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70
제270화
「휘유~. 소문이 빠르긴 빠른가 보네.」
퀘스트를 받은 배도현이 실제로 A등급 던전을 돌아 수호상을 손에 넣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나절.
그런데 그사이에 A-07 개척지 근처는 모여든 플레이어들로 북적였다.
개척지를 차지하고 있던 초패왕 길드와 협력자들은 내부에 있으니 차치하고.
구경하고자 찾아온 이들이 반.
그리고 나머지는 초패왕 길드와 경쟁하던 다른 길드들이 분명했다.
덕분에 개척지 주변은 난리도 아니었으니.
쿠르릉. 화르르륵!
개척지 자체를 제외한 이곳도 분명 금역 내부.
예상치 못한 원소의 함정이 발동하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몰래 숨어 있기는커녕 발동하는 원소 재해를 피하느라 플레이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었으니,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는 초패왕 길드의 영역이다! 관계없는 이들은 꺼져!”
“웃기네. 언제부터 금역 내부에 선 그어뒀다고 영역 타령이야? 한판 붙을까!”
초패왕 길드와 협력 길드원들이 개척지 경계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견제했다.
그리고 그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타국의 경쟁 길드는 당장이라도 쳐들어갈 것처럼 기세를 세우고 있었으니.
「왜 이 난리들이래?」
「그러게나 말이다.」
라벨이 혀를 찼고, 배도현도 헛웃음을 내뱉었다.
여태까지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 제대로 퀘스트도 완수하지 못하던 놈들이 서로 네 땅 내 땅 하는 모습이 웃기지도 않았다.
‘하여튼 대형 길드 놈들은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기 싸움을 벌이는 길드의 면면을 살펴보니 아주 전생에 내로라하던 이름들이 많았다.
한국의 크라운 길드, 뉴스타 길드.
일본의 라쿠엔 길드.
미국의 드레이크 길드.
러시아의 까르슌 길드 등등.
퍼스트 길드의 협력 길드가 아닌 대형 길드 상당수가 모여 있었다.
“어, 배도현이다!”
그리고 그런 아귀다툼은 배도현이 등장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챠라락, 펑! 퍼벙!
조용해진 개척지 주변에는 배도현이 염동력으로 정령형 몬스터를 처리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로 눈치만 보던 이들 중 용감하게 앞으로 나선 이가 있었으니.
“배도현 씨. 잠시 나와 얘기 좀, 헉!”
웃는 낯으로 다가오던 이는 분명 크라운 길드의 3팀장인가 하던 녀석이었다.
퍼플 길드를 향해 직접 칼까지 겨눴던 놈이 뻔뻔하게 다가오는 걸 보니 기가 막힐 노릇.
배도현은 굳이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접근하던 놈은 살벌한 기세로 코앞을 스쳐 간 비도에 놀라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으니.
“배도현 씨, 우리 까르슌 길드에 수호상을 파실 생각은 없소?”
“배도현 상! 라쿠엔 길드에서 가장 비싼 값으로 수호상을 매입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길드에서 나왔습니다! 국가를 위해 수호상을 기증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퍼플 길드는 몬스터 숲으로 충분하잖아! 너네 지역으로 꺼져라!”
수많은 길드에서 수호상을 구입하기를 원했고, 개중에는 뻘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귀찮네.’
그런 이들을 상대하는 배도현의 방식은 간단했다.
챠라라락.
상당한 반경을 커버하며 정령형 몬스터들을 상대하던 무기들이 대부분 아공간으로 사라졌다.
두어 개만이 배도현의 근접 거리를 지켰고, 그걸 뚫고 들어오는 것들은 배도현이 직접 주먹으로 쥐어팼다.
그렇게 되니 문제는.
“어어엇! 막아!”
“마법사! 마법사 뭐 해?”
“제길, B등급 레이지 보어잖아!”
배도현에게 몰리던 정령형 몬스터 러쉬에 주변 플레이어들이 휘말려 버렸다.
배도현이었기에 간단히 막아낼 수 있었지,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B, C등급 정령형 몬스터들은 까다로운 상대였다.
결국 접근하려던 이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배도현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 러쉬를 감당하며 배도현과 협상을 벌이기엔 상황이 만만치 않았으니까.
“배도현, 후회할 거다! 언제까지 퍼플 길드가 혼자 다 해 처먹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누군가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후회는 무슨. 자신 있으면 진짜로 덤벼보든가.’
배도현은 코웃음 치며 개척지 내부로 들어섰다.
* * *
“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막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타운트리 앞의 공터에 2천여 명의 플레이어들이 빼곡히 진형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은 사뭇 위압적이었다.
