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63
제263화
챙! 채쟁!
“다 잡아! 공적치다!”
와아아!
몬스터가 몰려오는 평원.
물밀 듯이 몰려오는 그 숫자는 변함이 없었지만, 그를 맞이하는 이들의 태도는 처음과 사뭇 달랐다.
성벽 위에서 원거리 무기 위주로 소극적인 대응을 하던 웨이브 초기.
플레이어들도 성벽 위에서 진형을 짜고 조직적으로 몬스터들을 소탕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몬스터 침공의 끝자락에 다다른 지금.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성벽이 아닌 평원에서 몬스터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게 마지막 웨이브야! 다들 기여도 순위 확인했지? 막판 뒤집기를 노려야 한다고!”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길드장은 길드원들을 독촉했고.
“연계 시나리오라잖아. 다음 시나리오에서 따라잡으려면 최소한 기여도는 채워놔야지!”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이들도 있었다.
서쪽의 금역.
몬스터 숲 앞의 요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와, 다들 약이라도 마셨나. 아주 펄펄 날아다니네요.”
성벽 위에서 전황을 지켜보던 제이크가 혀를 내둘렀다.
“이게 끝물인 걸 아니까 그렇겠지. 우리야 영지를 지키면 그만이지만, 저들은 일종의 평가를 받는 것 아니겠어? 덕분에 병사들이 좀 편해졌으니 다행이지.”
사실 플레이어들이 저렇게 날뛸 수 있는 데는 라울과 제이크를 비롯한 초인들이 요새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몬스터가 나타난다면, 어김없이 등장해서 순식간에 처리해주니 뭐가 걱정이겠는가?
처음에는 생존에 급급해하던 병사들도 이제는 한결 여유를 되찾았다.
그래서인지 성벽 곳곳에서는 대기조들이 내기를 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누가 1등일 것 같아?”
“나는 정명 길드에 걸었지. 어제도 1등이었으니까.”
“글쎄, 오늘은 좀 다르지 않을까? 영체형 몬스터들의 수가 많으니 이번엔 오라클이 유리할걸.”
매번 웨이브가 끝나면 성의 곳곳에 그날의 전투 기여도가 게시되었다.
좋은 성적을 거둔 길드와 플레이어에겐 라울 혹은 요새 사령관이 직접 포상을 내렸고, 다음 웨이브 때 원하는 자리에서 참전할 수 있는 특전까지 있었다.
시나리오 보상까지 있으니 플레이어들이 앞다퉈 전투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했다.
“탐사조는 준비를 마쳤나?”
“네, 마스터. 조쉬 녀석이 빈틈없이 팀을 꾸렸습니다. 레인저와 트랩퍼, 마법사까지 구성이 끝났다고 합니다.”
“그렇군. 조쉬라면 믿을 만하지.”
처음 퍼스트 길드에 들어올 때만 해도 엑스퍼트조차 아니었던 초짜 용병 조쉬.
하지만 2년이 넘게 지난 지금.
제1 전투단 부단장이자, 마스터에 오른 초인으로 성장하여 길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요새도 자주 대련을 한다면서? 어때, 승률은 좀 잘 나오나?”
“어허! 마스터, 저 제이큽니다! 마스터의 왼팔 제이크! 조쉬 녀석은 제가 업어 키운 거나 마찬가진데, 승률이라니요?”
제이크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방방 뛰었다.
물론 라울도 알고 있었지만, 한 번 물어봤을 뿐.
퍼스트 길드의 마스터 가운데 최고 실력자는 필립.
그다음을 차지하는 것이 제이크, 피어스, 케인의 삼인방이었다.
이미 그들은 마스터 중급 수준에 올랐고, 조쉬는 이제 겨우 마스터 초입에 발을 들인 수준.
당연히 실력 차가 있었지만….
‘마스터에 올랐어도 방심은 금물이지.’
오러를 다루는 수준으로 단계를 구분해 놓긴 했지만, 실제 승패를 가르는 건 다양한 요소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쯤 각 요새에서는 마스터가 포함된 탐사대가 각각 준비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는 즉시 금역으로 진입할 예정이었고.
‘그럼 나도 슬슬.’
라울이 몬스터 숲을 바라보며 케인을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영지를 잘 부탁한다.”
“네, 맡겨 주십시오, 마스터.”
케인도 마스터가 되며 자작 위를 받았지만, 그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그리고 라울의 대역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케인 외에는 없기도 했고.
