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55
제55화
경비소대장 빌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아센의 말은 들어오자마자 지랄 발광을 하며 날뛰는 바람에 병사 여럿이 다쳤다.
기사들이 타고 있던 놈들까지 네 마리의 말이 진영을 한바탕 휘젓고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순간 고생길이 열리고 말았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잘 하지도 않는 아센은 기사 하나에 짐짝처럼 업힌 상태로 게이트를 돌아다녀야 했다.
더 큰 문제는 공략에서 엄청난 사상자가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기사들은 말도 없고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는 아센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전투는 전적으로 하급용병들과 병사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얼마나 훈련이 부족했는지 몬스터와 만날 때마다 한두 명은 죽거나 크게 다쳤다.
등장하는 몬스터는 기껏해야 코볼트나 고블린, 혹은 변종 야생동물 종류였다.
그 수도 한 무리가 열을 넘지 못했으니 백 명의 병력이면 피해 없이 잡아내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결국, 첫날 겨우겨우 게이트를 공략하는데 무려 스물이나 되는 용병과 병사가 사망했고, 절반 가까이가 다쳤다.
이 같은 결과는 비단 이곳 게이트만의 일이 아니었다.
총 35곳의 F등급 게이트에서 그날 하루에만 천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히 공략 자체를 실패한 곳은 없었지만 결코 납득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겨우 F등급 게이트를 처리하는 데 이런 피해가 발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일단 동원한 병력의 질.
자기 영지의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수도에 정예병을 투입할 귀족은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 급히 동원한 징집병과 하급 용병들로 머릿수만 채워 보낸 것이다.
두 번째로 지휘관의 역량.
각 가문들은 이번 일의 책임자로 대부분 어린 자식들을 보냈다.
활약 중인 라울과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것도 있었고, 솔직히 영지의 주력을 보내기엔 리스크가 있었다.
덕분에 기사들은 자신의 어린 상관을 보호하기 위해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이는 직접적인 손해로 이어졌다.
그 외에도 정보 수집 등 준비가 부족했다거나 방심, 실전경험의 부재 등등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어쨌든 결론은 첫 날 공략은 큰 피해를 입으며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가문들이 이것을 큰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다음날 그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머릿수를 채운 병력구성으로 다시 게이트에 진입했다.
어차피 병력이나 용병은 소모품에 불과하니 그저 게이트를 처리했다는 결과만 나오면 그만이란 생각이었던 것이다.
“제길,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벌써 네 번째 게이트의 공략이었다.
아센은 익숙하지 않은 갑옷의 무게에 불평을 터뜨리며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이런 알지도 못하는 장소에서 땀을 흘려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도대체 이깟 게이트가 뭐라고?’
처음에 나타났을 때야 사람들이 빨려 들어갔으니 그렇다 쳐도 이제는 다들 알아서 몸을 사리는 바람에 게이트 피해자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온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내버려 둬도 딱히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이는데 뭐 때문에 이 난리란 말인가??
실제로 본가에서도 아직 게이트에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그저 포위만 해둔 채로 눈치만 보고 있는 중.
어떻게 보면 그가 선발대로 게이트 공략에 나선 거나 다름없었다.
물론 각 언론사와 신전, 마탑에선 연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게이트를 방치하면 훗날 큰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게이트를 공략하지 않으면 그 주변에 최대 3배까지 게이트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방치된 게이트의 마력 측정 수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반면 고등급 게이트라도 공략을 마치면 마력 수치가 초기화된다.’
이런 각종 소식들이 퍼지고 있었지만, 솔직히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어차피 지금도 영지 곳곳에는 몬스터들이 숨어 살고 있지만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옆 영지의 귀족들이 더 위협이 되는 게 현실 아니겠는가.
물론 방치한 게이트를 둘러싼 아지랑이가 점점 짙어지고 불길한 느낌을 준다고 하지만 그거야 겉모습일 뿐이고.
“제길! 용돈이라도 좀 챙기나 했는데….”
자신 말고도 오겠다던 형과 동생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우겨서 자신이 나섰는데 지금 와선 너무 후회되었다.
공략하는 도중에 종종 돈이 될 만한 전리품이 나타나긴 했다.
밖의 몬스터와 달리 게이트 내부의 몬스터 중 일부는 머리에 마나석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변형된 몬스터의 사체는 마법사들에게 팔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값어치가 있었다.
그가 이곳에 배정받았을 때만 해도 여기저기서 청탁을 받지 않았던가.
하지만 모든 것이 헛것이 되었다. 이곳에서 얻은 물건은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가 없었다.
게이트가 사라지는 순간 챙겨두었던 물건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래서야 정말 게이트를 공략해야 할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사실이 본가에 전달된 후 더 이상 병력충원이 없을 예정이니 병력을 보전하며 게이트를 공략하란 지시가 내려왔다.
‘조만간 게이트에서 손을 뗄 예정이라고 했던가?’
이런 멍청한 짓을 더 하지 않아도 된다니 다행이긴 한데 그때까지 버티려면 자신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들이 전투에 앞장서야 하니 자신도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한단 얘기였다.
‘생각해보면 이게 다 그놈 때문이잖아.’
라울 드 애쉬튼.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나타나서 한순간에 수도 투리엄의 스타가 되어버린 애송이.
‘그놈만 쓸데없이 날뛰지 않았어도….’
사실 처음에는 굉장히 부럽기도 하고 욕심도 났다.
상식적으로 바보가 아닌 이상 손해까지 봐가면서 저렇게 게이트에 집착할 리가 없다고 다들 생각했다.
