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71)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71화
-나 : [발롱도르 두 개(사진)]
-나 : 너네는 이런 거 없지?
-나 : ㅉㅉㅉ 축구 인생 헛살았네
-나 : 뭐야 왜 다들 대답이 없어?
-나 : 형들? 뭐함?
-나 : 상현아? 성환아? 성호야?
국가대표팀 단톡방에 발롱도르를 자랑했는데, 읽기만 할 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 :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하지 다들 읽씹이라니 너무하시네
-나 : 이래 봬도 주장인데 ㅠㅠ 대한민국 축구의 기강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ㅠ
-배상현 : 기강은 네가 다 무너뜨렸잖아
-나 : ʅ(´◔౪◔)ʃ
내가 뭘 했다고 저러시나.
나처럼 열심히 하는 주장이 어디 있다고.
“뭐해? 아직도 발롱도르 자랑하고 다니냐?”
그때 옆에서 메넨데즈가 말을 걸었다.
“자랑할 곳이 많네.”
“그만 좀 해. 두 번째 받는 건데도 그렇게 자랑하고 싶냐?”
“당연하지. 아, 발롱도르 한 번을 못 받아본 놈이 뭘 알겠누.”
나는 지금 발롱도르 뽕에 취해있었다. 이 정도면 말기 중독 수준이라고 사람들이 말할 정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무려 발롱도르다.
이상하게 처음 받을 때보다 두 번째 되니까 더 좋다.
아니, 이제 좀 실감이 난다고 할까?
물론, 놀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도 있다.
메시와 호날두 시대 이후 발롱도르를 2연속으로 탄 사람이 단 한명도 없으니 으스대도 반박할 사람이 없거든.
뭐, 이것도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자랑하며 놀릴 사람이 없거든.
지난 생에서는 고아원에서 자란데다가 이곳저곳 저니맨처럼 옮겨 다녀서 아는 사람이 참 많았는데, 이번 생은 서울에서 잠시 보내고 뉴캐슬, 올대, 국대 정도가 전부니 좁을 수밖에.
뭐, 아쉬운 건 없다.
지난 삶에 인연이 많긴 했어도 좋았던 인연은 몇 없거든.
그 인연 대부분은 이번 생에도 이어지고 있었고.
“뭔 생각을 그리해? 안 나가?”
아, 나가야지.
오늘은 리그컵 8강이다.
이번 상대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또 하나의 유나이티드 더비였는데, 나는 벤치에서 시작한다.
생각해 보면 리그컵에 제대로 출장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
아르텔리도 그랬는데, 베이트호벤도 리그컵에는 회의적이었다.
그 역시 FA컵이 있는데 굳이 해야하나 싶은, 쓸모없는 잉여 컵대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아르텔리는 유스팀을 데려와 시험대로 삼았다면, 베이트호벤은 안 해본 조합과 포메이션을 이곳에서 시험해 본다는 거다.
오늘도 마찬가지.
유스에서 콜업되어 올라왔던 선수들, 그리고 출장이 잦지 않은 선수들이 선발로 나선다.
다만, 포백라인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최고의 라인으로 구성했다.
린데만, 데스포토비치, 드미트리, 산체스로 말이다.
이유는 당연히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센터백들에게 있었다.
지난 아스날과 경기에서도 호흡이 맞지 않아 두 골이나 헌납한 이 둘을 계속해서 필드 위에 세워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느낀 거다.
하지만…….
“오늘도 참담하네.”
“뭐가 문제지?”
“개인으로 보면 참 잘하는 애들인데, 왜 둘이 붙으면 마이너스가 되는 걸까?”
결과는 참담했다.
둘은 같은 실수를 몇 번이나 되풀이 하면서 2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나마 파세리니가 미친 선방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2실점으로 끝나지 않고 네 골, 다섯 골은 더 들어갔을 거다.
“아무래도 둘 다 멍청한 거 아닐까?”
다미아노의 말에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보기에 데스포토비치는 내성적이고 말이 느린 편이고, 드미트리는 말도 잘못하고 내 말만 듣는 우직한 놈이라 멍청이니 바보니 놀림을 받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둘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축구에 관해서는 굉장히 똑똑한 친구들이다.
아무래도 이건 커뮤니케이션 문제다. 대화가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게 크다.
이건 위에 두 놈을 설명한 것에서 비롯된다.
한 놈은 말을 잘 못, 아니, 잘 안하다시피 하고 한 놈은 내성적이다.
