 임시 오러 블레이드까지.
초인을 상징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회의실을 빛내자, 퍼스트 영지의 간부들은 물론 퍼플 길드의 플레이어들까지 모두 황홀한 표정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강하다! 고작 왕자들의 왕위 계승 놀음 따위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왕이 누가 되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경들은 나 라울 드 애쉬튼을! 그리고 여러분 자신을 믿고, 맡은 자리에서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네, 마스터!”
낯간지러운 함성이나 박수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참석자들은 비로소 오늘 전체 회의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자부심.
퍼스트 영지의 강함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자리였던 것이다.
‘마스터 여섯이 수호하는 영지.’
대륙 어디에서도 이런 막강한 힘을 가진 가문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어린 마스터 라울.
불과 열일곱에 마스터에 오른 천재 중의 천재.
그런 주인을 모시고 있으면서 불안할 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실제로 그들은 벅차오르는 가슴과 상기된 얼굴을 애써 억눌렀다.
굳이 그런 가벼운 감정 표현으로 지금의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왕위 계승전에 대한 부담은 그들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럼 회의를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안건은 새로이 등장한 고등급 게이트에 관한 것으로….”
그렇게 회의가 이어졌고, 회의장을 벗어나는 간부들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밝아져 있었다.
대부분의 인원이 퇴장한 회의실.
라울은 케인과 버나드를 대동한 채 퍼플 길드 수뇌부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과 달리 최근에는 이들과 독대하거나 회의를 여는 일이 가끔 있었기에 어색함은 없었다.
“회장님, 그러면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퍼스트 영지의 방침이 중립과 방관이라면, 플레이어들도 이번 시나리오에 참가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리는 것이….”
“아니요. 영지의 방침 때문에 플레이어들을 메인 시나리오에서 배제할 생각은 없습니다.”
라울은 플레이어나 지구의 직원들을 대할 때는 존대를 했다.
그게 오히려 어색함이 덜할뿐더러, 거리감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었다.
라울의 단호한 대답에 일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어떻게…?”
“일우 씨.”
“네.”
라울이 일우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번 왕위 계승전에서 우리 영지가 정말로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라울의 물음에 일우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퍼플 길드의 부마스터 자리에 오르고 일 년.
퍼스트 플레이어 협회장에 오른 지도 육 개월이 지났다.
일반 회사원이 아닌 책임자의 자리에서 활동하다 보니, 그도 이제는 큰 흐름을 읽는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전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대로 3왕자가 왕위에 오른다면 맥닐 후작가가 이쪽을 가만두지 않겠죠. 만약 그 전에 영지의 전력이 노출된다면, 어느 세력이든 우리를 끌어들이거나 견제하려 하겠죠. 결정적으로… 이번 시나리오는 왕국 전체가 전쟁에 말려들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만 무사히 빠져나가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죠.”
“그렇죠. 결국 휘말리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영지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합니까?”
일우는 어렴풋이 라울이 무엇을 노리는지 알 것만 같았다.
“어부지리. 다른 세력들이 충돌한 후 최후에 참전하실 생각이십니까?”
“정답입니다. 그럼 퍼스트 플레이어 협회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감이 잡히시죠?”
“네. 그렇습니다.”
일우는 문득 라울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솔직히 마스터가 여섯이면 엄청난 전력 아닌가.
호승심이 일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도 되련만, 이 젊은 회장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는 듯했다.
마지막까지 힘을 숨기고 기회를 노리다가 최후의 순간 힘이 빠진 사냥감을 노린다.
말은 쉽지만 실제 이걸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 여유와 노련함이 일우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아, 그렇다고 너무 직접적으로 지시하듯 전달하는 건 안 됩니다.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길드원들과 상의해서 최대한 플레이어들의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잘 조율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퍼스트 플레이어 협회의 공문이 플레이어들에게 전달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