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4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42화
“저희는 KVN에서 왔습니다.”
KVN은 방송국이다.
그들의 말에 나는 대번 얼굴이 굳었다.
기레기들과 다르게 그래도 방송국은 예의라도 있어서 무례하게 찾아오지 않는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전 약속 없는 이런 만남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저한테 부탁할 일이 있으시면 제 에이전트에게 먼저 이야기하고 오셨어야죠.”
내 말에 그들은 내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거린다.
나는 그런 그들을 일별하고 몸을 돌렸다.
“아, 저, 저기!”
그런 나를 붙잡으려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나는 그들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발걸음 소리도 들렸지만, 이내 마을 주민들에게 가로막힌다.
“킹이 싫다잖아.”
“왜 자꾸 우리 킹을 괴롭히지?”
든든하기 그지없네.
어휴, 앞으로는 말 거는 사람 있으면 무조건 조심해야겠다.
기자나 방송국 사람들을 왜 이렇게 꺼려하냐고?
나는 지난 삶에도 기자나 방송국 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혐오할 정도다.
모두가 그러는 건 아니지만, 이들은 뭐랄까? 일반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선민의식? 우월감? 뭐 그런 비슷한 걸 가지고 있다.
일반인을 깔고 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우월주의는 마치 인종차별주의자지만, 내색하지 않으려하는 그런 느낌마저 들게 한다.
누구는 분명 경험해 본 적 있을 거다.
분명 내가 사는 동네이고 우리 집 앞인데 영화나 드라마 촬영한다고 지나가지 말라고 개쌍욕을 들어본 적 말이다.
고아였던 시절 개쌍욕 수준이 아니라 뺨을 맞은 적도 있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게 축구선수가 되어서도 그랬다.
만만하다 싶으면 이 자식들은 사람을 깔고 들어간다.
한 번 깔고 들어가면 그렇게 무례할 수가 없다.
그 무례함을 말로 설명하면 한도 끝도 없다.
아무튼, 그런 건덕지를 안 줄려면 이렇게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안 좋은 기사나 보도, 소문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국민이 누구 편일 것 같아?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그들을 무시해도 괜찮다.
그들이 개소리를 해도 국민들은,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은 기자를 기레기 취급할 테니까.
이번 생에는 결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고, 공세환 군이 프랑스 리그에 데뷔한 걸 알고 계십니까?”
내 발걸음이 멈춰섰다.
나는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 그들을 바라봤다.
“공세환……?”
“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시려거든 저희랑 얘기를 좀……!”
응, 싫어. 돌아가.
공세환이야 내가 알아보면 그만이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공세환에 대한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서.
* * *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
프랑스 리그앙은 세계 4대 리그, 혹은 5대 리그로 불리는 빅리그 중에서 이탈리아랑 엎치락뒤치락하는 곳이다.
심지어 지난 시즌 리그의 기둥과도 같은 PSG가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면서 이탈리아한테 압도적으로 뒤처진 5위로 밀려났다.
그래도 빅리그는 빅리그다.
한국에서는 이 리그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아, 어느 순간 박민규같이 굵직한 선수 외에는 해외 진출도 어려운 시대 땐 프랑스 리그에 도전만 해도 대서특필되었다.
최근에야 다시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늘어나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어쨌든 최근 불리기 시작한 일명 윤태양 세대에서 이성호 외에 또 다른 해외 이적생이 나오는 건 화제를 모을 만했다.
그게 공세환이었다.
그것도 이성호처럼 유스에서 정말 가뭄의 콩 나듯 성인팀 경기를 드나드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1군에 등록된 정식 선수였다.
아니, 그동안 아무 소식도 없던. 한때 청소년 국가대표가 난데없이 프랑스 리그, 그것도 전통의 팀인 리옹의 선수가 됐다고?
그런데 심지어 그 당시 포지션이 아닌 풀백이라고?
현대 축구에서 풀백의 중요도가 높아져 감에도 불구하고 수준급 풀백을 구하는 건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도 지금 국가대표팀 좌우풀백의 뒤를 이을 재원이 없던 차에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모두가 자네의 데뷔를 축하하는 분위기라던데?”
리옹의 감독이 공세환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한참 러닝을 하던 공세환은 그 자리에 멈춰서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그래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네?”
공세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요.”
“훌륭한 자세군.”
감독은 공세환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173cm, 축구선수로서는 나쁘지 않은 키와 아시안이라고 보기 힘든 몸통이 다부진 체격, 발이 빠르진 앉지만, 발밑이 좋고 축구 지능이 좋았다.
감독은 그게 타고난 건 줄 알았지만, 공세환은 수많은 코치를 두고 연습으로 만들어진 거라 말했다.
돈이 제법 많은 집안 자식인가 보다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그 돈으로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사람이 돈으로 축구를 배워서 축구를 하려 하다니.
정말 진짜 제대로 축구에 미친놈이 아닌가?
문득, 궁금해진다.
“그래, 이제 시작이지. 그럼 목표는 무엇인가?”
이 축구의 미친 사내의 목표는 뭘까?
“…윤태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요.”
“음.”
아무래도 단단히 미친 것 같다.
* * *
“드미트리, 당장 마티를 잡아서 접어버려!”
“네.”
추상같은 태양왕의 명령에 드미트리가 스윽, 거대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차분한 얼굴로 태양에게 고개 숙이고 라커룸을 빠져나가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마피아 보스에게 명령을 받은 히트맨 같았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래?”
파세리니는 조심스럽게 그나마 가까운 동료인 데스포토비치에게 물었다.
