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1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18화
뉴캐슬은 무패로 프리미어 리그의 챔피언이 되었고, 레알 마드리드는 두 번의 무승부와 두 번의 패배만을 한 채로 라리가의 챔피언이 되었다.
뉴캐슬이 오랜 역사를 지닌 것에 무색하게 최근 우승이 근 100여 년 만에 우승일 정도로 약한 팀이었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역사적으로 세계적인 강팀으로 거의 한 세기를 지배해 온 명실공히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군림하는 팀이었다.
뉴캐슬이 리그 2연패를 했다면, 레알은 라리가에서 28/29시즌 AT 마드리드에게 우승을 내준 이후로 계속해서 우승을 거머쥐어 7연패를 달성했다.
뉴캐슬이 창단 이래 총 6번의 리그 챔피언과 2번의 유로컵, 7번의 FA컵을 차지한 게 전부라면 레알 마드리드는 47번의 리그 챔피언을 지냈고, 19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 5번의 세계 클럽 대회 우승, 28번의 스페인 컵 등 약 100여 개의 우승 트로피를 가진 팀이었다.
말 그대로 신흥 강호와 전통의 강호의 대결, 떠오르는 태양과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현시대 최강 팀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승부 예측 결과는 어느 언론, 여론, 베팅 회사를 따져보아도 박빙이었다.
아무리 별 것 없는 이력을 가진 팀이라도, 반대로 엄청나게 화려한 이력을 가진 팀이라도 결국에는 지금 팀의 구성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팀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선수들의 화려함으로 본다면 뉴캐슬이 더 앞서는 느낌이 있었다.
카싸마와 태양이라는 발롱도르 위너를 두 명이나 데리고 있었고, 세리에 A 득점왕 출신인 일리뉴와 레알 마드리드의 코어였던 메넨데즈를 보유한 것도 모자라 이탈리아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리첼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갈락티코로 인해서 아직까지 화려함, 스타군단 하면 레알 마드리드를 떠올리는 것과 달리 보여지는 건 뉴캐슬이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 같았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은 스타성을 버린 대신 라파브리카를 통해 어린 선수들을 팀의 철학과 전술을 입력해 키워내 1군에 기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스타성은 없을지 몰라도 실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여기에 디오스 같은 세기의 천재도 있었으며, 베이트호벤의 철학으로 인해 실력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사실 알고 보면 흔히 밈처럼 불리는 펠리시아노를 위시한 세계 4대 스트라이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디네이와 같은 선수들이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경험과 경력을 생각하면 레알 마드리드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뉴캐슬의 이번 시즌 행보를 보면 알 수가 없는 그야말로 박빙의 대결.
하지만 변수는 있었다.
뉴캐슬은 바이스티거가 변수였다. 결승전을 코앞에 두고 부상에서 복귀하긴 했지만, 그의 폼이 완전히 돌아온 건 절대 아닌 상황이 변수였다.
고작 한 시즌이지만, 바이스티거를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건 이미 입증됐으니 뉴캐슬에게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일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변수는 다름 아닌 상대편인 윤태양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4강 2차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네 골, 그러니까 하울을 꽂아넣고 기립박수를 받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팬들과 선수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인처럼 박혀 있었다.
세계 최강팀으로서 메시 이래 처음으로 겪어본 충격과 공포였다.
일간에서는 그가 같은 라리가에서 뛰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했을 정도로 말이다.
이번 시즌 더 무섭게 활약한 윤태양을 보노라면 베이트호벤의 완벽한 지휘를 깨부수고 뭔가를 해낼 것 같다는 두려움이 이는 건 당연했다.
* * *
영국은 진짜 먹을 곳이 없다.
소도시인 뉴캐슬은 더욱더 그랬다. 그나마 하나뿐인 초밥집은 초밥이 익숙한 한국인에겐 ‘이따위 게 초밥……?’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고 피시앤칩스는 잘한다고 하더라도 그냥 기름에 쩔은 튀김요리에 불과하다.
다행이라면 뉴캐슬에는 차이나타운이 있다는 것.
차이나타운의 식당들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반면에 마드리드는 다르다.
먹을 곳이 넘쳐난다.
