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23)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23화
이상하게 유난히 첼시 놈들은 입을 잘 터는 느낌이다.
감독도 그렇고 말이지.
[바소모 시비, 윤태양과 한 번 더 싸우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델로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다. 이번에는 보여줄 것.] [히스 조나단, 데이터는 많이 축적됐다. 윤태양은 공략 가능한 존재.]지금도 심심하면 첼시 사람들의 인터뷰가 뉴스 기사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생각해 보면 지금 첼시랑 잘 싸우고 있는 것도 대단한 거야.”
말 그대로다.
레파뮌이라고 하지만, 사실 프리미어 리그 일정이 이 정도로 타이트하지 않다면 어쩌면 레파뮌이라는 말은 진즉에 없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장 첼시만 해도 PSG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말도 안 되는 스쿼드를 자랑하고 있었다.
내가 요즘 퇴근해서 하는 게임인 FM을 예로 들어보자고.
내가 한때 롤모델로 삼았다고 말한 블루 고블린, 이고르 펠리페 델로아는 FM에서 어빌리티 196에다가 포텐이 197로 되어 있다.
현역 중에서 가장 높은 어빌을 가진 게임상 최강의 선수였다.
물론, 게임이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델로아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거다.
춘추전국시대와도 같은 지금 시대에서 PSG의 카싸마와 함께 유이하게 발롱도르를 탄 인물이기도 하고.
첼시의 수비수 다비 완더레이도 어빌리티가 181이다.
아스날의 일카이 코작과 함께 현역 최고의 수비수였다.
내가 알기로 FM 역사상 180이 넘는 어빌을 가진 수비수는 손에 꼽는 걸로 기억한다.
바소모 시비만 해도 어빌은 낮지만 잠재력이 178이니까.
말이 길었는데 아무튼, PSG랑 붙어도 크게 밀리지 않는 팀이다.
실제로 게임을 가상으로 돌리면 현실 체력이 반영되지 않은 탓에 프리미어 리그 팀이 챔스 우승을 많이 해먹는다.
부럽네.
나도 빅이어 한 번 들어보고 싶네.
아, 참고로 전에 상대했던 PSG 선수 중에서 제일 낮은 어빌의 선수가 158이다.
말도 안 되는 수치다.
그라디나루는 189, 칠리기리스는 187, 카싸마는 184다.
어빌 180이 넘는 선수를 셋이나 가진 팀도 PSG밖에 없다.
그다음이 둘씩 가진 레알과 맨유, 아스날, 첼시 정도인가.
뉴캐슬은 어떻냐고?
현시점에서 어빌이 제일 높은 선수는 어빌 179, 포텐 185인 메넨데즈고 그다음이 179/182인 일리뉴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데, 반대로 잠재력이 높은 선수를 가장 많이 보유한 팀이 우리 팀이었다.
샬렛, 린데만, 소비올라 얘들은 셋 다 모두 비록 랜덤 포텐이지만 -9라는 굉장히 높은 잠재력 점수를 받았으니 말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한 시리즈에 한 명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 -10이다.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무튼, 중요한 건 게임에서조차 지금의 뉴캐슬은 첼시보다 한 단계 이상 낮은 팀으로 평가받는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첼시를 지난 시즌에도 이겼고 이번 시즌에도 한 번 이겼다.
무조건 강한 팀이 이긴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우리가 첼시를 또 이기며 더블을 달성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팀 스쿼드다.
PSG와 힘든 경기를 치르고 난 뒤 박스올은 발목에 경미한 부상을 호소했고, 레델리는 경미하지만 햄스트링이 나갔다.
설상가상이라고 해야하나?
경기를 하루 앞두고 메넨데즈가 독감에 걸렸다.
당장 내일 뛸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거지.
이렇게 핵심 선수 중 무려 세 명이나 뛸 수 없는 상황에서 자리를 메우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 레델리 대신으론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았더라도 중요한 경기에서 나름대로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며 활약한 샬렛이 뛸 수 있지.
문제는 미드필더 라인이다.
