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106
106
106화 하야(2)
*****
어두운 저녁.
장재준의 차는 호텔의 주차장에 선다.
‘과연 이것이 잘하는 짓일까?’
익명으로 온 편지.
하지만 그는 단번에 그것이 어디서 온지 알았다. 한 장의 사진은 바로 예전에 마왕 컴퍼니에서 거들먹 거리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젠장. 그 일 때문에, 엄청 깨졌지.’
다만 그 의도가 자신을 놀리려는 것만은 아니었다. 편지 말미에 이런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해야지? 선장과 같이 익사하가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침몰하는 배라고 하면 현재의 정부이리라.
하루 종일 고민을 하다가, 결국 부름에 응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함정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허나 그런 생각은 관두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이대로라면 무조건 철창 신세야. 더 떨어질 구석도 없지.’
그런 계산하에, 그는 몰래 호텔에 들어갔다.
-803호
문을 두드렸다.
“열려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조명이 어둡다.
달칵!
불이 켜지는 소리.
한가하게 칵테일을 마시는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장재준은 단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당신은?”
“우리 구면이지요. 하하… 이리 앉으세요.”
백강주였다.
자신을 골탕 먹였던 그 남자.
마왕 컴퍼니의 측근이자, 굉장히 교활한 사람이지 않은가?
“흠흠…..”
이대로 나가고 싶었다. 그에게 당한 치욕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백강주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마시고 싶은 것을 이야기 해주시죠. 이곳 호텔의 서비스는 꽤 괜찮더라구요.”
“아니. 그럴 필요 없네.”
장재준은 손을 저었다. 한가로이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나저나 나를 이곳까지 부른 이유는 뭔가?”
“크크…. 이미 선수끼리 뭐 그리 뺍니까? 제가 당신을 부른 이유는 뻔하죠. 실장님도 그걸 알고 이곳에 오신 것 아닙니까?”
백강주의 말에 장재준은 의아했다.
“자네의 말을 틀렸네. 내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거든.”
국회에서는 특검이 마련되고 있었다.
대통령은 임기기간에는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다. 오로지 그 직책에서 해임되거나 5년의 기한이 다 되어야 그 죄를 물을 수 있었다.
허나 비서실장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주호원을 압박하려면, 손발 역할을 하는 장재준을 구속하는 것이 제일 이득이었다.
‘피할 곳은 없지.’
검찰에 있는 후배는 이미 마음 굳게 먹으라고 연락까지 받았다. 아무리 연줄을 이용하더라도, 이번 사건을 피할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그건 너무 안타깝네요. 사실 비서실장님이야 그분이 시키신 대로 했을 뿐이잖아요. 저도 비슷한 일을 하는터라, 남일 같지는 않네요.”
나름 위로를 하는 것 같지만, 전혀 위로 같지가 않았다.
백강주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를 배신하십시오. 어차피 더 이상 뜯어먹을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지.”
너무나도 쉽게 응하는 장재준.
백강주는 일이 너무 쉽게 흘러가자 맥이 탁 풀릴 지경이었다. 하다못해 배신하는 조건으로 보상을 저울질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장재준은 그런 말도 없이 허락한 것이다.
“왜? 너무 지조가 없어 보이는가?”
“약간은요.”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는가? 최악의 경우 나는 10년 넘게 교도소에 살 것이야. 동아줄이라면 무조건 잡아야 해. 그것이 황금 동아줄이든, 썩은 동아줄이든.”
백강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의 마음가짐이 그렇다면, 더 이상 파헤칠 필요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주호원의 비리를 알려주세요. 그리고…….”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중요했다.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
비리의 온상으로 이름 높던 주호원이었다. 설사 그가 해외로 도주하면, 평생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었다. 마왕은 그것을 차단하고 싶었던 것이다.
“은닉재산 말인가?”
“네.”
“알겠네. 그것이 내가 가진 유일한 패가 되겠군.”
대통령은 많은 재산을 가진 자였다. 비리가 드러나면, 국가는 어떻게든 그 재산을 환수하려고 할 것이다.
허나 용의주도한 대통령이다.
어떻게든 들키지 않게 해외에 많은 돈을 빼놓았으리라. 비서실장은 그것을 추적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비서실장은 품 속에서 USB를 하나 꺼내어준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곳에 다 있네.”
백강주는 눈을 빛낸다. 이것이라면 대통령을 더 궁지에 몰 수 있었다.
“부디 선처를 내려주게.”
장재준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만약 이대로 그를 배신하더라도 그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강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받으십시오.”
대포폰과 돈가방이었다.
“새벽에 인천으로 가십시오. 그곳에 제 동료가 있을 겁니다.”
인천과 중국은 거리가 멀지 않다. 어차피 국내에 있으면, 덜미가 잡히기 쉽다.
제일 좋은 방법은 해외로 떠나는 것이다.
“중국을 거쳐서 동남아로 가시는 것을 권해드리죠. 그리고 그 정도 금액이라면, 여생을 그러저럭 잘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
평생 국내에 발을 디딜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재준은 마음을 굳혔다. 적어도 차가운 교도소 바닥에서 자는 것보다, 남국의 따듯한 곳이 더 나을테니까.
*****
백강주의 노력 덕분일까?
