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41)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41화
뉴캐슬의 2라운드 상대는 스완지시티였다.
모처럼 승격해서 1부 리그로 온 스완지시티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영웅으로 인해 친숙한 팀이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스완지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고, 지금의 스완지는 8시즌 만에 1부 리그에 올라온 만년 2부리그 팀 수준이었다.
[아아, 뉴캐슬 유나이티드! 스완지시티를 압도합니다.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스완지!]-일리뉴 해트트릭 ㅋㅋㅋ
-일리뉴 해트트릭은 간만이네
-얘들아 해트트릭이 쉬운 게 아냐;
-윤태양 때문에 해트트릭 심심하면 나오는 당연한 건 줄 아는 듯 ;
-윤태양한테만 당연한 일임
-그러니까 ㅋ 그런데 윤태양 해트트릭 안 함?
-오늘은 한 골 넣고 어시만 두 개네.
-윤태양도 이런 날이 있어야지
-윤태양도 사람이야 사람!
스완지와 경기가 후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오늘 윤태양의 활약이 여기서 끝인가 싶었다.
그때였다.
[윤태양이 조금 내려온 위치에서 메넨데즈에게 공 받습니다.] [스코어는 4대0입니다. 산책하듯 여유롭게 걸어가네요.] [급할 게 없으니… 엇! 윤태양 갑작스러운 슈팅!]36m 정도 되는 거리.
그저 산책하듯 공을 툭툭 치며 앞으로 걸어나가던 윤태양이 난데없이 벼락같이 슈팅을 때린다.
공은 높이 솟아올랐다가 공이 휘면서 그대로 골대 안에 쑤셔박혔다.
[골! 골입니다!]-ㅋㅋㅋㅋ 한 골밖에 안 넣었다고 했더니 바로 골 넣네
-아니 골을 무슨 동네 마실 다니듯 하다가;;;
-저런 슈팅 종종 나오더라 중거리로
-저게 ㄹㅇ 지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함 ;;;
-아니 그 전에 저 위치에서 저렇게 들어가는 게 말이 됨?
말이 안 된다.
그래서 간혹 터져 나오는 이 중거리 득점 이후에 상대팀은 항상 멘탈이 크게 흔들리고는 한다.
스완지도 그랬다.
가뜩이나 최악인 상황에 최악의 실점이 이어지자 스완지는 킥오프 이후 힘없이 공을 뒤로 돌렸다.
베이트호벤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야! 몰아붙여!”
베이트호벤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선수들이 일제히 스완지에게 달려들었다.
대량 득점 이후 다소 느슨했던 압박이 거세게 들어오자 스완지의 진영이 크게 일그러졌다.
그 가운데 메넨데즈가 공을 빼앗아 카싸마에게 건넸고, 카싸마는 단숨에 중원의 두 명을 제치고 윤태양에게 공을 찔러주었다.
하프 스페이스를 찾아 절묘하게 들어오는 공을, 마찬가지로 절묘하게 파고든 윤태양이 바로 앞에 공을 두고 차분하게 왼발을 휘두른다.
[골! 골입니다! 후반이 종료되기 직전 불과 2분여 만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윤태양이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이번 시즌 첫 번째 해트트릭! 역시 뉴캐슬의 킹입니다!]-ㅋㅋ여윽시 믿고 있었다구!
-윤태양이 윤태양한 경기가 됐네
-일리뉴랑 윤태양의 해트트릭이네 ㅋㅋㅋ
-7대0 ㅋㅋㅋ 이게 ㅅㅂ 무슨 축구 스코어냐
-야구경기인 줄 ㅋ
-그만큼 1부 리그와 2부 리그 격차가 커진 거임
-?? 뭔 소리?
-프리미어 리그가 방송 중계 등등 수익이 날로 커지면서 오래 버틴 팀은 중위권도 ㅈㄴ 부유해짐
-ㄹㅇ 1부 오래 있다가 강등당한 팀이 ㅂㅅ소리 들어도 될 수준으로 돈이 엄청 많음
-반대로 챔피언십은 1부 수익의 반의반 정도도 안 될 거임 ㅋ 보통 1부랑 2부가 나름 같이 커져야 하는데 1부만 세계에서 중계권료 등등으로 무식하게 커짐
-그래서 챔피언십에서 간신히 올라오면 당장은 좋은데 버티기가 쉽지 않은 구조임
-ㅋㅋㅋ 그럼 강등당하는 애들은 뭔데?
