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51
제251화
‘정말 대담하군.’
화랑길드 마스터 최인혁은 혀를 내둘렀다.
퀘스트 모집 요강에서 전원 탈것을 요구할 때부터 강행군이 이어질 것을 예상하긴 했다.
보름 이상 접속을 유지하라는 것도 마찬가지.
최대한 빠르게 행군하여 적을 공격하겠다는 작전은 대충 이해가 갔다.
‘시간을 주면 줄수록 적의 병력이 늘어날 테니까.’
3왕자군이 천천히 행군한 이유는 전투 전까지 주변 영지들의 병력과 플레이어들의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저들이 백작령 근방에 도착할 즈음이면 20만이 넘는 병력이 모일 거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불과 3일 만에 적의 코앞까지 도착할 줄이야.
‘덕분에 적의 병력은 15만 남짓.’
여전히 아군에 비하면 많은 숫자이긴 했지만, 확실히 부담이 확 줄었다.
10일이 넘는 거리를 3일로 줄인 방법.
그건 다름 아닌 포털을 통한 순간이동이었다.
예전에도 종종 플레이어들을 동원할 때 사용한 방법이고, 웬만한 귀족들이 영지와 수도를 오갈 때 포털을 이용한다.
하지만 실제 군사 작전 시에 포털을 이용한 대규모 병력 수송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포털 자체를 생성할 만한 마법사의 수가 극도로 적었다.
포털 마법은 최소 6서클 마법사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법사가 있다 해도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인원수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를 보충하기 위해 마법진이 필요했고, 마법진을 유지하려면 마나석이 필요하다.
즉, 어마어마한 마나석(돈)이 든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왕국 단위의 전투가 벌어질 때도 웬만해선 포털을 통한 병력 수송은 작전에서 배제된다.
포털을 이용한다 해도 기사단 정도나 수송하는 정도에 그쳤으니.
‘6만 병력을 포털로 수송할 줄이야.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기에?’
최인혁은 상상을 초월하는 퍼스트 길드의 자금 동원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이번 전투에서 포털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건 적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러니 제대로 진형도 갖추지 못하고 엉성하게 포진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전투. 충분히 승산이 있다!’
15만이라는 대병력을 눈앞에 둔 최인혁이었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 * *
「돌격 대형으로!」
길드 통신을 통해 라울의 명령이 전달되었다.
두두둑, 두두둑.
적진을 앞두고 평보로 행군하던 기마 대열이 약간씩 속도를 높이며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6만의 기마가 6개의 덩어리로 나뉘었다.
전방에 5개의 작은 쐐기형 진형이 「⋀」형태로 자리 잡았고, 후열 또한 커다란 쐐기 진형을 갖췄다.
전방의 5개 진형은 퍼스트 기사단의 5개 전투단 각 1,000명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것은 당연하게도 라울을 비롯한 초인과 간부들이었다.
제1전투단장/부단장 : 달튼 / 조쉬
제2전투단장 : 호머 / 맥닐런
제3전투단장 : 데이비슨 / 앨리아스
제4전투단장 : 재키 / 오마르
제5전투단장 : 켄(케일리) / 란센트
진형의 최전방이자 가운데를 책임진 제1전투단의 선두는 라울이.
필립, 제이크, 피어스, 케인까지 4인의 마스터가 제2부터 제5전투단의 선두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달튼뿐만 아니라 다른 전투단장들도 최근 마스터의 경지에 발을 들였으니.
「미리 얘기했지만, 우리는 적진 한가운데를 돌파하여 적 수뇌부를 직접 노린다! 후위는 신경 쓸 필요 없다. 백작가의 헤세 기사단장이 기사들과 플레이어 부대를 이끌고 정리할 테니. 단 한 번의 돌파로 이 전투를 끝낸다!」
「네, 마스터!」
라울의 지시가 끝나고 저 멀리 부산한 적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5만이라는 대군이었지만, 오히려 그 숫자 때문에 제대로 진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예상대로군.’
전원 기마로 이뤄진 라울 측에 비해 3왕자군 토벌대는 보병이 주축이었다.
7만에 달하는 리플 협회 플레이어 가운데는 탈것을 대동한 이들이 많았지만, 따로 기병대로 편성되지 않은 채 보병진에 섞여 있었다.
“기병대를 내보내진 않겠죠?”
라울의 바로 뒤에서 말을 달리던 조쉬가 묻자 라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여기에 기병대를 내밀진 않겠지.”
15만 병력 중 기병대는 많아야 5천도 되지 않았으니, 단독으로 운용하기는 어려울 터였다.
“역시나 플레이어들을 앞세우네요. 중앙군과 정예병들은 2열에서 대 기병진을 구축하고 있겠죠?”
“아마도 그렇겠지. 물론 아무 소용없는 짓이지만….”
