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73
제73화
서임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서임을 받아야 할 기사가 60명이나 되었기 때문에, 형식적인 몇몇 절차가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가장 어렸지만, 신분이 가장 높았던 라울이 대표로 기사 서약을 읊고는 무릎을 꿇었다.
이후 6왕자 제라드가 왕의 검을 가지고 라울을 비롯한 기사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나갔고, 기사 협회장이 공식 기사임을 증명하는 작은 휘장을 달아 주었다.
마지막으로 왕이 하사한 검을 모든 기사들이 뽑아 드는 것으로 서임식은 마무리되었다.
웅성웅성.
공식 행사가 끝나고 콜로세움 내부에서 연회가 진행되었다.
당연히 주인공은 오늘 서임을 받은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라울과 퍼스트 기사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좀 쉬어도 될 것을….”
서임식이 마무리되자 어느덧 해가 질 무렵이었다.
라울과 기사들은 오늘 정리하지 못한 게이트를 토벌하기 위해 연회를 건너뛴 것이다.
어차피 모두 소속이 정해진 기사였기에 귀족들의 포섭 대상은 아니었지만, 연회 참가자들은 오늘의 주인공들을 만나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15세 엑스퍼트, 아니 공인 기사라니. 역대 최연소 기록을 한참이나 갱신한 것 아닙니까?”
“공식적으론 그렇겠지요. 왕국의 마스터분들은 그보다 어릴 때 엑스퍼트의 벽을 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어떤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한물간 가문이라고 생각했건만. 애쉬튼 백작가는 이제 날개를 달았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라울 공자도 그렇지만, 오늘 서임을 받은 기사들의 나이를 보십시오. 앞으로 10년 뒤엔 어떤 성취를 이루고 있을지.”
연회장은 온통 라울과 퍼스트 기사단, 그리고 애쉬튼 백작가의 이야기로 넘치고 있었다.
물론 오늘 서임된 나머지 15명의 기사들이 소외된 것은 아니었다.
중소 귀족 가문들은 당연히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었으니.
하지만 예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기사들의 태도가 영 시큰둥했다는 것이다.
“경, 축하드립니다. 부디 시간이 되신다면 저희 렌드라인가의 파티에 참석해 주십시오. 가주님께서 꼭 경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십니다.”
“그렇습니까? 파티 날짜가?”
“다음 주 화요일입니다. 머무실 곳이 필요하시다면 저희 가문의 저택에….”
“다음 주라…. 일단 알겠습니다. 시간이 되면 방문하도록 하지요.”
기사는 전해 받은 초대장을 무심하게 종자에게 넘겼다.
종자의 가방은 어느새 귀족가의 초대장으로 빵빵하게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기사의 품속에도 초대장이 하나 보관되어 있었다.
특별 대우를 받는 그 초대장의 겉면에는 새겨져 있는 문양은 바로 애쉬튼 백작가의 것이었다.
* * *
서임식이 끝나고 라울의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매일 정해진 게이트를 토벌하고,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카데미에 방문했다.
하지만 그의 위상은 예전과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 왕국 공인 최연소 소드 엑스퍼트.
– 전원이 아머 유저인 퍼스트 기사단의 주인.
– 신의 축복을 받은 신의 사자.
– 시민을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기사.
라울을 지칭하는 칭호가 너무나도 많아 정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라울뿐만 아니라 퍼스트 기사단, 임시로 그 밑에 소속된 용병들까지도 시민들의 선망 어린 시선과 존경을 받았다.
자연스레 기사들의 자부심은 높아져 갔고, 용병들은 어떻게든 퍼스트 길드에 남기 위해 의욕적으로 게이트를 토벌해 나갔다.
애쉬튼 백작가의 저택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라울과의 만남을 요청하거나 초대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실제로 라울을 만날 수 있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으니, 어느새 라울은 수도 투리엄에서 가장 만나기 힘든 인물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애쉬튼 백작가 저택 앞.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시간임에도 저택 앞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수도 경비대와 라울의 용병들까지 동원되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고, 저택 내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며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일찍부터 저택을 찾은 이유는 바로 오늘이 퍼스트 길드와 기사단의 인원을 충원하는 공개 모집일이었기 때문이다.
끼기긱.
드디어 저택의 커다란 대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병사 지원자는 후원의 제1연무장입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수련 기사들은 제2연무장입니다! 오른쪽으로….”
“기술, 행정직 지원자는 3호 별관입니다. 헤매지 말고 안내인을 따라가세요!”
“기사님들은….”
“마법사분들은….”
각각 안내 팻말과 띠를 두른 수십 명의 사용인들이 지원자들을 분류해 시험장으로 안내했다.
그럼에도 저택 밖의 줄은 줄어들 생각을 하질 않았고, 오히려 늘어만 가는 것 같아 보였다.
“휘유. 정말 많군. 정말로 오늘 중에 끝낼 수 있을까?”
“그래도 부단장님은 기사 담당 아닙니까. 저는 숨도 못 쉬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너무 많군요.”
질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제이크에게 병사 시험을 담당한 정규 기사 호머가 죽을상을 하며 말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기사들도 동의한다는 듯 다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이미 그들이 예상한 인원은 넘어섰다.
게다가 시험은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 모래까지 총 3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
오늘 해야 할 일은 저들 중 진짜 시험을 받을 만한 인원을 걸러 내는 일이었다.
“어휴, 마스터는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셔서….”
“아마 마스터도 이 광경을 보시면서 후회하고 계시지 않을까?”
그들의 시선이 본관을 향했다. 본관 3층의 테라스에는 금발을 휘날리는 라울이 팔짱을 끼고 정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자, 불만은 거기까지. 앞으로 우리 동료가 되고 부하가 될 이들을 뽑는 중요한 행사다. 다들 차질 없이 심사를 진행하도록 해. 위치로!”