“라커룸에 태양의 바나나를 모두 숨겼다던데?”
“그거 큰일이네.”
“그러니까. 실바 코치는 이런 중요한 날에도 그런 장난을 치고 싶을까?”
“중요한 날이니까 그런 걸지도.”
잠시 후 라커룸 밖에서 익숙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미트리에게 잡혀서 반으로 접히다시피 할 때마다 들려온 실바의 괴성이었으니 말이다.
태양은 그 소리를 듣고 더없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잠시 뒤 드미트리가 바나나를 두 송이나 들고서 라커룸 안으로 들어와 태양에게 공손하게 바나나를 건넨다.
히트맨에서 순식간에 수석시중이 되어버린 모습이었다.
이제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태양은 바나나를 하나 단숨에 먹어치우고는 말했다.
“자, 다들 집중해 봐.”
선수들의 시선이 태양을 향한다.
“오늘 상대가 어디라고?”
“선덜랜드!”
샬렛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말 많아도 저렇게 사나운 표정을 짓는 모습은 낯설다.
하지만 근본이 가득한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모습이었다.
선덜랜드.
뉴캐슬의 영원한 더비 라이벌.
나락까지 떨어졌다가 기적처럼 프리미어 리그로 복귀한 그들이 뉴캐슬의 이번 시즌 첫 홈경기이자 3라운드의 상대였다.
모처럼 프리미어 리그에서 맞이하는 더비전이니만큼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두 팀을 비교하면 이제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크게 수준 차이가 나서 시시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뉴캐슬어폰타인에 사는 툰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강하니 약할 때 단단히 짓밟아 버린다.
다시는 기어오를 수 없을 정도로.
그게 툰들의 바람이었다.
그건 이 팀에서 유스 시절부터 자라온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성인이 된 이후에 이 팀에 온 사람들이야 그래, 라이벌이구나 하고 붙을 일이 거의 없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유스에서부터 있었던 선수들은 유스 리그에서 선덜랜드와 몇 번이고 붙어왔다.
그때 그 순간을 유스 출신 선수들은 잊을 수 없다.
성인팀에서는 보기 힘든 더비이기에 유스 경기까지 찾아와 응원가를 부르짖는 툰과 원정팬들, 그리고 죽일 듯이 노려보는 선덜랜드 선수들, 그 속에서 치열하게 붙으며 피가 튀기까지 하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경기.
그 속에서 불타오르는 라이벌을 향한 적의와 소속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지는 순간 마티처럼 허리가 반으로 접힐 줄 알아.”
태양도 샬렛처럼 사납게 으르렁거린다.
“방심도 용납하지 않아. 아무리 같잖은 고양이라도 할퀴면 아프다고. 알았어?”
“알아, 알아. 더비전인데 누가 대충 한다고 그래.”
보다 못한 메넨데즈가 한 마디 하자 태양은 눈을 부라린다.
“못하기만 해?”
그렇게 태양의 엄포와 시작된 경기, 이날 경기에서 뉴캐슬은 대대적으로 로테이션을 돌렸다.
샬렛/윤태양/아우레
박스올/소비올라/베르치
린데만/데스포토비치/드미트리/가브리엘
파세리니
윤태양과 샬렛, 린데만을 제외하면 전원 로테이션 멤버였다.
사실 샬렛과 린데만도 빼고 싶었지만, 그들이 이 팀에서 유일하게 유스에서부터 성장한 선수라는 걸 알고 있는지라 뺄 수가 없었다.
보통 이런 경기에서는 이런 선수들이 뭔가를 해주기 마련이니까.
[뉴캐슬, 트레블 멤버 대부분이 빠진 로테이션 멤버입니다.] [로테이션을 잘 돌리는 베이트호벤이 이 선수들을 가지고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일단 중요한 건 수십 년 만에 찾아온 프리미어 리그에서 벌어지는 타인위어 더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툰이 모처럼 아미 모드입니다. 마치 군인처럼 위압감 넘치게 응원가를 부르짖고 있어요.] [이 정도 위세면 모처럼 원정 온 선덜랜드 팬들도 기가 죽을 법한데, 전혀 그러지 않습니다. 죽어도 선덜랜드라 이거죠!] [개인적으로는 정말 기대되는 경기입니다.]모처럼 벌어지는 더비 경기에 오늘 경기장에는 엘런 시어러와 같은 뉴캐슬의 전설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벤치에도.
“야, 이 자식들아! 지기만 해봐라!”
마테오 실바는 평소와 다르게 목청을 키우며 감독보다 더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런 실바를 바라보며 태양이 뚱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만약 진다면 내 바나나를 숨겨둔 마티 때문이에요.”
태양의 말에 실바는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너에게 절대 방심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 그렇…….”
“드미트리한테 덜 접혔나? 혀가 기신데. 이번에는 혀를 접어드려요?”
“넌 늙은이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해! 이 망할 꼬맹아!”
“흥!”
태양은 콧방귀를 뀌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울리는 주심의 휘슬.
뉴캐슬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선덜랜드는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라인을 내리고 웅크렸다.
[아, 전원 수비라인까지 내려가 단단히 걸어잠그는군요.] [흠, 과연 옳은 판단일지.]그들은 약팀이 할 수 있는 뻔한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툰들의 야유가 경기장 가득 울려 퍼졌다.
그 가운데 태양은 한숨을 쉬었다.
“저런다고 골이 안 먹히나?”
왜 한결같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다들 그럴싸한 계획이라 생각하나?”
그럼 보여줘야지.
개똥같은 생각이라는 걸 말이다.
태양은 공을 가지고 더비 라이벌의 골대를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