말뚝이나 쐐기를 땅에 박아 넣고, 긴 장창을 앞으로 세워 기마대를 막아내는 대 기병진.
일반적인 기마대를 상대로는 막강한 방어력과 저지력을 발휘하겠지만, 이번만큼은 의미가 없을 터였다.
“엇, 전령인가 본데요?”
적진에서 전령으로 보이는 10여 기의 기마병이 하얀 깃발을 달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라울은 콧방귀를 꼈다.
‘웃기는군. 이제 와서 무슨 얘기를 하겠다고?’
굳이 요식행위로 적들이 진형을 갖출 시간을 줄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전군 속보로.”
“속보로!”
라울이 부대의 진군 속도를 끌어올렸다.
* * *
“저런 예의도 모르는 것들을 봤나!”
파비앙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가 보냈던 전령이 적들의 기세에 꼬리를 말고 진영으로 도망쳐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전투를 개시할 모양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마스터 델로우가 물었다.
“적장은 용병술도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군. 진채도 세우지 않고 바로 들이받다니. 당장 저 멍청한 놈들을 박살 내 버려.”
“네, 사령관님.”
파비앙의 명령에 마스터 델로우가 말을 이끌고 2선으로 향했다.
‘이번엔 파비앙 공자의 말도 틀리지 않군. 적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딱 봐도 적들은 며칠간 강행군을 해왔다.
그런데 진을 세워 병사들을 회복하지도 않고 바로 적진으로 뛰어든다고?
이런 경우는 딱 두 가지다.
지휘관이 용병술을 아예 모르는 초짜거나.
‘단번에 전투를 마무리 지을 자신이 있거나 말이지.’
하지만 아무리 자신감이 넘친다 해도 이쪽의 머릿수가 저쪽의 두 배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게다가 믿음직스럽진 않아도, 일반 용병보다 뛰어난 7만의 이방인 부대가 있었다.
저들의 행동은 만용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찝찝하지?’
아마도 그의 상식과는 전혀 맞지 않는 적장의 병력 운용 때문일 것이리라.
그렇게 찝찝한 마음을 한구석으로 밀어낸 마스터 델로우가 명령을 내렸다.
“사격 준비!”
둥둥둥둥.
지휘기가 휘둘러지고, 북소리와 함께 전군에 명령이 전달되었다.
그러자 최전방에 대열을 형성한 플레이어 무리의 가운데서 각종 마나의 기운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정말 과분한 힘이군.’
궁수들은 화살에 마나를 실었고,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준비 중이었다.
하나하나만 놓고 본다면 굉장한 정예 병력.
하지만 지휘관의 눈으로 봤을 때는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병사로서의 기본 소양도 부족하고, 명령에도 제대로 따르지 않는 제멋대로의 외인부대.
지금도 보라.
발사 명령도 내리지 않았는데, 제멋대로 공격을 시작한 이들이 상당했다.
물론 사거리에도 들어오지 않은 적을 상대로 효과가 있을 리가 없었다.
‘뭐, 그냥 기본만 해주면 충분하지.’
어차피 화살받이 내지는 인간 방패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그때 적 기마대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제법 기세가 좋아 보이긴 했지만, 수천 발의 마법과 수만 발의 화살비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이제 슬슬, 응…?!’
발사 명령을 내리려던 마스터 델로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돌격해오는 적 기마대를 휘감고 있는 거대한 마나의 장막.
그건 바로 ‘기사단 돌격 장막’이었기 때문이다.
수십 명의 기사단이 펼치기도 어렵다는 돌격 장막이 다섯 개의 쐐기꼴 진형 전체를 뒤덮고 있었으니.
‘X발. 저게 말이 돼? 저들 전부가 기사라고?’
비록 5천 정도밖에 되지 않는 선봉 부대였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기사 5천.
그것도 돌격 장막을 생성할 정도로 마나에 익숙하다는 건 적어도 엑스퍼트 수준이라는 뜻.
그런 대규모의 기사단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실제로 50만의 병력을 자랑하는 3왕자군 전체의 기사 숫자가 2천 남짓이니 말이다.
그것도 엑스퍼트가 아닌 기사들을 포함해서.
‘아니겠지. 뭔가 이상한 수를 쓴 것이 분명해. 일개 백작가에 기사가 5천일 리가 없잖아?’
순식간에 머릿속을 흘러간 갖가지 생각을 뒤로한 채 마스터 델로우가 악에 받쳐 외쳤다.
“전군 사격 개시! 저 가짜 장막을 박살 내버려라!”
“사격 개시!”
“쏴라! 적을 다가오지 못하게 해!”
명령과 함께 플레이어 부대의 원거리 공격이 시작되었다.
2열이 위치한 후방에서는 소수이긴 해도 발리스타(앞을 뾰족하게 깎은 통나무를 발사하는 공성 병기)와 투석기도 일부 사격을 시작했다.
