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74
제274화
-[속보] 금역 2차 결계 내부에서 ‘이종족’ 출몰.
-원소 정글 개척 선봉대 전멸. 범인은 ‘엘프’?
-북쪽 금역, 얼음 산맥 개척대 대규모 골렘 무리와 조우하여 패퇴. “골렘 안에 누가 탑승해 있는 것 같았다.” 개척대 증언 속출.
-악마의 해역에 울려 퍼진 매혹적인 노랫소리? 환혹 마법에 빠진 개척대원들 바다로 뛰어들어 익사한 것으로.
-몬스터 숲에는 도대체 누가? 퍼플 협회, 개척 방어선 통제. 결계를 넘어선 플레이어들은 “몬스터 숫자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증언. 제2차 웨이브의 전조인가?
새로운 시나리오가 시작되고 보름.
순조로울 것 같았던 신개척지에 대한 탐사는 벽에 가로막혔다.
시나리오에서 암시했듯, 과거 개척지의 주인이었던 이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한 이는 전무했다.
얼핏 뭔가를 봤다는 진술은 많았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거나 실물을 목격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커뮤니티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드디어! 판타지의 주인공이 등장한 것이다! 동쪽 엘프, 북쪽 드워프, 남쪽 세이렌, 서쪽은 나도 몰라. 어쨌든 판타지인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이상하다 생각했어. 커넥트는 분명 정통 판타지 세계관을 빌려오고 있었는데, 유사 인종은 전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온통 인간들뿐이었잖아? 이제 슬슬 제자리를 찾아가는 건가 보지 뭐.
└추측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환영. 좀 더 다양한 모험 거리가 생긴 것 같아서 맘에 든다.
-개발자들 보고 있나? 신종족 공개되었으면, 다음 순서가 있잖아. 나는 엘프로 플레이하고 싶다고!
└그건 좀 어려울 듯. 싱크로는 어쩔. 그냥 오크로 해달라고 해.
└현실 도피 ㄴㄴ. 나도 실은 오크 싱크로율이 가장 높을 거라고 생각함.
└제, 제길. 드워프는 싫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레발 쩌네. 당장 본캐 아바타 외형 변경도 안 되는데 다른 종족 되겠냐?
└개발자야 일해라ㅜㅜ 게임 속에서는 스트레스 덜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근데 느낌이 쎄하지 않냐? 개척대 거의 다 전멸한 것 같은데. 이거 종족 간 전쟁각 ㅇㅈ?
└쌉인정. 딱 봐도 한판 붙을 각이고만.
└일단 X같은 대형 길드 놈들 한 대 처맞은 건 너무 통쾌하다. 요새 국영 길드 어쩌고 설치고 다니는데 좀 짱남.
└ㅇㄱㄹㅇ. 도대체 왜 게임 속에 국가가 설치고 다님? 내가 현질하는 거 하나도 보태주지도 않았으면서, 뭐만 하면 수수료 어쩌고 거둬감.
└내비두셈. 어차피 그래 봤자 2류 길드들. 퍼스트 길드가 양보해준 찌끄레기나 주워 먹는 놈들 아님?
└인종 차별 신고 들어간다. 우리 예쁜 엘프, 세이렌 누님들이 성격이 나쁠 리가 없잖아? 분명 개척대가 뭔가 잘못한 것임. 암. 그럼 그럼.
└뭐냐, 이 ㅂㅅ은?
커뮤니티 의견과는 별개로 금역을 개척하던 각 대형 길드는 반색했다.
“엘프라고? 정말 엘프가 확실한가?”
“정황상 거의 확실한 듯합니다. 전멸당한 정찰대 일부 인원들이 분명 뾰족한 귀를 확인했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이 근방의 던전 가디언이 ‘다크 엘프’ 아닙니까? 개연성은 충분하지요.”
참모진의 조언을 들은 [대한민국] 길드의 길드장 안범모는 생각에 잠겼다.
‘이건… 기회다.’
몬스터를 백날 사냥해봤자, 전리품은 그저 부산물과 재료템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엘프라면?
판타지에서 어찌 보면 가장 값진 마법 물품과 비싼 재료를 소유한 종족이 바로 엘프였다.
저들이 착용한 것들.
저들이 만든 것.
저들이 가진 기술.
그리고 엘프 그 자체.
그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지금의 구도를 바꿀 수 있다!’
퍼스트 길드와 퍼플 길드에 뒤쳐져 있는 현 상황을 엎어버릴 찬스가 생겨난 것이다.
그뿐만 아니었다.
소문이 돈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방에서 서신이 날아들고 있었다.
-엘프를 생포해오면 비싼 값에 사겠다.
-엘프의 장신구를 넘겨주면 그에 걸맞은 아티팩트로 바꿔주겠다.
-어린 엘프를….
-제대로 된 세계수의 가지를….
귀족, 마탑, 노예상, 심지어 후원자 플레이어들까지.
