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9
제29화
“분명 장부에는 200명의 수련생을 받아 무료 교습을 실시하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금 그 수련생들은 다 어디 있습니까?”
“그놈들은 수련을 받다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낙향했다. 장비까지 들고 달아났지.”
“200명이 전부 다 말입니까? 그리고 200명의 수련생이 모두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이란 말입니까? 이상하네요. 분명 수도에서 지명도를 높이려고 무료 교습을 실시한다고 되어 있는데, 수강생은 지방에서 뽑았다는 게.”
“도망갔다니까! 그리고 어디서 뽑든 내 맘이지, 무슨 상관이야!”
“뭐, 명부랑 주소가 적혀 있으니 조사해보면 알겠죠.”
라울은 의심가는 내용을 하나씩 따져나갔고, 총관인 젠더 남작은 발악하듯 변명을 늘어놓았다.
“남작가 가주들의 생일 선물로 100골드짜리 검을 선물했다고 적혀 있는데, 조사해보니 10골드짜리 양산품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된 겁니까?”
“저택 경비병으로 C등급 용병 100명을 장기고용했다고 적혀 있는데 그들은 지금 어딨습니까? 설마 지금 저택 경비병이라고 창만 들고 있는 F급 용병 20명이 전부는 아니겠죠?”
“저택 본관에서 파티가 수시로 열렸더군요. 그런데 남작의 결혼 기념 파티, 남작 아들의 아카데미 입학 축하 파티, 남작 처제의 생일파티, 남작의 멧돼지 사냥 기념 축하 파티. 이딴 게 우리 백작가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저택 운용비에서 자금을 집행한 겁니까?”
젠더 남작은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아마 그는 라울이 어떻게 이것들을 다 파악했는지 기가 막힐지도 몰랐다.
지난밤, 라울은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다.
백작의 집무실에 남아 있는 서류의 일부가 가짜라는 걸 파악한 라울은 피어스를 대동하고 남작의 진짜 저택에 잠입했다.
남작은 꽁꽁 숨겨놨다고 생각했겠지만, 어지간한 수준이 아니고선 라울의 분석안과 피어스의 관찰 스킬을 벗어나긴 힘들었다.
라울은 조용히 남작의 집무실에 숨겨져 있던 비밀 금고에서 장부를 빼왔고, 버나드가 장부와 자료를 분석해 작은 책자 분량으로 정리했다.
소책자를 짧은 시간에 수십 부나 만들어낸 건, 스킬 도감에 잠들어 있던 ‘문서카피’ 스킬을 활용한 라울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무 생각 없이 젠더 남작의 부추김에 선동되어 참석한 혈족들은 자료를 살펴보며 할 말을 잃었다.
얼핏 봐도 젠더 남작이 빼돌린 돈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으니.
젠더 남작과 함께 다른 줄을 잡은 이들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에 눈알을 돌리기 바빴고, 다른 세력에서 나온 이들은 그저 흥미롭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올해 지급된 저택 운용비 10만 골드 중 5만 골드 이상을 횡령한 것이라 추정됩니다. 이에 젠더 남작을 총관직에서 해임하고자 하는데, 이견이 있는 분 있습니까?”
장내가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때였다.
짝짝짝!!
“대단하군, 대단해!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야!”
한동안 말이 없었던 젠더 남작이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들고는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거지? 1년? 2년? 형님도 정말 사람이 못됐군.”
라울은 이자가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궁금해져서 빤히 그를 쳐다봤다.
젠더 남작은 바닥에 집어 던졌던 책자를 집어 들며 물었다.
“여러분들. 이걸 보면서 이상하단 생각 들지 않았소?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 철저하게 정리된 ‘임시’ 감사 보고서를 본 적이 없소! 정식으로 조사한다고 해도 끽해야 두세 장 짜리 보고서가 나오는 게 태반인데, 무려 30페이지짜리 책자로 된 보고서라니!”
그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실제로 여기 있는 이들은 열 페이지가 넘어가는 보고서를 접한 일이 거의 없었다.
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일 잘하는 부하를 둔 이들도 없었으니까.
“저기 서 있는 내 조카는 어제 도착해서 하루 만에 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했소. 하지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이건 분명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미리 만들어 놓은 가짜 보고서요! 나를 총관직에서 해임시키고, 수도에 있는 우리들을 견제하려고 본가에서 부린 수작질이란 말이오!!”
젠더 남작의 말에 눈알을 굴리고 있던 동조 세력들이 들불같이 일어나 외쳤다.
“맞소! 정말 말이 안 되지. 이건 정치적인 모략이 틀림없소!!”
“본가에서 예산을 줄이려고 수를 쓰는 게 분명해!!”
“젠더 남작이 해임되고 나면 이런저런 핑계로 혈족들에 대한 지원금도 줄일지도 모릅니다!”
갖가지 소리가 튀어나오며 장내가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젠더 남작이 손을 들어 올리며 좌중을 진정시켰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손 놓고 당할 생각은 없다. 잭슨!”
그의 부름에 뒤에 서 있던 기사 하나가 달려와 어떤 서류를 넘겨주었다.
“이건 우리의 요구사항을 적어 놓은 서류다. 순순히 직인을 찍고 물러난다면, 오늘의 무례는 용서해 주마.”
젠더 남작이 오만한 말투로 라울에게 말하며 서류를 흔들었다.
“제이크 경, 확인해 보도록.”
라울의 지시에 제이크가 성큼성큼 걸어나가 서류를 휙 낚아채곤 읽었다.
“어디 보자. 우리의 요구사항. 하나, 수도 저택의 소유권을 젠더 남작을 비롯한 혈족들의 공동명의로 이전한다. 하나, 앞으로 수도 저택의 총관을 비롯한 관리자는 수도에 거주하는 혈족들이 결정한다. 하나, 본가에만 전수되는 검술을 분가의 혈족들에게도 무제한 공유하고…. 이게 무슨 개소리야!?”
