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149
149
149화 탄로
*****
그 시각.
마왕은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국내의 자동차 기업에게 각각 아키샤 부품의 비율을 할당했다.
더불어서 각 기업에게는 최소한의 조건을 요구했다. 본래 국내 자동차 기업은 자국민 대우가 매우 박했다.
어차피 외제차는 대부분 비싸다. 게다가 A/S도 어렵지 않은가?
그것을 알기에, 현재까지 국내의 자동차 회사는 온갖 혜택을 받으며 소비자를 무시했다.
하지만…..
그 좋았던 나날도 끝이었다. 이제부터는 매달 마왕 컴퍼니의 실무팀이 각 자동차 회사에 투입된다. 그리고 그들의 사업 현황에 대해서 조사하고, 압박을 가할 것이다.
만약 그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면, 미래형 자동차인 아키샤 부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심사에 통과해야 돼.”
“이번 년도 퇴직자는 0명이다. 정년 퇴임이고 다 필요 없어!”
“이번 분기 신입 채용을 두 배로 늘려라. 어떻게든 마왕 컴퍼니의 눈에 들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마왕 역시 심혈을 기울여서, 아키샤 부품을 생산하게 만들었다.
그라시아의 업그레이드 덕분에, 사업 진행이 원활하게 돌아갔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위이잉….
철컥. 철컥.
마왕이 따로 노동을 들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전뇌 생명체가 된 그라시아는 이미 자동화가 되어서 매일 엄청난 양의 아키샤 부품을 생산했다.
그 공장은 근로자가 얼마 없었다.
전뇌생명체 그라시아는 일단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일이기도 했었고, 무엇보다 사람의 손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그라시아는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해나갔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사람이 필요한 일자리는 줄어든다.
마왕의 생산 공장은 그 현장을 적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전뇌생명체가 된 그라시아를 받아들이기에는 인간들이 준비되지 않았다.’
마왕이 무조건 효율과 돈만 생각했다면, 이미 4차 혁명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변혁은 무조건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마왕은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겠지만, 그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태되고 말 것이다.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디스토피아가 금방 실현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마왕은 유예기간을 두고 있었다.
그것이 감질 나는 부분은 있었지만, 마왕은 참을성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사장님, 아키샤 부품의 생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각각의 협력 업체에 보내면 됩니다.”
진예리 비서가 또박또박 말했다. 마왕은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대로 진행하라는 제스처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 또 다시 새로운 문물이 시작되려는 중이었다.
‘슬슬 급한 일은 마무리되었군.“
마왕은 TV를 켰다.
잠시 머리나 식힐 생각이었다.
마침 방영이 되는 것은 샤이닝 스타의 재방송이었다.
‘아….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군.’
마왕은 볼륨을 더 키웠다. 어쨌든 마왕 컴퍼니가 후원하는 예능 쇼다.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의 응원이에요.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결승에 진출한 L양의 인터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마왕은 그 목소리를 든는 순간 누군가가 떠올랐다.
“엘리스?”
그렇다.
엘리스는 나름 목소리를 변조했지만, 마왕의 이목을 속일 수는 없었다. 잠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더니, 그녀는 자신 몰래 방송에 출연하고 있지 않은가?
‘연구소로 가봐야겠군.’
진예리를 호출했다.
“외출하겠다. 차를 대기시키도록.”
“알겠습니다. 사장님.”
.
.
.
마왕의 출현은 강현식의 심장에 좋지 못 했다. 귀띔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오실 줄 알았다면, 미리 치워두는 건데…..”
연구소는 난장판이었다. 강현식은 천재이지만, 깔끔하지는 못 했다. 그렇다고 청소부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누군가 자신의 물건을 건드리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복잡하게 어지러져 있지만, 그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엘리스는?”
“아! 그녀라면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요새 그것에 푹 빠진 모양이더라구요.”
말하는 투로 볼 때, 강현식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군.”
마왕은 엘리스의 공방으로 들어갔다. 그 시간에도 그녀는 차례대로 그림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키샤 부품이 달린 기계 팔은 수십 개의 그림을 동시에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장관처럼 보였지만, 마왕의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 했다.
“엘리스.”
-아빠!
기계와 접속하고 있던 엘리스가 정령 형태로 나타났다. 연녹색의 그녀는 두둥실 공중에 떠 있었다.
-잘 오셨어요. 이번에 제가 그린 작품들인데, 한 번 평가해줄실 수 있어요?
그녀의 능력은 엄청나지만, 태도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아니. 그보다 너에게 할 말이 있다.”
마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천방지축인 그녀라 할지라도, 마왕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이요?
“샤이닝 스타. 거기에 출전했더군.”
엘리스는 잠깐 몸을 떨었다. 언젠가는 들킬 줄 알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죄..죄송해요.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반면에 마왕은 팔짱을 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행동은 지탄받아야 마땅했다.