대통령의 은닉 재산은 꽤 많았다.
‘징글징글하게도 모아놓았군.’
이정도 돈이라면, 설사 감방에서 몇 십년 살다가 나와도 손해 보지 않으리라. 한국의 법은 말랑해서 사형이 떨어질 리가 없었다.
“이것을 환수해야하는데.”
마왕 컴퍼니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부동산과 계좌를 압류할 방법은 없었다.
‘굳이 내가 그걸 해야 하나?’
백강주는 전화를 걸었다.
수신인은 김명수였다.
*****
국세청의 에이스 김명수.
한 때 세무조사로 마왕을 곤란하게 만든 자이기도 했다.
“날 부른 이유가 뭐지?”
김명수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조금이라도 헛소리를 하면, 바로 나가버릴 생각이었다.
“요새 곤란한 점이 많죠? 김명수 나으리.”
“……”
인상을 찡그린다.
겉으로는 청렴한 척 하지만, 김명수는 사실 대통령의 보조 무기에 가까웠다.
말을 잘 안 듣는 기업이 있으면, 대통령은 국세청의 에이스라는 명검을 마구 휘둘렀다. 겁을 먹은 기업은 뇌물을 가득 바쳤다.
“그래서 나를 협박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김명수는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면서 말했다.
최대한 조심했지만. 대통령과 자신의 연관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압박할 수 있으리라.
“설마요.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지 않습니까?
백강주는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나약한 척하는 그의 모습이 가증스러웠다.
“나에게 무엇을 원하지?”
김명수는 백기를 먼저 내걸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원하다니요. 언감생심 그런 마음은 없습니다.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국세청에게 미운 털 박히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백강주는 깨끗한 노트북을 꺼낸다.
“그저 선생님의 실적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한번 살펴보십시오. 구미가 당길 겁니다.”
“……”
김명수는 차근차근 자료를 살펴본다.
처음에는 심드렁한 표정이었지만, 점점 그의 인상이 굳어진다.
“이…걸 어디서 얻은 것이지?”
“하하.. 다 방법이 있지요.”
대통령의 은닉 재산이 모두 거기에 있었다. 물론 압류를 가하기 위해서는 역추적이 필수였다. 하지만 그것은 김명수의 특기가 아닌가?
“나를 키워준 주인의 목을 물어뜯으라는 것이군.”
“표현이 살벌한데요. 그저 각자 살 길을 찾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명수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제스처였다.
백강주는 편안하게 의자 깊숙이 몸을 실었다. 여유로운 표정과 함께 말이다.
“알겠다. 주인을 물도록 하지.”
“거 참. 좋은 표현도 많은데…..”
“대신 더 이상 나를 건들지 말게.”
“헐. 저는 간이 작은 놈입니다.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김명수는 이를 갈았다. 그가 보기엔 백강주는 꼬리가 9개를 가진 여우처럼 느껴졌다.
*****
어느 날.
회계를 담당하는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주호원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 번호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큰…큰 일입니다.”
큰 일? 지금보다 더 나쁜 경우가 있겠는가? 주호원은 그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알아 듣게 말해!”
“대..통령님의 재산이…. 모두 압류되었습니다.”
“뭐라고?”
너무 충격적인 소식 때문일까?
순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자네는 절대 들키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는가?”
“그..그렇습니다. 저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건 내부자가 있지 않으면……”
내부자?
얼마 전부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일단 기다리게.”
주호원은 문을 열어제끼고 소리쳤다.
“장재준! 지금 그는 어디 있는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경비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그것이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이후로 백방을 통해서 그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되었다.
“당했구나.”
늘 굽신거리면서, 자신에게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던 자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뒷통수를 때릴 줄이야.
터벅터벅.
그는 영혼이 빠진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너무 충격에 빠진 탓일까?
털썩.
의자에 앉기 전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나..난 망했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신의 나이 56.
운이 좋아서 해외로 도피할 수만 있다면, 평생 모아둔 재산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 10년 이상 감방에서 썩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남은 여생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으니까. 허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은닉 재산까지 사라진 지금, 그는 힘 없는 노인네에 불과했다.
그의 불행은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疎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 듯 하지만 빠뜨리지 않는 법이다.
결국 대통령 주호원은 그 죗값을 크게 치룰 예정이었다.
*****
모든 희망을 잃어서일까?
마지막은 너무 쉽게 끝이 나버렸다.
주호원은 그만 자신의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말았다.
-너무 큰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벌을 받겠습니다.
주호원은 풍채가 크고 살집이 있는 인물이었다. 허나 며칠 새, 그의 모습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피골이 상접해 있었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어 있었다.
기자들은 연달아 그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주호원은 그 때마다 송구스럽다, 죄송하다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허 참. 생각보다 쉽게 백기를 들었네요.”
뉴스로 그것을 지켜보던 백강주가 말했다.
‘아직 준비한 수가 더 많이 있었는데…..’
백강주는 자신의 계략을 다 실행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반면에 마왕은 그의 몰락을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조금 아쉽지만, 이쯤에서 손을 떼도록 하지.”
마왕에게 있어서 주호원은 과거에 불과했다. 그것을 신경 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리라. 마왕에게 있어서 주호원은 결국 하찮은 벌레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