“위치로!”
필립의 명령에 다들 맡은 바 구역으로 흩어졌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짜 불만을 가진 이들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는 건 그만큼 자신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었으니.
테라스에 서서 지원자들이 입장하는 것을 바라보며 라울이 입을 열었다.
“시험 진행에 차질은 없겠지?”
“네. 예상보다 인원이 많긴 하지만, 준비해둔 시험 과정이면 선별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버나드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중요한 행사인 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 두었기 때문이다.
“미리 얘기해 두었지만, 이번 모집에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충원해야 해. 일단 가능성이 있다 싶은 이들은 통과시키도록 해.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리면 되니까.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은 필립이 책임자니까 문제가 생기면 그와 논의해서 처리하도록 하고.”
“명령하신대로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런데 외람되지만 하나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버나드의 말에 라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이렇게 서두르시는 겁니까? 이미 마스터와 우리 기사단의 명성은 왕국 내에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좀 더 여유를 두고 인원을 충원하면 더 좋은 인재들을 거두실 수 있을 텐데요.”
버나드의 질문에 라울은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한동안 묵묵히 저택을 내려다보던 라울이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앞으로 5일.”
“네?”
“앞으로 5일이면 이 평화로운 시대를 종결시킬 커다란 사건이 터질 거야.”
“…….”
버나드는 잠시 라울의 말뜻을 헤아리는 듯하더니 이내 표정을 굳히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일정을 더 서둘러야겠군요. 최대한 쓸 만한 이들로 추리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나는 버나드의 얼굴에는 한 점의 의심도 서려 있지 않았다.
버나드가 떠나고 무표정하게 서 있던 라울의 두 손이 테라스 난간을 꽉 움켜쥐었다.
“앞으로 5일….”
평화롭던 한 시대가 저물고 격변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최대한 준비한다고 노력했음에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어째서일까.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하지만, 라울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는 점점 바뀌어 갈 거야. 어느 순간이 되면 내가 가진 지식이 아무 쓸모없게 되어 버리겠지. 과연 그때가 되면 나는 바른길을 찾을 수 있을까?’
이게 정말 게임이라면, 그저 준비된 엔딩을 향해 외길을 따라 열심히 달려 나가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 게임 속의 구성원이 된 상황에서 과연 플레이어들이 추구하는 엔딩이 그가 원하는 결말과 일치할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라울의 두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갔다.
* * *
이틀이 지났다.
전쟁과 같은 예심이 지나가고, 마침내 최종 심사만이 남았다.
라울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러주며 심사장으로 향했다.
지난 이틀간 다른 이들도 고생했지만, 가장 고생한 건 역시나 라울이었다.
라울은 이틀간 무려 네 개의 자유 도시를 돌아다니며 심사를 보고 왔다.
이번 인원 충원은 수도의 저택에서만 한 것이 아니라, 지부를 설치한 자유 도시에서도 실시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라울이 도착하기 전에 최종 후보들을 선별해 두었지만, 천 명이 넘는 인원을 분석안으로 살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후우. 이러다 진짜 머리가 빠개지는 거 아닐까?’
하지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명성이 커져가는 만큼 주위의 경계를 사는 건 당연한 일.
그런 와중에 새로 인원을 충원한다면 첩자를 보내지 않을 리가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아군만큼 무서운 적은 없다는 말이 있다.
라울은 적어도 길드가 자리를 잡아야 하는 이 시기에 불청객을 들여놓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물론 분석안이 만능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거름망 정도 역할은 충분히 해 줄 수 있었다.
‘오늘 살펴봐야 할 인원이….’
서류를 넘기는 라울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긴 심사가 끝나고 마침내 최종 합격자가 결정되었다.
이번 충원은 기간을 정한 용병 계약이 아니라 퍼스트 길드에 완전히 소속된 인원을 뽑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존에 고용했던 용병 천 명 중에서도 지원자를 받아 심사를 봤다.
그리고 그 결과 네 개의 자유 도시를 포함하여 총 3,500명 규모로 인원이 확충되었다.
[퍼스트 길드]등급 : 중형 6LV
명성 : 왕국 유력 길드
총원 : 정규 길드원 50/350, 비정규 길드원 3430.
구성원 : 정규 기사 70명. 수련 기사 130명. 부사관 후보 100명. 일반 병사 3,000명. 행정직 150명. 기술직(하급 마법사, 연금술사 포함) 30명.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정규 길드원은 변동이 없었다. 이는 정말 믿을 수 있고 유망한 이들을 선별해 점차 충원할 예정이었다.
1달간 고생한 용병들 중엔 조쉬같이 젊고 유망한 이들 50명 정도를 수련 기사로 채용했다.
나이가 많거나 기사에 어울리지 않는 B급 용병들은 부사관 후보로 선발했다.
기사라는 직종은 단순히 전투력만 뛰어나면 되는 게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리고 조직이 거대해진 만큼 행정 업무를 맡을 이들과 장비 관리나 보급을 맡을 기술직 대원들도 충원하게 되었다.
3,500명.
많다면 많을 수 있는 인원수였지만 라울은 여전히 아쉬웠다.
‘5,000명은 채우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실력도 안 되는 이들을 받을 순 없으니.’
라울이 원하는 건 적어도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소드 유저급 이상의 병력으로만 이루어진 길드였다.
6개월이면 소드 유저로 성장하는 플레이어들의 길드에 대항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고, 아직 심사가 모두 끝난 건 아니었다. 특별한 심사가 필요한 이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다?’
어쩐지 라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 것 같아 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