최근에 길드원 가운데 중급 염동력자까지 탄생하여 케인을 도우니, 무기의 군단까지는 아니지만 라울의 흉내 정도는 내고 있었다.
“어차피 금역의 결계가 약해져서 내부에서도 길드 통신을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중요한 사항이 있으면 바로바로 연락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버나드.”
“네, 마스터.”
“물자들은 충분히 준비해 두었겠지?”
“네. 말씀하신 대로 요새 몇 개를 지을 만한 자재와 각종 시설에 들어갈 부자재까지 모두 비축해 두었습니다. 김일우 협회장에게 운송 퀘스트도 의뢰해 두었구요.”
“좋아. 앞으로 엄청나게 바빠질 거다. 힘들더라도 잘 부탁한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보급은 걱정 마십시오.”
라울이 버나드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러면, 슬슬 시작해 볼까?”
여태까지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금역의 개척을 말이다.
* * *
「전방 15m. 블루 샤벨 타이거 5개체 발견.」
「현장 대기. 처리하고 간다.」
샤사사삭.
일단의 무리가 수풀을 가로질렀다.
일반적인 정찰 활동이었다면,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천천히 움직였겠지만, 그들은 과감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크르릉.
캬아아!
덕분에 수풀 너머에 있던 푸른 털을 가진 호랑이형 괴수 ‘블루 샤벨 타이거’들이 침입자들을 눈치챘다.
어깨높이만 해도 성인 키만 한 거대한 샤벨 타이거 무리가 흉측한 두 쌍의 송곳니를 들썩이며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흥. 덩치만 큰 고양이 놈들이!”
서컹! 푸슈슉!
앞장선 사내가 두 개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켰다.
노란빛의 오러 블레이드는 단번에 샤벨 타이거의 목을 반쯤 베어내고, 한 마리의 미간을 관통했다.
휘이잉!
그리고 마나가 깃든 강철 화살이 회전하며 날아가 또 하나의 샤벨 타이거를 꿰뚫었고.
“샷!”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이 다른 샤벨 타이거의 전신을 난도질했다.
그리고 처음 샤벨 타이거를 발견했던 이가 나무 위에서 떨어져 내리며 두 개의 단검으로 샤벨 타이거의 숨통을 끊었다.
그렇게 다섯 마리의 블루 샤벨 타이거가 전멸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십여 초 내외.
엑스퍼트 중급 수준의 기사가 아니면 상대하기 어렵다는 중형 몬스터의 최후치고는 너무 일방적이었다.
“클리어. 전리품 수거하고 이동한다.”
일행을 이끄는 대장, 조쉬의 명령에 단검을 든 두 사람이 샤벨 타이거 해체를 시작하고, 궁수는 나무를 타고 올라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마법사는 샤벨 타이거의 핏물을 비롯해 마법 시약들을 추출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롭군.’
홀로그램으로 표시된 지도를 살피며 조쉬가 안도했다.
금역.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금지된 구역.
그 악명에 걸맞게 나타나는 몬스터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적어도 검기를 다룰 줄 아는 기사가 아니면 가죽에 상처조차 입힐 수 없는 상급 몬스터들이 즐비한 이곳.
그런 곳에 겨우 여섯 명의 인원으로 들어오다니.
3년 전의 그라면 도저히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순히 정찰이 아니었다.
마스터가 전달한 지도를 바탕으로 금역 내부로 향하는 진입로를 확보하는 것이 진짜 목적.
그를 위해선 주변에 서식하는 몬스터의 종류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이는 족족 정리해야 했다.
그래야 후발대가 숲을 정리하고 길을 뚫을 수 있을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인지 동행한 이들도 최정예였다.
피어스 경 직속의 엑스퍼트 상급 레인저 기사가 세 명.
용병 길드를 통해 고용한 A급 트랩퍼.
퍼스트 마탑의 5서클 마법사.
거기에 마스터인 조쉬가 일행을 이끌고 있으니, 어지간한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잠시 지도를 확인하는 사이, 정리가 끝났다.
“이제부터는 천천히 전진한다. 표적지까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특이 사항이 생기면 즉시 보고하도록!”
“네, 대장님.”
라울이 전송한 지도.
그곳에 그려진 새빨간 선.
‘플레이어 라인’이라 적혀 있는 지점이 멀지 않았다.
타다닷.
수풀 사이로 여섯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미로 결계가 확실합니다.”
