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50
제250화
“퀘스트 떴다!”
“어디, 어디?”
드디어 커넥트 공식 커뮤니티와 퍼플 협회 홈페이지에 퀘스트 공지 사항이 게시되었다.
이미 수도 투리엄에서 애쉬튼 백작가 방면으로 토벌대가 출병하는 모습이 중계된 상황.
협회의 존망이 걸린 이상, 협회 퀘스트 등장은 기정사실이었다.
플레이어들이 기다린 것은 과연 퍼플 협회가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들을 모집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는데….
“이게 뭐야?”
플레이어들은 눈을 의심했다.
[퍼플 협회 특별 퀘스트 공지]퍼스트 길드와 퍼플 협회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플레이어분들께 감사드리며, 새로운 특별 퀘스트를 공지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루벤 왕국의 새로운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전장은 두 곳.
템플턴 공작령, 그리고 애쉬튼 백작령입니다.
따라서 특별 퀘스트도 두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템플턴 공작가에 합류하여 3왕자군과 전투를 벌일 플레이어를 모집합니다.
-참가 기준 : 30LV 이상의 전투계열 플레이어.
-모집 인원 : 무제한.
-모집 기한 : 전투 직전까지 상시 모집.
공작가에 합류할 플레이어들은 루벤 왕국 동쪽 자유 도시 케싼의 퍼플 협회를 찾아주시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공지 사항이었다.
왕국의 명운을 건 최후의 내전이었으니 아무런 제한 없이 플레이어들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특별 퀘스트는 당황스러웠다.
애쉬튼 백작가와 퍼스트 자작령의 전투에 함께할 플레이어를 모집합니다.
-참가 기준 : 30LV 이상. 전투용 군마에 준하는 탈것 필수.
-모집 인원 : 미정.
-모집 기한 : 금일 자정까지.
-모집 제한 : 최소 보름간 풀 다이브 가능한 이들만 접수 가능.
참여를 원하는 플레이어는 금일 자정까지 칼립스성 퍼플 협회 본부에 직접 방문 접수 바랍니다.
[주의]본 퀘스트는 상당히 치열하고 위험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볍게 즐기실 분들은 퀘스트 1을 선택할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전투가 끝날 때까지 개별 영상 촬영이 금지되고 외부와의 통신도 차단될 예정입니다.
보름 이상의 강행군을 버텨낼 자신이 있는 준비된 플레이어만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전투에 패배했을 경우 퀘스트 보상이 지급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특별한 제한이 없는 템플턴 공작령 퀘스트와 달리, 퍼스트 길드 퀘스트는 여러 가지 조건과 제약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무엇보다 퀘스트의 뉘앙스가.
“이거 참가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템플턴 공작가보다 애쉬튼 쪽이 더 급한 거 아니었나?”
“토벌군 규모가 20만이 넘을 것 같다면서? 게다가 ‘반 퍼스트 길드 연합’ 놈들 숫자도 어마어마하던데.”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들의 참가를 유도해서 병력을 확보하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정작 퀘스트 내용을 보면 참가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 궁금할 정도로 조건이 좋지 않았다.
퍼플 길드의 추이를 주목하던 많은 플레이어들이 혼란에 빠져들었다.
* * *
“얼마나 모집에 응할까요?”
김일우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차를 마시고 있는 라울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글쎄. 그거야 플레이어들의 생각에 달린 거겠지.”
총동원령에 응한 2만 5천의 플레이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풀 다이브(계속해서 커넥트에 접속해 있는 것)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작전에서 제외되었다.
물론 아예 전투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고 이곳이 아닌 공작가의 방어선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덕분에 라울이 이번 작전에 동원할 병력은 채 3만도 되지 않았으니….
이곳에 기반을 가진 이들도 조건을 맞추지 못해 참가하지 못하는 마당에 일반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지원할지는 미지수.
‘적어도 오천 명 정도는 지원해줬으면 좋겠는데.’
대략적인 작전 내용을 확인한 김일우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20만을 상대로 고작 3만.
아무리 정예 병력이라 해도 머릿수가 이렇게 차이가 나서야 승리를 점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승리를 확신하는 라울을 보며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칼립스 성 앞의 평원에 병사들이 도열 해 있었다.
퍼스트 기사단 5천.
애쉬튼 백작가의 각급 기사단과 기병대 1만.