서류를 읽어내려가던 제이크가 인상을 팍 구기며 욕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놈들이 정신이 나갔구나!! 우리가 목숨 걸고 몬스터랑 나뒹굴며 번 돈으로 수도에서 흥청망청 파티나 즐기던 놈들이 뭐라고? 소유궈~언!? 검수울!? 똥이나 쳐먹어라!!”
“이런 무례한 놈을 봤나!! 작위도 없는 일개 기사가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가! 이게 정녕 본가의 뜻이란 말인가!!”
젠더 남작이 삿대질하며 고함치자 제이크가 배를 내밀며 마주 고함쳤다.
“작위는 개뿔이! 배째!! 집 지키는 개가 주인 대신 집을 오래 지켰다고, 그게 자기 집이니 내놓으라고? 내가 평생 들어본 개소리 중에 가장 참신한 개소리다, 이 개만도 못한 개새끼들아!”
챠라랑!
챙!
얼굴이 새빨개진 젠더 남작이 검을 꺼내 제이크를 겨눴고, 동시에 여기저기서 무기를 꺼내 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경. 그만 들어오도록.”
“네, 공자님!”
제이크가 들고 있던 서류를 구겨 바닥에 던지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젠더 남작의 검이 눈앞에 있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실제로 젠더 남작은 감히 검을 휘두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라울의 옆에 서 있는 세 명의 기사는 바로 골든 베어 기사단원.
백작령 내의 날고 긴다는 기사 중에서도 단 100명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바로 골든베어 기사단이었다.
그런 이들이 검은색 기사단 정복을 갖춰 입고 있었고, 붉은 망토에 새겨진 황금 곰이 포효하는 문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검은 뽑아 들었지만 차마 휘두르지 못한 젠더 남작이 입을 파르르르 떨며 말했다.
“라울! 그놈은 우리를 모욕했다. 놈의 목을 베어 사죄하지 않는다면, 너와 백작 또한 그놈과 같은 생각이라고 간주하겠다. 진짜 피를 볼 생각이 아니라면 당장 사과해라!”
라울이 물끄러미 그런 젠더 남작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딱히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 이봐, 남작. 이제 시답잖은 연기는 집어치우지.”
라울은 들고 있던 소책자를 미련없이 바닥에 툭 내려놓고는 검집을 쓰다듬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저런 종이 쪼가리로 일이 해결될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지. 그래도 조금은 부끄러워할 줄 알았건만, 남작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었나 봐.”
스르릉. 탕!
라울이 천천히 검을 검집에서 뽑아내 검날을 바닥으로 향하게 내려찍었다.
“그래서 진짜 원하는 게 뭐지? 설마 내가 순순히 저런 멍멍이 소리에 직인을 찍어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을 테고 말이지.”
젠더 남작은 순간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그가 예상했던 반응이 절대 아니었다.
‘아니, 셋째는 성격이 심약하고 우유부단하다며? 검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병신이라더니 저게 어딜 봐서!’
그의 경험상 저건 포식자의 기세였다. 그것도 야생에서나 볼 수 있는 진짜 포식자!
수도 내에서 저런 기세를 풍기는 이들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뒤에 서 있는 얼간이들은 이미 기세에 눌려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호부 밑에 견자 없다는 말이 진짜일 줄이야! 첫째, 둘째도 괴물인데 심지어 막내까지….’
하지만 이제와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래 봤자 15살 애송이고, 기세야 꺾어버리면 그만이었다.
“흐, 흥! 허세 부려봤자 소용없다. 오늘 그 용지에 직인을 찍지 않는다면 너는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젠더 남작이 악을 쓰듯 말을 마치고 손으로 신호를 보내자 장내의 기운이 일변했다.
타타타닥.
스르릉!
젠더 남작과 함께하기로 했던 귀족들의 호위와 사병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 들었고 밖에 있던 병사들이 출입구를 봉쇄해 버렸다.
“호오, 정말 해보자는 얘긴가? 남작. 지금 자신이 백작가에 전쟁을 걸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하는 행동이야?”
라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오히려 깜짝 놀라 난리가 난건 혈족들 쪽이었다.
“젠더 남작! 나는 이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소! 그냥 항의만 한다고 하지 않았소?”
“보, 본가와 정말 칼부림이라도 할 작정이요? 이건 정말 미친 짓이야!”
“나는 빠지겠소! 나가게 해주시오!!”
하지만 길을 막아선 병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곳에 온 귀족들은 호위도 몇 명 대동하지 않았기에,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보였다.
“끝까지 어리석군. 여러분은 이미 한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요. 모두 이 서류에 서명하지 않았소? 설마 이 자리를 빠져나간다 한들 백작이 용서해줄 거라 생각하시오?”
남작의 말에 그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채로 연회장 한구석에서 뭉쳐 멍하니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정리가 끝난 건가? 그래서 남작.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는 직인을 찍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고.”
라울이 여전히 긴장한 기색 하나도 없이 묻자 열불이 난 젠더 남작이 소리쳤다.
“라울! 네가 상황 파악이 안 되는가 본데, 내 명령 하나면 이곳에 있는 기사 30명과 병사 수백 명이 너를 향해 달려들 거다! 아무리 골든 베어 기사단이라 한들 그들 전부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리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비밀병기도 준비해 두었다.
그들이 나선다면 골든 베어 기사단원도 별다른 수가 없을 게 뻔했다.
하지만 남작은 라울이 이미 그 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역시나 다른 세력 놈들은 잠자코 구경만 하는 중이군. 그렇다면 딱히 꿀릴 것도 없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한 라울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어쩌라고?”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