메넨데즈와 박스올이 빠지는 것만으로 우리 팀의 전력이 뚝 떨어진다.
분명 로씨나 알브레히트는 나쁘지 않은 선수지만, 빅클럽 주전급 선수는 절대 아니다.
게다가 감독이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감독은 중원에서 전천후로 뛸 수 있는 미드필더를 좋아했고, 당연히 높은 체력과 활동량이 필수적인데, 알브레히트는 활동량이 아쉽고, 로씨는 수비밖에 모르는 미드필더였다.
물론, 평소 로테이션으로 백업선수로서 훌륭하게 뛰어주고 있지만, 중요한 건 다음 경기가 우승의 향방을 결정짓는 경기라는 거다.
“아으, 모르겠다. 나까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그래도 심난해져서 하던 게임을 멈추고 침대에 누웠다.
* * *
-실바, 미드필더로 뛸 수 있겠나?
실바는 대낮에 감독이 한 말을 떠올렸다.
“미드필더라…….”
공격수인 실바는 한 번도 미드필더에서 뛰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오래전에 몇 번 뛴 적이 있긴 한 거 같은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유소년 시절까지 하면 그는 무려 30년이란 시간 동안 선수로 뛰었으니, 그 긴 시간을 모두 기억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중요한 건 모든 경기를 기억하진 못하지만, 경험은 기억과 별개로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거다.
미드필더?
낯설긴 해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은 빠른 발 덕분에 성공한 선수지만, 축구 지능이 나쁜 편은 아니거든.
지금은 슈팅하는 거 보다 패스를 더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중요한 건.
“이 녀석이 얼마나 버텨주냐인데.”
실바는 자신의 무릎을 만졌다.
시즌 초반 철저하게 관리했고, 출전 시간도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릎은 매일같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경기 자체야 진통제를 맞고 뛰면 되지만, 뛰다가 어느 순간 박살이 날지 모른다는 거다.
“이번 시즌만 버텨다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다.
못해도 프리미어 리그 38라운드에서 후반 말미에 조금 뛰더라도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은퇴식을 치르고 싶었다.
“어려운 일 아니잖아?”
벌써 몇 년을 버텨왔는데 이제 남은 8경기 못 참아줄까?
관건은 다음 경기겠지.
첼시와 경기에서 감독은 선발로 90분 풀타임을 뛸 거라고 말했다.
그 90분 사이에 제발 박살 나지 않기를 바라본다.
“자기야, 거기서 뭐해? 내일 경기 아니야? 일찍 잔다며?”
그때였다.
아내의 목소리에 실바는 뒤를 돌아봤다.
“아, 이제 자야지. 애들은?”
“잠들었지.”
“자식들. 오늘 열심히 뛰어놀더니.”
실바는 흐뭇하게 웃었다.
실바에게는 10살 아들과 5살 딸이 있었다.
둘 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자식들이었다.
아내가 흐뭇하게 웃는 실바의 무릎 위에 앉으며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궁상은 그만 떨고 이제 자자. 내일 시합이잖아. 선발이라며?”
“그래, 일어나야지.”
실바는 아내와 함께 자리에 일어나 침실에 누웠다.
아내는 실바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이번 시즌도 얼마 남지 않았네?”
“그러니까. 시간이 참 빨라.”
아내의 눈에 아쉬움 가득한 실바의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을 보니 조금은 어이가 없다.
남들은 30대 초중반에 그만두는데 그보다 몇 살이나 더 뛰고도 저렇게 아쉬워할 일일까?
“그렇게 축구가 좋아?”
아내의 물음에 실바는 피식 웃었다.
“말해 뭐해?”
“그래도 오래했잖아. 이제 현역에서는 내려와야지. 코치한다고 준비도 오래했잖아.”
사실, 실바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뉴캐슬의 코치로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지. 내려와야지. 그냥…….”
실바는 코를 쓱 훑고는 말했다.
“아쉬울 뿐이야.”
“아쉬워? 그렇게 뛰고도?”
“아니, 태양이 때문에.”
“태양?”
“어, 더 같이 뛰어보고 싶거든.”
