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33)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33화
리버풀의 유스 경기장은 커크비 트레이닝 센터 안에 위치해 있었다.
뉴캐슬과 달리 관객은 가족들, 그리고 리버풀과 뉴캐슬의 스탭만 있는 경기장.
그 안에서 아이들은 미래를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고, 리버풀 U-18 코칭 스탭과 스카우터들은 유심히 뉴캐슬의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좌측 윙어로 뛰는 요아힘 샬렛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싶은 친구입니다.”
“샬렛도 샬렛이지만, 미드필더에서 뛰는 소비올라도 좋은데요? 시야가 넓고 패스가 정교합니다. 탈압박 능력만 좀 더 키워 주면 좋을 듯하군요.”
“주목해야 할 건 저 미국 친구죠. 요즘 시대에서 간절히 원하는 육각형의 선수입니다. 저대로 성장하면 빅클럽에서 서로 데려가고 싶어 할 것 같은데.”
리버풀의 스탭들은 탐욕스럽게 뉴캐슬의 아이들을 바라봤다.
세 명은 팀이 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군침을 흘리게 할 정도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뉴캐슬 자체는 엉망이었다.
뉴캐슬의 감독 MD는 선수들의 역할을 극히 제한하고 자신이 정해놓은 임무만 수행하게 했지만, 리버풀은 선수들에게 창의력을 발휘하길 원했다.
뉴캐슬의 경직된 플레이는 창의적인 리버풀의 공격을 막아내기 어려웠고, 전반에 두 골, 그리고 후반이 시작되기 무섭게 세 번째 골을 허락하게 만들었다.
선수들의 사기가 눈에 띌 정도로 무너지는 게 보인다.
“선수들이 아깝군. 망가지기 전에 데려올 방법이 없을까?”
오죽하면 리버풀 스탭들이 뉴캐슬의 아이들을 안타까워할까.
그때였다.
IN 17
OUT 11
뉴캐슬의 선수교체가 이뤄진다.
지금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투입된 선수는 170cm 정도에 왜소하고 예쁘장한 아시안 소년이었다.
그 소년을 보는 순간 리버풀의 스탭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아이 걔 아닌가? 써니?”
“U-16를 휘젓더니 결국 U-18로 올라왔군.”
“피지컬 때문에 이 클래스에서는 힘들 것 같은데.”
U-16을 초토화한 윤태양은 이미 북부리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남부에 빅클럽에서도 윤태양의 활약을 지켜보기 위해서 올라올 정도였고, 그가 프로 계약을 할 수 있는 나이인 17살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판이었다.
그건 리버풀도 마찬가지.
눈을 빛내며 후반전에 투입한 윤태양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 * *
디괄 감독은 나에게 말했다.
라인 브레이킹을 해라.
역습 상황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전진해 공격해라.
그래, 좋다 이거야.
문제는 공이 와야 뭘 하든지 하지.
우리 팀의 스로인으로 재개된 경기에서 리버풀은 그들 특유의 전방 압박으로 우리를 가둬놓고 있었다.
공격수 셋도 모자라 두 명의 미드필더가 올라와 다섯이 압박하고 그 뒤에 풀백 둘과 한 명의 미드필더가 뒤를 받쳐주는 형태.
이런 상황이면 시원하게 후방으로 롱패스를 뿌려줄 수비수나 골키퍼가 있으면 좋은데, 우리 팀은 그런 선수가 없었다.
아니, 있긴 한데 수비수나 골키퍼는 아니었다.
바로 소비올라.
이 녀석의 패스는 기가 막히다.
훗날에는 넓은 시야와 경험을 탑재하며 패스 마스터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말이다.
지금은 패스 마스터까지는 아니더라도 밥 먹고 패스 연습만 했는지 다양한 패스를 자기 마음대로 뿌릴 줄 알았다.
소비올라가 수비라인까지 가세해서 패스를 뿌려주면 좋을 텐데.