필드 위에서조차 묵묵히 일할 뿐 말을 하며 서로를 조율하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아직까지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하는 거다.
그럼 대화를 하면 되잖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십 년간 길들여진 습관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
무엇보다 일상에서도 서로를 알아갈 필요가 있는데 그것도 쉽지 않고.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내가 나가야 하나?
하지만 감독은 나는 물론이고 주전 멤버 그 누구도 내보내지 않았다.
“이렇게 실점을 하고도 패배하지 않으면, 자신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지금 현실에 안주해 버릴 거다. 누군가는 골을 넣어서 이겨주겠지, 하고 말이다.”
…일리 있는데?
개판을 치는데 지지 않고 이기기만 한다면 안일해질 법하다.
감독은 패배의 쓴맛을 그나마 부담이 덜한 리그컵에서 맛보게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는 패배했다.
웨스트햄이라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다만, 다음 경기에 대한 불안은 생겼다.
저 얼간이 둘을 뒤에 두고 시합을 뛰어야 한다니!!
마음을 놓을 수 없지.
나도 그렇다.
나는 둘을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파세리니까지 셋을 초대해야겠다.
센터백과 골키퍼는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하는 사이니까.
* * *
뉴캐슬 선수들 사이에서 태양의 집은 태양궁(Sun Palace)으로 불렸다.
뉴캐슬의 왕이라는 별명 때문도 있지만, 집도 그만큼 으리으리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뉴캐슬의 소유주인 사우디 국왕이 준 집에서 시작했지만, 어쩌다보니 하나였던 별채는 세 채가 되었고, 제법 큰 연못 수준은 어느새 작은 호수 그 이상이 되었다.
거기에 축구장은 물론이고 야구장, 야구 훈련장 같은 것까지 생기고 보미를 위한 대형 야외 물놀이장까지 만들어지면서 으리으리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태양은 성격과 달리 일상 자체는 집돌이 그 자체였기 때문에 이 집에 사람이 초대되는 일은 드물었다.
기껏해야 유스팀 출신 친구들 정도? 이들은 낚시라는 공통적인 취미 때문에 자주 만나는 사이였다.
그 외에는 일리뉴와 실바 정도?
사실, 이 두 사람, 아니, 두 가족은 초대되어 오는 거보다 자기들 마음대로 쳐들어오기 때문에 예외였다.
그 외에 선수들은 거의 한, 두 번 초대된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곳에 처음으로 데스포토비치, 파세리니가 초대됐다.
“으으… 진짜 무슨 국왕 폐하의 궁전에 방문하는 기분이야.”
파세리니의 말에 데스포토비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꽤나 긴장해 있었다.
짧게 심호흡한 파세리니는 가장 앞에서 걸어가는 드미트리를 바라봤다.
“드미트리는 두 번째라고 했나?”
“세 번째.”
드미트리는 그리 말하면서 대문 앞에 섰다.
초인종도 안 누르고 뭐하나 싶었는데, 기다렸다는 듯 지잉-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
대문 안에는 드미트리만큼은 아니지만, 체구가 단단한 사내들이 서있었다.
“응……?”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던 데스포토비치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중에서는 데스포토비치가 아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르얀 크로테비치……?!”
스킨헤드에 옆머리에 검은 독수리 문신을 한 사내.
그를 보고 그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데스포토비치의 반응에 파세리니가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UFC 미들급 챔피언이었어……!!”
그래, 윤태양 정도면 집에 경호원이 있을 법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세상에 경호원으로 UFC 챔피언을 두고 있을 줄이야.
“킹께선……?”
드미트리는 그게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경호원들에게 물었다.
“안에 있지. 차는 안 가지고 왔나?”
“그렇다.”
드미트리의 말에 경호원 중 누군가 무전을 때렸다.
잠시 뒤 골프장에서 흔히 보는 전동차가 나타났다.
“저거 타고 가.”
“고맙다.”
드미트리와 함께 카트를 타고 안으로 들어선다.
파세리니는 휘파람을 불고는 말했다.
“태양궁이라고 하더니 빈말은 아니네.”
“뉴캐슬에서 가장 크고 넓은 집 아니냐?”
왠지 모르게 점점 더 위축된다.
“그나저나 이거 무슨 냄새야?”
“고기……? 바베큐를 준비하는 건가?”
아니나 다를까, 셋을 태운 전동 카트는 본관이 아닌 냄새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중원 한쪽에 있는 그곳은 선수단 전원이 와도 좁지 않을 규모의 썬룸이었다.
그곳에서 태양이 그릴 앞에 서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여기야!”