퍼플 길드와 협력 길드 및 영지 거주 플레이어 1만 2천.
도합 2만 7천의 병력과.
‘아아…!’
김일우는 왠지 모를 감격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병사들 대열의 옆으로 3만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탈것에 올라 출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퀘스트 공지가 올라가고 고작 열다섯 시간.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가 신청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커넥트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1년 6개월.
그간 공급된 캡슐의 숫자는 60만 개 정도.
그 가운데 30레벨 이상, 탈것을 소유한 이들의 숫자는 절반에 불과했으니.
이런 까다로운 퀘스트에 3만의 플레이어가 모였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정말 많이 모였구나.’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봐선 퍼스트 길드에서 마음이 떠난 것으로 보였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 참가하려고 여름 휴가 다 땅겨서 끊어놓고 왔다니까?”
“그간 받은 게 얼만데 이번에 갚아야지.”
“퍼플 협회는 반드시 지켜내야 해! 리플 협회 봤어? 벌써부터 플레이어 상대로 장사질이나 하고 있잖아.”
“이번에 리플로 갈아탄 놈들은 아주 땅을 치고 후회할 거야. 퍼스트 길드가 어떤 곳인데! 여태까지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무적의 길드라고.”
“솔직히 보상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어. 퍼플 길드 따라다니면 재미는 보장된다니까?”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이곳에 모여든 플레이어들의 목적은 같았다.
퍼스트 길드와 퍼플 협회를 우리 손으로 지켜내자!
솔직히 그동안 커넥트에서 플레이어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케어해 준 것은 퍼스트 길드밖에 없었다.
일부 협회나 상단, 영지 등에서 비슷한 단체를 만들거나 플레이어를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결국 제 잇속을 챙기려는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오늘 그 결과가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물론 낭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제 협회 공지 사항이 발표된 후 지금까지, 3만이 넘는 플레이어가 협회를 탈퇴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리플 협회일 터였다.
‘간 보던 이들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거겠지.’
아마 당분간 퍼플 협회를 탈퇴하는 이들은 더 늘어날지도 몰랐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3왕자 측의 승리를 예측했고, 오늘 출병식을 확인한다면 이탈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병력의 질이 어찌 되었든 출병하는 인원은 플레이어들을 합해봐야 6만 언저리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반면 3왕자 측은 토벌군 20만을 제외하고도 수도에 모인 병력만 해도 40만.
그리고 그 수는 지금도 증가하고 있었으니.
아무리 전쟁이 숫자 놀음이 아니라지만, 이 정도 차이면 누구에게 승산이 있는지는 뻔해 보였다.
웅성웅성.
그때 성루 위에 화려한 예복을 입은 라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긴말하지 않겠다. 이번 전쟁, 내가 제일 앞에서 말을 달릴 것이고, 제일 마지막까지 검을 휘두를 것이다. 전군 출진.”
라울의 담담한 출전사가 끝나고 성벽 위에서 출진을 알리는 뿔피리가 울려 퍼졌다.
뿌우웅!
라울과 간부들이 성루에서 뛰어내려 각자의 말에 올랐고, 전원 기마(환수 포함)로 구성된 6만의 병력이 차례차례 대열을 형성해 평원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고작 6만? 이거 참, 어이가 없군.”
각종 장식물로 화려하게 치장된 커다란 막사.
상석에 앉아 와인을 홀짝이던 청년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바로 파비앙 드 맥닐.
맥닐 후작의 막내아들이자, 이번 토벌군의 총사령관이었다.
“실제 병력은 기마대 1만 정도고 나머지는 이방인 용병들로 채웠다는군요. 아무래도 시간을 끌기 위한 선발대 아니겠습니까?”
의견을 제시한 이는 바로 마스터 델로우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왼팔이 잘려나간 마스터 게르바이넌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랜달 백작가와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었던 두 마스터가 치료를 끝내고 토벌대에 합류한 것이다.
“어지간히도 급했나 봅니다. 시간을 끌겠다는 건 아직 전쟁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우습군. 시간 좀 번다고 우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하여튼 시골 놈들은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군. 그렇지 않소, 경들.”
파비앙이 코웃음을 치며 묻자 두 마스터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너무 방심하는 건 좋지 않을 거요. 애쉬튼 놈들은 생각보다 끈질기니까.”
그때 누군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검은 후드와 망토를 뒤집어쓴 남자의 얼굴에 부착된 황동가면.
