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89)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89화
어른들의 사정으로 두 단체가 합쳐진 FIFA 발롱도르는 시상식 장소도 매년 바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해에는 발롱도르가 생겨난 나라 프랑스에서 행사가 열리게 되었고, 프랑스에 열리는 만큼 오랜 시간 발롱도르 행사가 열린 샤틀레 극장에서 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모처럼 근본이 넘치는 시상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시상식을 빛내기 위해 수많은 축구 관계자가 참여했다.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어릴적 우상이나, 전설로 회자되던 사람들이 TV에서 보던 모습 보다 조금 더 늙은 모습을 하고서 돌아다니니 말이다.
“와… 저 할아버지 아직도…….”
축구계 살아 숨 쉬는 전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프리미어 리그를 유럽 축구계 밑바닥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로 만든 주인공, 알렉스 퍼거슨이 보인다.
이제 거의 100살 아닌가?
아, 검색해 보니 93세네.
그래도 대단하네, 여전히 정정한 걸 보니.
우리 아버지는 펩 과르디올라가 알렉스 퍼거슨보다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려도, 감독으로서 역량이 더 뛰어나다 하더라도 알렉스 퍼거슨보다 위대한 감독은 아니라고 했는데.
저 사람이 은퇴하고도 한참 뒤에야 태어난 나로서는 글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저 노구를 이끄시고 이곳까지 무슨 일일까?
공로상이라도 타려냐?
아직도 못 탄 공로상이 있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그가 나에게 다가온다.
지팡이를 들고 걸어오는 그의 곁에서 행여나 다칠까 노심초사하며 옆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맨유 구단주와 사장이네.
하긴 저 사람들 입장에서는 저렇게 모실 만한 분이긴 하지.
아니면 우리가 이만큼 구단의 전설 중의 전설을 모시고 있다는 쇼맨십 같은 거일 수도 있고.
뭐 이러나 저러나 그럴 만한 분이라는 건 같은 소리이려나?
“놀라운 친구를 눈앞에서 보게 되는군.”
“안녕하세요?”
“허허허, 올해 그… 17살? 맞는감?”
“맞습니다.”
“그래, 그래. 아이고, 이런 증손주 뻘이라 나도 모르게 말을 편하게 했구먼. 이해해 주게나.”
70살이 훌쩍 넘는데 증손뿐이겠어요, 고손이라고 해도 믿을 판인데.
이 정도 되시는 분에게 존대말을 들을 생각도 없었다.
“그럼요. 퍼거슨 경.”
“나를 아나?”
“제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님이셔서 어려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 허허허. 그렇군. 나에 대해서 아버지에게 전해 들을 시대가 온 게야.”
그는 어딘가 아쉽고 씁쓸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
잊혀진 건 아니지만, 자신이 감독이었던 시절을 본 세대가 점차 늘어난다는 건 늙어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회상에 젖었던 그는 이내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 다독이며 말했다.
“자네를 보면 내가 30년은 젊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네. 자네를 지휘하거나, 혹은 상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거 영광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매일 자네를 볼 수 있게 올드 트래포트로 올 생각은 없나?”
순간 그 옆에 수발을 들던 맨유 구단주와 사장의 눈이 빛난다.
드물긴 하지만, 아직도 알렉스 퍼거슨 때문에 맨유를 선택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알렉스 퍼거슨 경이 날 선택하다니!!!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하지만.
“감사한 말씀이지만, 퍼거슨 경이 없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아쉬운 얘기군. 내가 복귀라도 해야 하나?”
퍼거슨 경은 전혀 아쉽지 않은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부디 자네가 발롱도르를 차지하길 바라네.”
“그랬으면 저도 좋겠습니다.”
퍼거슨 경과 인사를 나누고 시선을 돌리는데 펠리시아노가 보였다.
마치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이도 가지 말아야지.
펠리시아노를 피해서 내 자리를 찾아 걸어가려는데 이번에는 칠리기리스와 그라디나루가 나를 쳐다보는 걸 발견했다.
저놈들도 나를 마치 원수 보듯이 보고 있었다.
펠리시아노보다 더 상종하기 싫은 놈들인지라 놈들과 거리를 벌려 가려는데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아, 미안합니다.”
“저야말로, 미안해요.”
신사다운 목소리에 신사답게 답하고 시선을 마주한 나와 상대는 동시에 얼굴을 구겼다.
“여기서 뭐하는 거지 꼬맹이?”
“나 보다 키 작은 놈이 누구더러 꼬맹이라 하는 거야?”
델로아였다.
망할 고블린 자식은 내 말에 얼굴을 구기고 고개를 저으며 떠나간다.
“여어.”