왜 상대편 1선과 2선 사이에 가둬서 아무것도 못하게 내버려 두는 걸까?
그건 감독이 소비올라의 수비력과 피지컬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소비올라는 팀에서 나만큼이나 얇은 몸을 자랑했고, 수비력은 없다시피 했다.
수비라인에 가세해 봤자 동선만 꼬이게 한다는 판단이 선 거겠지.
그럼 1선과 2선 사이에 갇힌 소비올라에게 공을 연결해 주고 보호해 줄 선수들이 있어야겠지?
소비올라를 보호해 줄 미드필더 둘이 양옆에 있고, 공을 연결해 줄 린데만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린데만은 어떻게든 공을 연결해 주려 했고, 미드필더는 소비올라를 보호하며 전방으로 공을 연결할 수 있게 도와주려 했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소비올라에게 너무 정확한 패스만 요구한 거다. 선수에게 갈 수 있는 것을 말이다.
패스 마스터가 된 소비올라에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만, 지금의 소비올라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 탓에 약간의 딜레마가 생기고 그 틈에 리버풀은 소비올라의 패스를 차단했다.
이래서 비 선출은 안 된다니까.
애한테 바라는 게 너무 많으면 어쩌자는 거야.
이런 상황이면 방법이 없는 거 아니냐고?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다.
내가 지시를 어기면 된다.
그럴 생각으로 들어왔으니 움직여야겠지?
고수하라고 한 위치에서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 나를 때마침 공을 잡은 소비올라가 발견한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소비올라의 표정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나는 ‘닥치고 내놔’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소비올라는 홀린 듯 나에게 공을 밀어줬다.
“윤!!!”
벤치에서 비명 같은 고함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빠르게 전방을 훑으며 라인을 올린 리버풀이 진영을 내리기 전에 재빨리 앞으로 달려 나갔다.
2선에 있던 리버풀의 미드필더 한 명과 풀백 둘이 다급하게 나를 쫓아 내려왔지만, 내가 조금 더 빠르다.
앞에는 수비수 두 명.
저 너머에서 샬렛과 우리 팀 중앙 공격수인 리안이 있다.
리안은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어그로는 기가 막히게 잘 끌어줬다.
내가 들어갈 공간이 보여서 그곳을 향해 맹렬히 질주했다.
직진이 아니라 사선으로 달리다보니 상대편 풀백이 나와 나란히 달리게 됐다.
얘를 달고 달려야 할까?
아니, 감독은 절대 개인기를 부리지 말라고 했지.
방향을 전환하는 척 하면서 상대 풀백의 균형을 쏠리게 하고 옆으로 한 번 접어 들어간다.
이건 개인기도 드리블도 아니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풀백의 등 뒤를 지나치니 보이는 건 수비수 한 명.
여기서 패스를 해야 할까?
리안을 보니 다른 수비수한테 잡혀 있었다.
샬렛은?
오프사이드다.
에라이.
혀를 차주며 그대로 나를 잡기 위해 보폭을 맞추기 시작하는 수비수를 마주했다.
그대로 돌진해서 라 크로케타?
아니, 개인기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대로 수비수와 거리를 벌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수비수가 나를 쫓는 형태가 되는 가운데 골대를 바라봤다.
언제 슈팅을 해도 반드시 막을 거라고 어필하듯 자세를 잡고 있는 리버풀의 골키퍼가 보였다.
MD 감독은 슈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럼 아무 위치에서나 슈팅해도 되잖아?
골대 정면으로 냅다 슈팅했다.
쭈욱 뻗어나가는 공.
골키퍼가 의아한 얼굴을 하면서도 정면으로 들어오는 공을 잡을 자세를 취하는 순간.
공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때린 왼발 무회전 슈팅이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골키퍼가 몸을 날려 공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공은 또 자기 마음대로 급격하게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골키퍼의 손을 피해 잔디 바닥을 한 번 때리고 골대 안으로 튕겨 들어갔다.
“오!”
그 순간 터져 나오는 감탄사.