기사의 등에 업혀 있던 마법사가 바닥에 내려서며 말했다.
그가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모두 눈치채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 눈앞에 서 있는 나무에 새겨진 표식은 바로 30분 전, 조쉬가 직접 새겨둔 것이기 때문이다.
“파훼는 가능한가?”
조쉬가 묻자 마법사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건 탑주님, 아니 대현자님들이 와도 힘들 겁니다. 말 그대로 ‘신의 결계’이니까요. 구조적으로 왕국에 있는 자유 도시들의 ‘저주받은 숲’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몇 단계로 겹쳐진 마법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그만. 이론 설명은 되었고. 자네 의견은 어떤가?”
조쉬가 용병 트랩퍼에게 묻자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해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인식 자체가 되지 않으니까요. 수많은 던전을 돌아다녀 봤지만, 이런 형태의 미로는 처음입니다.”
그의 말에 조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확인은 끝났으니 그럼 다음 작업을 시작하자고.”
이미 지도상의 붉은 선 너머로 다섯 번이나 진입을 시도했다.
마음 같아선 끝까지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더 고집을 부려봤자 바뀌는 건 없을 터.
“정확한 경계를 찾아서 표시하고, 근처에 거점을 세울 만한 지형을 찾는다. 아직 근처에 몬스터들이 남아 있을 테니, 두 팀으로 나눠서 움직이도록.”
사실 여기까지 진입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애쉬튼 백작가에서도 가끔 몬스터 숲으로 정찰을 보내긴 했지만, 초입에서만 맴돌았을 뿐.
하지만 그들은 이미 삼 일이나 숲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이게 실제론 초입에 불과할 뿐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커다란 숲이란 얘기야?’
마스터가 전해준 지도.
그곳에 표시된 몬스터 숲의 구역은 루벤 왕국 전체의 크기보다도 더 커다랬다.
만약 이 넓은 땅을 정말로 개척할 수 있다면.
‘설마 마스터의 목표가…?’
하지만 이내 고개를 털어버린 조쉬가 검을 휘둘러 커다란 나무를 베어버렸다.
마스터의 목표가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그분의 등 뒤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 * *
‘…흠. 얼마 남지 않았군.’
라울은 산책이라도 나온 듯 뒷짐을 지고는 가볍게 숲 사이를 거닐었다.
이렇게 홀로 숲속을 걷고 있으니 전생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는 금역 개방 시나리오에서 서쪽 몬스터 숲이 아닌 동쪽 원소 정글로 향했었다.
그가 활동하던 곳이 루벤 왕국이 아닌 대륙 동쪽에 위치한 마커스 왕국이었던 탓이다.
‘판단 착오였지.’
금역이라고 다 같은 금역이 아니다.
최고 랭커의 자부심을 가지고 진입했던 그곳에서 배도현은 처음으로 좌절을 겪어야만 했으니.
‘그들이 나타날 줄 누가 알았을까?’
운도 좋지 않았고, 생각이 깊지 못했다.
지금이라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자신이 있었지만….
‘굳이 그곳부터 갈 필요는 없지.’
4대 금역의 난이도와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생각해봤을 때, 최우선 순위는 역시나 몬스터 숲이었다.
케르릉.
꾸웨엑!
산책하듯 편안하게 금역의 농후한 마나를 들이마시며 걸어가는 라울.
하지만 주변에선 끊임없이 몬스터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휘리리릭.
그리고 비명이 끊어지고 나면, 잘 정리된 몬스터 부산물들이 허공에 둥둥 떠서 라울의 등 뒤쪽 아공간으로 사라지고 있었으니.
‘심심하네. 좀 재밌는 놈들은 없나?’
금역을 거닐고 있음에도 전혀 긴장감이 들지 않았다.
그가 주변에 퍼트려 놓은 수백의 무기 군단이 알아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도축하고 정리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자동사냥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이었다.
그리고 라울 또한 그곳에 도착했다.
홀로그램으로 표시된 지도상 붉은 선.
플레이어 라인이라 붙여진 지점이었다.
‘뭐, 이제 와서 문제가 생길 리는 없겠지.’
라울은 고민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그 경계선을 넘어섰다.
그리고 숲길을 한참 걸어 들어간 그의 눈앞에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울창한 숲이 끝나고 나타난 작은 평원.
그 가운데 낡고 부서져 허물어지기 직전인 고성 하나가 라울을 반기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