-내 댓글 안 읽음? 강등당하는 애들이 ㅂㅅ인 구조라니까ㅋㅋ
-얘 말이 얼추 맞는 게, 잘 보면 대부분 승격한 팀이 다시 떨어지고 강등당했던 팀이 다시 올라옴 ㅋㅋ 1부에서 번 돈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는 거임
-ㅋㅋ 와 그러네 생각해 보니
-얘네 1승 거두는 것도 힘들걸?
사람들은 스완지의 패배를 당연하게 여겼다.
그들의 말대로 프리미어 리그가 하위 리그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혼자 독주하며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한가라고 하면, 프리미어 리그는 가능하다.
프리미어 리그는 승강제를 통해 하위 리그와 팀을 공유하지만 엄연히 독립된 법인이기 때문이다.
굳이 하위 리그를 끌고 갈 생각 따위 하지 않는다.
아무튼,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리그에서도 가장 돈이 많은 뉴캐슬은 여러모로 돈값을 하면서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뉴캐슬만큼이나 이번 시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리버풀도 웨스트브롬을 만나 4대0으로 승리했다.
디오스는 이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둘은 득점 동률의 기록을 보이며 라이벌다운 구도를 자랑했다.
* * *
새삼스럽게 느낀 건데 주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일이 많았다.
“누가 내 바나나 먹었어?!”
내 바나나를 챙겨야 하고.
“마테오 실바는 라커룸 출입금지임. 누가 프론트 가서 출력해다가 붙여놔.”
마테오 실바라는 해로운 인간의 출입도 통제해야 하고.
“뒤지게 맞고 싶냐?”
이따금 훈련장에서 다투는 혈기왕성한 동료들을 말려야 한다.
“아, 주장하기 드럽게 힘드네.”
정말 힘든데, 내 말에 모두가 벙 찐 표정으로 나를 본다.
“왜, 뭐.”
“아, 아니야.”
이것 봐, 이거.
하늘같은 주장이 말씀하시는데 대답하는 놈이 한 명밖에 없는 게 말이 되냐?
“파세리니, 집은 어때? 가족들이랑 지낼 만해?”
“날씨 빼면 이탈리아에서 지내던 거 보다 좋대. 동생들도 그렇고.”
생긴 것과 다르게 굉장히 내성적인 이 녀석은 이상하게 정이 간다.
아니, 이상한 게 아니지.
아무래도 동생이 다섯 명이라니 같은 장남으로서 동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 다음에 심심하면 동생들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와. 낚시 좋아하냐?”
“어?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다음에 같이 하자. 아, 데스포토비치도 같이.”
“응! 응!”
그런 얼굴로 수줍게 웃지 말라고.
아무튼, 이적생도 챙겨주는 거 빡세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주장이 해야할 일은 말이다.
나는 단순하게 팀의 선수들만 챙기는 게 주장의 할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건 리첼라나 그 이전에 실바도 마찬가지일 거다.
팀은 선수가 전부가 아니니까.
코치도 있고 감독도 있으며 우리의 모든 걸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스탭들도 같은 팀이다.
그들도 챙겨야 한다.
“절대 세탁물을 던지지 마. 생각해 봐, 너희들 아빠가 뉴캐슬 세탁 담당 직원이라고. 선수들이 면전에다 대고 아무렇게나 던진 빨래를 주워 담는 아빠를 생각하면 어떨 것 같아?”
“상상만 해도 좆같네. 어린 새끼들이 감히 우리 아빠한테 빨래를 던져?”
“그러니까 그러지 마. 그게 존중이야.”
물론,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 어린 친구들은 집에서 엄마한테나 하던 행동을 이곳에서도 당연히 하고 있다.
왜?
배운 적이 없으니까.
그걸 가르쳐 주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주장의 몫이었다.
* * *
선수들이 모두 퇴근한 시간, 베이트호벤은 훈련장 그늘 밑에서 잔디를 바라보며 클라라 맥주를 마셨다.
스페인의 전통적인 술 중에 하나인 클라라 맥주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는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다르게 쓰기만 한 어른의 맛보다는 클라라 맥주처럼 달고 상큼한 것들을 좋아했다.
“헤이, 라우드. 맥주 한잔하시겠습니까?”
가만히 훈련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훈련장과 경기장 잔디 관리사인 라우드였다.