아내는 그 말에 입술을 비죽였다. 어느 순간 실바는 항상 태양이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아내는 그게 조금 불만이었다.
그 태양에게 밀려 어느 순간 이 도시에서 남편의 이름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서 그렇다.
미스터 툰.
툰, 그 자체라 불리던 남편이었는데 말이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아내의 속내를 눈치챈 건지 실바는 아내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너무 서운해하지 마. 자연스러운 형상이니까.”
“하지만 알레가 얼마 전에 울면서 집에 왔단 말이야. 친구들이 네 아빠는 퇴물이라고 놀렸대!”
알레, 알레한드로 실바는 실바의 아들이었다. 아들 이야기에 실바는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틀린 말은 아니지. 진짜 퇴물인걸?”
“아이, 자기도!!”
“걱정하지 마. 아직까지 이 팀에 왕은 나니까.”
“태양은?”
“걔는 왕자지.”
그리 말한 실바는 아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아들이 뉴캐슬에서 뛰겠지. 그리고 태양의 왕위를 계승할 거야.”
바람이긴 하지만, 아들이 축구를 하는 솜씨를 보면 자신보다 나은 듯싶었다.
아직 엄청나게 흥미를 보이는 게 아니라서 그렇지.
“흠… 이번엔 꼭 아들이랑 경기 보러와. 아니, 앞으로 빠짐없이 보러와.”
자신이 뛰는 모습, 그리고 태양이 뛰는 모습을 보면 아들도 자극을 받아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실바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 * *
[프리미어 리그 31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경기가 펼쳐질 여기는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입니다.] [사실상 우승을 두고 다투는 두 팀의 대결이죠?] [그렇습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현재 승점 73점으로 1위, 첼시는 승점 72점으로 2위입니다.] [오늘 경기는 말이죠, 순위를 바꾸는 건 물론이고 우승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경기입니다.]경기 당일.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프리미어 리그 정상을 다투는 두 팀, 하얗고 검은 유니폼과 푸른 유니폼이 필드 위로 오르기 전 출구 앞에 나란히 줄섰다.
방송 중계를 위해 투입된 카메라가 그들을 빠르게 훑고 한 사람에게 고정된다.
금발로 염색한 동양인 소년.
프리미어 리그에서 이름만큼이나 가장 뜨거운 선수, 태양이었다.
이게 지난 시즌 말미에 데뷔한 신인인가 싶을 정도로 긴장 하나 없는 얼굴, 오히려 나른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하고서 태양은 목을 한 번 까딱 하고는 카메라와 시선을 맞추고는 씨익 웃어 보인다.
추후 축구갤러리 누군가가 캡쳐하고 궁녀단의 궁녀들이 너나할 거 없이 핸드폰에 저장하고 고이 간직할 움짤의 탄생이었다.
그런 태양의 모습을 잠시 담은 카메라는 이내 첼시 쪽을 비춘다.
뭔가 가벼운 분위기에 태양과 다르게 엄숙하고 결연한 표정의 선수들이 보인다.
야심차게 팀을 꾸리고 정작 생각지도 못한 뉴캐슬과 힘겨운 우승 다툼을 하고 있는 그들은 오늘 정말로 단단히 벼르고 나온 것 같았다.
첼시 선수들의 모습을 한 번 담은 카메라는 이내 한 사람을 비춘다.
미스터 툰, 실바였다.
그는 건들거리다가 카메라를 보고선 익살스럽게 정자세를 취해 보인다.
그 모습을 끝으로 선수들이 필드 위로 나아갔다.
와아아아아!
무수한 함성과 함께 모처럼 출전한 뉴캐슬의 왕, 미스터 툰의 응원가가 울려 퍼진다.
실바는 그런 툰들을 둘러보고는 코를 쓰윽 훑었다.
그래, 아직 왕은 자신이었다.
“이봐, 왕자.”
“…네?”
“잘 봐, 왕의 싸움을.”
뭐지.
태양은 평소와 다른 실바의 모습에 흠칫했다.
이 늙은이… 오늘 왠지 사고 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