엘프라는 새로운 상품에 대한 관심이 넘쳐나고 있었다.
마음을 굳힌 안범모 길드장이 외쳤다.
“당장 협력 길드들을 소집해. 대성, 크라운, 뉴스타 길드도 모두 연락을 넣어라. 안건은 ‘엘프 토벌대’ 구성.”
“알겠습니다, 마스터!”
안범모의 눈이 탐욕에 번들거렸다.
그리고 그건 한국 길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다이닛폰, 중화, S-US, 슬라바 러시아 가릴 것 없이 모든 국영 길드들이 움직였다.
탐욕에 눈이 먼 대형 길드 연합은 새로운 사냥감을 사냥하기 위한 토벌대 구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과연 누가 누구의 사냥감일 것인가.
새로운 전쟁의 불씨가 거칠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구오오오!”
우지끈! 콰과광!
5m가 넘는 트윈헤드 오우거가 아름드리나무 두 개를 뿌리째 뽑아 들고 사방으로 휘둘렀다.
나무가 휘둘러질 때마다 나무로 만들어진 오두막과 담벼락 따위가 박살 나 사방으로 비산했다.
“마, 막아라, 취익! 중심까지 들여보내면 안 돼, 취익!”
“애들과 노인이 피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취익!”
트윈헤드 오우거의 진로를 막아서는 녹색의 인형들.
오크들이 조잡한 철제 무기를 들고 놈에게 달려들었지만….
꽈지직. 퍽!
나무줄기에 녹색의 핏물이 엉겨 붙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크들은 용맹했다.
동료들의 머리가 터져나가든, 몸이 뭉개지든 상관 않고 계속 놈에게 달려들었으니.
뻐걱.
결국 나무가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 나갔다.
“쿠와아악!”
하지만 트윈헤드 오우거의 흉성은 사그라들기는커녕 더 폭발했다.
부러진 나무를 집어던진 놈은 맨 주먹으로 오크들을 짜부수고, 양손으로 잡고 찢어버렸다.
그 와중에 오크를 입에 집어넣고 씹는 모습까지.
오크들이 빈틈을 노려 찌른 무기 날은 놈의 질긴 가죽을 뚫을 수조차 없었으니,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하필이면 전사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노릴 줄이야….’
오크 마을의 장로가 늙은 몸을 애써 추스르며 손도끼를 움켜쥐었다.
북쪽 숲의 경계에 출몰하는 인간들이 문제였다.
가끔 나타나서 사냥하는 전사들을 공격하는 하이에나 같은 무리들.
덕분에 몇몇 마을의 전사들이 뭉쳐 북쪽 숲을 정찰하러 나간 사이, 재앙 덩어리가 들이닥친 것이다.
‘적어도 사냥 나간 전사들이 돌아올 때까지는 시간을 벌어야 해.’
운이 나빠도 너무 나빴다.
그나마 마을을 지키던 전사들 일부마저 사냥을 나갔으니.
남아 있던 몇몇 전사들은 저 괴물의 나무질 몇 번에 부스러지고 말았다.
이제 자연의 기운을 다룰 수 있는 전사는 자신밖에 남지 않았으니.
데켄드 마을의 장로 부루바는 결연한 표정으로 오우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놈, 내가 상대해주마, 취익!”
부루바가 던진 도끼가 트윈헤드 오우거의 배꼽을 맞히고 떨어졌다.
“쿠와앙!”
놈과 눈이 마주친 부루바는 황급히 몸을 던졌다.
콰광!
놈의 주먹이 바닥을 짓뭉개 버렸고, 부루바는 마을의 반대쪽으로 달리며 다시 손도끼를 투척했다.
덕분에 화가 난 트윈헤드 오우거가 몸을 돌려 그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역시 노구의 몸은 그의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불과 스무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오우거가 그를 따라잡았으니.
‘아아, 조상신이시여! 부디 우리 부족을 굽어 살피소서.’
바윗덩어리 같은 오우거의 주먹에 낡은 도끼날을 마주 휘두르며 부루바가 기원했다.
퍼버벅!
“구오오오!”
오우거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으응? 무슨 일이…?’
죽음을 각오했던 부루바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오우거를 올려다봤다.
“……!”트윈헤드 오우거의 한쪽 머리통에 커다란 배틀 액스 하나가 박혀 있었다.
놈은 고통스러운지 한 팔로 머리를 감싸고는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부루바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감히 우리 동족을 해치다니, 취익! 네 목으로 죗값을 치러라, 취익!”
타다닷, 휘릭!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부루바 장로의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콰광!
“구오오!”
트윈헤드 오우거가 핏물이 흐르는 주먹을 뒤로 빼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런 오우거를 덮쳐가는 1인 1수의 모습.
‘울프 라이더! 어디서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쥔 부르바 장로의 전신에 전율이 흘렀다.
오크 종족 가운데도 특출 난 강자들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성인이 된 일반 오크.