의기양양하게 가장 앞에서 언월도를 세워 들고 있는 게 초패왕의 길드장 리우밍하오.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니… 여전히 기분이 더럽군.’
인구가 많은 중국의 대표 길드답게 가장 많은 길드원을 보유하고 있던 초패왕 길드.
그래서인지 전생에 배도현이 어딜 가든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충돌도 많았다.
그럼에도 실제로 리우밍하오의 얼굴을 직접 본 것은 두어 번에 불과했으니.
사실상 수천만 플레이어 가운데 왕처럼 군림하던 대형 길드 연합의 수뇌부였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가까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서 와라, 배도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놈의 표정을 보니 점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누구지? 용건이 없으면 비켜줬으면 하는데.”
배도현이 귀찮은 기색을 팍팍 풍기며 말하자 놈의 표정이 꿈틀했다.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을 법도 했다.
하지만 나름 대형 길드의 수장답게 큰 표정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
“나는 이 개척지를 관할하는 초패왕 길드의 마스터, 리우밍하오다. 피차 바쁜 듯하니 용건만 말하지. 개척지 수호상, 나에게 넘겨라. 값은 후하게 쳐주지.”
배도현은 문득 궁금해졌다.
밖에 놈들도 그렇고, 다들 값을 비싸게 쳐준다는데….
“사겠다고? 가격만 맞으면 못 팔 것도 아니긴 하지.”
배도현이 인벤토리에서 수호상 [세계수의 가지]를 꺼내 들었다.
“오오.”
“저건가? 정말로 혼자서 가져왔다고?”
플레이어들이 감탄, 호기심 혹은 욕심 어린 눈동자로 그걸 쳐다봤다.
그리고 리우밍하오의 눈빛은 명백히 ‘욕심’ 쪽에 기울어 있었다.
‘그럼 그렇지. 혼자서 이 많은 이들을 몰아내고 개척지를 차지하겠다는 게 말이나 되나?’
“얼마를 생각 하나? 만 골드? 이만 골드? 흠. 그래도 먼 곳까지 왔으니 수고비를 보태 3만 골드까지 쳐주지. 어때?”
“오오, 역시 마스터. 통도 크십니다!”
“3만 골드! 3천만 위안(50억가량)이라고?”
주변의 중국 플레이어들이 놀란 눈으로 리우밍하오를 바라보며 그를 치켜세웠다.
원한다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을 3만 골드나 제시하는 배포에 놀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 새끼가 누굴 핫바지로 아나?’
일반인에게 50억이면 입이 쩍 벌어지는 숫자일 것이다.
하지만 무려 A등급 개척지.
그것도 최초의 교두보이자 원소 정글의 패권을 잡을 수도 있는 요지의 열쇠였다.
잘 개발하기만 한다면, 억 단위의 골드를 손에 넣을 수도 있는데 고작 3만 골드라니.
하도 기가 찬 배도현이 물었다.
“진심이냐? 정말로 3만 골드에 이 수호상을 사겠다고?”
“물론이다! 비록 3만 골드가 큰 액수이긴 하지만, 원한다면 이 자리에서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지.”
아주 생색까지 내듯 말하는 그의 모습에 배도현은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푸하하하하! 아주 가관이군, 가관이야!”
“이, 이놈이! 이게 무슨 무례냐?”
“길마의 너그러운 제안을 비웃는 것이냐?”
“마스터, 당장 저놈을 요절내 버립시다!”
리우밍하오 본인보다 주변에 있는 부하들이 더 난리였다.
“뭐가 불만인가? 고작 그깟 나무 쪼가리 하나에 3만 골드라면 충분하고도 남을 터.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걸 모르나?”
턱 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억누르며 리우밍하오가 말하자 겨우 웃음을 멈춘 배도현이 그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진심으로 그 금액을 생각했다면, 정말 물건 볼 줄 모르는 멍청이일 테고. 알면서 그 가격을 불렀다면, 나를 호구로 보고 후려치려 했다는 건데…. 어느 쪽이든 네 눈이 삐었다는 건 마찬가지구나. 어차피 처음부터 팔 생각 따윈 없었지만 말이지.”
“뭣이라! 감히 나에게 장난질을 했단 말인가?”
이제야 정말로 놀림받았다는 걸 알게 된 리우밍하오가 분노를 터뜨렸다.
하지만 화가 난 것은 배도현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내게 힘이 없었다면, 저런 제안조차 하지 않았겠지. 마치 전생에 그랬던 것처럼.’
게임에서 윤리, 도덕을 찾을 생각까진 없었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것이 있는 법이었다.