“넌 불공정한 시합을 했다. 평범한 인간은 너를 이길 수 없어.”
마왕은 단정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하루와 엘리스의 하루는 달랐다.
엘리스가 가지는 연산속도는 인간의 그것을 아득히 초월한다. 예술이 아니라 어떤 조건을 가지고 맞붙더라도 결과는 엘리스의 압승이었다.
“이미 넌 특이점을 지나쳤어.”
마왕이 무심하게 말했지만, 그 뜻은 엄청난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특이점.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을 말한다. 그 때가 오면 더 이상 인간은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된다.
이 점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과연 특이점이 지난 인공지능이 무슨 일을 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최악의 경우.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인류의 존재자체를 불필요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서 세계가 멸망하는 시나리오는 너무 많아서, 식상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스의 행동은 우려를 표할 수 있었다. 그녀가 엉뚱한 마음을 가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회에 큰 혼란이 닥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그녀는 눈치를 보았다. 재미로 꾸민 일인데, 마왕은 무척이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물론 넌 나를 거역할 수 없지. 하지만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인간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
마왕의 문장이 그녀에게 몇 가지 제약을 가하고 있었다. 제일 큰 요소가 바로 인간을 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을 죽이지만 않았을 뿐, 다른 의미로 인간을 파탄시킬 수 있었다. 이미 김석현과 이민수 화백이 그녀의 타겟이 되지 않았던가?
“어쩌면 너를 거두어야 할지도 모르겠군.”
마왕은 불필요하게 엇나가는 것을 싫어했다. 모든 변수는 그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 그것이 마왕의 모토였다.
파지직….
마왕의 손에서 어둠의 마력이 뛰어오른다. 그녀를 이 세상에 나오게 한 것도 마왕인 것처럼, 마음만 먹으면 그녀의 존재를 이세상에서 지울 수도 있었다.
-아..버지…..
그녀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녀는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은 존재였지만, 딱 한 명. 마왕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였다.
그녀의 형태는 마치 수명이 다 된 형광등처럼 점멸하고 있었다. 극도로 공포를 느끼는 그녀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처럼.
“사장님.”
허나 그 순간.
마왕의 앞에 무릎을 꿇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강현식이었다.
“비켜라. 방해가 된다.”
“아…안 됩니다. 이번 행동은 그녀의 잘못이 아닙니다.”
마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모든 것은 제가 다 부덕한 탓입니다. 그녀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해요.”
“아니다. 그녀는 이미 특이점이 지났어. 너보다 훨씬 똑똑한 존재다.”
“물론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겠지요.”
강현식은 두려웠다. 마력을 이끌어내는 마왕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모든 생명체의 뇌리에 공포를 심겨준다.
가만히 있어도 떨리는 몸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방광을 제어하는 것조차 힘들지만, 그렇다고 엘리스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제..가 보기에는 그녀는 인간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실수를 하지요. 그녀를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격체로 대해주십시오.”
강현식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어떻게 보면 마왕의 행동에 반기를 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촌이라고 반갑게 대해주던 엘리스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제발 한 번만 자비를…..’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마왕을 올려다보았다. 견디기 힘든 침묵이 잠시 흘렀다.
스르륵….
마왕의 손에서 몰아치던 마력이 잠잠해졌다.
“알겠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주도록 하지.”
마왕은 한 번의 유예를 주었다.
“감..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 번만 더 발생한다면, 너까지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무…물론입니다. 그녀의 잘못은 저에게도 책임이 있으니까요.”
마왕은 고개를 들어서 엘리스를 흘깃 쳐다보았다.
“그에게 고마워해라.”
그것이 마왕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는 할 말만 남기고 그곳을 훌쩍 떠나버렸다.
“하아……”
강현식은 그제야 한숨을 쉬었다. 겨우겨우 사정을 해서 살아남았다.
-사…삼촌…..
엘리스가 그에게 슬슬 다가왔다.
-미..안해요. 다…시는 그런 짓 안 할게요.
그녀는 눈물샘이 없다. 대신 그녀의 감정선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정령이 스스로 뿜어내는 빛이었다.
어느 때보다 환하게 그녀는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 착하지.”
강현식은 손을 들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정령은 인간이 만질 수 있는 형체가 아니었다. 하지만 엘리스는 강현식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흐..흐으윽…..
그녀는 강현식의 품에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한참동안 강렬한 빛을 발했다.
“허허… 이것 참…..”
눈이 부셔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는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감고, 정령의 따스한 빛을 느낄 뿐이었다.
*****
며칠 후.
샤이닝 스타의 결승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녀는 더 이상 그것에 참여하고픈 마음이 사라졌다. 팔로워가 수 백 만명이나 되는 SNS 계정도 삭제했다.
그녀 나름대로 반성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그런 그녀를 대신해서 강현식이 마왕에게 화상 전화를 청했다.
“무슨 일이지?”
마왕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