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15
15
15화 우정(2)
‘문이 왜 열리지 않지?’
김영일은 전보다 힘을 주었다. 허나 그건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영일은 어색한 표정으로 뒤돌아선다.
“무슨 문제 있나?”
“무..문이 안 열리네.”
“그래? 이상하군.”
마왕의 어조는 평온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꿀꺽….
김영일은 침을 삼키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넓은 공장에 출구가 이거밖에 있을 리 없다.
타다닥!
반대편 출구로 뛰어간다.
“큭.”
뭔가에 걸려서 넘어졌다. 내부가 어두웠던 탓에, 발밑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탓이다.
“키이이익!”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등에서 소름이 쫘악하고 올라왔다.
‘대체 뭔 소리야?’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허억!”
거기에는 크리갈리드 Mk.2가 있었다. 단 한 마리였지만, 그것이 주는 혐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영일은 그것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하지만 그건 헛수고에 불과했다.
타다다닥!
크리갈리드가 달려든다. 그리고 아래턱으로 영일의 바지 부분을 물어뜯는다.
찌지직!
부상을 당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리가 물어 뜯긴다는 착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살..살려줘!”
크리갈리드는 그를 물고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영일은 허우적거리면서 비명을 질렀다.
“거기까지.”
마왕의 단 한 마디.
크리갈리드는 곧바로 명령에 따른다. 바지를 무는 것을 그만두고 뒤로 물러난 것이다.
“미..민철아?”
“기껏 초대했는데. 벌써 가려고?”
“…….”
“오랜만에 만났는데, 좀 더 있지.”
마왕은 손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것은 비어있는 의자였다.
“대..대체 저 괴물은 뭐야?
“내가 키우는 동물이야. 조금 사나워.”
저런 생명체는 듣지도 보지도 못 했다.
도망치고 싶지만, 출구가 없다. 무엇보다 그를 지그시 쳐다보는 크리갈리드가 두렵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요새 뭐하고 지냈어?”
마왕이 먼저 물었다.
“그냥. 이것저것 했지.”
“사업하던 것은 어쩌고?”
“그..그게 말이야.”
말이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마왕은 끈질기게 몰아붙였다.
“성공하면 한 자리 준다면서.”
“물….론이지.”
“그런데 연락이 안 되더라. 보증까지 서게 해놓고서.”
“그건 오해야. 오해.”
마왕은 피식 웃는다.
“오해? 그거 참 재미있는 말이군.”
과거의 김민철은 친구를 소중히 여겼다.
평생 살면서, 진정한 친구 2명만 있다면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고. 그렇게 믿었던 것이다.
그런 믿음을 정면으로 부순 이가 바로 김영일이었다.
매달 월급날만 되면, 김민철을 불러낸다. 술값은 늘 그가 계산했으며, 소액이나마 빌렸다. 꼭 갚아주겠다면서, 영일은 신신당부했다.
물론 민철은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진정한 친구라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1년 전.
김영일은 작게 사업을 시작했다.
성공할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영일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민철에게 보증을 강요했다.
아무리 호구라도, 고민이 되는 일이다. 원래 보증은 혈육끼리도 해주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는 끈질겼다.
‘나 김영일이야. 내가 실패할 거 같아?
‘실망이다. 우리 사이가 이거밖에 안 돼?’
‘진짜 너 말고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그래.’
‘정말 고맙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눈만 감으면 그 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만큼 김민철에게 있어서 그의 배신은 뼈 아픈 것이었다.
“영일아?”
“으응?”
“우리 아직 친구 맞지?”
“물론이지. 굳이 그걸 말로 꺼낼 이유가 있나? 하하……“
말을 흐린다. 친구라는 말에 스스로도 궁색해진 것이다.
“그럼 친구로서 나 좀 도와줄래?”
“어…떤 일인데?”
“요새 내가 새로운 사업을 하고 있거든. 근데 이리저리 돈이 많이 들어가더라.”
“……”
“빌려간 돈부터 갚아줘.”
