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화
프롤로그
피파 월드 베스트 11 2회.
발롱도르 후보 30인 1회.
아시아 올해의 선수 5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우승 2회.
스페인 코파 델 레이 우승 1회.
포르투갈 이달의 선수 5회.
스페인 이달의 선수 2회.
월드컵 16강 진출 1회.
나, 윤태양이 축구 선수로 쌓아온 커리어를 종합하면 이 정도였다.
구단에서는 사랑받는 선수였지만, 해당 리그나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 선수는 아니었고, 한국에서는 손꼽히는 선수는 되었지만, 그렇다고 전설 중에 전설로 남은 선수들과 비교하기에는 모자람이 많은 선수, 딱 그 정도 위치였다.
만족하냐고?
만족하겠냐?
만족할 리가 없잖아!
늦게 시작했고,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많은 선택이 실패로 이어졌다.
저 위에 커리어는 모두 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간신히 기회를 잡아 만들어낸 결과였다.
한국 축구계에서는 대기만성형 선수라며 인간 승리의 상징으로 나를 표현하지만, 나 스스로 평가하기엔 온갖 뻘짓 끝에 간신히 재능의 일부분이나마 보여준 아쉬운 선수일 뿐이다.
인생 대부분이 후회뿐이었지만, 은퇴한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조금만 더 일찍 시작해서 잘 준비했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오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이미 다 지나간 일에 결과론적인 발상일 수도 있다.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데…….
증명할 수 있게 됐다.
“아니, 왜 6살인데?”
잠에서 일어나 거울을 봤을 때 거울에는 38살 아재 윤태양이 아닌 유치원생 윤태양이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분명 어제 위스키 한잔만 하고 자려다가 삘 받아서 폭탄주 말아먹다, 은퇴한 김에 담배도 배워보자고 시가를 입에 물고 불 안 붙는다며 짜증을 부리다가 침대에 누웠던 것까진 기억나는데.
이 정도로 기억하는 걸 보면 필름이 끊긴 건 아닌 것 같고.
아무튼, 지금 상황이 꿈이 아니라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아들! 나갈 준비는 다 했어?”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들어오는 엄마가 보인다.
정정해야겠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바로 오늘, 모처럼 나들이를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고아가 된 뒤에 삶은 뭐, 뻔하지.
굳이 그 뒤의 삶을 표현하자면 살아있는 게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어떻게 그 지옥 같은 나날의 시작이 오늘인지 확실하냐면 저 노란 드레스 때문이다.
명품이라고 엄마가 아주 특별한 날에만 입겠다고 고이 모셔뒀다가 교통사고가 나던 그날 처음으로 개시했었거든.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노란 드레스가 순식간에 검붉은 피로 물드는 그 순간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안 가면 안 돼?”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내 말에 엄마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응? 왜? 우리 아들 동물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호랑이 안 보고 싶어?”
내가 동물원 가자고 해서 이 사달이 났던가?
어디로 가던 길인지는 기억이 안 났는데, 이제 알겠네.
“어, 안 보고 싶어!”
“글쎄,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어제까지도 설레서 잠도 못 잤었는데?”
“어, 원래 내가 좀 변덕스러워.”
“…여섯 살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고 서른여덟 살짜리 어른이 할 말도 아닌데.
나름 아이같이 대답한 거라고!
열심히 짱구를 굴렸다.
무슨 방법 없을까?
그래, 이럴 때는 꾀병이다.
꾀병만 한 게 없다.
“어제는 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가기 싫어. 머리가 아파.”
“어머, 머리가? 왜? 머리가 어떻게 아프니? 자기야!! 이리 좀 와봐!”
엄마의 얼굴이 걱정과 당황으로 물든다.
냉큼 나에게 다가와 이마 위에 손을 올린다.
따듯한 엄마의 손길이 느껴진다.
이게 얼마만이던가.
아니, 얼마나 그리웠던가.
그 손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머, 많이 아파? 자기야! 뭐해? 이리 와봐! 태양이가 아프대!”
그러자 들려오는 요란한 발소리.
“화장실 갔다옴! 어디? 어디가 아파? 우리 태양이 어디가 아픈 거야? 울어? 세상에 많이 아프냐?”
아빠다.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던 아버지의 모습은 서른여덟 살,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 내 모습과 똑 닮아 있었다.
“아빠…….”
다 커서 쪽팔리게 눈물이 펑펑 흘러나왔다.
내가 울기 시작하자 두 분은 걱정스럽게 나를 살피고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혹시 병원 가는 길에 차 사고가 나는 건 아니겠지?
다행스럽게도 그건 기우였다.
무사히 병원을 다녀오고 나는 두 분 사이에 누워 모처럼, 삼십 년 만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게 해결됐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두 분으로 인해 달라졌던 내 삶이 완전히 바뀌게 된 거다.
일단 부모님이 살아계신 덕분에, 자식을 잃은 충격 등으로 얼마 가지 않아 돌아가셨던 친가, 외가 할아버지 두 분도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계시게 되었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엄마의 뱃속에는 내 동생이 있었다는 것.
두 분이 아니라 세 사람이 죽었던 거다.
그렇게 나는 원래 삶에는 없던 소중한 동생, 가을이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아무래도 두 분 금슬이 너무 좋은 모양이다.
여덟 살 잼민이가 된 나에게 둘째 남동생 여름이가 태어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열 살 때는 겨울이가 태어났다.
아니, 내 밑으로 셋이나 태어나다니!
내가 사남매 장남이라니!!
뭐, 늘 혼자였던 삶인지라 가족이 많은 게 더할 거 없이 행복하긴 하지만.
어렵게 자라 아빠보다 더 철이 들고, 엄마보다 앞날의 대한 걱정이 큰 나로서는 불안했다.
과연 여섯이나 되는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모자람 없이 살 수 있을까?
내 동생들이 마음껏 꿈을 키우며 하고 싶은 거 하며 살 수 있을까?
이 모든 걸 위해 간신히 살린 나의 부모님이 희생하며 고생만 하다 돌아가시는 건 아닐까?
걱정이 태산처럼 쌓였다.
이쯤 되니 과거로 돌아와 부모님을 살리고 난 뒤에는 단 한 번도 생각나지 않던 게 떠오른다.
나 윤태양, 윤씨 집안의 장남은.
“아, 축구 마렵다…….”
축구가 간절해졌다.
그것도 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