그는 바로 제국 첩보부 임페리얼 하운드의 간부 ‘4호’였다.
“누가 네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던가? 파견 나온 개는 개답게 닥치고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해.”
모욕적인 말이었지만, 4호는 별 반응이 없었다.
“너무 그렇게 날 세우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수틀리면 그쪽 모가지부터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야.”
막사 안에 있던 마지막 인물.
검은 갑옷의 기사가 익살스런 표정으로 말하자, 후작가의 두 마스터가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검에 손을 가져갔다.
스르륵.
마찬가지로 검은 기사가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자 긴장감이 증폭되었다.
“진짜 해보자는 건가? 나는 괜찮지만, 그쪽 후작님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히죽거리는 기사의 말에 두 마스터가 손을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검자루에서 손을 뗐다.
검은 갑옷의 기사는 바로 제국에서 파견된 마스터 하마르트.
후작의 요청으로 이번에 토벌군에 합류한 초인이었다.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재깍재깍 알려달라고, 협력자 여러분.”
하마르트가 건들거리며 4호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막사를 빠져나갔다.
쨍그랑.
“저런 건방진 새끼들!”
파비앙이 분을 참지 못하고 와인 잔을 집어 던졌다.
“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녀석들을 붙여주신 거지? 고작 애쉬튼 따위를 처리하는데 마스터가 넷이나 있을 필요가 어딨단 말인가?”
“물론 그렇습니다만, 그만큼 후작님이 공자님을 아끼신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흥. 굳이 냄새나는 제국 놈들의 도움 따위 필요 없거늘!”
“진정하십시오. 그래도 딴에 마스터 아닙니까? 잘 드는 칼이라 생각하시고….”
“알았어, 알았다고. 나도 바보가 아니니까.”
토벌대를 맡긴 후작의 명령은 간단했다.
템플턴 공작가와의 승부가 마무리될 때까지 애쉬튼 백작가의 발을 묶어 놓을 것.
하지만 파비앙은 고작 그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그의 손에는 14만이라는 병력이 있었고, 맘에 안 들긴 해도 4명이라는 마스터를 부릴 수 있었다.
‘이걸로 고작 시간이나 끌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애쉬튼 백작령에 당도할 즈음이면 20만이 넘는 병력이 갖춰질 것이다.
그렇다면 고민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냥 밀고 들어가서 단번에 쓸어버리면 될 것을.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애쉬튼 백작가 정벌을 마친다면.
‘형들을 제치고 내가 후계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지.’
아버지가 자신을 총사령관직에 앉힌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가장 총애하는 아들인 자신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주겠다는 뜻.
지금은 다섯째 형인 브레이든이 후계 구도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그걸 따라잡을 좋은 기회였다.
‘이번 토벌만 무사히 끝나면…!’
그렇게 파비앙이 망상에 젖어 있을 때였다.
“그, 급보입니다! 전방에 대규모 적 기마대 확인! 반나절이면 조우할 것이라는 전령의 보고가 도착했습니다!”
“…뭐?”
깜짝 놀란 파비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곳은 아직 왕실의 영향력이 미치는 왕국의 중심부.
애쉬튼 백작령 경계까지 아직 절반도 행군하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 적이 출병한 것은 불과 사흘 전 아닌가? 어떻게 벌써 여기까지?”
마스터 게르바이넌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무리 기마병 위주의 구성이라고 하지만, 쉬지 않고 말을 달린다 해도 최소 십 일 이상은 걸릴 만한 거리였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지 그들로서는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제길. 당장 전투 준비해! 막사를 거두고 대 기병 진형을 구축하란 말이다!”
“네, 넷!”
하필이면 부대가 자리 잡은 곳은 허허벌판이었다.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이런 평원에서 적의 대규모 기병대와 교전을 펼치게 될 줄이야.
‘좋지 않군. 병사들의 피해가 크겠어.’
마스터 델로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파비앙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하하, 이거 참. 죽을 자리를 알아서 찾아올 줄이야. 잘 됐어. 이참에 놈들을 쓸어버리면, 애쉬튼 놈들도 제 주제를 깨닫겠지. 델로우 경, 게르바이넌 경. 적장의 목을 가져와.”
“네, 맡겨주십시오!”
대답하고 막사를 나서는 두 마스터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 자신들의 패배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듯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