비주류 길드로 밀려난 지금 상황에서조차 이렇게 강짜를 부리고 있었으니.
역시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용건 끝났으면 이제 비키지? 아니면 뭐, 힘으로라도 이걸 뺏어갈 생각인가? 당당한 대형 길드의 마스터께서 설마 강. 도. 질을 하시려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서 배도현이 세계수의 가지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 이놈! 감히 나에게 장난질을 쳐 무례를 범했으니, 그 대가로 그걸 받아 가야겠다. 지금이라도 그걸 내려놓고 얌전히 돌아간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즉석에서 명분을 만들어내는 걸 보면, 아주 머리가 안 돌아가는 녀석은 아니었지만.
그런 말 같잖은 협박이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아주 강도질의 명분도 신박하네.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보든가. 머릿수로 협박이나 하는 도둑놈 같으니.”
리우밍하오의 인내심은 거기까지였다.
“쳐라! 저 입만 살은 욕심쟁이 놈한테서 수호상을 가져오란 말이다!”
우와아아.
명령이 떨어지자 2천의 플레이어들이 배도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촤라라랑!
그에 맞서 배도현의 등 뒤에서 백여 자루의 무기가 솟구쳐 올랐다.
‘하여튼 맘에 안 든다니까.’
분명 저들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이 리우밍하오지만, 명령만 내려놓고 본인은 뒤로 쏙 물러나 버렸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부하들만 사지에 내몰고 본인은 결과물만 챙기겠다는 저 심보가 너무나 거슬렸다.
그리고 배도현은 이제 거슬리는 걸 참을 필요가 없는 강자가 되었으니.
촤라락! 서컹!
검을 뽑아 든 배도현이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눈앞에 보이는 플레이어 수십을 단번에 베어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리우밍하오를 향하자.
“커흑, 이, 이게 무슨…?”
휘리리릭.
고작 2십여 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던 리우밍하오의 몸이 덜컥 멈추더니, 자석에 끌리는 것처럼 날아와 배도현의 손아귀에 목덜미를 붙잡혀버렸다.
“기, 길마!”
“길마가 붙잡혔다! 마스터를 구해!”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놀란 초패왕 길드의 랭커들이 배도현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좀처럼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챙캉. 푸슉!
“커헉!”
“마, 말도 안 돼. 염동력으로 움직이는 무기에 어떻게 오러가?”
오히려 오러가 솟아오른 무기에 자신의 무기가 잘려 나갔으니.
피할 실력조차 부족했던 천 단위 랭커 몇몇은 오러를 확인하지도 못하고 게임 오버 당했고, 무기가 깨져버린 이들은 질린 눈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 그래 봤자 놈은 하나다! 저 많은 무기를 움직이며 오래 버틸 리가 없어! 계속 밀어붙여!”
“데스 페널티는 마스터께서 보상해 주실 거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
그래도 대형 길드의 정예들이어서였을까.
아니면 고작 게임이니 목숨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일까.
배도현의 무기 부대를 뚫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달려들고 있었다.
무심한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던 배도현이 혀를 찼다.
“어리석은 길드장 덕분에 부하들이 죽어 나가는구나. 아직도 3만 골드면 이 수호상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읍, 읍!”
몸을 파르르 떨며 어떻게든 배도현의 염동력을 풀어내려던 리우밍하오가 움직임을 멈췄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대였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러자 배도현이 그의 목을 억죄던 힘을 살짝 풀어주었다.
“푸하. 도대체 이유가 뭐냐? 서쪽 금역으론 부족했나? 정말 너희 퍼플 길드가 다 해 먹어야 속이 시원하겠냔 말이다!”
마치 자기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마냥 떠들어대는 게 우스웠다.
“글쎄. 말해줘야 할 이유도 의리도 없지만, 굳이 말해주자면. 너무 한심해서랄까? 신경을 안 쓰려고 했는데, 초입조차 뚫지 못하고 미적미적 땅따먹기나 하고 있는 게 너무 안쓰러워서 말이지.”
“크윽. 결국 네놈이 다 해 먹겠단 뜻 아니냐? 이 이기적인 새끼야! 지금은 잘 나갈지 모르지만, 조만간 네놈의 그 알량한 길드는 설 자리도 없을 거다!”
리우밍하오가 악담을 퍼부었지만, 딱히 와닿지 않았다.
누가 누굴 보고 이기적이라고 얘기한단 말인가?
“이기적이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네 걱정이나 하는 게 우선 아닐까?”
“흥! 어차피 게임, 목숨 따윈 아깝지 않다! 죽이려면 죽여라!”
“아, 그래?”
꽈드득.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