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171
171
171화 마물 사냥
그녀가 만든 게임은 마왕이 살던 세계를 보는 것 같았다.
“스읍……”
마왕은 한껏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마족이 살던 곳은 검붉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땅이었다.
지금 그가 서 있는 땅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법 잘 만들었군.”
-헤헤. 고맙습니다.
엘리스는 정령 형태로 마왕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일종의 진행요원으로서 유저를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빠는 이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가 있어요.
엘리스는 최대한 마왕이 원했던 욕구를 자극시키고 싶었다. 그녀는 가볍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두 발로 움직이는 공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칼로시?”
마왕의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깃들어 있었다. 칼로시는 랩터와 비슷하게 생겼다. 다른 점은 면상 중심에 솟아오른 뿔이 달렸다는 점이다.
-조련이 되어 있는 칼로시랍니다.
마물 칼로시는 몬스터이지만, 새끼 때부터 기를 수 있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얼마든지 탈 것으로 활용할 수가 있었다.
마왕 역시 전용 칼로시가 있었다. 마물 특유의 활발한 생명력을 칼로시는 가지고 있었는데,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돌진하는 용맹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군.”
마왕은 칼로시의 목을 쓰다듬었다. 칼로시는 사람의 손길을 즐기는 듯, 눈을 살짝 감는다.
-한 번 탑승해보세요.
“그러지.”
이미 안장이 그곳에 부착되어 있었다. 마왕은 간단하게 그곳에 올라탔다.
“캬아아아….”
칼로시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언뜻 들으면 싫어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어서 대지를 달리고 싶다는 일종의 표현이었다.
‘그럼 달려볼까?’
마왕의 칼로시는 앞으로 질주했다. 세찬 바람이 느껴졌지만, 마왕은 속이 후련했다.
‘이거야. 내가 늘 원했던 것이…..’
현대 지구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마왕은 고향이 그리웠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었다.
비록 가상의 것이지만,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후우…..”
한참을 달렸다.
칼로시의 속도는 무려 100km를 주파할 수 있었다. 그것도 장시간동안 가능했다. 현대의 생물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아빠. 그럼 다음 컨텐츠를 즐길 준비가 되셨나요?
“물론이다.”
엘리스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순식간에 세상이 암전이 되었다. 그리고 어딘가로 쓩하고 이동이 되었다.
“이곳은 대장간이로군.”
마족이 운영하는 대장간이었다. 물론 마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특유의 단단하고 투박한 마족의 디자인이 곳곳에 내재되어 있었다.
-사냥을 위한 장비가 준비되어 있어요. 원하시는 장비를 착용하세요.
엘리스가 손가락을 들어서 가리켰다. 대장간 벽면에는 그가 익히 잘 알고 있던 무기가 줄지어 있었다.
“하하….. 제법 잘 만들었군.”
마왕은 만족한 듯 웃음을 지었다.
마족은 늘 투쟁을 갈구한다. 마물사냥은 분명 위험한 일이지만, 그래서 마족에게 더욱 어울리는 레저스포츠였다.
스르릉…..
거대한 도검을 하나 고른다. 그 크기는 마왕의 키를 넘어서고 있었다.
“무게감은 여전하군.”
허나 성인 마족이라면 그런 무거운 무기도 충분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마물을 때려잡으려면, 그 흉악한 질량이 무조건 필요했다.
-그 무기를 장착하시겠어요?
“그렇다.”
-그럼 인벤토리에 넣으세요.
마왕의 옛 고향을 따라했지만, 그렇다고 게임의 편의성을 무시하진 않았다. 자고로 게임이란 너무 복잡하고 난해하면, 사람의 외면을 받는 법이다.
마왕은 그녀의 말대로 인벤토리에 그것을 넣었다. 거대한 대검은 순식간에 마왕의 손에서 사라졌다.
-필요할 경우에만 그것을 꺼내면 된답니다.
마왕은 마물 사냥에 필요한 무기를 하나씩 고른다. 그 눈빛은 제법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준비가 완료되었다.”
칙칙한 검은 색의 갑주를 입은 마왕이 말했다.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마물 사냥을 떠나볼까요?
엘리스는 아까 전처럼 순식간에 주변 환경을 바꾸었다. 마왕 옆에는 아까 그 칼로시가 있었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상세한 설명이 첨부된 초보자 모드가 있구요. 숙련자가 직접 사냥을 하는 모드가 있어요. 그 모드는 어떤 조언 없이 진행된답니다.
“숙련자 모드를 선택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세요. 물론 제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제 이름을 불러 주시구요.
이윽고 엘리스는 모습을 감추었다.
여태까지는 상세한 설명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마왕 혼자서 마물을 사냥해야 했다. 허나 그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마물 사냥은 그가 자주 하던 놀이였기 때문이었다.
저벅저벅….
마왕은 천천히 길을 살피며 앞으로 간다. 이윽고 그의 눈에 한 가지 흔적이 눈에 보였다.
‘이건 라르고의 흔적이로군.’
풀을 뜯어먹는 초식동물이지만, 절대 만만이 볼 수 없는 마물이다. 바로 자기 구역에 침입자가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첫 사냥감으로 부족하지 않지.’
마왕은 칼로시를 타고 그것을 추적했다. 이윽고 마왕은 몸무게 8톤짜리 마물과 마주할 수 있었다.
푸르륵….
멀지 않은 곳에서 억센 식물을 뜯어먹는 거대한 마물이 있었다. 아직 그것은 마왕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 하고 있었다.
본래 마왕이라면 마력을 사용해서 마물을 손 쉽게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레저 스포츠로서 매우 어리석은 일이었다.