시선을 돌리니 리버풀 스탭들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개중에는 박수를 치거나 나에게 엄지를 내미는 사람도 보였다.
우리 팀 벤치는?
시선을 돌리니 얼굴이 잔뜩 굳은 MD 감독이 보인다.
내가 지시를 어겨서 화는 나는데 골을 넣었으니 화를 내진 못하겠다는 그런 표정이다.
그건 둘째 치고, 나는 서둘러 골대로 달려가 공을 가지고 하프라인으로 달렸다.
남은 시간은 30분 정도.
인저리 타임까지 추가하면 얼마나 되려는지 모르겠다만, 추격해서 역전까지 하려면 1분이 아까운 상황이었다.
“야, 잘하는데 너?”
공을 가운데 두고 물러나는데 소비올라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잘한다 했잖아. 그건 됐고, 앞으로 공은 무조건 나한테 패스해. 내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그게 쉽지 않아. 리버풀 애들이 압박이 심해서.”
“그건 감독 말을 들으니까 그런 거고.”
“그럼?”
“네 마음대로 움직이라고. 어차피 감독 지시대로 하면 이도저도 안 돼. 적어도 이 경기에서는.”
“그러다 감독이 화내면?”
“적당이 은근슬쩍 어겨야지. 그리고 이기면 내려던 화도 못 내.”
그 말에 소비올라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3골을 따라잡기만 해도 욕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 네 말대로 해볼게.”
됐다.
소비올라만 꼬셔도 라인을 바짝 올리는 리버풀을 공략할 만하다.
재개된 경기.
이번에는 우리가 라인을 올리며 리버풀을 압박해 들어간다.
우리도 지금 감독이 전방 압박에 힘을 주는 타입이기 때문에 능숙하게 리버풀을 압박해 들어간다.
다만 리버풀에는 우리에게 없는 걸 가지고 있다.
뛰어난 롱패스를 가진 수비수를 말이다.
단 한 방에 우리 진영을 무너뜨릴 한 수가 있다는 거지.
감독의 지시는 지역방어이기 때문에 원래라면 그를 마크하는 건 오로지 리안뿐이지만, 나는 깔끔하게 이를 무시했다.
그 수비수가 공을 가지는 순간 리안과 동시에 짓쳐들었다.
리안이 바짝 붙어 수비수의 롱패스를 차단하는 사이 슬그머니 다가가 공을 가로챘다.
발바닥으로 공을 끌어와 당황해 나에게 달려드는 수비수를 피해 골대를 향해 달려 나간다.
기다렸다는 듯 다른 수비수와 풀백이 나를 가로막는 걸 보고 시선을 돌려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리안이 공을 뺏겼던 수비수를 잡아둔 채로 시선을 끌고 그 수비수의 뒤로 침투하는 샬렛이 보인다.
즉시 그 앞에 공을 패스한다.
샬렛이 공을 잡고,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하는 순간 나는 내 앞을 막은 두 선수의 뒤로 파고 들어갔다.
샬렛은 내 패스를 받자마자 마음껏 달리려고 했지만, 샬렛이 마크하던 수비수가 이번에는 그에게 바짝 붙어 마크하고 있어 그럴 수 없었다.
“샬렛!”
나는 그런 샬렛에게 힘껏 소리쳤다.
뒤늦게 나를 발견한 수비수들이 몸을 돌리는 사이, 샬렛은 내 앞쪽으로 공을 얼리 크로스를 보냈다.
골키퍼와 나 사이 애매한 공간으로 떨어지는 패스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그건 골키퍼도 마찬가지.
골대 각을 가리고 들어오는 골키퍼를 바라보며 떨어지는 공을 몸을 날렸다.
마치 매X릭스의 한 장면처럼.
뛰어오른 상태로 다리를 뻗어 발등으로 공을 톡하고 찼다.
공이 솟구쳐 올라 골키퍼의 머리 위를 지나 골대 안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골!”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샬렛과 리안이 동시에 환호하듯 골을 외치며 나에게 달려온다.