그들이 사냥과 전투로 실력이 늘어 자연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오크 전사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오크 전사들 가운데 실력이 뛰어난 이가 오크 전사장.
오크 전사장 가운데서도 조상신의 선택을 받은 일부만이 대전사의 칭호를 받게 된다.
그런 계급 체계 속에서도 특별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울프 라이더였다.
최소 상급 전사 이상이면서, 흉폭한 자이언트 울프의 인정을 받은 이들.
소규모 부족에선 단 하나도 탄생하지 못하는 정예 중에서도 최정예 전사.
그것이 바로 울프 라이더였다.
부르바 장로가 속한 데켄드 마을에도 울프 라이더는 전사장 한 명밖에 없었으니.
후웅! 파지직!
어디선가 나타난 울프 라이더는 그 명성에 걸맞게 엄청난 위용을 과시했다.
적수가 없을 것 같았던 포식자 트윈헤드 오우거가 전신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성을 내뱉고 있었다.
울프 라이더의 배틀 액스가 휘둘러질 때마다 오우거의 가죽이 갈라지고, 뼈가 부러졌으며, 피가 대지를 적셨다.
“끝이다, 취익!”
그리고 마침내 무릎 꿇은 트윈헤드 오우거의 두 머리통이 배틀 액스에 잘려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와아아아!”
어마어마한 함성이 마을을 뒤덮었다.
감히 울프 라이더의 전투에 끼어들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족원들이 사방에서 뛰쳐나오며 승리의 함성을 외쳤고.
온몸에 오우거의 검붉은 피를 뒤집어쓴 울프 라이더는 별 감흥 없는 표정으로 놈의 대가리에 박힌 자신의 도끼를 뽑아냈다.
‘생각보다 젊구나. 그리고 엄청나게 단련된 몸이야.’
울프 라이더의 체구는 2m 40cm는 넘는 듯했다.
거의 대족장에 버금가는 피지컬.
그리고 그가 타고 있는 검은 늑대는 뭔가 특별해 보였다.
‘어디서 길들인 거지?’
마을 전사장의 늑대보다 체구는 1.5배 정도는 커 보였고, 눈동자에는 흉포함보다 정순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마을 대표가 누군가, 취익.”
정신없이 그를 훔쳐보던 부루바 장로가 황급히 나섰다.
“족장은 외출 중이다. 취익. 지금은 내가 마을을 대표하고 있다, 취익. 장로 부루바라고 한다, 젊고 강인한 전사여, 취익.”
“아아, 역시 그랬나, 취익. 전사로서 그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부루바 장로여, 취익. 나는 바람을 따르는 전사 나카두라 한다, 취익.”
“아아, 바람을 따르는 전사였던가, 취익. 데켄드 마을을 구해줘서 고맙다, 취익.”
부루바 장로는 나카두의 말에 반색하며 말했다.
바람을 따르는 전사.
그건 바로 소속된 곳이 없이 방랑하는 전사를 말하는 것이었으니.
만약 그를 마을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면, 위험한 시기에 부족의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
“전사 나카두여, 취익. 머물 곳이 필요하지 않은가, 취익”
전사 나카두는 부족원들의 환대 속에 당분간 데켄드 마을에 머무르게 되었다.
* * *
「이제 연기도 곧잘 하는데, 라울?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거 같네, 훗.」
라벨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녹색 피부 아래 근육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에휴, 놀리는 거면 그만둬. 말할 때마다 숨이 새 나가서 취익취익 하는 것도 피곤하단 말이야.」
오크 나카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라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몬스터 평원에 진입한 라울은 그가 가진 [그레이의 폴리모프 반지+5]를 이용해 오크 전사 나카두로 모습을 바꿨다.
오크들의 말투, 습관, 관습 등은 그의 카페 [연결고리]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기에, 흉내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색했던 부분은 10일간 몬스터 평원을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며 쌓은 경험으로 보충했으니.
이제는 연륜이 쌓인 오크 장로들마저 깜빡 속을 정도로 완벽히 융화된 상태였다.
크르르릉.
그리고 그와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검은 늑대의 이름은 ‘질풍’.
바로 한서현의 소환수였다.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빌려온 것이었다.
원래 소환수는 주인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질 수 없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라벨과 나키아라는 이쪽 방면의 치트키가 그런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어쨌든 오크 사회에 녹아드는 것은 어렵지 않게 성사되었다.
부족 단위 생활과 유랑에 익숙해진 오크족들 사이에서 ‘바람을 따르는 전사’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게 울프 라이더라면 시선이 쏠리긴 하겠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오크들은 인간들처럼 소문이나 소식 전달이 빠른 게 아니니까.’
만약 의심을 산다 해도 이미 그의 목적을 달성하고 사라진 후일 것이다.
‘그러면 슬슬 시작해볼까?’
라울의 날카로운 눈빛이 북쪽, 제국의 개척지로 향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