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34)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34화
20개의 팀이 38라운드로 진행되는, 다른 리그보다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프리미어 리그와 달리 유스 리그는 북부와 남부 각각 13개 팀으로 나뉘어 비교적 느슨한 24라운드로 진행된다.
아이들에게 과도한 경기로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 유스 리그와 비교하면 역시 프리미어 리그라고 할 정도로 타이트했다.
프리미어 리그가 두 개의 컵대회를 가지고 있듯이, 마찬가지로 유스 리그도 두 개의 컵대회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챔피언스 리그와 유에파컵에 출전하는 팀의 유스는 U-18부터 성인팀과 똑같은 조로 편성되어 일종의 챔피언스 리그 유스 대회를 치러야 했다.
그렇다고 선수 개개인으로 두고 보자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유스 리그는 어디까지나 소년들의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
여러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로테이션이 잦은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는 건 아니다.
기회는 불공평해야 동기 부여가 되고 발전의 발판이 되니까.
그 불공평한 기회 속에서 태양은 첫 경기인 리버풀 경기에서 네 골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가져온 이후 계속해서 후반 조커처럼 투입되기 시작했다.
2라운드. 스토크 시티 후반 14분 투입, 1골 2도움.
3라운드. 울버햄튼과 경기에서 후반 19분 투입, 2도움.
4라운드 리즈 유나이티드 경기에서 후반전 시작부터 출전해 2골.
모두 합해 4경기 7골 4도움.
이게 과연 14살 소년이 U-18 안에서 낼 수 있는 성적인지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자연스럽게 태양의 명성은 프리미어 리그 안에 널리 퍼졌다.
당장 프로 계약을 할 수 없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빅클럽 스카우터들이 리틀 벤튼을 들러 소년의 경기를 심도 깊게 지켜볼 정도였다.
그뿐이면 다행이었다.
“혹시 써니의 할아버님들 되십니까?”
소년과 어떻게든 접촉하기 위해 써니의 가족에게 접근하는 일도 생기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표적은 매일같이 펍에 출근하다시피 하는 태양의 할아버지들이었다.
할아버지들은 매일 점심 즈음 펍에 출근해 브라운 에일 특유의 단맛과 뒤이어 밀려오는 쓴맛에 흠뻑 취해 순대 대신 먹는 블랙푸딩을 즐긴다.
영국에서도 괴식 취급받기 시작한 블랙푸딩이지만, 순대와 비슷한 음식에 노인들은 블랙푸딩을 파는 유일한 펍의 단골이 되어 있었다.
“허허, 또 손님이 오셨군.”
“이, 근디 썩 반가운 손님은 아닌 것 같구만?”
태양의 친할아버지 윤창수는 맥주잔을 내려놓고 불편한 표정으로 친절한 웃음을 짓는 짙은 갈색 머리 사내를 바라봤다.
“무슨 일로 오셨소?”
1년 사이 펍에서 익힌 실전 영어에 사내가 답했다.
“저는 아스날에서 온 유스 스카우터 벤 프릭슨이라고 합니다.”
“아스날? 아스날이 어디 있는 클럽이오?”
“런던입니다.”
런던이라는 말에 외할아버지 김철한이 눈썹을 찡긋했다.
“런던이면 잉글랜드의 수도군. 남쪽에 있는?”
“이제는 북부도 모자라 남부에서도 스카우터를 보내는 겨?”
“그러게 말일세.”
할아버지들의 대화를 들은 벤 프릭슨은 속으로 안도했다.
아직 소년의 가족과 접촉한 팀은 북부밖에 없구나.
아니, 아니지.
생각해 보면 맨시티, 맨유, 리버풀은 이미 이 소년의 할아버지와 접촉했다는 뜻 아닌가?
빅7 중에 세 팀이 접촉하고 한 팀은 이미 이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라… 좋은 신호는 아니다.
“써니의 활약을 보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지요. 할아버님들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긴 헌디…….”
“우리 손주가 공 좀 잘 차긴 하지.”
“공 좀 잘 차는 수준은 아니죠.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벤 프릭슨은 빈말을 하진 않았다.
14살 나이에 U-18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아이가 프리미어 리그 최고 유망주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크흠, 우리 손주가 잘하긴 하지.”