푸확!
부대 전방에 수천 개의 마법이 펼쳐지며 평원 전체가 별천지로 변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발사각이 큰 장궁의 화살이 하늘을 뒤덮었고, 그 아래엔 직사가 가능한 석궁의 볼트들이 검은 그림자가 되어 평원을 가로질렀다.
콰과과광!
번쩍. 쿠르릉!
후두두두둑.
각종 원거리 공격이 300m가량 전방을 초토화했다.
마법이 터져나가며 내뿜는 빛과 연기,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쉬지 말고 계속 쏴!”
“마나를 아끼지 말고 갈겨! 놈들만 쓸어버리면, 퍼스트 길드는 끝장이다!”
“누가 커넥트의 패자인지 제대로 보여주자고!”
명령이 없어도 플레이어들은 최선을 다해 공격을 이어갔다.
이 전투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도 없었고, 적을 쓰러뜨리면 얻을 수 있는 공적치와 보상을 생각해서라도 손을 멈출 수 없었다.
불과 3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어마어마한 마법과 화살의 맹폭이 이어진 결과는.
다그닥, 다그닥!
“X발….”
쾅! 퍼버버벅!
황금빛 장막이 창과 방패로 무장한 플레이어 부대의 전열을 들이 받았다.
푸슉. 써컹!
“아악!”
“사, 살려… 끄륵.”
차라리 최전방에 서 있던 이들은 행복했다.
고통 없이 단박에 몸이 부서졌으니까.
하지만 어중간하게 자리 잡고 있던 플레이어들에게는 자비가 없었다.
번뜩이는 빛과 함께 몸에 구멍이 뚫리거나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갔고, 바닥에 쓰러지자 말발굽에 짓밟혀 몸이 짓뭉개졌으니 말이다.
물론 50렙이 넘는 나름 고수 플레이어들은 그래도 반격을 해왔다.
“죽엇!”
한 플레이어가 창에 마나 스피어를 피워 올리며 자신의 스킬을 발동했다.
운이 좋았는지, 그의 창은 돌격 장막이 약해진 틈을 파고들어 기사의 몸통 닿았지만….
지지징.
창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역장이었으니.
“파워아머…? 크헉.”
궁금해 할 사이도 없이 그의 머리가 반으로 쪼개졌다.
“위다! 위를 조심해!”
어느새 펼쳐진 무기의 군단이 기사단의 상공에 머무르고 있었다.
무기들은 매가 먹잇감을 노리고 하강하듯 여기저기서 플레이어들의 빈틈을 노렸고, 정면의 기사단에 신경을 빼앗겼던 많은 플레이어들이 손도 쓰지 못하고 픽픽 쓰러져 내렸다.
“이, 이게 뭐야? 상대도 안 되잖아?”
“비켜! 난 이딴 곳에서 죽을 생각 없어!”
전투가 아니었다.
완벽히 일방적인 학살이자 사냥에 플레이어들은 혼이 나갔다.
개인 자격으로 합류한 플레이어들은 적의 본대(백작가 기병대와 퍼플 협회 플레이어들)가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등을 돌렸다.
파티나 길드들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우왕좌왕했고, 중앙이 아닌 양측에 배치된 이들은 이미 각자의 말에 올라 사방으로 탈주하고 있었다.
* * *
“저런 멍청한 놈들을 봤나!”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돌격에 휩쓸려 나가는 플레이어 부대를 보며 파비앙이 핏대를 세워가며 욕을 내뱉었다.
그냥 뚫리기만 했으면 차라리 나았지, 순식간에 진형이 와해돼 사방으로 도망치는 꼴이 그의 혈압을 솟구치게 했다.
덕분에 아군의 일반 병사들까지 동요하여 진영 전체가 요동치고 있지 않은가?
“기사단 뭐 하나! 당장 튀어 나가서 막아!”
“네, 넷!”
“하마르트! 어딨나?”
그의 외침에 마스터 하마르트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왜 불렀소? 우리는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으라면서?”
히죽거리며 묻는 그 말투에 파비앙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저거 안 보여? 가서 당장 막으란 말이다!”
“푸하하, 알겠소. 뒤에서 구경이나 하시구려.”
그가 박장대소를 하고는 과묵한 4호를 끌고 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파비앙에게서 고개를 돌린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4호. 정보가 잘못된 것 아닌가?”
“…그렇군요. 하지만 피라미가 좀 늘었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흥. 하여튼 첩보부 놈들 하는 꼴이 그렇지. 이 건에 대해선 전투가 끝나고 제로에게 따지겠다.”
“…편하실 대로.”
담담하게 말하는 4호였지만, 황동 가면 사이로 보이는 그의 검은 눈동자는 차갑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