영국은 전통 음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절로 몸서리가 쳐지면서 사악한 음식 들이대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어지지만, 에스파냐의 전통 음식은 혀를 즐겁게 한다.
마드리드에는 전통 음식을 기가 막히게 하는 노포가 참 많다.
보카디요 데 칼라마레스, 그러니까 오징어튀김 샌드위치나 하몽으로 만들어지는 요리, 그리고 내가 제일 사랑했던 빠에야를 파는 가게들.
지난 삶에서 은퇴한 이후 식도락에 눈뜬 내가 애정하던 음식들과 가게가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그대로 보였다.
“결승 끝나면… 꼭 먹으러 가야지.”
레알 마드리드랑 붙어야 하는데 왜 자꾸 마드리드에서 먹었던 것만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시즌이 끝나면 그래, 스페인에 꼭 가야겠다.
그리고 마드리드로 가서 빠에야는 물론이고 그래, 오징어튀김 샌드위치. 다 뒤졌다.
경기가 끝나면 에스파냐 해산물이 죽든 내가 죽든 캐리비안 해적을 새로 찍을 거다.
“야, 배고프냐?”
음식에 눈이 먼 나를 알아챈 듯 샬렛이 나한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샬렛을 바라봤다.
“왜?”
“계속 입맛 다시잖아. 바나나 갖다줄까?”
“됐어. 누굴 돼지로 아나!”
“내가 뭐랬어? 배고파 보이니 걱정돼서 물어본 거 아냐. 이제 곧 경기인데.”
괜시리 양심이 찔린 나는 됐다고 소리치고는 눈을 감았다.
마인드 컨트롤 해야지.
여기는 마드리드가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랑 붙으러 가는 길이다.
시즌 끝난 후의 휴가 계획과 먹는 게 먼저가 아니다.
빅이어가 먼저다.
빅이어.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차지하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물건이다.
애초에 결승전 자체가 꿈의 무대나 다를 바 없었다.
“버스 타고 가는 우리가 편할까? 스페인에서 비행기 타고 오는 마드리드 놈들이 편할까?”
“비행기 탔다가 버스 타고 와야 하니 우리가 더 편하지 않을까?”
한편, 한쪽에서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 평소라면 관심도 없을 주제까지 만들어서 떠드는 거였다.
나는 궁금함에 슬쩍 몸을 일으켜 버스 안을 훑었다.
주장인 리첼라는 임신한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일리뉴도 아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고.
샬렛은 나한테 말을 걸었다가 이내 단짝 같은 린데만에게 쉬지 않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린데만은 익숙하게 노이즈 캔슬링이 확실한 이어폰을 끼고 늘 그랬듯이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넷플릭스 매니아인 메넨데즈도 태블릿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가장 궁금한 건 카싸마였다.
우리 팀에서 유일하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경험하고 빅이어를 들어본 사람이었으니까.
카싸마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보스의 수천만 원대 헤드폰을 쓴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보나마나 음악은 클래식 음악이겠지.
그에게 바흐나 베토벤 같은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면 아마 샬렛처럼 몇 시간은 떠들 거다.
“흐.”
그럼 나는 뭐할까.
나는 평소에 딱히 하는 게 없었다. 이동을 하면 멍하니 버스 차창 밖을 바라보며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챔스 결승이다 보니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평소보다 조금 더 들뜬 마음을 다스려야 할 것 같다.
가장 만만한 스마트폰을 꺼냈다.
다 같이 정원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배경화면으로 나를 반겼다.
불과 몇 개월 전의 보미가 보인다.
몇 개월 만에 많이 커버린 보미와는 다른 갓난쟁이 보미다.
그만 컸으면 좋겠다.
아니, 최소한 느리게 컸으면 좋겠다.
동생들이 크는 건 정말이지 찰나 같아서 새삼스럽게 돌아보면 어느새 훌쩍 커버려 아쉬울 때가 많다.
아침에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던 동생들이 떠오른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나는 가방에서 도시락 통을 꺼냈다.
엄마가 가다가 심심하면 먹으라고 한 주먹밥이었다.
별 건 없다.
간장과 들기름으로 간을 하고 김가루를 뿌려서 만든 거다.