훌륭한 마족이라면, 강력한 마물을 마력 사용 없이 잡아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용맹함을 부하들에게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마왕은 마력 사용을 제한했다. 그 대신 그가 인벤토리에 꺼낸 것은 커다란 창이었다.
바하드.
그 창의 이름이었다.
마물 사냥에 자주 이용되는 물건으로서, 창끝에는 촘촘한 칼날이 달려 있었다. 역방향으로 세워진 그것은 마물의 상처를 벌리는데 특화되어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야 한다.’
마왕은 몸을 숙였다.
그는 천천히 라르고에 다가갔다. 멀리서도 그 육중한 몸에 눈이 뛰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 흉악해보였다.
실수라도 밟힌다면, 절대 온전하지 못 하리라. 매년 많은 마족 청년이 라르고에 덤벼들었다가, 죽거나 다치곤 했다.
푸르륵…..
라르고는 여전히 풀을 뜯고 있었다. 마왕의 존재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사냥에서 암습은 매우 훌륭한 공격수단이었다. 그는 수풀에서 불쑥 튀어나와서, 라르고의 목 아래에 바하드를 찔러 넣었다.
푸욱.
창이 쑥 들어갔다.
“크아아아아……”
갑작스런 통증에 발광하는 라르고.
마왕은 바하드에 손을 뗀다. 그리고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
쿵쾅! 쿵쾅!
아무렇게나 몸을 움직인다. 저 육중한 다리에 채이면,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마왕은 또 다른 바하드를 꺼내들었다.
바하드는 직접 들고 찌르기도 하지만, 이렇게 투척용도로도 쓰였다.
퍼벅!
피가 튄다. 마왕의 투척 실력은 무척이나 깔끔했다. 하지만 라르고 역시 침입자의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크르르르…..”
라르고의 살기가 느껴진다.
자신보다 훨씬 작아 보이는 침입자를 용서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마왕 역시 라르고가 도망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와라.”
그의 말을 알아 들은 것일까?
라르고는 쿵쾅거리며, 앞으로 질주했다.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육장한 몸을 이용해서 마왕을 단번에 짓밟으려 한 것이다.
“하하…..”
분명 위험해 보이는 장면이지만.
마왕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물론 이곳에서 다친다하더라도 가상의 것에 불과했다. 그 누구보다 마왕 역시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옛날 과거에 즐겼던 레저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콰드득…..
대지를 울리는 라르고의 돌진은 애꿎은 바위를 박살내고 말았다. 물론 그 진행 경로에는 마왕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푸확!
마치 투우사처럼, 마왕은 라르고가 지나갈 때 바하드를 찔러 넣었다.
“크르르르…..”
역으로 세워진 창날은 지독하게 출혈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것은 쉽게 떨어지지도 않았다. 억지로 빼려고 하면, 많은 부분의 살점까지 뜯어내야 하리라.
주르륵….
시간이 갈수록 라르고는 피 칠갑이 되었다. 마왕은 이리저리 내빼고 있지만, 라르고의 체력은 점점 빠져나가고 있었다.
“크륵…. 크르르…..”
전보다 훨씬 그 움직임이 줄어들고 있었다. 마왕은 그것을 보고 거대한 도검을 꺼내들었다.
그것의 이름은 티칼.
그 이름의 뜻은 잔혹한 학살자란 뜻으로, 마물사냥은 물론이거니와 전쟁에도 사용되는 무기였다. 단단하고면이 넓적한 무기의 특성 때문일까?
전쟁에서는 날아오는 화살을 막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서는 지친 라르고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었다.
“크아아아……”
라르고는 초식 마물이지만, 절대 물러섬이 없었다. 그는 또 다시 앞으로 돌진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왕 역시 그 도전을 피하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상처받은 마물은 위험하지만.
마왕은 그 짜릿한 위험을 즐기고 있었다.
이윽고…..
라르고와 마왕은 부딪혔다.
푸화아악!
마왕은 짓밟히기 직전에 오히려 마물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마물의 목에다가 검을 쑤셔 올렸다.
푸확.
엄청난 피 보라가 일었다.
쿵! 쿠궁!
라르고의 몸이 급격히 앞으로 넘어졌다. 물론 앞으로 돌진하던 그 에너지가 사라지진 않았다. 바닥을 파헤치면서 한참이나 앞으로 움직였다.
“이 느낌……”
마왕은 손에 남은 촉감을 기억했다. 마물의 살을 가를 때 느껴지는 그 생생한 손맛이 확연하게 느껴진 것이다.
이 느낌 때문에 그는 마물 사냥을 손에 놓을 수가 없었다.
-대단해요. 혼자서 저 마물을 사냥하시다니.
엘리스는 부르지도 않았건만, 마왕 옆에 나타났다. 그녀도 마왕의 익숙한 마물 실력에 놀란 눈치였다. 사실 라르고는 혼자서 사냥하라고 만든 마물이 아니었다.
최대한 10~20인의 유저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왕은 혼자서 그것을 사냥했다.
“훌륭하다. 엘리스.”
그 어느 때보다 극찬을 하는 마왕.
비록 가상의 것이지만.
마왕은 진정으로 이번 놀이가 즐거웠다.
-헤헤…..
엘리스는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른다. 엄청난 고성능의 전뇌생명체였지만, 마왕 앞에서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마왕은 고개를 돌려서 죽은 라르고에게 다가간다. 그는 무두질용 칼을 꺼내들었다. 마물의 부산물은 무척이나 가치가 높다.
무엇보다 강력한 마물의 전리품은 마족에게 자신의 용맹을 증명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막강한 마물을 사냥해서 그 전리품을 전시하는 것은 사냥꾼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슥슥슥……
마왕은 미소를 지으며, 라르고의 가죽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바닥에 까는 카페트로 전혀 손색이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