델로아를 지나쳐 몇 걸음 걸으니 바로 앞에 딜런 먼로가 나를 반긴다.
그나마 양반이라 그와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나눴다.
“다들 널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표정을 짓던데?”
딜런 먼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못난 놈들이 질투하는 거지.”
“하하하, 나도 그 질투 비슷한 거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저기 저 모자란 PSG 바보들 보다는 낫잖아.”
“저놈들은… 선수도 아냐. 팀과 동료를 무시하는 쓰레기들이니까.”
“오, 뭘 좀 아네.”
딜런 먼로와 낄낄거리다가 뭔가 시상식이 시작되려는 분위기에 일별하고 자리에 앉았다.
“음.”
느껴진다.
다른 선수들보다 나를 향해 더 많이 집중되는 카메라들 말이다.
나는 슬그머니 좌석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며 무릎 위에 양손을 올려놓은 채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
“오빠다!”
태양이 프랑스에서 시상식에 참가한 가운데 태양의 가족들, 그리고 조산 위기 때문에 태양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아나, 실바의 가족까지 태양의 집 마당에 모여서 한국식 바베큐를 즐기며 야외에 미리 설치한 홈시어터를 통해 TV로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 우리 아들이 저기 있네!”
“자기야, 나는 우리 장남이 TV 나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사실 나도 그래. 근데 발롱도르 시상식까지 나올 줄이야.”
지성과 지민은 신기한 얼굴로 TV 너머 아들을 바라봤다.
아들은 평소보다는 뭐랄까, 허세 가득한 자세와 표정을 하고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발롱도르는 누가 뭐래도 내 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도 두 번밖에 못 가본 시상식인데, 처음 가자마자 유력한 후보라니. 부럽습니다.”
부부가 TV를 지켜보는 가운데 실바가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하며 병맥주 주둥이를 내밀었다.
지성은 씨익 웃으며 실바의 맥주병에 자신의 맥주병을 부딪쳐 주었다.
실바는 그 순간 아내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허겁지겁 맥주를 단숨에 비워 버렸다.
실바의 아내는 리브 실바는 그런 실바를 보고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눈치 보고 살기 힘들죠?”
지성의 물음에 실바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은퇴하고 나니 푸대접도 이런 푸대접이 없다니까요?”
그 말에 지민이 말했다.
“우리 아들이 그러던데요? 10일 내내 새벽까지 술 마시고 들어온 이후부터 구박받기 시작했다고요.”
“이런이런, 우리 뉴캐슬의 왕은 입이 참 가볍군요. 동네방네 제가 소박맞는 걸 퍼뜨리고 다니다니.”
“아마 술집이란 술집에는 소문 다 났을걸요? 태양이 할아버지 두 분이 실바를 보면 내쫓으라고 지시를 내렸을 거예요. 태양이 부탁으로.”
그 말에 실바가 충격 먹은 듯 멍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리브 실바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 뉴캐슬의 왕이 저를 가엽게 여겼나 봐요!”
“망할 왕.”
“무슨 소리야, 아주 현명하고 위대한 왕이지. 그죠, 지민? 지성?”
“그러게요.”
“음… 저는 노코멘트 할게요. 누군가 한 명쯤은 실바 편을 조금이라도 들어줘야죠.”
몇 번 만난 실바 가족과 태양의 가족들은 친밀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사이 월드 베스트 11이 발표된다.
“오……!”
월드 베스트 11은 다음과 같았다.
FW 딜런 먼로/윤태양/일리뉴/펠리시아노
MF 메넨데즈/카싸마/델로아
DF 일카이 코작/완더레이/칼론지
GK 페나조이아
“내가 살다살다 우리 팀 선수들이 월드 베스트에 저렇게 무더기로 뽑히는 건 처음 보네요.”
실바의 말대로였다.
보통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에서 월드 베스트가 많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뉴캐슬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심지어 프리미어 리그 선수들이 9명으로 월드 베스트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물론, 지난 시즌까지 PSG에서 뛴 카싸마를 제외하면 그 숫자가 적지만 말이다.
월드 베스트가 발표되자마자 카메라가 칠리기리스와 그라디나루를 찍는다. 같은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발롱도르 위너이자 월드 베스트 단골이나 다름없는 그들이 제외된 건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지난 시즌 PSG의 성적과 내부 사정을 생각하면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이어서 야신상은 월드 베스트에 뽑힌 페나조이아가 뽑힌다.
“실바, 저 친구는 솔직히 야신상 감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성의 말에 실바가 동조했다.
“그럼요, 타려면 리첼라가 타야지. 왜 쟤가 월드베스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챔스 우승빨이죠. 이번에는 다르겠죠?”