정말 입 심심할 때 간식처럼 주워먹기 좋은 건데, 나름대로 뜻깊은 음식이었다.
6살, 그러니까 내가 다시 과거로 돌아와 엄마와 아버지를 마주하고 두 분을 살려낸 뒤에 처음으로 먹었던 음식이 이거였거든.
수십 년 만에 먹은 엄마의 음식에 배가 터지도록 집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그때부터 내가 이걸 좋아하는 줄 알고 낼모레 스물이 다 돼가는 아들한테 아직도 이 주먹밥을 해주고는 했다.
‘아들, 빅이어 놓쳐도 좋으니 후회 없이 뛰고 와. 알았지?’
주먹밥을 건네면서 한 엄마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을 흘렸다.
빅이어를 코앞에서 놓쳤는데 어떻게 후회가 없을 수 있겠어요.
후회 없으려면 빅이어를 가져와야지.
그리 다짐하면서 주먹밥 하나를 입에 넣는다.
“야, 뭐야? 너만 입이냐? 나도 좀 줘.”
망할 실바가 귀한 음식을 탐낸다.
“싫어요.”
나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주먹밥을 하나 더 입에 넣었다.
치사한 놈이라고 투덜거리는 실바의 목소리가 들린다.
희한하게 그 목소리를 들으니 긴장도 흥분되는 마음도 가시고 있었다.
* * *
해설의 말과 함께 TV에서는 두 사람의 기록을 띄워주고 있었다.
윤태양
리그 : 31경기 55골 32도움
챔피언스 리그 : 12경기 19골 5도움
디오스
리그 : 34경기 47골 12도움
챔피언스 리그 : 12경기 17골 2도움
-둘 다 미쳤네
-디오스 폼 미쳤고 윤태양은 미치다 못해 날뛰고 있네
-윤태양 없었으면 디오스 혼자 돋보였을 텐데
-ㅋㅋㅋㅋ 아 ㅅㅂ 하늘은 왜 나 디오스를 낳고 윤태양을 낳았단 말인가!!
-피를 토하며 울부짖는 주오스와 동남풍을 일으키는 제갈태양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포스터 봤냐? 윤태양 하고 디오스 서로 마주보는 포스터 ㅈㄴ 간지나더라
-디펜딩 챔피언은 레알 마드리드인데 윤태양이 디오스 내려다봄 ㅋㅋㅋ
-아 경기 얼른 시작해라 ㅈㄴ 기대되네
-개꿀잼 경기 가자
[경기 시작에 앞서 선발 라인업 보고 가시겠습니다! 먼저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입니다.]레알 마드리드
아담스/디오스/디네이
올메도/한니발/메네제스
산티아고/칼론지/갈레고/마이어
페나조이아
[이어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뉴캐슬
샬렛/윤태양/일리뉴
카싸마
메넨데즈/다미아노
린데만/무리시/드미트리/산체스
[레알 마드리드는 베스트 11을 모두 내보낸 상태나 다름없군요.] [네, 몇몇 선수는 로테이션으로 출전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경기에는 꼭 이 11명의 선수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상 베스트 11이 맞습니다.] [반대로… 뉴캐슬은 팀의 핵심 수비수인 바이스티거가 벤치에서 시작합니다.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닌 걸까요?] [부상에서 회복했다 하더라도 폼이 좋지 않다거나, 길게 뛰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죠?]-바이스티거 빠지니까 뉴캐슬 수비 ㅈㄴ 불안하던데
-디오스가 휘저으면 무리시랑 드미트리가 어떻게 못하는 거 아니냐
-바이스티거가 빠진 게 변수가 좀 클듯
-그래 봤자 세 골 먹히면 윤태양이 네 골 넣어서 이길듯
-ㅋㅋㅋㅋ 윤태양이라고 하더라도 챔스 결승은 처음 아니냐? 어케 될지 모름
-강심장이라 하더라도 챔스 결승은 다르긴 하지 ㅋㅋㅋ
-그런 것 치고는 차분해 보이는데?
-다 닥쳐라 경기 시작함
어느새 경기 준비가 모두 끝나고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선수들이 움직인다.
빅이어의 향방을 두고 두 팀의 대결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