올해 환갑이 된 그는 이 팀 스탭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뉴캐슬어폰타인에서 태어나 명문 구단을 전전하던 그는 15년 전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잔디 관리를 맡고 있었다.
“오, 맥주 좋지. 그건 뭔가, 보스?”
“클라라 맥주입니다. 스페인에서 즐겨먹는 거죠. 여기요.”
그는 자신이 사무실에서 제조한 클라라 맥주를 잔 하나 가득 채워서 라우드에게 건넸다.
라우드는 맥주를 맛보더니 대번 얼굴을 찌푸렸다.
“음, 나는 브라운 에일이 입맛에 맞는 것 같군.”
“난 그 반대입니다.”
“그런 것 같네.”
라우드는 그리 말하며 베이트호벤의 옆에 앉았다.
베이트호벤은 그런 라우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아십니까? 제가 뉴캐슬에 와서 가장 놀란 게 라우드가 관리하는 잔디라는 걸?”
“돈만 있다면 잔디쯤이야 언제나 최고의 상태로 관리할 수 있지.”
라우드는 구단이 부자여서 그렇다고 말하고 있지만, 베이트호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라우드는 베이트호벤이 요구하는 대로 잔디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잔디의 마법사였다.
“아닙니다. 최고입니다. 잔디는 중요하거든요.”
“하하, 그렇게 나를 칭찬해 주는 사람이 또 생길 줄은 몰랐군.”
“저 말고 또 있습니까?”
“아르텔리 감독이 그랬고, 킹이 그러지.”
“킹이요?”
베이트호벤의 물음에 라우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항상 나를 볼 때마다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우지. 고생이 많다고 집에도 초대하고 말이지.”
“그렇군요? 선수들이 그러는 게 흔치 않은데.”
제 잘난 맛에 사는 요즘 선수들은 스탭들의 고마움을 모른다. 당연한 건 줄 알거든.
“태양은 달라. 그는 진짜 왕과 같지. 훈련장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부터 주차요원까지 뉴캐슬 직원이라면 모두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이 하는 일을 고맙다고 말한다네. 그야말로 백성들을 굽어 살피는 어진 군주가 아닌가?”
“허허…….”
베이트호벤은 그런 선수가 있다는 것조차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실력도 인성도 리더십도 부족한 게 없군요. 이런 선수가 있다니… 보고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 말에 라우드는 껄껄 웃었다.
“그러니 모두가 인정하는 킹이지.”
과연 그러했다.
* * *
하지만 뉴캐슬의 왕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주장으로 하는 것도 바쁘고 경기에서 뛰기도 바쁘고 옷과 같이 보여지는 것조차 스폰서 관계를 생각해서 입고 먹고 마셔야 하는 모든 게 불편한 삶이지만, 가장 불편한 건 바로 외출할 때다.
“유, 유어 마제스티!”
어느 순간부터 태양이 거리를 나가면 반드시 한 명쯤은 저리 외치며 태양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태양을 자주 보는 사람들이야 익숙하지만, 뉴캐슬이 아무리 작은 중소도시라 하더라도 윤태양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
그런 사람들이 저러는 거다.
가끔은 관광객들도 그런다.
하지만 태양은 관광객이 드문 이 도시에서 자신을 보기 위해 몰려들며 상권에 도움이 되는 걸 알아 그들을 웃으며 반겼다.
다만 그런 태양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뭐야? 너 뭔데 우리 킹을 몰래 찍는 거야?”
바로 미국만큼이나 악명 높은 영국의 파파라치들.
“꺼져! 킹 허락 없이 사진 찍지 마!”
파파라치 같은 경우는 다행히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커버쳐 주며 그들을 쫓아내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하지만…….
“윤태양 선수! 한국에서 왔습니다.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무작정 찾아오는 언론들.
그들은 진짜 감당 불가였다.
사전 문의도 없이 난데없이 찾아와 마이크를 들이미는데 불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윤태양이 모든 언론과 접촉을 거부하니 무작정 찾아와 마이크를 들이미는 경우가 있는 거다.
아직도 자신들이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한다는 오만한 생각에서 나오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태양은 그런 경우 단호하게 인터뷰를 거절했다.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저… 유, 윤태양 선수. 실례인 건 알지만, 제발 잠깐만 저희랑 대화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십대? 삼십대? 정도 돼보이는 남녀가 자신에게 다가와 하소연 하듯이 말을 걸어온 거다.
굉장히 간절한 그 모습에 태양의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무슨 일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