돈? 야반도주한 그에게 돈이 있을 리가 없다.
“어..얼마나?”
“당연히 전부지. 13년간 처먹은 돈을 다시 뱉어내야 하지 않겠어?”
마왕은 명세서를 꺼낸다.
날짜와 빌린 금액을 명확하게 적어놓았다.
“이걸 다 기억해?”
“당연하지. 빌린 사람이 기억 못하면, 나라도 기억해야지.”
총액은 무려 1800만원.
마왕은 꼼꼼하게 2.2프로 연이자를 계산한 금액이다.
“민철아. 있잖아.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래.”
마왕은 팔짱을 낀다. 본래 피의자도 자기변호는 해야 하는 법이니까.
“네가 섭섭한 건 이해해. 내가 똑같은 일을 당해도 기분이 많이 나빴을 것 같아. 그..그런데 말이야. 세상 일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 진짜 사업 일으켜보려고, 빡세게 일에 매달렸는데…….”
마왕은 손을 들어서 그의 말을 막는다.
“짧게 말해.”
“도..돈이 없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알고 있어. 네가 빈털터리라는 사실은.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널 위해서 준비한 것이 있으니까.”
마왕은 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낸다.
“읽어봐.”
영일은 천천히 종이의 내용을 읽는다.
그것은 일종의 계약서였다. 김민철은 고용주로서 영일에게 최저시급을 주고 일을 시킨다. 그리고 거기에서 생겨나는 모든 수입은 빚을 탕감하는데 사용된다는 내용이었다.
“자..잠깐만. 왜 빚이 5억이야?”
“너 사채도 빌렸잖아.”
“큭……”
“지사장이랑 이야기했어. 네가 열심히 일을 하면, 그만큼 빚을 갚는데 쓰일 거라고. 참고로 그는 매우 좋아했어.”
부들부들……
영일은 몸을 떨었다. 평생을 농땡이나 부리면서 살았다. 이제 와서 성실히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시간 좀 줄래?”
마왕은 더 이상 놀아줄 마음이 없었다. 갑작스레 자리에 일어난 그는 영일의 멱살을 잡아 들었다.
“머리 굴리지 마라. 난 너에게 선택지를 준 적이 없다.”
“큭……”
무서웠다.
예전에 알던 김민철이 아니었다. 마치 딴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연유를 알 수 없지만, 영일은 이내 백기를 걸었다.
“아..알았어. 싸인할게.”
영일은 빈칸에 자기 이름을 적는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불공평한 계약서가 법적인 효력이 있을 리가 없지. 일단 굽히는 척하고, 다시 도주하면 돼.’
스슥.
마왕은 계약서를 보았다. 이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안전장치가 필요하겠지?”
“응?”
초기 버전의 크리갈리드가 마왕의 손 안에 몰려들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자..잠시만. 대….체 그걸로 뭘 할 생각이야?”
영일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의심스럽다. 하지만 마왕은 친절하게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우악스런 손이 영일의 턱을 움켜쥐었다.
“크억!”
절로 입이 벌린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마왕은 크리갈리드를 그의 입속에 넣어버렸다.
“퉤퉤..퉤….. 우웨엑!”
뒤늦게 토하려고 했지만, 이미 뱃속 안에 들어간 이후다.
“그건 내가 만든 키메라다. 만약 네가 계약을 지키지 않고, 달아나면 내장을 갉아먹을 친구들이지.”
“으…..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믿어도 되고, 믿지 않아도 된다. 나라면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겠지만.”
영일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최저시급은 보장해주마. 주 6일 12시간씩 근무하면 매달 200만원씩 갚을 수 있겠군.”
5억이란 빚을 갚으려면 20년의 시간이 걸린다. 현대판 노예나 마찬가지 삶이다. 너무나도 절망적인 사실에 영일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마왕은 그런 낙담에 빠진 친구에게 한 마디 건네었다.
“너무 슬퍼하지 마. 덕분에 우리 우정은 지켰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