“이이, 그렇긴 햐. 근디 그게 문제가 아니지.”
윤창수는 슬쩍 카운터를 보고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스날에서 왔다고? 이?”
그 순간 카운터 뒤 커튼이 활짝 열렸다.
“뭐라고……? 아스날?”
그 커튼 너머에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펍 특유의 은은한 조명을 반사시키는 대머리, 그 대머리를 가로지르는 과거가 궁금해지는 날카로운 흉터, 잉글랜드를 침략한 바이킹의 재림 같은 덥수룩한 수염과 근육을 자랑하는 덩치의 사내였다.
그는 다름 아닌 이 펍의 주인인 피터로 영국 특수부대인 SAS에서 군복무를 한 경력이 있는 툰이었다.
그런 그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감님들, 누굽니까? 뭣 같은 템스강 시궁창 냄새 나는 놈이?”
그리 말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피터가 벤 프릭슨을 발견하고 살기를 뿜었다.
몇 번이나 전장을 누빈 그의 시선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벤 프릭슨의 어깨를 절로 움츠러들게 할 만큼 말이다.
“너냐? 써니를 탐내는 놈이?”
“…네? 뭐, 뭐 말입니까?”
“어디 감히 써니를 데려가려 들어? 당장 안 꺼져?!”
“뭐? 써니를 데려간다고? 어떤 자식이?”
“어떤 개자식인지 얼굴 좀 보자!”
그의 목소리를 들은 펍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던 툰들이 하나, 둘 일어나 모여들기 시작했다.
툰은 팀의 대한 충성도가 남다르지만, 훌리건이나 울트라스와 같은 과격한 활동은 드문 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얌전하게 맞아주거나 당해주는 사람들은 또 아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무서운 얼굴로 벤 프릭슨에게 다가가자, 벤은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쳤다.
그런 그를 피터가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가 펍 밖으로 내쫓았다.
“흥, 어딜 감히.”
피터는 손을 탁탁 털며 안으로 들어와 할아버지들에게 말했다.
“영감님들 저런 놈들이 아무리 꼬셔도 써니를 데리고 떠나면 안 됩니다. 우리 뉴캐슬만큼 써니에게 잘해줄 돈 많은 구단도 없으니까요. 아시죠?”
우연히 리틀 벤튼을 찾아가 보게 된 유스 경기에서 태양의 활약에 홀딱 빠진 피터는 간절한 표정으로 두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그가 보기에 태양은 팀의 미래 그 자체였다.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는 피터를 바라보며 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럼그럼. 알다마다. 우리 뉴캐슬만 한 곳이 없지. 우리도 엄연히 툰일세!”
“그렇죠? 크으……!”
“크흠, 근디 목이 좀 마르구먼?”
은근슬쩍 빈 잔을 스윽 밀며 말하는 윤창수의 말에 피터는 비어버린 두 잔을 들고 말했다.
“아이고, 채워드려야죠. 써니가 떠나지 않는 한 두 분은 제가 만든 수제 브라운에일이 평생 무료니까요.”
“허허허, 고맙네.”
“피터의 브라운에일은 세계제일이지. 암.”
두 할아버지가 뉴캐슬이 좋아서 머무는 건지, 아니면 브라운에일이 좋아서 머물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편, U-18에서 활약하기 시작하자 소년의 대한 소식은 한국에 닿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알게 된 곳은 국내에 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팬 사이트인 K-툰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례적이게 중소 축구 클럽 팬카페를 중심으로 오일머니가 유입된 이후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뉴캐슬 팬과 팬카페들, 그리고 DC코리아 뉴캐슬 갤러리가 연합해 탄생한 팬 사이트이다.
뉴캐슬에 대한 소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일명 ‘써니’로 불리는 태양의 활약은 뉴캐슬 유나이티드 유튜브 채널이나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만큼 팬들의 관심도는 매우 높았다.
자연스럽게 축구 관련 유튜브에도 태양의 활약 영상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한국에 이런 애가 있었어?