분명 뭔가 얻는 게 있으니 비싼 고급용병을 천명이나 고용해서 게이트를 노리는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돈이 주체할 수 없이 많아서 돈지랄을 하는 것이라거나.
“사기꾼 새끼.”
어느 쪽이든 덕분에 자신만 고생하고 있었다.
실제 전투에 참가하는 건 아니었지만, 하루에 세 시간 이상 걷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마르코 경, 아직 멀었는가?”
“그게 조금 이상합니다. 지나치게 몬스터의 수가 적은 것 같습니다. 평소의 1/5도 안 되어 보이는군요. 지금쯤이면 거의 다 잡았어야 하는데….”
“뭐가 문젠가? 몬스터 수가 적으면 좋은 거지.”
“…저도 기우였으면 합니다만.”
마르코는 왠지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센 일행이 숲을 가로질러 고블린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장소에 도착했다.
“텅 비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가 오는 걸 알고 도망이라도 친 건가?”
기사들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순 없었다.
“뭐야 그럼? 끝난 거야 아니야?”
아센이 묻자 마르코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게이트 공략을 마치려면 몬스터를 모두 죽여야 합니다. 당연히 아직 끝이 아니지요.”
“그럼 뭐해? 얼른 찾아서 죽여!”
오랜 시간 걸어서 짜증이 난 아센이 고함을 쳤다.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대답한 마르코가 기사들에게 걸어갔다.
이런 숲속을 제대로 된 정찰병도 없이 헤매고 다닐 수는 없으니 대책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때.
물컹한 무언가를 밟은 듯해 발을 들고 확인한 마르코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뭐지?”
약간 누르스름하고 미끌미끌한 반고체의 물질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 곳곳에 이런 것들이 퍼져 있었다.
‘몬스터 점액? 아니 그렇다기보다 이건… 설마 기름인가!?’
화들짝 놀란 그가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려던 순간.
휘리리릭!!
마을 바깥쪽 숲에서 불화살이 날아와 떨어져 내렸다.
“모두 피해! 함정이다!”
뒤늦게 마르코가 외쳤지만, 이미 병력들은 마을 공터에 짐을 푼 상태였다.
“으악!”
“불이다!”
“살려줘~!”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실제로 한순간에 마을 전체가 불타오르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한 반고체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불은 매캐한 연기를 내뿜으며 사람들을 혼란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공자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쿨럭, 마, 마르코! 이, 이게 어떻게 된…?”
연기를 들이켜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는 아센의 팔을 움켜쥐고 마을 바깥으로 달려나가는 마르코의 옆에 동료 기사들이 따라 붙었다.
확실히 기사들의 움직임은 민첩했고 일부 눈치 빠른 용병들만이 정신을 차리고 탈출에 합류했다.
하지만 마을 정문을 앞에 두고 그들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르르릉.”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마을을 포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기세가 여태까지 F등급 게이트에서 만났던 몬스터와는 급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괴물들은 바로 제국의 생체병기인 ‘마병’이었으니까.
‘오늘은 길보다 흉이 많겠구나’
마르코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외쳤다.
“쳐라!”
저들이 어떻게 알고 함정을 파놓은 것인지,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일단 살고 봐야 했다.
마르코의 검에서 하늘색의 검기가 불타올랐다.
* * *
똑똑.
“마스터. 수도경비대장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
라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벌컥 열리며 다급한 기색의 경비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울 공자님, 큰일이 났습니다!”
“예?”
솔직히 언젠가 경비대장이 찾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시기가 너무 빨랐다.
‘적어도 서임식은 끝나고 올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이지?’
아무리 게이트가 빈깡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더라도 가문의 체면이 있었다.
귀족들이 1주일도 채우지 않고 게이트에서 물러날 리가 없었다.
“그, 토벌대가 실종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설마 F등급 게이트에 들어간 그 토벌대를 말하는 겁니까?”
라울이 살짝 어이없단 표정으로 되묻자 경비대장이 자신도 황망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정말로 그 토벌대들이 실종되었습니다.”
“잠깐, 토벌대‘들’이라니요? 하나가 아니란 말입니까?”
“네. 엊그제부터 이틀간 총 열 곳의 토벌대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없어졌습니다!”
라울이 잠시 이마를 짚고는 생각에 잠겼다.
‘하나가 아니란 말은 게이트 변형은 아니란 뜻인데… 아니 애초에 기사가 셋이면 E등급 게이트도 공략이 가능할 터. 뭔가 있다!’
가끔 게이트 중 등급이 변하는 놈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한 단계 상위로 변하는 정도. 이번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고 봐야 했다.
“혹시 그간 토벌대 말고 게이트에 출입한 이들은 없었습니까? 특히 실종된 이들이 있는 게이트 말입니다.”
“안 그래도 조사해 봤는데 병사들의 말로는 아무도 출입한 이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게이트를 완전히 공략하기 전에는 아무도 나올 수 없잖습니까? 혹시 누가 들어갔다 한들 우리 병사들의 눈을 피해 빠져나올 리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벌써 그것들이 등장했을 리가…?
그 순간 무언가가 라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놈들이 움직인 건가?’
상체를 슬쩍 앞으로 기울인 라울이 한결 날카로워진 눈초리로 물었다.
“실종이 발생한 게이트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구조대는 당연히 파견되었겠지요? 현장에서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지금 게이트는 어떤 상황이죠?”
“네? 예??”
당황해하는 경비대장을 앞에 두고 라울이 다그쳤다.
“한시가 급합니다. 알고 계신 것들, 단 하나도 빼먹지 말고 지금 당장 알려주십시오!”
“아, 예. 안 그래도 알려드리려 했습니다.”
기세에 밀린 경비대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사건의 정보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는 라울의 눈이 살짝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