“이번에는… 빅이어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사이에 푸스카스 상은 레알 마드리드와 준결승전 2차전에서 태양이 넣은 네 번째 골이 선정되었다.
“오오! 우리 아들이 푸스카스상이래요!”
“허허, 저거 예전에 그 누구냐, 그 손홍민이, 그 선수가 탄 상 아녀?”
“맞아요, 아버지.”
“와아! 형아 상 탔다!!”
태양의 집 마당이 순식간에 축제의 장이 되었다.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 그리고 최연소 푸스카스상을 태양이 차지하게 된 거다.
-음… 이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태양이 짧게 소감을 전하자 사회자들이 당황한 얼굴로 다시 태양에게 말했다.
-윤태양 선수! 뭔가 더 하실 말씀 없나요?
-더 할 말이요? 딱히 없는데, 아, 이 상이 레알 마드리드한테 네 번째 넣은 골로 받은 거잖아요? 그렇게 하고도 결승에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이 상 안 받아도 좋으니 레알 마드리드를 짓밟고 올라가 빅이어를 차지했으면 좋겠네요.
순간 사회자들은 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일부 사람들은 당돌한 태양의 발언에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저 당돌한 자식, 저걸 저기서 대놓고 말하네.”
“하하, 내 아들이지만 참…….”
“왜? 멋지기만 하잖아. 저런 자리에서 할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
“그건 그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올해의 감독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라르스 반 베이트호번이 선정되었다.
“아니, 100여 년 만에 리그 우승에다가 챔스 4강 한 우리 감독님이 더 대단한 거 아닌가?”
“그러게 말입니다!”
뉴캐슬 관계자 및 일가족 일동이 편향된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골든보이-코파상이 발표된다.
유럽을 뜨겁게 달군 최고의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가장 영예로운 상의 주인은…….
-윤태양!!
“아니…….”
“아…….”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이렇게 되면 발롱도르는 물 건너간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세상에 어떤 시상식에서 큰 상을 한 사람에게 몰아준단 말인가?
그걸 알고 있다는 듯 윤태양은 보는 사람도 안타까울 정도로 씁쓸한 얼굴로 코파상을 흔들어 보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윤태양의 수상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최고의 공격수에게 주어지는 뮐러상을 이어서 타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러면 뭐하누, 에잉, 쯧쯧.”
할아버지가 안타까운 듯 혀를 차는 가운데 대망의 발롱도르 시상의 순간이 찾아왔다.
우선 여자 발롱도르가 시상되고 이어서 남자 발롱도르 최후의 3인이 공개된다.
펠리시아노, 윤태양, 칼론지.
“아니, 펠리시아노랑 칼론지 두 사람보다 우리 태양이가 못한 게 뭐라고……?”
“고작 코파상이 말이 되나?”
바베큐를 굽는 것도 먹는 것도 잊은 채 태양이 가족과 실바 가족, 아나가 모두 분을 터뜨리는 가운데 시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알렉스 퍼거슨이었다.
“오, 퍼거슨.”
지성은 자신이 좋아하던 감독인 퍼거슨을 보고 감탄을 터뜨렸다.
아쉽다.
저 대단한 감독이 태양에게 상을 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기서 모두가 간과한 게 있었다.
분명 아시아는 축구의 불모지였다. 아시아 축구 역사에서 월드 클래스라고 부를 만한 선수가 얼마나 있을까?
이제 한국이나 독일이 아닌 이상 거의 기억하지 못할 차범근이나 아시아 최초의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손홍민 정도다.
축구의 불모지라 할 만하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을 보면 과연 아시아가 축구의 불모지라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한국은 국가대표와 월드컵만 되면 FC 코리아라 불릴 정도로 진심이었고, 중국은 경제가 무너지는 가운데에도 단일 국가 최대 시장이었으며,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동남아시아도 축구 열풍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사랑하고 돈을 쓰는 곳이 바로 아시아 대륙이란 소리다.
대대로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 피파 회장은 인종차별 같은 건 돈벌이에 도움은커녕 방해가 되는 최악의 것이었다.
그가 인종차별자이든, 아니든 오히려 그 반대 입장에 서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사람이라는 거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선수가 아시아에서 나왔다?
그것도 최연소?
이건 피파 입장에서도 화제를 낳아 돈을 쓸어담을 수 있는 사항이었다.
그리고 이미… 전 세계 모든 감독들이 몰표나 다름없을 정도로 한 사람에게 투표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2034, 35년 피파 발롱도르 수상자는…….
아시아 최초이자 한국 최초로.
-윤.태.양!!!
그리고 최연소의 발롱도르 위너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