-나 얘 알음 ㅋㅋㅋ 작년에 청소년 동아시아 교류전에서 혼자 다 해먹은 애임 ㅋㅋ 그사이에 영국 가 있었네 ㅋㅋ
-와 근데 ㅈㄴ 잘한대
-15살이 지보다 몇 살씩 많은 애들 사이에서 저러는 게 쉽지 않은데
-리버풀 상대로 네 골 넣은 거 봤냐 지린다
-FM하면 리버풀 U-18 지리는데 ㄷ 랜덤 포텐 9 이상 뜬 애가 셋이나 있음ㄷ 근데 포텐 잘 뜨면 꼭 데려다 쓰는 애들이 얘한테 개발렸네 ㅋㅋ
-박민규 이후부터 한국에 쩌는 유망주 많이 나오네 ㄷ 황금세대 오나?
-아직 15살이다. 설레발치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자
아직은 모른다라는 의견이 있지만, 미래를 대표할지도 모르는 아이의 성장은 축구팬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 * *
모처럼 리틀 벤튼이 시끄럽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리틀 벤튼 경기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U-16 때 보다 사람이 많지? 그럴 수밖에. 어린 아이들 재롱보다 조금은 더 어른의 싸움을 보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지. 문제는 넌 아직 어린애라는 건데…….”
아니다.
사람들이 몰려서 시끄러운 게 아니라 빌어먹을 요아힘 샬렛 때문에 시끄러운 것 같다.
이 자식은 입이 쉬는 꼴을 못 보겠다.
훈련장에 출근하면서부터 스탭과 대화를 시작해, 훈련하고 샤워하고 식사를 하고 퇴근하는 그 순간까지 수다만 떠는 것 같다.
집에 가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모르겠다만, 잠드는 그 순간까지 떠드는 건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오늘 사람들이 참 많군. 시끄러울 정도야.”
저 사람보다 네가 더 시끄러워.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인지라 슬금슬금 샬렛과 거리를 두는데 관중석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써니! 오늘도 골 부탁해!”
“길고양이 놈들을 툰에서 쫓아내 달라고!”
선덜랜드는 검은 고양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이곳에서도 길냥이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닌지 몰라도, 뉴캐슬에서는 선덜랜드를 길고양이라고 욕하고는 했다.
그러고 보니 뉴캐슬 길고양이 중에 검은 고양이는 본 적이 없네.
뉴캐슬에서 생존을 위해 검은 고양이는 도태된 건가?
어쨌든 중요한 건 툰은 그만큼 선덜랜드를 싫어한다.
“써니! 제발 해트트릭 부탁하마!”
“저 빌어먹을 놈들 짓밟히는 거 보려고 리그 경기도 안 보고 여기 왔다고! 해트트릭 해줘!”
타인-위어 더비에 대한 툰의 열정은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가 아닌 리틀 벤튼으로 발걸음을 돌릴 정도군.
하긴 U-16 경기에서도 그리 열광했으니 말이다.
“써니! 우리 얘기 듣고 있냐?”
고래고래 소리치는 관중석 아저씨를 보고 나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를 보고 스탭이 다급하게 달려와 말렸지만, 나는 괜찮다 말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오! 듣고 있었구나?”
“아저씨, 시티 센터에서 마켓하는 아저씨 아니에요?”
“그것도 기억하고 있었어?”
“갈 때마다 물건 하나씩 더 얹어주는데 어떻게 몰라요.”
그 말에 그는 봤지, 하며 같이 온 사람들에게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말했다.
“해트트릭은 장담할 수 없지만, 오늘 꼭 선덜랜드를 이길게요.”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선덜랜드한테선 절대 지면 안 돼!”
웃으며 답해줬다.
“그리고 앞으로도요. 제가 뛰는 경기에서 질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이야 모르지만, 1군으로 올라가면 절대 붙을 일 없으니 팬서비스 차원에서 호언장담을 해준다.
그 말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나는 필드를 바라봤다.
워밍업을 통해 몸은 달궈졌고, 이제 남은 건 경기에서 뛰는 것뿐.
관중과 함께하는 더비전에 나도 모르게 전의가 불타오르는 가운데.
“윤, 잘 들어라. 네 드리블 능력은 인정한다만, 드리블과 개인기는 시간을 잡아먹는 불필요한 행위다. 오늘만큼은 자제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라인을 부수는 일 외에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 활약을 보고도 여전히 선비처럼 한결같은 디괄의 말에 전의가 짜게 식을 뻔했다.
어휴.