“주장.”
“킹.”
데스포토비치와 파세리니가 어색한 얼굴로 썬룸에 들어간다.
반대로 드미트리는 매우 익숙하게 태양이 쥐고 있는 집게와 가위를 받으려고 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해야할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아, 내버려 둬. 내가 할 거야.”
“하지만…….”
“오늘 너네 왜 초대했는지 몰라?”
“음.”
“앉아.”
태양의 말에 드미트리는 군말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데스포토비치와 파세리니도 어색하게 자리를 찾았다.
난생처음 보는 형식에 고기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진다.
“한국에서는 베이컨으로 쓰는 부위를 이렇게 구워먹어. 삼겹살이라고 하지. 먹는 방법은… 알지, 드미트리?”
“네.”
드미트리는 익숙하게 상추와 깻잎 위에 고기와 구운 김치, 파절이 등을 올리고 쌈장을 얹어서 쌈을 싸서 한입에 넣었다.
데스포토비치와 파세리니도 드미트를 따라서 쌈을 싸서 먹었다.
두 사람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특히나 파세리니는 신기한 듯 쌈장을 따로 찍어서 입에 넣어본다.
“킹, 이 소스 맛있는데? 이게 뭐야?”
“쌈장이라는 거야. 한국에서 먹는 소스 중 하나지. 아, 저기 아이스 박스 안에 술 있어. 꺼내 마셔.”
“술……?!”
데스포토비치가 반색했다.
그는 동유럽 사람으로 술을 사랑하는 부류에 속했다.
사실 베네치아 출신인 파세리니도 술을 좋아하긴 매한가지였다.
그건 드미트리도 마찬가지다.
영국으로 망명오긴 했지만, 러시아의 핏줄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세 사람은 동시에 윤태양의 눈치를 봤다.
시즌 중에 술을 마시는 것도 그랬고, 윤태양이 아직 미성년자라 술을 못 마시는 것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난 괜찮으니까 먹어. 먹으면서 대화 좀 나누고 그래.”
태양은 잔뜩 구운 고기를 테이블 위에 올리면서 말했다.
“내가 너희들 하는 걸 봤는데, 아무리 봐도 제일 문제인 건 소통의 부재야. 좀 친해져야 소통이 되든지 할 것 같아서. 원하는 술 알아서 마셔.”
태양은 그리 말하고 너무 경직된 거 같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우리 보미 재워야 해서. 먹고 있어. 재우고 다시 올게.”
물론, 핑계였다.
그렇게 태양이 집으로 들어간 사이 셋은 어색하게 고기만 바라보다가 파세리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대화가 너무 없긴 했지?”
데스포토비치는 파세리니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아이스박스 안에서 보드카를 꺼내 스트레이트로 한잔을 단숨에 들이켜고 말했다.
“그건… 그래. 사실 할 말이 많긴 했는데 어색해서 말을 못한 게 많거든.”
드미트리도 마찬가지로 한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말했다.
“그건… 나도 그랬다. 너 왜 자꾸 나 따라오냐? 네 역할은 바이스티거가 하는 그 역할 아니야?”
“내가? 네가 바이스티거의 역할이 아니고? 나는 평소 수비하던 대로 한 것뿐인데?”
파세리니는 둘의 대화를 듣고 둘이 왜 경기에서 불협화음이 나는지 알 것 같았다.
드미트리는 바이스티거의 역할을 데스포토비치가 해줄 거라 생각했고, 데스포토비치는 평소 하던 대로 수비를 한 것뿐이었다.
문제는 데스포토비치가 바이스티거와 결이 완전히 같다면 문제될 게 없었지만, 데스포토비치의 수비 방식은 바이스티거보다는 드미트리와 결이 같았다.
결론적으로 스타일이 같은 둘이 소통이 없으니 자꾸 동선이 겹치는 문제가 나온 거다.
이건 감독이 계속해서 훈련을 시켜도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긴 했다.
오랜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태양이 말대로 소통이 문제였네.”
파세리니는 그리 말하고 빈 잔 셋에 술을 가득 채우고 말했다.
“앞으로 내가 뒤에서 제대로 조율해 줄게! 둘도 대화 좀 자주하고.”
“음.”
“그래야 할 것 같긴 해.”
내성적인 둘과, 범접하기 힘든 무서운 인상의 드미트리.
세 사람은 서로 한 발자국만 더 다가가 말을 나눠봤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셋은 말없이 보드카가 가득 찬 잔을 부딪치고 술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