“아직 역전 아니야! 공 가져와!”
달려오던 리안이 방향을 바꿔 허겁지겁 공을 가져온다.
시계를 바라본다.
첫 번째 골을 넣은 지 고작 4분이 지난 상황.
이 페이스대로 골을 넣으면 시간은 충분하다.
“자! 동점 가자! 동점!”
나는 박수를 치며 동료들을 독려했다.
축구는 결국 실력이 전부인 곳.
내가 놀라운 기세로 두 골을 연달아 넣으니 내 입지가 달라졌다.
공 좀 차서 콜업된 어린애에서 존나 잘하는 애 정도로.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건 크다.
존나 잘하는 내 말 한 마디에 선수들의 기세가 크게 오른다.
의기소침했던 아이들의 눈에 희망이 솟구쳐 올랐다.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
그 기세 그대로 재개된 경기에서 리버풀을 거세게 몰아붙인다.
리버풀의 기세는 크게 꺾였고, 우리는 기세가 오른 그대로 리버풀이 전반 내내 보여준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홀린 듯 감독의 지시도 잊은 채 미친 듯이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이 기세에 질린 리버풀의 패스가 점점 부정확해지고, 공은 자꾸 후방으로 밀려났다.
미드필더 라인에서 수비라인으로, 수비라인에서 골키퍼로.
골키퍼와 수비가 무의미한 패스를 계속하는 사이, 리안이 수비수를 흔들었고 부정확한 패스가 골키퍼에게 향한다.
그리고 나는 그걸 놓치지 않고 가로챘다.
지금까지 내가 슈팅을 무슨 발로 했더라?
모두 왼발 두 골이었나?
그럼 이번에는 오른발로 감아차야지.
내 발을 떠난 공이 채찍처럼 날카롭게 휘어 골키퍼도 대응하지 못하는 골을 만들어낸다.
* * *
“미쳤군.”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수석코치의 말에 MD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시를 모두 어기다니.
그런데 화를 낼 수 없었다.
55분 내내 한 골도 넣지 못한 상황에서 혼자 10분 만에 해트트릭을 넣은 선수에게 어떻게 화를 낸단 말인가.
게다가 뒤에서 코치부터 벤치 선수들까지 수군거리며 찬양하니 더욱더 화가 난다.
거기에 정점은 칼센의 앞잡이인 저 수석코치였다.
“가끔 저런 친구들이 있지. 그 어떤 지시도 필요 없이 자신이 혼자 알아서 잘하는 선수들 말이야.”
그 말에 모든 벤치의 시선이 수석코치를 향한다.
MD도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귀는 그에게 열려 있었다.
“그런 선수가 우리 팀에 왔군. 그렇지 않은가, 감독?”
“…예, 뭐…….”
MD가 떨떠름하게 대답하는 가운데 순간 수석코치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필드를 가리켰다.
“오! 저거 보게!”
모두의 시선이 필드를 향하는 순간.
그렇게 하지 말라던 개인기를, 라 크로케타를 선보이며 두 명을 제치는 태양이 보였다.
분명 개인기는 상대편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비효율적인 행위라고 했을 텐데.
그런데 왜 저 아이는 그 비효율적인 개인기로 시간을 지체하긴커녕 단숨에 두 명을 벗겨낸단 말인가.
그리고 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슈팅은 뭐란 말인가.
55분 동안 자신이 추구한 축구가 하지 못한 득점을 태양은 지금 이 순간 불과 12분 만에 네 번이나 달성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역전을 보여준 태양을 향해 선수들이 달려가 그를 안아 올렸다.
높이 솟아오른 태양의 머리 뒤로 ‘태양’이 비추는 그 순간.
문득, 칼센의 말이 떠오른다.
‘그 아이는 우리 팀의 태양이 될 걸세.’
왠지 모를 전율에 MD는 주머니에 꽂아넣은 손을 주먹 쥐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